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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노래는 어디서 왔을까
공선옥 지음 / 창비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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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무슨 일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게 시작되어 버린다. 아버지는 떠나야 하고, 소리를 듣지 못하는 엄마와 줄줄이 딸린 동생들을 책임져야 하는 정애가 남았다. 정애는 현실을 버텨내야 하기 때문에 노래를 부른다. 살아 있으니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엄마의 울부짖는 소리, 배고픈 동생들의 처절한 울음 소리, 정애의 몇 안되는 것들을 탐하는 사람들.... 그 속에서 정애는 살아가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자신마저 정신을 놓아버리면, 그렇게 되어 버리면 안 된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었다.

 

착한 줄 알았던 사람들이, 친구들이 뒤통수를 치고, 동생 순애가 동네사람에게 폭행을 당하여 죽고, 쌍둥이를 밴 엄마도, 일하러 갔던 아빠도..... 모두 죽어 나간다. 그 죽음 속에서 정애는 어쩌면 살아있다는 게, 먹는 것 외에 다른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버텨낸다. 이것이 전부라면 버텨낼 힘을 갖지 못할 테니까. 아름다운, 지금과는 다른 뭔가를 생각하며, 아플 때마다, 견뎌내려 할 때마다 말 대신 노래를 불렀다.

 

나는 내가 죽은 줄 알았으나 곧 죽지 않은 것을 알았다. 사람은 죽지 않으면 산다. 죽지 않았으면 살아야 한다.  -32

 

노래는 멀미 나고 인정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해 정답게 굴어야 할 때 내는 소리가 아닌가.

-32

 

1970년대 새마을 운동이 한참일 때 일어난 난리통에, 정애는 모든 것을 다 잃고, 버려지듯 1980년대의 광주로 간다. 콩나물 장사를 하기 위해, 먹고 살기 위해 그곳에 정착한다. 그러던 어느 날, 정애는 성폭행을 당하고, 반쯤 미쳐 지낸다. 노래를 부르면서, 어떤 아름다운 것들을 그리면서. 정애의 유일하면서도 따뜻한 친구였던 묘자도 광주에서 생활을 하기 시작한다. 자신의 엄마 가게에서 가게일을 도우며 살아간다. 아무것도 없었던 묘자는 아무것도 없는 남자를 따라 가 살림을 차리고, 아무것도 아닌 것에 행복을 느끼며 살아간다. 둘만 있으면 다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았던 시간들은 금세 사라져 가고, 모두가 미쳐간다. 그러던 어느 날, 묘자는 우연히 정애를 만나게 되고, 정애가 정신이 반쯤 나갔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묘자는 남편을 살해하고, 감옥살이를 시작한다.

 

여전히 정애는 뭔가를 빼앗기며, 노래를 부르며, 햇빛과 바람 속을 헤치며 살아가고 있던 어느 날, 정애는 어느 순간 사라지고 만다. 모두들 궁금해하지만 정애는 어디에나 있었고, 어디에도 없는 존재가 되었다. 바람이 있는 곳에, 소리가 있는 곳에, 햇빛이 있는 곳에 떠돌아다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묘자가 있는 감옥에도 정애는 종종 모습을 드러냈다.

 

