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먼문명 - 별과 우주를 사랑한 지동설의 시대
박용숙 지음 / 소동 / 201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가 알고 있는 샤머니즘이 단순한 미신이 아닌 고등 종교의 모태라는 것은 이 말이 공식화될 당시 학자들 사이에 정론이었단다. 본질적으로 불교와 습합된 종교라고 한 학자도 있었고 심지어 석가모니를 샤먼으로 주장하는 학자도 있었다. 이쯤 되면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단순히 비과학적이고 미신으로 치부해왔던 샤머니즘이 어떻게 고등 종교가 된다는 말일까?

 

  비밀은 미술평론가 박용숙 교수가 쓴 <샤먼문명>이라는 책에 있다. 책의 부제는 ‘별과 우주를 사랑한 지동설의 시대’이다. 동서양의 고대로부터 전해져오는 유물을 통해 인류 최초의 문명이 남긴 흔적을 찾아가는 과정이고 샤머니즘이 미개한 종교가 아닌 고등 종교임을 밝혀내는 과정이기도 하다.

 

  책에 따르면 샤머니즘은 금성문명이고 청동기 문명이다. 샤먼들이 사용하는 놋쇠 무구, 그리고 제상에도 사용하는 것이 놋쇠 그릇이기 때문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샤먼들이 천동설이 아닌 지동설을 믿었다는 사실이다. 그 중심에는 있는 것은 금성인 비너스다. 춘분점과 추분점에서 지구와 교차하는 별. 이를 그리스 시대에는 아프로디테라고 했고 이집트에서는 이시스, 그리고 바빌로니아 시대에는 이슈타르라고 불렀다.

 

  저자는 플라톤 시대까지만 해도 금성이데올로기가 이데아론의 중심이었다고 주장한다. 플라톤이 죽자 그의 제자인 아리스토텔레스와 프톨레마이오스가 스승을 배신하고 천문학의 담론 속에서 이를 제거했다고 보았다. 천동설로 금성이데올로기를 제거했다는 것이다.

 

  동서양 고대 유적을 살펴보면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전혀 닮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비슷하게 생긴 유적들이 나타난다. 이 책에 따르면 그런 유적들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는 같다는 것이다. 청동거울은 금성을 관찰하기 위한 용도였다는 점, 거대한 뱀(용)이 자신의 꼬리를 물려는 것은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공전하는 궤도를 상징한다는 것 등이다.

 

 

  책에 따르면 금성은 우리 무가에서 만명신萬明神이라고 불린다. 밝을 명(明)자에는 해와 달이 동시에 들어갔다. 춘분점에 나타나는 새벽하늘의 금성은 ‘아린만명’이고 추분점에 저녁 하늘에 나타나는 금성은 ‘스린만명’이다. 6개월 주기로 지구와 만나는 것을 무당은 “아리아리 동동” “스리스리 동동”이라고 노래한다. ‘아린’과 ‘스린’의 변음이 ‘아리’와 ‘스리’이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전 세계 5만 5,000개의 고인돌 중 4만 개나 한반도에 있다는 사실이다. 무덤으로 알고 있었던 고인돌이 사실은 별을 사냥하거나 시간을 관측하는 곳이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중국에 있는 피라미드 역시 단순한 무덤이 아니라 천문대였다는 것이다.

 

 

 

  샤먼문명이 몰락하는 것을 <샌들을 벗어든 아테나>로 알려진 도판으로 설명한다. 거인족의 정자를 거절하는 아테나. 아테나의 반란으로 샤먼문명은 몰락을 맞게 되었다는 것이다.

