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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노래는 어디서 왔을까
공선옥 지음 / 창비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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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무슨 일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게 시작되어 버린다. 아버지는 떠나야 하고, 소리를 듣지 못하는 엄마와 줄줄이 딸린 동생들을 책임져야 하는 정애가 남았다. 정애는 현실을 버텨내야 하기 때문에 노래를 부른다. 살아 있으니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엄마의 울부짖는 소리, 배고픈 동생들의 처절한 울음 소리, 정애의 몇 안되는 것들을 탐하는 사람들.... 그 속에서 정애는 살아가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자신마저 정신을 놓아버리면, 그렇게 되어 버리면 안 된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었다.

 

착한 줄 알았던 사람들이, 친구들이 뒤통수를 치고, 동생 순애가 동네사람에게 폭행을 당하여 죽고, 쌍둥이를 밴 엄마도, 일하러 갔던 아빠도..... 모두 죽어 나간다. 그 죽음 속에서 정애는 어쩌면 살아있다는 게, 먹는 것 외에 다른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버텨낸다. 이것이 전부라면 버텨낼 힘을 갖지 못할 테니까. 아름다운, 지금과는 다른 뭔가를 생각하며, 아플 때마다, 견뎌내려 할 때마다 말 대신 노래를 불렀다.

 

나는 내가 죽은 줄 알았으나 곧 죽지 않은 것을 알았다. 사람은 죽지 않으면 산다. 죽지 않았으면 살아야 한다.  -32

 

노래는 멀미 나고 인정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해 정답게 굴어야 할 때 내는 소리가 아닌가.

-32

 

1970년대 새마을 운동이 한참일 때 일어난 난리통에, 정애는 모든 것을 다 잃고, 버려지듯 1980년대의 광주로 간다. 콩나물 장사를 하기 위해, 먹고 살기 위해 그곳에 정착한다. 그러던 어느 날, 정애는 성폭행을 당하고, 반쯤 미쳐 지낸다. 노래를 부르면서, 어떤 아름다운 것들을 그리면서. 정애의 유일하면서도 따뜻한 친구였던 묘자도 광주에서 생활을 하기 시작한다. 자신의 엄마 가게에서 가게일을 도우며 살아간다. 아무것도 없었던 묘자는 아무것도 없는 남자를 따라 가 살림을 차리고, 아무것도 아닌 것에 행복을 느끼며 살아간다. 둘만 있으면 다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았던 시간들은 금세 사라져 가고, 모두가 미쳐간다. 그러던 어느 날, 묘자는 우연히 정애를 만나게 되고, 정애가 정신이 반쯤 나갔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묘자는 남편을 살해하고, 감옥살이를 시작한다.

 

여전히 정애는 뭔가를 빼앗기며, 노래를 부르며, 햇빛과 바람 속을 헤치며 살아가고 있던 어느 날, 정애는 어느 순간 사라지고 만다. 모두들 궁금해하지만 정애는 어디에나 있었고, 어디에도 없는 존재가 되었다. 바람이 있는 곳에, 소리가 있는 곳에, 햇빛이 있는 곳에 떠돌아다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묘자가 있는 감옥에도 정애는 종종 모습을 드러냈다.

 

한 개인, 정애라는 인물만 따로 떼놓고 보면 정애는 참 아름답고 강하고 멋진 여성이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주어진 환경을 묵묵히 받아들이며 어떻게든 뭔가를 하며 일궈내려고 노력을 한다. 하지만 친구라고 믿었던 사람은 돼지를 훔쳐 달아나고, 동네를 잘 돌봐야할 사람들은 정애를 호시탐탐 노리며 겁탈을 하고,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찾아간 광주에서는 수많은 폭력과 멸시 속에서 살아내야 했다. 아무리 제 자신이 강인하다 할지라도, 세상에 가격한 칼을 피할 길은 없었다. 때론 피투성이가 되었고, 때론 죽은 듯이 보였다. 그런 정애는 '노래'로, '소리'로 버텨냈다. 그러다 더이상 버틸 힘이 사라졌을 때, 정애는 빛 속으로, 바람 속으로, 공기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그것이 정애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을 것이다. 지금도 아마 대숲에 바람이 불면 어디선가 정애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을 것이다. 핏빛으로 물들었던 거리를, 피멍으로 물들었던 그 시절의 사람들의 가슴을 잊지 말아달라는 정애의 처절한 노래 소리가 아니었는지. 우리는 언제나 그 시간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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