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이디 Q.E.D 16 - 증명종료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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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원제 - Q.E.D.證明終了

  작가 - 카토우 모토히로 (加藤元浩)

 

 

 

 

  『벚나무 아래서』에서는 토마와 가나의 관계에 아주 조금 진전이라고 해야 할지, 변화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룹 회장 딸인 학교 선배가 가나에게 토마와 무슨 관계냐고 묻자, 가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말로 설명할 수 없어요. 그거에는 아직 이름이 붙어있지 않으니까요.' 가나에게 우리나라 노래를 한 곡 소개해주고 싶다. '우정과 사랑 사이' 내가 보기에 둘의 관계는 그런 것 같은데 말이다.

 

  이번 편은 우연히 벚꽃놀이에 가서 옆에 앉게 된 어느 회사 직원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내용이다. 복사기에서 사라진 서류 한 장,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결혼반지. 토마의 추리를 보면서, 문득 사람이 하는 행동 중에 무의식적으로 하는 것이 어느 정도를 차지할까 궁금해졌다. 무의식적으로, 습관적으로 하는 것은 기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 틀을 벗어나면 당황하고 곤란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제 3자의 얘기를 들어보라는 말이 있는 것 같다. 나와 관련이 없는 사람이라면, 내가 무의식적으로나 습관적으로 하는 행동을 모른다. 그래서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은퇴를 앞둔 회사원이 아내에게 하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학생. 사회인. 남편. 아버지. 과장. 여러 가지 이름이 붙어 여러 가지 형태를 만들어 왔지. 그런데 이번에 퇴직을 맞아 그것들이 전부 사라져버린 느낌이 들었는데, 왠지 지금은 또 남은 뭔가가 있을 것 같아.' (p.95) 그래, 인간은 남이 자신을 봐주거나 불러주는 이름에 휘둘리는 경우가 많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을 정도니까. 하지만 그것들은 다 껍데기에 불과하다. 아니, 그것들이 모두 온전한 내 자신을 이루는 일부일 뿐이다. 그것을 인정하고 버리는 순간, 나 자신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죽은 자의 눈물』은 가정 폭력에 관한 에피소드였다. 의처증에 시달리던 여자가 사라졌다. 사람들은 가출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녀의 친구는 생각이 달랐다. 그녀가 사라지기 전에 남편에게 살해당할지도 모른다는 편지를 보냈기 때문이다. 마침 그 근처에 휴가를 즐기러 온 가나의 아버지와 가나 그리고 토마는 어쩌면 살해되었을지도 모르는 여인을 찾으러 나선다.

 

  그런데 여기서 토마가 아주 놀라운 행동을 한다. 평소의 그라면 전혀 하지 않을, 그런 짓이었다. 그 장면을 목격한 가나가 놀라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만화를 보는 나도 '헐, 얘가 왜?'라고 놀랐으니까. 문득 토마가 자신의 머리를 이용해서 살인을 저지르면 아무도 못 잡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누군가를 범인으로 몰아넣는다면, 그 사람은 제대로 된 반박도 못하고 그냥 잡혀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내 주변에 토마 같은 사람이 없어서 진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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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이디 Q.E.D 15 - 증명종료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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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원제 - Q.E.D.證明終了

  작가 - 카토우 모토히로 (加藤元浩)

 

 

 

  오랜만에 빌려 본 만화 Q.E.D. 시리즈이다. 여전히 주인공들은 고등학교에 다녔고, 둘 사이의 감정은 물 1리터에 소금 한 꼬집을 넣은 농도이다. 이 시리즈가 연애 물이었으면 벌써 고백하고 오해하고 울고 화해하길 반복했을 텐데, 추리물이니 뭐…….