한 개인, 정애라는 인물만 따로 떼놓고 보면 정애는 참 아름답고 강하고 멋진 여성이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주어진 환경을 묵묵히 받아들이며 어떻게든 뭔가를 하며 일궈내려고 노력을 한다. 하지만 친구라고 믿었던 사람은 돼지를 훔쳐 달아나고, 동네를 잘 돌봐야할 사람들은 정애를 호시탐탐 노리며 겁탈을 하고,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찾아간 광주에서는 수많은 폭력과 멸시 속에서 살아내야 했다. 아무리 제 자신이 강인하다 할지라도, 세상에 가격한 칼을 피할 길은 없었다. 때론 피투성이가 되었고, 때론 죽은 듯이 보였다. 그런 정애는 '노래'로, '소리'로 버텨냈다. 그러다 더이상 버틸 힘이 사라졌을 때, 정애는 빛 속으로, 바람 속으로, 공기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그것이 정애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을 것이다. 지금도 아마 대숲에 바람이 불면 어디선가 정애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을 것이다. 핏빛으로 물들었던 거리를, 피멍으로 물들었던 그 시절의 사람들의 가슴을 잊지 말아달라는 정애의 처절한 노래 소리가 아니었는지. 우리는 언제나 그 시간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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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당한 유언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배신당한 유언들 밀란 쿤데라 전집 12
밀란 쿤데라 지음, 김병욱 옮김 / 민음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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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 쿤데라의 소설만 접해본 나로서는 과연 그의 에세이는 어떤 이야기들을 담고 있을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총 9부로 구성된 이 에세이의 1부 '파뉘르주가 더는 웃기지 않는 날'을 읽었을 때는 정말 몇 번이고 앞으로 돌아가 읽고 또 읽기를 반복해야 했다. 소설처럼 이야기의 흐름이 있는 것이 아니라서 그가 무슨 의도로, 어떤 의미를 담으려고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했다. 그러면서 서서히 점차 책의 중반부로 접어들자 그제서야 조금씩 그가 말하는 일관된 세계로 빠져들 수 있었고, 과연 그가 거장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생각하는 유머란 이런 것이다.

 

유머란 이 세계의 도덕적 모호성을 드러내는, 그리고 인간이 얼마나 다른 사람을 심판할 수 없는 존재인지를 드러내는 신성한 빛이다. 유머란 인간사의 상대성에 대한 도취요, 확실한 건 없다는 확신에서 오는 기이한 즐거움이다. p.50

 

그가 사랑하는 작가 카프카의 '성'이라는 작품을 매개로 그가 생각하는 작품의 구성과 가치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지고, 소설이라는 예술 장르와 음악이라는 예술 장르가 얼마나 비슷해질 수 있는지(그 구성과 형식 그리고 역사에까지)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스트라빈스키에 이어 야나체크까지 이어진다. 하나의 음악 작품과 소설 작품을 전체적인 구성과 문장, 길이와 글자 수(음악의 경우에는 음 길이)로 세분화 시켜 설명하는 그의 분석은 어떤 장인 정신을 표방하는 느낌이 든다. 또한 시대별로 표현하는 예술, 절제하는 예술에 대한 차이와 비교를 쉽게 설명하며 보여준다. 필요할 때면 음표를 보여주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내가 이 책을 재미나게 읽기 시작한 것은 바로 5부 부터였다. 그게 쉽게 읽혀진 이유는 헤밍웨이의 유명한 단편 '흰 코끼리 같은 언덕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이었다. 이 책에서 많은 작품들이 나오지만 내가 읽은 작품들은 많지 않았다. 그런데 헤밍웨이의 이 작품은 내가 재미나게 읽었고, 나도 아리송하게 생각한 부분들이 많았다. 도대체 '그 사건'이 무엇이길래 남녀가 이런 대화를 나누는가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는데, 그것은 '낙태'에 대한 이야기였고, 어쩌면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 '어떤'(모든) 대화이기도 했다. 쿤데라의 상상력은 여기서 여실히 보여준다. 단편을 읽을 때에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명쾌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내가 생각지도 못한 부분, 그것은 바로 모호함 속에서 뻗어나가는 상상의 방식이었다. 우리는 보편적이고도 구체적인 혹은 추상적인 이 대화들을 읽어 내려가며 각 상황에 맞게 이야기를 꾸며낼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명확하게 헤밍웨이가 무엇을 의미하며 써내려 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작품을 보고 느끼며 상상하는 것은 각 독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결론이 모호했던 많은 단편들, 짧기 때문에 표현해낼 수 있었던 애매함들을 이제야 나는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가야 할지에 대한 해답을 찾은 듯 했다.