 

 

 

  오랜만에 500쪽이 넘는 책을 읽었다. 책 대부분이 도상에 대한 해설이라 읽는데 어려움은 없이 술술 읽혔다. 동서양의 유물을 동시에 비교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문득 저자가 쓴 <샤먼제국>이라는 책이 궁금해졌다. 읽을 책 목록에 넣은 것은 물론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즈베리 파이로 시작하는 나의 첫 프로그래밍 - 스크래치, 마인크래프트, 전자공작을 즐겨보자!
아베 카즈히로 & 이시하라 준야 & 시오노 요시타카 지음, 안동현 옮김 / 프리렉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라즈베리Raspberry 파이Pi란 2012년에 처음 출시된 최소형 컴퓨터다. 키보드와 모니터, 마우스 등 주변기기만 있으면 완벽하게 컴퓨터로 작동한다. 마이크로 SD카드를 하드디스크 대용으로 쓸 수도 있고, 심지어 랜 선을 연결하면 인터넷도 가능하다. 그런데 불과 4~5만 원만 주면 살 수 있다니 얼마나 매력적인 기기인가? 아마 가격 때문에 컴퓨터 구입을 망설인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다면 정말 환영할만한 기기다. 내가 라즈베리 파이에 주목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사거나 접하지는 못했다. 신제품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때문이기도 했고, 어디에서 구입해야 하는 지, 어떻게 작동하는지도 몰랐던 점 역시 한몫했을 것이다.


 

 


  <라즈베리 파이로 시작하는 나의 첫 프로그래밍>이라는 책은 이런 나의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주저 없이 선택한 책이다. 물론 구입과 설치 등 라즈베리 파이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얻고 싶어서이기도 하다.


  책은 모두 6장으로 구성되었다. 1장에서는 라즈베리 파이에 주변기기를 연결하는 법을 배운다. 2장에서는 운영체제를 설치하고, 한글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설정하는 법을 배운다. 3장에서는 스크레치Scratch라는 프로그램으로 간단한 게임을 만들고 직접 해보는 기회를 가진다. 4장에서는 최근 인기 있는 마인크래프트Minecraft라는 게임을 설치해서 가상 세계를 체험하고, 5장에서는 이 게임이 스스로 게임을 하도록 프로그램을 변경하는 법을 배운다. 그리고 마지막 6장에서는 라즈베리 파이의 GPIO 단자를 이용하여 LED를 연결하고 이를 제어하는 실습이 진행된다.


 

 


  라즈베리 파이를 직접 구입해서 책을 따라 해봤으면 쉽게 이해가 갈 것 같은데, 역시 실습 없이 책만 읽으니 3장부터는 어렵다. 그래서 3장부터는 칼럼 위주로 읽었는데 칼럼조차도 실습 위주다. 망했다. 역시 이런 책은 옆에 기기를 가져다가 책에서처럼 하면서 읽어야 한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꼈다.


 

 


  책은 여섯의 캐릭터를 등장인물로 내세운다. 아이들 수준에 맞추기 위해서다. 서문과 칼럼을 제외한 모든 내용은 등장하는 캐릭터의 대화로 구성되었다. 아울러 칼럼을 통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사항과 오류 시 대처법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사실 내용 대부분이 실습이 주가 되다 보니 본문에는 별로 기억나는 부분이 없다. 대신 책 서문에 라즈베리 파이 CEO 에번 업튼의 메시지에 이런 훌륭한 기기를 제대로 활용하는 사람이 드물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표하는 부분이 나온다.


  다만, 무척 안타깝게도 그런 엄청난 컴퓨터를 앞에 두고도 많은 사람이 자기 스스로 프로그래밍을 하는 즐거움을 찾는 것이 아니라 점점 누군가 다른 사람이 만든 프로그램을 사용하기만 합니다. -2p


  MIT공대 스크레치팀이나 자원봉사자들 덕분에 지금은 이 기기를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는 점은 불행 중 다행이다. 나도 빨리 이 기기를 구입해서 차근차근 배워 뭔가 하나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책에 인용된 다음 말로 느낌을 정리하고자 한다.


  “세계를 이해하려면 직접 세계를 구축해보아야 한다.”  - 체사레 파베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불국기행 - 깨달음이 있는 여행은 행복하다
정찬주 지음, 유동영.아일선 사진 / 작가정신 / 201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깨달음이 있는 여행은 행복하다.

