지도 스타일(map style)은 모험 영화에서 주로 등장하는 포스터 유형이다. 1883년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모험 소설 [보물섬] 단행본이 출간된 이래 숨겨져 있는 보물을 찾아 모험을 떠난다는 스토리는 여러 소설이나 영화에서 등장했다. 이때 꼭 지참해야 하는 필수 아이템이 바로 보물 지도. 여러가지 암호와 수수께끼로 표현된 이 지도를 확보하는 자가 보물이라는 일확천금에 한 발 더 가까이 갈 수 있었으니 보물을 찾으려는 자, 지도부터 찾으려고 할 것이다.

 

자, 미지의 세상 저편에 어떤 보물이 숨겨져 있을지 모험을 떠나 보자. 돛은 이미 올려졌고 바람도 적당하다.

 

 

<[구니스, 1985]의 포스터>

 

 

은행 저당으로 곧 철거될 변두리 동네 아이들이 보물지도 한 장을 찾아낸다. 이 지도는 17세기 중엽 영국 해군에 패하여 해저동굴에 숨어들어갔다는 '애꾸눈 윌리'가 보물을 숨겨둔 장소를 나타내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이 보물을 찾기 위해 모험을 시작하게 되는데... 스티븐 스필버그는 [레이더스]의 성공 이후 아이들만의 전형적인 모험영화를 만들길 원했고 [수퍼맨]으로 상한가를 치고 있었던 리처드 도너의 합류로 그의 의도는 어느정도 성공을 거두었다. 국내에서는 1986년에 개봉했다.

 

포스터는 다 헤진 보물지도가 등장한다. 포스터 아티스트 '존 앨빈'의 작품으로 모험 앞에 닥친 장애를, 헤진 지도로 표현한 듯 하다. 제목 '구니스'는 속어로 '바보들'이라는 뜻.

 

<[후크, 1991]의 포스터>

 

 

어른이 된 피터팬이 네버랜드로 돌아가 후크와 재대결을 벌인다는 설정의 [후크] 역시 스티븐 스필버그의 작품이다. '드류 스트러잔'의 솜씨로 완성된 이 포스터는 네버랜드의 지도를 배경으로 캐릭터들이 표현되어 있다. 네버랜드엔 어떤 보물이 숨겨져 있을까?

 

 

 

<[다크 크리스탈, 1982]의 포스터>

 

 

1982년에 미국, 영국 합작으로 만들어진 판타지 모험 영화 [다크 크리스탈]의 메인 포스터도 지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짐 헨슨과 프랭크 오즈 공동 연출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가족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다소 어둡고 우울하게 그려져서 국내에서 큰 흥행을 거두진 못했다. 내가 좋아하는 포스터 아티스트 '리처드 에임젤'의 작품이다.

 

 

 

<[컷스로트 아일랜드, 1995]의 포스터>

 

 

해적선 모닝스타호의 갈색 머리 모건(지나 데이비스 분)은 선장인 아버지로부터 그의 목숨과 맞바꾼 보물 지도 한 장을 물려 받는다. 세 장의 지도가 모여야 비로소 완전한 보물 지도를 완성할 수 있는 상황에서 모건은 아버지를 몰아낸 악명높은 해적선장 덕에게 살해당할 위기를 맞게 되는데...

 

[다이하드 2], [클리프행어]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던 레니 할린 감독의 이 해양 영화는 한 마디로 '망했다'. 이로써 해양 모험 영화는 성공하기 힘들다는 속설을 이어갔는데 그 전통은 거의 [캐리비언의 해적] 시리즈가 등장하기 전까지 이어졌다. 이 포스터 역시 '드류 스트러잔' 작품.

 

 

 

<[욕심쟁이 오리 아저씨 : 잃어버린 램프의 보물, 1990]의 포스터>

 

 

'드류 스트러잔'의 작품 하나 더 보자. 스크루지와 그의 조카 휴이, 듀이, 루이는 고대의 도적왕 콜리바바의 보물이 숨겨진 피라미드를 발견한다. 그들은 침입자를 막기 위한 무서운 함정들을 돌파하는데 성공하지만, 안내인이 그들을 배반하고 변태 마법사가 나타나 보물을 모두 차지하게 된다. 더군다나 일행들은 수백년간을 굶고 있던 전갈의 먹이가 될 위험에 처하게 된다. 보이스카웃의 지식과 지하에 흐르는 강물 위를 빠르게 질주하여 간신히 그곳에서 탈출하고, 그때 낡은 램프를 발견하게 되는데...

 

'보물섬'과 '알라딘과 요술램프'를 섞어 놓은 듯한 이 애니메이션은 TV로 친숙해진 스쿠루지 맥덕과 그의 세 조카들의 모험담이다. 지금까지 본 포스터와는 달리 지도가 포스터의 전면에 등장하지 않는다. 어디있는지 발견했는가? 그렇다. 조카 휴이의 손에 들려 있다.

 

 

지도 스타일이 모험 영화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전쟁 영화 포스터에도 지도는 곧잘 활용된다.

 

 

 

<[인천, 1981]의 포스터>

 

 

한국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을 소재로 헐리우드 최고의 인재들이 모였다. 그런데 그 결과는? 사상 최악. 이 영화가 이룬 성취를 살펴보면, 1981년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 3개 부문 수상(최악의 남우주연상-로렌스 올리비에, 최악의 감독상-테렌스 영, 최악의 각본상-로빈 무어), 제작비 4600만 달러 투입에 흥행수익은 190만 달러로 최악의 흥행실패, 제클린 비셋, 벤 가자라 등 출연 배우들은 자신의 프로필에 이 영화가 등장하는 것을 꺼렸을 정도다.

 

* 테렌스 영은 007을 여러편 연출했다. 로빈 무어는 [프렌치 커넥션]의 각본가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포스터에는 낯익은 이름 '문선명'이 등장한다. 특별자문(special advisor)으로 표기 되어 있다. 이 영화는 통일교에서 제작비를 지원했던 것이다. 나머지는 여러분의 상상력으로도 충분할 것이므로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서 접겠다. 영화야 어찌되었건 이 포스터에는 우리에게 너무도 친숙한 '대한민국'의 지도가 보인다. 38선이 빨갛게 선명한 것이 안타깝다. 영화의 성취가 뒤따랐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지도는 하늘에도 있다. 하늘의 이정표, 별자리를 활용한 포스터도 있다.

 

 

 

<[마루니드, 1969]의 포스터>

 

 

[대탈주, 1963], [황야의 7인, 1960]의 명감독 존 스터지스의 공상과학 영화다. 영화 제목은 '고립된'이라는 의미다. 최근 영화 [그래비티, 2013]가 생각난다. 우주에서 고립된다면 별자리가 길안내를 해 줄 수 있을까? 기회가 되면 꼭 봐야지.

 

 

지도는 목표지향적이다. 지도를 보는 이유는 어딘가로 가기 위해서다. 보물을 얻기 위함일 수도 있고 생존을 위해서일 경우도 있다. 우리 삶의 지향점을 위한 지도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낙하지점, 지진 다발 지역, 위험동물 출현 구역 등 다가올 위험에 대해서도 친절한 안내를 받으면 미리 대비하고 좋을 텐데.

 

없다면 만들면 되지 않나? 꼭 이런 지도가 아니라도 말이다. 누구든지 '내 인생의 로드맵'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내가 만들고 내가 간다. 계획대로 노력한다면, 그러면 길 잃어 방황할 가능성도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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