 

  『유리의 방』은 12월 28일에 일어난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다. 왜 그런지 모르지만, 가나네 연말 대청소에 초대받은 토마. 물건 정리를 하다가 가나가 예전에 빌린 물건을 발견하는데, 토마가 해가 가기 전에 돌려줘야한다고 주장하여 집을 나선다. 그런데 친구 집을 찾아가니 가나의 아버지가 살인 사건을 조사하러 와있었다. 혼자 사시던 친구의 할아버지가 살해당한 것이다. 정황상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도시락을 가지고 갔던 친구의 엄마. 12월 31일, 해를 넘기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31일, 토마의 추리가 빛을 발하는데…….

 

  음, 트릭을 글로 보면 이해가 가는데 그림으로 보면 더 헷갈린다. 자세히 쓰면 스포가 될 것 같아서 자제하겠지만, 처음 봤을 때는 처음 컷과 해결 컷의 그림에서 방향이 바뀐 줄 알았다. 그런데 토마의 설명을 다시 읽어보고 그림을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과장되게 그린 것인지, 아니면 원래 그런 것이 존재하는지 모르겠다. 그림으로 다시 확인해보려고 하다가 머리만 아팠었다.

 

  이번 편에서 흥미를 끈 것은, 레코드판의 흠집에 우연히 새겨진 범인의 목소리였다. 비슷한 내용을 다룬 미국 드라마 'X -files'의 한 에피소드가 생각난다. 예수가 나자로를 살릴 때, 누군가 그 옆에서 토기를 빚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아주 우연히 그 토기의 홈에 예수의 음성이 녹음이 되었고, '나자로의 사발'이라 불리는 그 그릇을 사용하면 죽은 자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기술이 불완전해서 완벽하게 인간으로 부활하는 건 아니지만……. 아, 그러고 보니 미국 드라마 'CSI'에서도 비슷한 소재가 나왔었다. 하지만 'X -files'이 더 재미있었던 기억이다.

 

  아, 갑자기 'X -files'이 보고 싶어진다.

 

  『데데킨트의 절단』은, 하아……. 사건은 그리 어렵지 않고, 씁쓸함을 남기는 에피소드였다. 하지만 저 '데데킨트의 절단'이라는 말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머리가 멍해졌다. 하얀 건 종이고, 검은 건 그림과 글자였다. 로키의 이야기를 듣는 멍한 가나의 표정과 내 표정이 별로 다르지 않았다.

 

  경쟁 사회가, 사람 피 말리게 한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그건 동기 선후배를 떠나서 사제지간에도 해당이 되는 것이었다. 경쟁은 발전을 위한 좋은 발판이 될 수도 있지만, 질투를 불러일으키고 더 나아가 상대를 짓밟아야 자신이 산다는 생각마저 들 게 할 때가 있다. 또한 누군가 나를 추월하지 않을까하는 불안감마저 생겨난다.

 

  이번 에피소드는 그런 불안감과 질투가 빚어낸 안타까운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경쟁을 아예 안 할 수는 없으니까, 앞으로 계속 만화와 비슷한 사람들이 나타날 수 있다는 걸 생각하니 마음이 답답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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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 - 박규택

  출연 - 정유미, 연우진, 송재림, 정시연

 

 

 

  20년 전 일어난 사고로 폐쇄된 탄광. 그곳을 리조트로 만들려는 사장의 아들과 딸이 친구들을 데리고 놀러온다. 아직 완공이 되지 않았지만, 소수가 놀기에는 그럭저럭 괜찮은 모양이다. 그런데 한 노인이 그들의 주위를 맴돌면서, 그곳을 떠나라고 불길한 말을 내뱉는다. 처음에는 무시했지만, 급기야는 다툼이 생겨 아들과 그 친구들이 노인을 죽게 만든다. 시체를 숨기기 위해 폐광으로 들어간 일행의 앞에 기이한 일들이 일어나는데…….

 

  영화는 무척 낯익다. 처음 보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처음 보는 건데 너무도 익숙한 향기가 났다.