 

  법정 스님의 재가제자로 무염(無染)이라는 법명까지 받았고, <조선에서 온 붉은 승려>, <소설 무소유> 등으로 유명한 정찬주 작가가 쓴 <불국기행> 표지에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글이다. 깨달음이 있는 여행이란 순례와 답사의 여행이다. 불교의 유적을 찾아서 떠나는 여정으로 불교 성지를 순례하고 답사하는 셈이다.

 

  경로가 참 특이하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인 부탄에서 시작하는 여행경로는 최근 대지진으로 울고 있는 네팔을 거쳐 남인도와 스리랑카를 지나 중국 오대산에서 끝을 맺는다. 게다가 내가 처음 접하는 곳이 많이 포함되었다. 물론 여정에 있는 세계문화유산은 당연히 거친다.

 

 

 


  책은 들자마자 술술 넘어간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사전지식이 있고 없고는 해외여행에서 차이가 크다. 특이 해당 지역의 역사적인 사실이나 문화적인 배경 등을 알면 어떤 유적이든지 보이는 것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이 책에 몰입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이런 점이다. 말하자면 해당 지역을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길잡이가 될 정도로 유익한 내용이다.


  부탄에 대해서는 그냥 막연히 행복한 나라라는 것밖에는 몰랐는데 이 책을 통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문화와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배낭족 입국을 불허하고, 관광객의 숫자도 매년 몇천 명으로 제한한다. 국토의 60% 이상을 산림으로 유지해야 하는 것이 헌법에 명기되어 있다. 게다가 교육비와 의료비가 무료다. 의사가 공무원이라는 말이다. 월급만 가지고 생활이 되기 때문에 쓸데없이 돈벌이에 관심 두는 의사가 없단다. 교육비의 경우 외국 유학을 가도 국가가 책임진다고 하니 정말 행복하지 않을 수가 없다.


  네팔 사람의 종교는 힌두교와 불교인데 우리가 볼 때 좀 애매하다. 힌두교의 삶을 살면서도 부처를 믿는다는 사람이 많다. 불교가 힌두교에서 나왔다고 하지만 종교분쟁이 없는 것을 보면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그것은 바로 살아있는 신 쿠마리 때문이다. 쿠마리는 산스크리트어로 처녀라는 말로, 아버지가 석가족이어야 하고 어머니는 반드시 힌두교도여야 한다. 재미있는 것은 쿠마리 신은 임기가 있다는 사실, 초경이 시작되면 다음 쿠마리에게 신의 지위를 물려줘야 한다.


스투파에는 우주의 구성 요소인 지수화풍이 형상화되어 있고, 티베트 신자들은 스투파를 거대한 탑이라 하여 초르텐 쳄포Chorten Chempo라고 부르고 있다. 오체투지를 하거나 '옴[우주] 마니[지혜] 밧메[자비] [마음]'을 외며 마니차를 돌리는 그들을 보니 '신심이 성지'라는 성철스님의 말씀이 가슴을 친다. -90~92p


  유난히 흥미를 유발하는 곳이 있었다. 남인도 발란카니라는 곳인데, 옛 지명이 ‘부르그네’다. 우리말 ‘붉은 해’와 유사하다. 작가의 설명에 따르면 <삼국유사>에 나오는 박혁거세 이름이 '혁거세赫居世' 또는 '불구내弗矩內'라고 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박혁거세와 박혁거세를 왕으로 추대한 신라 6촌장 모두 남인도 타밀인이었을 것이라는 작가의 추측은 사실일 것이라는 강한 확신이 섰다. 가야국에 온 허황후와 관련된 내용도 마찬가지다.

 

 

 

 


  감명받은 부분은 부탄 푸나카종 사원 보리수 그늘 아래 무희가 춤을 추는 장면이다. 가진 것이 없어 자신이 선물할 것은 춤뿐이다. 춤으로라도 ‘하늘궁전’에 바치는 그녀를 보며 세속에 찌들어 물질적인 것만 찾는 종교들이 더 많은 우리의 현실이 부끄럽기만 하다.