 

 

쿤데라는 좋아하는 작가(작품)와 작곡가(음악)들을 끊임없이 비교하고, 끊임없이 분석하며 그들의 본질을 파악해내려고 한다. 또한 주변의 많은 이들이 그들의 본질을 흐트려 놓고, 그들이 주장하려고 했던 것들에 반하는 작품 해석에 대한 애석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들이 흩뿌려 놓은 유언들은 이미 이 세상의 것이 아니었고, 더이상 남아 있는 자들이 받아들이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유언이라는 것은, 죽은 뒤에 남겨진 것이라는 것은 더이상 살아있는 자들에게 관심의 대상아 아닌 것이다. 그 '배신 당한 유언들'을 펼쳐 보임으로써 끊임없이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는 쿤데라를 통해, 우리는 다시 한 번 그가 마련해 놓은 작품의 세계 속으로 푸욱 들어가게 만든다. 그것은 '느린 독서' 그러니까 두 번, 세 번을 통한 독서를 통해 그 본질을 꿰뚫을 수 있을 거라고 말을 한다. 단 한 번의 것으로는 쿤데라의 에세이조차도 그의 뜻에 반하는 결과를 내놓을 거라는 예언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므로 나는 이 책을 읽고, 당신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배신 당한 유언들'을 앍고 싶은가. 그렇다면 재독을 권한다.

끊임없는 재독만이 당신이 진짜 알고 싶은 작품에 대한 본질을 알게 해줄 것이다.

쿤데라의 성찰 속으로 빠져 들어 보자!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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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셋파크]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선셋 파크
폴 오스터 지음, 송은주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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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으로부터의 긍정이란 어디서부터 샘솟는 것일까. 책을 읽는 내내, 그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버려진 물건들을 찍는 마일스 헬러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선셋파크'라는 공간에서 함께 살게 된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각기 다르지만 뭔가 하나쯤은 헐빈한 느낌의 젊은이들. 그들의 조합은 꽤나 훌륭해 보였다. 거기다 각 장마다 달라지는 시선으로 그들의 생각을 꿰뚫어 볼 수 있는 구성 방식을 취했고, 마지막 장에는 모두의 이야기로 마무리 된다.

 

마일스는 스물 한 살에 집을 나왔다. 자신의 의붓형인 보비와 말다툼을 하다 사고로 죽어버리는 순간, 그는 그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결정적으로 부모님이 다투는 소리를 듣다가, 자신이 사라지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처럼 여겨져 집을 나온다. 약 7년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대학 중퇴자, 무기력함, 삶의 무의미함.... 그러한 기운들로 둘러싸인 그에게 삶의 빛이 흘러 들어온다. 그것은 바로, '필라'를 만난 것. 필라는 어린 소녀로 '위대한 개츠비'를 읽고 있었고, 마일스는 그녀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그들은 그렇게 사랑에 빠지지만 필라의 언니는 미성년인 필라와 사귀는 마일스에게 부당한 요구들을 하고,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인 '선셋파크'로 향하게 된다.

 

과거의 자신과의 유일한 끈인 '빙 네이선'은 마일스의 친구이다. 그는 마일스에게 '선셋파크'로 올 것을 권유하고, 그들은 불법적으로 비워진 집에서 함께 생활하게 된다. 앨리스와 엘렌도 그들과 합류하게 된다. 그들은 각자 가장 독립적이면서도 합리적으로 공동체 생활을 해나간다. 각자 맡은 집안일을 하고, 함께 식사를 하고, 그 외의 시간들은 혼자만의 시간들로 채우면서. 남자친구와 헤어질 것을 고민하는 앨리스는 이제 더이상 미래를 꿈꿀 수 없다는 걸 알게 된다. 여자친구와 헤어진 빙은 실은 오래전부터 마일스를 사랑으로 좋아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기도 한다.

 

마일스의 삶은 필라라는 존재로 인해 완전히 탈바꿈해가고 있었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고, 온전히 자신의 마음의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는 것을 그런 것을 의미했다. 오로지 자신의 생을 유지하는 것에만 쏟았다면 이제는 필라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원조를 해주는 역할을 기꺼이 자처한 것이다. 마치 그것이 자신의 삶의 목표인 것처럼.

 

빙 네이선은 7년 반이라는 시간동안 마일스와 편지를 주고 받은 모든 내용들을 그들의 부모님께 전달했다. 그들의 부모님은 모든 것을 알고 있었지만 선뜻 그를 찾으러 가지 않았다. 물론 그의 아버지인 모리스는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 다니며 지켜보고 있었지만 그가 자신의 앞에 나타날때까지 기다렸다. 꼭 그런 날이 오리라 믿었다. 그리고 그날이 찾아왔다. 때가 왔다고 생각했을 때, 마일스는 모리스에게 연락했고, 부재중이란 응답을 받게 되어 자신의 생모인 메리-리를 먼저 만나게 된다. 배우로 살고 있는, 마일스가 태어난 지 6개월만에 마일스를 버리고, 자신의 삶을 찾아간 여자, 메리-리.

