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10 제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김중혁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3월
평점 :
첫번째가 중요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첫 사랑, 첫 직장, 첫 사업 등등 처음이라는 것은 다음을 향한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첫단추를 잘 끼우라는 말 역시 처음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수상작품집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각종 문학상의 수상 기준이 동일하지 않기 때문에 소설이든, 동화든 에세이든 간에 해당 문학상에 걸맞는 필체를 구비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 수상작 모음집과 심사위원을 보면 대략 그들의 기준을 알 수 있다.
그래서 1회는 항상 중요하다. 1회 수상작들을 보며, 2회, 3회에 대한 틀이 만들어어지기 때문이다. [2010 제 1회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을 살펴보면서도 수상의 기준은 무엇일까부터 둘러보게 되었는데, 대상작인 김중혁의 [1F/B1]을 비롯하여 편혜영의 [저녁의 구애], 이장욱의 [변희봉],김미월의 [중국어 수업]등등 생각보다 짧은 작품들이 수상작이 되어 있었다. 대략 14장에서 16장 정도의 길이감이 짧지만 놀라운 점은 그 짧음 속에서도 작가가 하고자하는 말들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는 점이었다.
특히 인간에 대한 안타까움이 가득 느껴졌던 작품인 김미월의 [중국어 수업]은 "배타고 이십사시간"만큼이나 떨어진 고향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 왔으나 불법취업과 소동으로 인해 강제 송환 당해야 하는 쓰엉의 사연때문에, 편혜영의 [저녁의 구애]는 "누군가가 죽기만을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라는 구절때문에 기억에 오래 남는다. 돌아가시기도 전에 빈소에 영정 사진을 내려놓은 일이 정상적인 일인지에 대한 "나"의 고찰과 "아직 안돌아 가셨어요?"라는 여자의 물음에 "당신이 재촉하면 나는 어름이 빨리 돌아가시길 기도해야만 해요"라는 답변에서 살짝 웃음이 나기도 했지만 그 이면을 보면 우리의 장례식장의 현실과 다르지않아 씁쓸해지기도 했다.
어느 문학상에서 1억원 당선작이었던 [절망의 구]만큼이나 독특했던 김중혁의 [1F/B1]이 대상작이었는데 평소 장편용과 단편용으로 2권의 노트를 따로 쓰고 있다는 저자의 수상 소감을 읽으며 그 노트의 내용들이 사뭇 궁금해지기도 했고 "즐겁지 않으면 모든 것들이 무슨 소용인가 싶다"는 의견에는 100% 찬성하면서 즐겁게 글쓰는 작가의 다음 작품들에 기대가 커지기도 했다.
사실 가장 재미나게 읽었던 작품은 대상 수상작이 아니었다. 심사위원이 아니라 독자의 입장에서는 자신과 코드가 맞는 작품을 가장 선호하기 마련인데, 내 경우엔 이장욱의 [변희봉]에서 보여지는 유쾌함과 정소현의 [돌아오다]에서 느껴진 요시모토 바나나 식의 편안함 때문에 이 두 작품이 가장 재미있었다.
정소현의 [돌아오다]에서는 오츠이치의 [어둠속의 기다림]에서처럼 눈이 안보이는 할머니를 속이며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임산부 윤옥을 숨겨주는 손녀의 보이지 않는 숨바꼭질이 글의 긴장감과 감칠맛을 고조시키고 있었는데 결국 그녀가 예전에 죽은 자신의 엄마에 대한 환영이었음을 깨닫는 결말에서 존재에 대한 향수와 영향력을 다시금 각성하게 만드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에게 손녀는 외로움을 위한 보험이며 딱 방한칸만큼의 능력밖에 안되는 인간으로 전락해버린 자신을 받아들여버린 서른 다섯의 서글픈 청춘이 공존했던 소설이기도 했다.
[2010 제1회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 은 등단후 십년까지 "신인"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다니는 작가들의 단편에 대한 칭찬과 격려로 메워져 있다. 단편이지만 결코 가볍게 읽히는 작품들은 없었다. 단편들이다보니 사건이 아니라 사람의 등장이 중요했는데, 소설 읽기가 사람을 이해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만드는 작품집이어서 독자인 나에게도 뜻깊은 책으로 기억에 남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