 

  우선 젠슨 애클스가 주연을 맡았던 ‘블러디 발렌타인 My Bloody Valentine 3-D , 2008’이 연상되고, 사고로 죽인 시체를 버리는 건 ‘나는 네가 지난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I Know What You Did Last Summer, 1997’이 떠올랐다. 그리고 낡은 화장실에서 헛것을 보고 그러는 건 다른 많은 영화에서 다루었고. 거기에 휴양지에 놀러온 젊은 남녀 한 무리라는 흔한 소재까지 있으니, 당연히 영화는 공식대로 진행된다. 젊은 남녀들이 나대다가 하나둘씩 처참하게 살해당하는 것이다. 그리고 비밀을 가진 여주인공에, 20년 전 갱도가 무너진 사고로 죽은 원혼의 짓일 수도 있다는 떡밥과 사장에게 복수의 칼날을 품고 있을 것 같은 인물도 등장한다.

 

  그러니까 확 몰입하게 하는 요소도 없었고, 추측하는 재미도 없고, 깜짝 놀라는 장면도 별로 없었다. 이런, 네 가지가 없는 게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제주도도 아니면서 3무(3無)인 영화라서 화가 난다고 해야 할까?

 

  아니, 긍정적으로 보자. 없는 걸 찾지 말고, 있는 걸 생각해보자. 음, 신파조의 눈물을 자아내려고 애쓰는 뜬금없는 마무리가 있었고, 클럽 파티에 왔던 많은 사람들이 도대체 어디로 갔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았고, 이도저도 아닌 어정쩡함이 있었다. 오, 있는 것도 세 개나 된다!

 

  사람이 위기에 처해봐야 인품을 알 수 있다는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는 영화였다. 사장 아들로 나오는 애가 있는데, 이 여자 저 여자 집적댄다. 겉으로는 여자 친구밖에 모르는 척 하지만, 나중에 사건이 커지자 여자 친구고 뭐고 내버린다. 나쁜 놈. 하긴 그 애비도 그렇게 인성이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 20년 전 사고 때, 보상비만 늘어난다고 생매장당한 광부들의 구출을 중지한 놈이었다. 그 아비에 그 자식이 맞는 말이겠다.

 

  그나저나 아, 내 돈 4천원. 그 돈이면 맥주가 한 캔인데. 맥주는 먹으면 86분 동안 기분이 좋아지고, 애인님한테 애교 부려서 쓰다듬과 귀염을 받기라도 하지. 이 영화는 86분 동안 한숨 쉬면서 보다가, 이런 재미없는 영화 보자고 조른 게 미안해서 애인님 눈치만 보게 된다.

 

  포스터는 여름 배경인 것처럼 노출을 했는데, 정작 영화는 겨울이라 옷을 꽁꽁 껴입고 다닌다. 속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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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여신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72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강호걸 옮김 / 해문출판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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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Nemesis, 1971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언제나 말하는 거지만, 한 작가의 전집이 출판된다면 아무래도 연도별로 나오는 것이 제일 좋다. 왜냐하면 앞서 나왔던 인물들이 나중에 또 나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7년 전에 나온 '카리브해의 비밀 A Caribbean Mystery, 1964'에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출판사에서 내놓은 순서는 뒤에 나온 이 책이 먼저이다.

 

  카리브 해에서 알게 된 부호 래필이 죽으면서 미스 마플에게 약간의 유산과 부탁을 남긴다. 그녀 특유의 악을 감지하고 사건을 재구성하는 능력으로 사건 하나를 재조사해달라는 것이었다. 그 첫 번째 단계가 버스 투어를 떠나는 것이다. 래필이 남긴 여러 가지 조각을 따라가면서 점차 사건의 윤곽을 알아가는 미스 마플. 그와 동시에 여행객 중의 한 명이 죽음을 당한다. 과연 아리따운 베리티를 죽인 것은 마이클인가 아니면 다른 사람인가? 그녀는 왜 살해당해야했는가?

 

  책에서 베리티가 죽은 이유는 사랑 때문이었다고, 사랑은 가장 무서운 말이라고 얘기하는 장면이 있다. 연인인 마이클이 아니라면 도대체 누구일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계속 읽어나갔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베리티를 죽인 것은 사랑이 맞았다. 처음에는 순수하고 다정했던 사랑이 집착과 질투를 동반하다가 증오로 변하면서 폭력적이 되었기 때문에 그녀는 죽은 것이다.