 

그러던 어느 날, 선셋파크에서 나가달라는 통보 편지가 오기 시작하고, 경찰들이 들이닥치고, 쫓기는 신세가 된다. 불법 침입자이자 무단 거주자인 그들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빙 네이선은 경찰들에게 저항을 하다가 경찰서에 붙잡이고, 마일스는 피해 있다가 아버지를 만나게 된다. 다시 무언가를 시작하기엔 너무 늦은 게 아닐까? 모든 게 끝장 나는 건 아닐까? 이런 생각들로 가득한 그는 온통 도망갈 생각 뿐이다. 하지만 아버지는 자수하라고, 뭐든 새로 시작하면 된다는 이야기를 남긴다.

 

미래가 없을 때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는 것이 가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지금부터 어떤 것에도 희망을 갖지 말고 지금 이 순간, 이 스쳐 지나가는 순간, 지금 여기 있지만 곧 사라지는 순간, 영원히 사라져 버리는 지금만을 위해 살자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p.328

 

마일스는 그 순간, 자신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지난 7년 반 간의 시간들, 버려진 물건들의 사진을 찍었던 자신의 손, 그리고 아버지와 필라, 자신의 생모와 키워준 윌라를 실망시키게 될 거란 생각들. 하지만 동시에 희망도 함께 찾아왔다. 삶을 긍정하게 되는 힘, 그것은 누군가를 사랑하듯 자신을 사랑하며 도망다니는 것이 아니라 맞닥뜨리는 것이라는 알게 된 것 같은 그런 상쾌한 느낌의 희망이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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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불빛의 서점 - 서점에서 인생의 모든 것을 배운 한 남자의 이야기
루이스 버즈비 지음, 정신아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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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인생의 모든 것을 배운 한 남자의 이야기_

                                                루이스 버즈비, <노란 불빛의 서점>  



#1. 은은한 조명, 나만의 공간, 책이라는 보물이 있는 곳_ 서점

 

 마지막 책장을 덮자, 내가 가보지 못한 세계 유수의 서점들이 내 마음에 안착했다. 그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제 몫을 한 책이었다. 집안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도 난 반고흐가 그린 '밤의 까페테라스'에 앉아 노란 조명 아래, 뜨거운 커피 한 잔과 함께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소설을 읽으며 밑줄을 긋고 있는 내 자신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또한 처음 가본 아기자기한 거리에서 문득 발견한 서점으로 들어가 빽빽하게 들어찬 책들 사이에서 책 한권 뽑아들다 그 빈 공간 사이로 마주친 누군가의 시선에 놀라 살짝 미소 짓기도 했으며 금서가 되어버린, 누군가 슬쩍 놓고 간 책 한권을 구석자리에 앉아 때론 긴장하고 때론 낄낄거리며 읽어내려가는 내가 상상 속의 공간에서 춤을 추고 유랑하고 있었다.

 

 제목만으로도 무한한 상상력과 감수성으로 우리를 이끄는 이 책, '노란 불빛의 서점'. 이 책은 가벼운 걸음으로 서점을 향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자신이 원하는 만큼 얼마든지 머물 수 있는 서점이라는 공간에서 자신의 모든 인생을 보냈던 버즈비는 때론 이웃집 아저씨처럼 때론 박학다식한 전문가처럼 우리에게 책에 대해 재미나게 혹은 진지하게 이야기를 건넨다. '느림'을 동반하는 '책'이라는 매개체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우리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어떤 색다른 세계로 초대하고 이끈다. 어느 순간 버즈비는 책을 미친 듯이 갈구하는 한 사람이 되어 있었고, 서점에서 책더미에 쌓여 일하는 직원이 되어 있었으며 책을 판매하며 유랑하는 외판원, 서점이라면 어떤 곳이든 가리지 않고 감탄하며 즐기는 서점 마니아가 되어 있었다.

