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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속의 소녀들
톰 롭 스미스 지음, 박산호 옮김 / 노블마인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차일드 44>를 읽진 않았지만 충분했다. <얼음 속의 소녀들>은 한층 더 힘든 질문을 독자들에게 던져댄다.
어린시절, "엄마가 좋아?아빠가 좋아?"라고만 물어도 고개를 갸웃갸웃대던 우리들을 향해, "엄마가 진실일까? 아빠가 진실일까?"를
물으며 선택을 강요한다. 다 자란 성인 아들. 엄마도 아빠도 틀렸다고 믿고 싶지 않은 그 남자의 선택은 과연 어느쪽일까. 심각하게 고민할 수
밖에 없는 주제를 두고 독자에게 함께 묻는 [얼음 속의 소녀들]은 그래서 매우 흥미로운 작품이다.
p69 사람은 고립됐다는 사실이 의식 속에 스며들기 시작하면 변하게 된다
스웨덴으로 귀농하겠다던 어머니로부터 "니 아버지가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연락을 받은 다니엘. 그는 부모에게 차마 사실대로 털어놓지
못했던 비밀을 감춘 채 가족과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 비밀이란 바로 그의 연인이 남자라는 거다. 10살 정도 많은 이혼남인 마크의 집에 함께
살면서 곧 커밍아웃의 용기를 내어보리라 다짐하고 있을 무렵 어머니의 다급한 연락을 받았다.
"니 아버지가 나를 정신병원에 집어넣었다."라고.
새로 이주한 농장은 딱 며칠간만 근사했다. 동네 유지인 백인 부부의 흑인 딸을 발견하면서 어머니는 자신의 어린시절과 오버랩해 십대소녀의
불안한 오늘을 지켜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반항기에 있는 딸. 엄격한 남편과 아무소리하지 못하는 부인. 성적학대의 조짐이 있어보이는 소녀의 행동.
그리고 곧이은 실종. 어머니는 그 소녀를 찾기 위해 수소문하기 시작했고 곧 진실에 봉착할 수 있었다. 그녀의 진실 속에서 마을 남자 몇몇은
소녀를 범하고 죽인 용의자들이었고 그 가운데 자신의 남편과 소녀의 아버지가 서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도움을 요청했고 그 요청이 묵살당함과
동시에 병원에 갇히게 되었다.
어머니의 이야기를 다 듣고 성인인 아들은 아버지에게 그녀를 인계하고 정신병원에 넣어버린다. 부전자전인가. 아무리 사랑을 쏟아 길러내도
아들은 어머니를 이해하기 한없이 부족한 존재인가. 하지만 곧 그는 무언가 석연히 못한 사실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 진실과 마주하기 위해
어머니아버지가 살던 스웨덴 땅으로 향하는데....
그곳에서 그가 마주한 것은 살아있는 흑인소녀 미아와 그녀의 사건을 조사하며 수면 위로 떠오른 어머니의 참혹했던 어린 시절이었다. 얼음이
녹자, 진실은 떠올랐다. 세상 위로-. 정말 범죄는 있었던 것이다. 그 범죄의 대상과 범위의 방향이 다를 뿐.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에서처럼
연쇄범죄가 아닐 뿐. 범죄는 일어났었고 진실은 감추어져 있었다.
p304 타인에게 욕망의 대상이 되는 것보다 더 위험한 건 없다
어머니의 이 말은 체험에서 온 진심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이제 자신을 그 누구보다 따뜻하고 다정한 시선으로 감싸안아줄 가족들 곁으로
돌아왔다. 얼음을 제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