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고타마 1 - 이스트랜드의 위기
이우혁 지음 / 비룡소 / 2012년 10월
평점 :
[퇴마록]은 남동생과의 추억이 물씬 배인 책인다. [슬램덩크]처럼 우리 남매는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함께 즐기고 다른 것에 대해서는 함께 토론하며 성장했는데, 퇴마록은 둘 다 좋아했던 터라 서로의 용돈을 보태 국내편은 내가 사고 세계편은 니가 사고 하면서 한 권, 한 권 함께 모아 읽었던 책이었다. 그래서 이우혁이라는 작가는 우리 남매에겐 낯선 이름이 아니다.
이후 [왜란종결자]를 재미나게 읽었다는 동생과 달리 작가에게서 멀어져버렸던 내게 [쾌자풍]의 출판소식이 들려왔고 곧바로 [고타마]의 출간이 알려져 고민하다가 나는 쾌자풍보다 고타마를 먼저 주문하기에 이르렀다. 청소년 판타지라는 이름으로 쓰여진 책이 역사에 대한 관심을 능가했기 때문이었다. 굳이 타깃을 청소년이라고 둔 이유는 무엇이며 그 수위는 어느 정도일까. 고타마는 그렇게 도착하기 전부터 궁금한 것이 많았던 이야기였다.
흔히 게임과 판타지의 세계관은 완벽해야 한다고들 말한다. 그 역사성이나 배경이 되는 국가에 대한 완벽한 이력서를 가지고서야 쓸 수 있는 것이 판타지인데 그런 면에서 고타마는 크 대륙이라는 새로운 왕국을 건설해내는데 성공했다고 볼 수 있겠다. 인접국인 나이엔 왕국에서 시집와 두 아들을 낳은 마고 왕비. 그녀의 용맹한 큰 아들과 남편이 함께 출정한 전쟁에서 막내 아들을 제외한 국왕 일가는 볼모로 잡히게 되고 또 다른 인접국인 엘란 왕국의 어린 앤공주의 정혼자이자 울프블러드의 둘째 왕자 듀란만이 남아 왕국을 재건하고 사악한 마법의 힘에 맞서게 되었다.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그러나 영웅에게 고난이 존재하듯 듀란에게도 사소한 몇가지 문제점들이 있었다. 그가 겁쟁이이며 말더듬이라는 것. 누군가를 해치기보다는 사소한 벌레 한마리에도 이름을 붙여줄 만큼 정많고 다정다감하다는 것. 그런 것들이 그가 용기를 내는데 도움이 되기는 커녕 방해가 되고 있었다. [태왕사신기]에서처럼 때가 되면 태왕의 곁으로 그의 인재들이 모여들었듯 듀란에게도 위기가 닥치자 그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100살도 훨씬 넘은 마법사 플로베르, 용감한 충복인 까미유와 줄리앙, 형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멋진 기사 스탕달, 성녀 자끌린, 용기는 이미 듀란을 넘어선 말괄량이 약혼자 앤공주 까지. 그의 응원군들이 속속들이 곁으로 모여든 가운데 가장 큰 힘이 된 것은 역시 고타마였다.
다른 사람들에겐 보이지 않는 오로지 듀란의 눈에만 보이는 빛인 고타마는 그에게 3가지 조건을 알려주며 힘을 보태주고 있었다.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힘만 원할 수 있다
스스로가 확실히 깨닫고 아는 힘만 원할 수 있다
이전에 사용했던 힘보다 더욱 강한 힘만 원할 수 있다.
는 세 가지 애매한 조건. 이 조건이 충족될 때만 고타마는 듀란을 도울 수 있으며 상상했던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했다. 이미 고타마를 통해 그 힘을 사용해 본 듀란은 콜드스틸로 쳐들어갈 결심을 굳히며 1권이 그 막을 내린다.
모두를 위한 힘. 하지만 자신이 가장 원해야만 사용할 수 있는 힘.
램프의 지니처럼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현명함이 없다면 다급한 순간에 빼들 수 없는 힘을 어린 듀란이 잘 이용할 수 있을까. 고타마를 만나는 순간, 이미 판도라의 상자는 열렸다. 그가 영웅이 되기 위한 고난의 길이 열린 것이다. 2권에서는 한층 더 성장해 있을 듀란을 기대하며.
마치 팅커벨처럼 상상되어진 고타마의 존재가 마음 속에 존재해 있던 용기를 증폭시켜 한 국가와 소년을 구할 수 있기를 고대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