 

 막연하게 나 또한 '서점'에서 일하는 것에 대한 동경을 품은 적이 있었다. 매일 새롭게 태어나는 책과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그곳에서 나누는 은밀한 대화들. 그것들이 있다면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여겼다. 하지만 내가 늘 약속 장소로 정해서 만났던 단골서점은 육체적 노동에 찌들린 청년과 불친절한 금전출납기의 직원, 밤늦도록 유리창 너머의 세계를 갈망하는 사람들의 눈빛이 있을 뿐이었다. 그건 나에게 좌절감을 안겨줬고, 어떠한 것도 경험해보지 않은 채 그저 서점을 들락거리는 고객으로 머물게 했을 뿐이었지만 버즈비는 40년 간 서점이란 공간에서 즐기고 맛보고 경험하고 분노하며 지냈으니 그는 행운아였다.

 

 

  

#2. 책은 결코 죽지도, 사라지지도 않는다

  버즈비는 책과 관련된 모든 것의 역사를 찬찬히 살펴가며 어떻게 책이 만들어지는지를 소상하게 설명하고 우리는 그 여행길에 초대한다.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새로 생겨난 전자책, 인터넷 쇼핑몰, DVD와 라디오, 텔레비전. 그 모든 것들이 종이책과 서점이 사라질 거란 끊이지 않는 예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서점 매출은 조금씩 늘어가고, 여전히 사람들은 종이책을 사본다. 그것은 우체통이 조금씩 사라져 가는 요즘 시대에 여전히 손글씨로 손편지를 쓰는 사람들이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생각이 든다. 디지털이 이 사회를 장악해도 여전히 아날로그를 그리워하며 사랑하는 사람이 있듯이. 종이의 각기 다른 질감, 책장을 넘길 때의 사각거림, 밑줄을 그을 때의 그 짜릿함, 펜을 쥐고 책 귀퉁이에 그림을 그리고 글을 적는 익숙한 손놀림. 우리가 아직도 그러한 것들을 사랑하기 때문이리라.

 

#3. 한 권의 책, 세상은 아주 서서히 변해간다. 영화, HELP

 

     

<스키터가 에이블린에게 백인 가정에서 일하는 유색인종 가정부의 입장에 대한 인터뷰를 권하고 있는 장면이다.>

 

"파트와란 제도는 독특하다. 합당한 이유만 있으면 책의 내용은 언제라도 삭제당하거나 정정될 수 있고, 금서로 묶이거나 불태워질 수도 있었다. 사정이나 어쨌든 간에, 작가와 출판인은 자기들이 출간한 저작물 때문에 추방당하거나 투옥될 수 있었다."(p.204)

 

 어느 나라건 어느 시기를 막론하고 금서에 대한 논란이 있어왔다. 비단 책 뿐만 아니라 노래나 영화 많은 예술 영역에서는 사회, 문화, 정치적인 입장에 따라 문학적, 예술적 가치가 있는 것들도 우리가 보거나 읽혀지기가 어려운 것들이 있었다. 한 권의 책이 우리에게 오기까지는 수많은 투쟁과 죽음을 통해 왔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되었다. 문득 인종차별의 이야기를 다룬 가정부 이야기 가 떠올랐다. 백인이지만 유색인종 가정부에 대한 차별 이야기를 인터뷰를 통해 책으로 담고 싶어했던 스키터와 백인 아이들을 누구보다도 잘 돌보지만 정작 자신의 아들을 하늘나라로 보내버린 흑인 가정부 '에이블린'. 그 둘의 만남으로 인해 라는 한 권의 책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피의 투쟁이 있었는지! 얼마나 많은 고통과 힘겨움과 눈물과 아픔을 견뎌야 했는지를 알게 해준 영화였다.

 

 왜 우리는 이토록 힘겨운 싸움을 견디면서 책을 만들고 또 책을 읽는가. 버즈비는 말한다. '책'을 통해 우리는 아주 서서히 변해가고 있다고. 느리지만 조금씩, 한 번에 한 발자국씩 그렇게 나아가고 있다고. 우리가 보고 즐기는 문화와 예술 영역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무수한 '책'과 '사람'의 힘으로 변해가는 것이다.

