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국기행 - 깨달음이 있는 여행은 행복하다
정찬주 지음, 유동영.아일선 사진 / 작가정신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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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달음이 있는 여행은 행복하다.

 

  법정 스님의 재가제자로 무염(無染)이라는 법명까지 받았고, <조선에서 온 붉은 승려>, <소설 무소유> 등으로 유명한 정찬주 작가가 쓴 <불국기행> 표지에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글이다. 깨달음이 있는 여행이란 순례와 답사의 여행이다. 불교의 유적을 찾아서 떠나는 여정으로 불교 성지를 순례하고 답사하는 셈이다.

 

  경로가 참 특이하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인 부탄에서 시작하는 여행경로는 최근 대지진으로 울고 있는 네팔을 거쳐 남인도와 스리랑카를 지나 중국 오대산에서 끝을 맺는다. 게다가 내가 처음 접하는 곳이 많이 포함되었다. 물론 여정에 있는 세계문화유산은 당연히 거친다.

 

 

 


  책은 들자마자 술술 넘어간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사전지식이 있고 없고는 해외여행에서 차이가 크다. 특이 해당 지역의 역사적인 사실이나 문화적인 배경 등을 알면 어떤 유적이든지 보이는 것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이 책에 몰입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이런 점이다. 말하자면 해당 지역을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길잡이가 될 정도로 유익한 내용이다.


  부탄에 대해서는 그냥 막연히 행복한 나라라는 것밖에는 몰랐는데 이 책을 통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문화와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배낭족 입국을 불허하고, 관광객의 숫자도 매년 몇천 명으로 제한한다. 국토의 60% 이상을 산림으로 유지해야 하는 것이 헌법에 명기되어 있다. 게다가 교육비와 의료비가 무료다. 의사가 공무원이라는 말이다. 월급만 가지고 생활이 되기 때문에 쓸데없이 돈벌이에 관심 두는 의사가 없단다. 교육비의 경우 외국 유학을 가도 국가가 책임진다고 하니 정말 행복하지 않을 수가 없다.


  네팔 사람의 종교는 힌두교와 불교인데 우리가 볼 때 좀 애매하다. 힌두교의 삶을 살면서도 부처를 믿는다는 사람이 많다. 불교가 힌두교에서 나왔다고 하지만 종교분쟁이 없는 것을 보면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그것은 바로 살아있는 신 쿠마리 때문이다. 쿠마리는 산스크리트어로 처녀라는 말로, 아버지가 석가족이어야 하고 어머니는 반드시 힌두교도여야 한다. 재미있는 것은 쿠마리 신은 임기가 있다는 사실, 초경이 시작되면 다음 쿠마리에게 신의 지위를 물려줘야 한다.


스투파에는 우주의 구성 요소인 지수화풍이 형상화되어 있고, 티베트 신자들은 스투파를 거대한 탑이라 하여 초르텐 쳄포Chorten Chempo라고 부르고 있다. 오체투지를 하거나 '옴[우주] 마니[지혜] 밧메[자비] [마음]'을 외며 마니차를 돌리는 그들을 보니 '신심이 성지'라는 성철스님의 말씀이 가슴을 친다. -90~92p


  유난히 흥미를 유발하는 곳이 있었다. 남인도 발란카니라는 곳인데, 옛 지명이 ‘부르그네’다. 우리말 ‘붉은 해’와 유사하다. 작가의 설명에 따르면 <삼국유사>에 나오는 박혁거세 이름이 '혁거세赫居世' 또는 '불구내弗矩內'라고 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박혁거세와 박혁거세를 왕으로 추대한 신라 6촌장 모두 남인도 타밀인이었을 것이라는 작가의 추측은 사실일 것이라는 강한 확신이 섰다. 가야국에 온 허황후와 관련된 내용도 마찬가지다.

 

 

 

 


  감명받은 부분은 부탄 푸나카종 사원 보리수 그늘 아래 무희가 춤을 추는 장면이다. 가진 것이 없어 자신이 선물할 것은 춤뿐이다. 춤으로라도 ‘하늘궁전’에 바치는 그녀를 보며 세속에 찌들어 물질적인 것만 찾는 종교들이 더 많은 우리의 현실이 부끄럽기만 하다.


 

 

 


  해당 지역을 여행할 계획을 세운 분들께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앞서도 밝혔듯이 이 책은 여행 안내서가 될 자격을 충분히 갖추었다. 해당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지 않고 가면 많은 부분을 놓치고 말 것 같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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