 

 

 


  해당 지역을 여행할 계획을 세운 분들께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앞서도 밝혔듯이 이 책은 여행 안내서가 될 자격을 충분히 갖추었다. 해당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지 않고 가면 많은 부분을 놓치고 말 것 같아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몸과 마음을 살리는 행복공간, 라운징
이상현 지음 / 프런티어 / 201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부분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공간을 가지고 싶어 한다. 그곳이 방과 같은 개인만의 공간일 수도 있고, 여러 명이 공유하는 곳에서 나만의 영역을 확보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공간을 필요하게 하는 이유는 아마도 휴식 때문이 아닐까!

 

  

  사람들이 가지는 불만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건축학자 이상현 교수의 <라운징>이라는 책에 따르면 네 가지란다. 그것은 주인공이 못 되는 것, ‘또 다른 나’를 경험해보지 못하는 것, 프라이버시가 부족한 것, 그리고 공동체 의식이 부족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불만을 해소하는 방법이 있단다. 바로 ‘놀이’다. 놀이는 주인공이 될 수도 있고, 서로의 역할을 바꿀 수도 있어 ‘또 다른 나’를 경험할 수도 있으며, 여럿이 어울리다 보면 집단 프라이버시와 공동체 의식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육체적인 피로는 놀이보다는 휴식이 필요한 법이다. 그래서 라운징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책에 따르면 라운징Lounging은 함께 있되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심리적 거리를 확보하여 몸과 마음을 가볍게 쉬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런 공간이나 영역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지를 같이 고민한다.

 

 

 

  책은 크게 두 파트로 나눴다. ‘휴休’를 위한 공간의 비밀과 라운징을 할 수 있는 장소를 찾는 공간으로 말이다.

 

 

  저자는 건축을 영역과 통로를 통해 사람을 머무르거나 이동하게 하는 공간을 만드는 작업이라고 정의한다. 하나의 공간이 영역이 되려면 경계가 필요한 것 역시 당연한 사실. 경계는 벽에서부터 바닥에 그려진 패턴과 같은 상징적인 표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물론 완전히 접근을 차단하는 경우도 있고 시각이나 청각은 허용하는 경우도 있다.

 

  저자는 라운징 공간으로 카페, 도서관 서고, 공원, 박물관, 공항 등 다양한 장소를 추천한다. 물론 거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가령 도서관 서고의 경우 이용자가 거의 없어 공간의 지배자가 됨은 물론 공부한다는 훌륭한 명분도 준다는 이유다. 타인의 시선을 벗을 수 있음은 물론이거니와, 설사 여럿이 있다 하더라도 옮길 수 있는 캐럴이 있어 충분하다는 것이다.

 

 

  책에는 제4공간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제1공간이 집이고 제2공간이 직장이라면 제3공간은 일상에서 탈출하는 카페나 미술관, 극장 등이 된다. 제3공간은 라운징 하기는 참 좋은데 돈과 시간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저자가 권하는 공간은 제4공간이다. 바로 사이버공간을 말한다.

 

  책에 따르면 현대인을 위한 여가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인데 잘 활용하지 못하면 무용한 시간이 될 수도 있다는 경고를 아끼지 않는다. 만약 여가 시간이 한 달이 주어진다면 무료함을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이 한둘은 아닐 것이다.

 

  책 속에서 재미있는 부분을 발견했다.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이다. 대통령이 되어 청와대 브리핑룸에 서는 영광을 얻을 수 있는 자리가 있단다. 인증사진을 찍기 위해 방문해야 할 장소에 추가했다.