 

#4. 자본의 힘으로 등장한 대형서점은 작은 모퉁이 서점을 꿀꺽 삼켜 버리다.

                                                                             영화,You've got mail


 노란 불빛의 조명, 꽉 들어찬 책, 맛있는 빵과 함께 마실 와인. 모든 게 완벽해 보이는 그 순간! 서로에게 호감을 갖는 두 남녀. 그들은 책을 사랑하고, 서점을 사랑하고, 그 속의 소통을 즐긴다. 서점에는 그런 낭만이 있다. 같은 책을 두 사람이 함께 집어들게 되는 희열의 순간. 하지만 사랑이 시작되기도 전에 시련부터 찾아오게 되는 두 사람. 자본주의 사회에 소비자가 원하는 욕구를 정확하게 파악한 조 폭스. 어린 시절부터 책을 사랑하며 책과 하나되어 엄마가 물려주신 모퉁이 서점을 운영하는 케슬린 켈리. 거대한 폭스 서점에는 다양한 분야의 책들과 사람들이 오랫동안 머물 수 있는 쉼터 및 벤치, 찬찬히 책을 읽는데 분위기를 더해줄 향긋한 커피까지! 모든 것을 완벽하고 거대하게 만들어 놓았다. 얼마 간 홍보를 위해 할인정책과 맛있는 커피를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까지. 그 길 모퉁이에 있는 작은 모퉁이 서점은 서서히 대형서점으로 인해 몰락해간다. 어린이에 관한 서적이라면 뭐든 읽고 진정으로 책을 사랑했던 케슬리 켈리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었다. 버즈비는 이 책에서 수많은 서점들을 비교하고 구석구석 나라마다 서점이란 서점을 다 구경하고 다니면서 자본에 의해 잠식되어 가는 서점들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것이 좋다, 나쁘다를 떠나 중립적인 입장을 고수한다. 그것은 단지 서점들의 개성과 특성에 의해 살아 남거나 그렇지 않음을 보여줄 뿐이고 꼭 큰 서점이라서 해서 좋은 것도, 꼭 작은 서점이라 해서 나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난 이 대목에서 이 영화를 떠올리며 과연 두 서점이 모두 살아남는 길은 어떤 것이 있을까 고민해 보게 되었다.

 

 

#5. 지금 여기에, 이곳에서, 우리는 책과 소통한다

 

 너와 나를 연결해주는 통로. 환한 빛이 비춰진다. 조금씩 서로의 얼굴이 가까워지고 선명해진다. 살며시 손을 내민다. 감촉이 느껴진다. 부드럽다. 체온이 전해져 온다. 따뜻하다. 향긋한 냄새가 풍겨진다. 달콤하다.

 

 차갑고 단단하고 딱딱하고 어색하고 냉정한. 온기라고는, 감촉이라고는 느낄 수 없을 것 같은 'ON LINE'이라는 불빛 속에서 우리를 연결해주는 긴밀하고도 촘촘한 섬세하고도 친밀한 'OFF LINE'이라는 숨결을 느낀다. 그 고리를 엮고 있는 단단한 실타래, 그건 바로 '책'이라는 마법이 아닐까.

 

 단지 '종이'라는 가볍고 하얀 질감의 나무가 검정 혹은 푸른 잉크와 여러 색채의 물감을 만나 단단히 묶어 놓았을 뿐인데, 책은 그 이상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당신의 손길이, 당신의 발길이, 당신의 숨결이 그 속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당신의 생각이, 느낌이, 마음이 나에게 전해져 온다.

 

 

#6.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_ 당신과 연결된 그 고리를 붙잡는 것!

 

우리는 때때로 외롭다. 책을 읽고 서점을 가고, 맛있는 것을 먹고, 거리를 걸어도 때로는 사무치도록 외롭고 혼자라고 여긴다. 그럴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나의 마음을 단번에 이해해줄 한 사람의 말 한 마디, 따뜻한 위로 한 줌 그리고 꾸깃꾸깃한 종이에 정성스레 적어내려간 나의 마음을 읽어주는 한 줄의 문장. 그거면 충분하지 않을까.

