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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 꽃잎보다 붉던
박범신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평점 :
품절
부친보다 46년이나 일찍 돌아가신 어머니는
꽃상여 타고 병고의 서울을 떠나 시댁 선산 근처로 올라갈 적에
모여든 친인척들이 거의 다 팔자 좋은 분이라고 했어요.
남편 앞에서 죽어야 천대를 안 받는다나요.
이 소설에서 78살의 여주인공은 남편의 시신을 손수 묻습니다
그러고서도 경찰에 남편 실종신고를 하는 이 안노인,남편만큼이나
치매기가 들어와 있어요. 병과 늙음 앞엔 천하장사가 없다지요.
대체 부부는 서로를 얼마만큼이나 책임져주어야 하는 건가요.
푸르디 푸른 청춘에 귀밑머리 맞푼 사람을 먼저 묻고 나중에 묻고 아무튼
한 혈에서 오래 묻혀 있어야만 하는 이 절차...,
자식들이 여럿이고 제법 잘 된 집안이라면 한결 가뜬하겠지요.
인터넷 부고들을 보다보면 어느 어르신은 아들 몫으로 그 다음엔 사위 이름으로 다시 딸 앞으로
손자 앞으로 등등 여러 번 게재가 되어 은근히 부러운 생각도 듭니다.
백세 시대라지만 대충 7,80년이면 인간의 일기(一期)는 끝나지요.
그래도 이렇게나마 상대의 죽음과 끝을 확실히 볼 수 있는 부부는 행복한 거에요.
지금의 잦은 이혼,재혼 등등의 세태를 보느라면 여러 모로 마음이 아프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