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는 그림 - 나와 온전히 마주하는 그림 한 점의 일상
우지현 지음 / 책이있는풍경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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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다보면 하루하루가 지옥 같이 느껴지는 때가 있다. 갑자기 사업이 망했다든지, 집안에 큰 사고가 났다든지, 일이 꼬이기 시작하면 꼭 가정에도 문제가 생긴다. 게다가 주위에 있는 사람들조차도 점점 멀어지는 느낌이 들고, 급기야 세상에 혼자만 남았다는 고독감과 절망감에 휩싸인다. 삶에 고통스러운 사건은 한꺼번에 몰려오는 법이다. 그래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을 평소 준비해 두어야 한다.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도 있고, 무작정 걷고 뛰거나 고소한 차 향기를 맡으면서 불안정해진 마음을 다독일 수도 있다. 그런데 조금 색다른 방법이 있다. 우지현 작가가 쓴 그림에세이 <나를 위로하는 그림>과 같이 마주하는 한 장의 그림을 통해 자신을 스스로 위로하는 방법이다.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구분했다. 그림 속 모델의 평범한 일상, 사람과 사람의 관계, 여행을 떠나는 여정에서 느꼈던 감정, 그리고 다시 자신으로 돌아오는 주체적인 삶. 그래서 일상과 관계, 여행과 삶이 각 부분의 소주제가 되었고, 각 주제에 19세기에서 20세기에 걸쳐 발표된 작품 열 점씩을 배치했다.

 

 

  작가가 책을 통해 던지는 메시지는 결국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주위에서 따뜻한 관심으로 지켜봐 주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훨씬 나을 것임은 분명하다. 대신 자신이 살아오면서 느꼈던 것들을 담담하게 표현하면서 누구나 그렇게 극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그래서 이 책에 나오는 그림들은 작가가 그런 자신의 내면을 발견하게 된 동기에 불과하다. 그것도 자신만의 독특한 그림에 대한 해설을 곁들여 말이다.

 

 

  책 속에는 해당 화가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소개해 좋았고, 그림을 묘사하는 부분은 흡사 작가가 화가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세밀한 묘사가 돋보인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부분은 핑크색이 원래부터 여자를 상징하는 색이 아니라는 부분이었다. 1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만 해도 남자를 상징하는 색이었는데, 2차 세계대전 이후 상업적인 목적 때문에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남자가 핑크색 옷을 입고 있으면 좀 어색하지 않을까? 물론 저자의 말에 따르면 ‘원래 그런 것은 없다. 다만 길들여져 있을 뿐’이다.

 

 

  한 폭의 그림을 통해 화가가 말하고자 한 것과 내가 본 것이 같을 수는 없다. 화가 스스로가 밝히지 않는 한 정답이 있을 수가 없다. 어쩌면 보이는 것조차도 사실이 아닐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을 보지 않는다. 보고 싶은 것을 본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사실을 믿지 않는다. 믿고 싶은 사실을 믿는다. 그것이 불행인지 다행인지는 잘 모르겠다. -135p

 

  “나는 두 눈이 가린 채 지구 위에 앉아, 모든 현이 끊어지고 하나의 현만이 남아 있는 수금으로, 가능한 한 많은 소리를 내도록 노력하고 작은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그런 희망의 그림을 그리는 화가다.” -291p

 

 

  책에서 가장 큰 울림은 다음 구절이었다. 작가가 희망의 끈을 놓아버리고 싶을 때 조용히 되뇐다는 말은 다음과 같다.

 

  “절대 두 손 들지 마라. 기적이 일어나기 2초 전일 수도 있다.” -293p

 

 

  비운의 천재 화가 고흐가 그린 <두 여인과 사이프러스 나무>를 소개한 글 ‘흔들리는 것의 아름다움’ 말미에 작가가 한 말로 결론을 대체하고자 한다.

 

   바람 앞에 가차 없이 흔들리며 쓰러질 듯 위태로운 사이프러스 나무는 갖은 풍파에 시달리는 인간의 삶과 매우 닮았다. 그러나 흔들리기만 할 뿐 결코 부러지지 않는 모습에서 힘든 고난을 버티며 살아가는 우리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한다. -28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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