 

"서점에서 우리는 타인 속에 홀로 서 있는 외톨이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그 타인들과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p.290)

 

#7.변화하는 너와 나 그리고 세상 속에서 우리가 알아두어야 할 것!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때, 잊혀지고 사라지고 버려지는 것들을 가슴 아프게 느낄 때, 부서지고 깨어져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었을 때, 우리는 '변화'를 맛보고 있는 것이리라.

 

 케슬린 켈리가 텅 빈 서점 안에서 엄마와 춤추던 추억을 떠올리며 사람들은 변화란 좋은 거라고 말하지만 중요한 건 내가 마음을 다친 것이라고 아프게 말했듯이, 우리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어루만져주는 일이 아닐까.버즈비가 느끼는 서점이란 공간, 그리고 그의 마음을 울리는 책. 그것은 아마 그에게 외로움을 달래주고 아름다운 것들을 기억하게 만드는, 그래서 자신의 삶이 이 정도면 괜찮다고 여기게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오늘도 버즈비처럼 서점을 일상처럼 드나드는 너와 나는 아주 천천히 아주 느리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 물들어 변화의 주체가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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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차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24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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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으로 가는 불수레란 뜻을 지닌 '화차'.

읽는 내내 무엇 때문에 이런 제목을 쓰게 되었을까, 궁금했다.

그리고 중간 지점을 넘어 거의 끝 무렵에 다가갈 때, 난 소름 돋도록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인간이 자신의 운명을 지닌다는 것, 그 굴레 속에서 살아간다는 건 때론 얼마나 잔인한 일인가.

 

결혼을 앞두고 갑작스레 약혼자가 사라졌다. 그녀 이름은 세키네 쇼코.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약혼자를 찾으러 나선 은행원인 가즈야는 먼 친척뻘인 형사 '혼마'에게 염치불구하고 그녀의 행방을 부탁하게 된다.

혼마는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녀가 세키네 쇼코가 아닌 세키네 쇼코로 위장한 '신조 교코'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사실을 안 순간부터 가즈야는 분노하고 더이상 책 속에서 등장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가 사랑한다고 믿고 있는 사람,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 걸까.

과연 안다, 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갑자기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사라지고 만다면

이제까지의 일상처럼 녹아 있던 이 삶이 모두 거짓처럼 꿈처럼 여겨지지 않을까.

과연 내가 이제까지 제대로 살아온 걸까, 하며 자신의 존재마저도 흔들리게 될 것 같은 기분.

아마 가즈야도 그런 기분이었을 것이다.

 

도대체, 사랑하는 사람까지도 저버리고 도망칠 수 밖에 없었던.

아니 정확히 얘기하자면 결혼을 결심한 사람에게까지 속여가며 자신의 신분을 감춰야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나는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언젠가 신조의 마음 속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거란 희망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

아마 혼마가 신조 교코를 수사해 나가면서 내면적 변화를 겪는 것들을 함께 느끼며 나 또한 동화되어 갔던 것이리라.

 

신조 교코는 첫눈에 봐도 미인이라 불릴 수 있는 아름다운 여성이었고,

어떤 일을 하든 꼼꼼하고 야무지게 하는 성격이었고,

누구보다도 이 사회에서 행복하게 잘 살아보고 싶은 사람이었으며,

사소한 것들을 보면서 감탄하며 아름답게 여기는 존재였다.

 

그런 신조 교코가 세키네 쇼코를 죽이고, 세키네의 이름을 훔치고 어쩌면 다른 누군가를 죽였을 가능성까지

충분히 염두해 두면서도 형사 혼마가 그녀를 미워할 수 없었던 것은... 우리 사회의 슬픈 한 단면을 보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최고봉이 이 사회에서 카드빚이라는 것을 아주 개인적인 문제로만 치부하는 현실.

아버지의 카드빚이 대물림되어 가족들은 흩어지고, 도망자의 삶을 살 수 밖에 없었던 신조 교코.

 

그저 평범하게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을 이루고 가끔은 맛있는 밥을 지어 먹고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살아가는 것.

그게 신조에게는 그토록 어려운 일이란 말인가.

