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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양장) - 세상의 모든 인생을 위한 고전 ㅣ 글항아리 동양고전 시리즈 4
공자 지음, 김원중 옮김 / 글항아리 / 201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채널을 돌리다가 강의가 있으면 반드시 멈추는데 강사에 따라 채널이 1분만에 다시 돌아가는 경우도 있고 "에이, 좀 더 일찍 틀어볼껄. 언제부터 시작한 거야?"라는 아쉬움을 갖고 남은 시간동안 시청할 경우도 있다.
바로 얼마전의 경우에도 그랬다. [23살 맨땅에 헤딩하기]를 읽고나서부터 그녀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었는데 실제로 그 허스키한 목소리를 들으며 독설 강의를 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한 케이블 TV의 <스타 특강쇼>를 통해서.
그녀의 독설은 적절했다. 한마디,한마디가 폐부를 찌르며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들었고 그 어떤 명강사의 칭찬보다 더 획기적이며 효율적인 충고들로 가득했다. 총 5가지 에피소드를 골라 채 한시간도 안되는 시간을 알차게 메우며 진행한 특강이었는데 처음부터 보지 못했던 아쉬움이 남아 인터넷으로 다시보기를 찾아볼만큼 매력적인 강의였다.
만약 공자가 살아있다면.....나는 그도 그 강의의 패널로 그날 그자리에 앉아 있었을 거라고 장담한다. 현자인 공자 역시 오늘날 우리의 인재들이 그 어느 곳에도 들어갈 곳이 없는 것처럼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세상의 문을 두드리고 또 두드렸던 인물이 공자였기 때문이다. 그 역시 이 시대의 말로 표현하자면 고학력 백수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최선을 다했다. 그 드넓은 중국 대륙을 돌고 돌아 제후들을 직접 만나며 면접을 보는 적극성을 띄였고 일터의 환경과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 따라 자신도 같은 평가를 받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 이후 세상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자 후학을 양성하면서 그들로 하여금 자신의 어록을 후대에 남기게끔 만들었다. 그리고 그의 사상은 옆나라 조선으로 전해져 조선의 중심사상이 되었다.
유수연 강사가 강조했던 것처럼 방안에서 검색으로 없는 것을 찾기보다는 경험하며 발로 뛰는 적극성을 보였던 인물이 바로 공자였다. 그랬기 때문에 비록 자신의 뜻을 펼칠 환경을 찾지는 못했지만 그는 절망하지 않고 다른 길을 모색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학의 종장이자 춘추 전국 시대 대표 사상가인 공자는 이렇게 청년 취업과 실업대란이라는 현업과 맞물려 쉽게 다가와 주었다. 이 뛰어난 인재를 그 드넓은 대륙의 많은 나라 제후들 중 아무도 등용하지 않았지만 그는 결코 실력이 모자란 인물이 아니었다. 그런 그가 남긴 말들이 어떤 것들이었는지 호기심이 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한장, 한장 넘기면서 조선왕조가 숭산했던 유교의 바이블 [논어]가 총 20편으로 나뉘어져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이 책이 개인의 저작을 뛰어넘은 고전이라는 말에도 수긍이 가기 시작했다. 공자의 어록집이자 사후 그 제자들이 편집한 담화집을 이토록 간결하게 읽어볼 수 있기에 그 옛날로 돌아가 공자에게 직접 듣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마치 중학교 한문시간으로 돌아가 그 시절 한문 선생님이 칠판에 필기하고 그 뜻을 밑에 달아놓은 채 엮인 이야기를 재미나게 들려주셨듯이 그때를 상상하며 나는 한장, 한장을 읽어나갔다. 물론 영어공부를 하듯 처음에는 훑어보기부터 시작했다. 꽤 두꺼운 책이기에 짧은 시간에 다 읽을 수 없다는 것을 간파하곤 그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애벌 읽기를 끝냈고 다음날부터 정독을 위해 메모를 위한 포스트 잇을 책 앞에 끼워두고 재독하고 있다. 결코 서두르지 않을 생각이다. 지식이 아니라 현문을 내것화 하는 일인데 어찌 시간을 넉넉하게 내어놓지 않겠는가. 너무도 당연한 일인 것이다.
p.83 정말로 인에 뜻을 두고 있으면 나쁜 짓을 하지 않는다
라는 문장이 눈에 들어올 시간에 나는 미드 한편을 틀어놓고 있었다. 최근에 보기 시작한 [크리미널 마인드]가 할 시간이라 잠시 책읽기를 멈추었는데 하필이면 이 문장을 읽고난 후 드라마를 시청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보는 내내 저 범인이 논어를 읽었다면 인에 뜻을 두고 나쁜 짓을 멈출 수 있었을까. 아니 처음부터 시작도 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돌고돌아 스토리 라인을 쫓기보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공자의 어록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 친구와 잠시 통화를 했는데, 전화를 끊고 다음에 눈에 들어온 문장이 바로
p.90 덕있는 사람은 외롭지 않고 반드시 이웃이 있다
라는 문장이었다. 내가 전생에 나라를 구하지는 못했지만 전생에 나라를 팔아먹는 인물은 아니었는지 통화를 마친 친구로 인해 나는 이 문장 속 덕있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 나의 멋진 이웃이자 가족같은 친구가 있어 외롭지 않고 힘들지 않고 언제나 용기를 얻는다. 그래서 스타특강에서처럼 민폐가 아닌 인맥으로 곁에 있기 위해 2012년은 좀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마음 먹고 있다.
사람이 뜻을 품으면 그 뜻을 펼칠 수 있는 시간과 장소를 찾아내야한다. 그래야 그 뜻을 펼쳐 세상에 나아가고 사람을 얻어낼 수 있다. 결국 공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도 명강사가 말하고자 하는 것도 "살아가는 것"에 관한 것이기에 나는 귀를 쫑긋 세울 수 밖에 없었다. 그 누구보다 절실하게 삶에 대한 애착이 생겼으므로. 최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