 

 

  어떤 장소를 가든 라운징을 할 수 있는 공간은 있을 것이다. 다만 나만의 라운징 공간을 찾기가 좀 어려울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몸과 마음을 쉴 수 있는 공간 라운징, 앞으로 나만의 라운징 공간을 많이 확보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를 위로하는 그림 - 나와 온전히 마주하는 그림 한 점의 일상
우지현 지음 / 책이있는풍경 / 201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살다보면 하루하루가 지옥 같이 느껴지는 때가 있다. 갑자기 사업이 망했다든지, 집안에 큰 사고가 났다든지, 일이 꼬이기 시작하면 꼭 가정에도 문제가 생긴다. 게다가 주위에 있는 사람들조차도 점점 멀어지는 느낌이 들고, 급기야 세상에 혼자만 남았다는 고독감과 절망감에 휩싸인다. 삶에 고통스러운 사건은 한꺼번에 몰려오는 법이다. 그래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을 평소 준비해 두어야 한다.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도 있고, 무작정 걷고 뛰거나 고소한 차 향기를 맡으면서 불안정해진 마음을 다독일 수도 있다. 그런데 조금 색다른 방법이 있다. 우지현 작가가 쓴 그림에세이 <나를 위로하는 그림>과 같이 마주하는 한 장의 그림을 통해 자신을 스스로 위로하는 방법이다.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구분했다. 그림 속 모델의 평범한 일상, 사람과 사람의 관계, 여행을 떠나는 여정에서 느꼈던 감정, 그리고 다시 자신으로 돌아오는 주체적인 삶. 그래서 일상과 관계, 여행과 삶이 각 부분의 소주제가 되었고, 각 주제에 19세기에서 20세기에 걸쳐 발표된 작품 열 점씩을 배치했다.

 

 

  작가가 책을 통해 던지는 메시지는 결국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주위에서 따뜻한 관심으로 지켜봐 주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훨씬 나을 것임은 분명하다. 대신 자신이 살아오면서 느꼈던 것들을 담담하게 표현하면서 누구나 그렇게 극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그래서 이 책에 나오는 그림들은 작가가 그런 자신의 내면을 발견하게 된 동기에 불과하다. 그것도 자신만의 독특한 그림에 대한 해설을 곁들여 말이다.

 

 

  책 속에는 해당 화가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소개해 좋았고, 그림을 묘사하는 부분은 흡사 작가가 화가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세밀한 묘사가 돋보인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부분은 핑크색이 원래부터 여자를 상징하는 색이 아니라는 부분이었다. 1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만 해도 남자를 상징하는 색이었는데, 2차 세계대전 이후 상업적인 목적 때문에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남자가 핑크색 옷을 입고 있으면 좀 어색하지 않을까? 물론 저자의 말에 따르면 ‘원래 그런 것은 없다. 다만 길들여져 있을 뿐’이다.

 

 

  한 폭의 그림을 통해 화가가 말하고자 한 것과 내가 본 것이 같을 수는 없다. 화가 스스로가 밝히지 않는 한 정답이 있을 수가 없다. 어쩌면 보이는 것조차도 사실이 아닐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을 보지 않는다. 보고 싶은 것을 본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사실을 믿지 않는다. 믿고 싶은 사실을 믿는다. 그것이 불행인지 다행인지는 잘 모르겠다. -135p

 

  “나는 두 눈이 가린 채 지구 위에 앉아, 모든 현이 끊어지고 하나의 현만이 남아 있는 수금으로, 가능한 한 많은 소리를 내도록 노력하고 작은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그런 희망의 그림을 그리는 화가다.” -291p

 

 

  책에서 가장 큰 울림은 다음 구절이었다. 작가가 희망의 끈을 놓아버리고 싶을 때 조용히 되뇐다는 말은 다음과 같다.

 

  “절대 두 손 들지 마라. 기적이 일어나기 2초 전일 수도 있다.” -293p

 

 

  비운의 천재 화가 고흐가 그린 <두 여인과 사이프러스 나무>를 소개한 글 ‘흔들리는 것의 아름다움’ 말미에 작가가 한 말로 결론을 대체하고자 한다.

 

   바람 앞에 가차 없이 흔들리며 쓰러질 듯 위태로운 사이프러스 나무는 갖은 풍파에 시달리는 인간의 삶과 매우 닮았다. 그러나 흔들리기만 할 뿐 결코 부러지지 않는 모습에서 힘든 고난을 버티며 살아가는 우리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한다. -287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