아마 그녀 자신도 스스로에게 몇 번이고 물었을 것이다.

이 사소한 것이 내겐 그토록 어려운 일일까.

한 번쯤은 나도 누릴 수 있는 것 아닌가, 하고 말이다.

 

그런데 새로운 삶을 살고자 훔친 세키네 쇼코.

피하고자 했던 운명의 수레 앞에 벗어날 수 없는 굴레를 만난 신조 교코.

그 둘은 이상하게도 닮아 있었다. 벗어나려고 했던 카드빚, 그 대물림을 막고 싶어 아버지가 제발 죽었기만을 바랐던 그녀.

신조 교코가 훔친 세키네 쇼코의 삶도 그녀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마치 오이디푸스왕의 운명처럼. 피하고자 했던 운명은 결국엔 그렇게 찾아오고야 만다는 것.

 

이름과 삶을 훔쳤지만 끝내 자신을 버릴 수는 없었을 것이다.

또한 절대로 삶을 포기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신조 교코는 그런 면에서는 아주 강하고, 단단한 뿌리를 가진 여성이었다.

 

이혼 경력이 있는 신조 교코는 자신 때문에 남편의 부동산으로 매일같이 찾아오는 빚쟁이들 때문에

모든 것이 엉망이 되어 버리자 급기야 전남편과 도서관에서 예전 신문들을 뒤지며 그녀 아버지의 부고 소식을

혈안이 되어 찾게 되는데... 남편은 아버지가 죽길 바라는 신조 교코의 모습을 보며 '악마' 같다는 말을 뱉는다.

그 일 이후, 그들은 이혼하게 된다.

 

이 장면을 읽는데, 자꾸만 가슴이 두근거리고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만 같았다.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어느 순간 변해있다. 나를 사람이 아닌 벌레로 보는 느낌이다.

바로 앞에 앉아 있는 졸음이 가득찬 누군가, 공부를 하고 있는 누군가, 책을 찾고 있는 누군가, 시원한 공기를 만끽하고 있는

누군가. 그렇게 많은 누군가는 알지 못한다. 신조 교코의 삶을. 한 발짝도 되지 않는 거리에서 그렇게 멀고 먼 삶을 살아간다.

너무도 다른 시간을 살아간다. 얼마나 잔인한 일인가, 생각했다. 그 슬픔 속에서, 그 버림 속에서 신조 교코는 강해져야 했다.

다른 돌파구를 찾아야 했다. 감상에 젖어 있으면 안되었다. 그것이 자신을 이끄는 힘이었다. 처절하게 혼자라는 느낌. 그 느낌 속에 빠져 있기 보다는 혼자 우뚝 서야만 했다. 새로운 삶을 향해 두손을 쫙 뻗고 힘차게 나아가야만 했다.

 

신조 교코의 첫 번째 대상 세키네 쇼코의 삶을 훔친 건 실패였다.

이제 다음 대상이 필요했다.

즉시 실행에 옮긴다.

마치 다시 태어난 것처럼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다.

슬픔 따위는 보이지도 않는 쓰레기통에 던져 버리고, 계획대로 나아간다.

그런 그녀를 지켜보는 혼마가 있다.

그렇게 이야기는 끝이 난다.

 

아마 더 많은 이야기들이 이어질 것이다.

신조 교코는 어떤 말을 하게 될까.

침묵을 지킬까, 울게 될까.

아니면 부정하게 될까.

어쩌면 전혀 상상하지 못한 말을 하여 우리를 놀라게 할 지도 모르겠다.

 

무서운 장면이 딱, 집어 있었던 건 아니지만

밤에 읽는 내내 혼자 무서움에 떨었던 책, 화차.

 

인간이 지닌 운명 앞에 소름 돋고, 극단적인 방법을 이용하면서도 자신의 단단한 내부는 지켜가는 신조 교코에게 놀랐고, 우리 사회의 부정적인 속살을 낱낱이 밝혀놓아 씁쓸했고, 겉으로 보이는 치장과 치명적인 자극, 지독한 유혹의 구렁텅이 그리고 빠져나올 수 없는 지옥의 나락... 을 순차적으로 지켜보며 가슴 아팠던 책, 화차.

 

어쨌든 굉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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