 

  그러면 사랑은 진짜로 변하는 것일까? 어쩌면 사람이 변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사랑은 그대로 있는데, 사람이 욕심을 부리면서 모든 것이 엉망이 되는 것이다. 처음의 순수한 사랑에 욕심이 덧붙여지면서 질척거리는 욕망을 뒤집어쓰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사랑이 변했다고 보이는 걸지도. 욕망을 벗어버리면 처음의 사랑이 보일 텐데, 그 당시에는 그걸 제대로 알 수가 없나보다. 하긴 마음을 비운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제 3자의 입장이라면 훤히 보이지만, 당사자가 되면 눈에 뵈는 게 없어지는 게 사랑이니까.

 

  어쩐지 예전에 미스 마플이 등장했던 '화요일 클럽의 살인사건 The Tuesday Club Murders, 1932'에서 나왔던 에피소드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작품인지 밝히면 안 될 것 같아서 더 이상은 생략하겠다. 성별이 다를 뿐, 범인의 정체와 살인의 동기가 꽤나 흡사했다. 단편을 장편으로 발전시킨 것일까? 크리스티의 작품 중에는 그런 경우가 꽤 있으니까, 그럴 법도 하다. 아, 제목인 '복수의 여신'은 래필이 미스 마플을 부르는 다른 이름이다. 처음에는 미심쩍어하던 사람들도 결국 사건이 해결된 다음, 그 별명이 제일 잘 어울린다고 동의한다.

 

  감기로 앓아누워있는 동안, 케이블 방송으로 BBC에서 만든 미스 마플 드라마를 세 개 보았다. 거기에 이 소설을 만든 편도 있었는데, 원작과 달랐다. 아무래도 부유한 집안의 망나니 아들과 청순가련한 고아 소녀의 사랑 얘기보다는 2차 대전 당시 독일군 비행기 조종사와 영국인 수녀 지망생의 사랑이 더 극적으로 보인다고 생각했나보다.

 

  하지만 모든 사랑은 극적이다. 그것이 이루어졌건 이루어지지 않았건, 밋밋하고 재미없는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타 발견!

 

  69페이지 맨 마지막 줄 '첫쨋날 끝.'이라는 말이 나온다. '첫째 날 끝'이 맞는 표현이다. 음, 설마 미스 마플은 오래 전에 교육을 받아서 바뀐 맞춤법에 약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일부러 고치지 않은 걸까? 원래 원서에도 틀리게 적혀있을까? 갑자기 이것저것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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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 - 할인행사
안병기 감독, 유지태 외 출연 / 프리미어 엔터테인먼트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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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 - 안병기

  출연 - 김규리, 최정윤, 하지원, 유준상

 

 

  영화가 나왔던 14년 전에는 어땠는지 잘 모르겠지만, 지금 보면 상당히 호화 캐스팅이다. 김규리를 비롯해서 하지원, 유준상에 유지태까지.

 

  서로 연락이 뜸해진 대학 친구들이 있다. 그 때는 ‘어 퓨 굿맨’이라는 모임을 만들어서 우정을 다졌지만, 모든 것이 달라졌다. 승승장구하며 잘 나가는 친구가 있는가하면, 나락으로 떨어진 사람도 있다. 모든 것은 2년 전에 있던, 모임 멤버 중의 하나였던 하지원의 자살 때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미국에서 돌아온 최정윤은 하지원의 유령이 자기들을 죽일 것이라 말한다. 이후 모임의 멤버들이 하나둘씩 이상한 죽음을 맞이한다. 사건의 진상을 추적하던 김규리는 2년 전 하지원의 자살에 엄청난 비밀이 숨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집착.

 

  이 영화는 이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다. 등장인물들 모두가 다 뭔가 하나씩 움켜쥐고 있었다. 그것을 놓치기 싫어서 발버둥을 치고, 살아남고자 싸웠다. 그 중에 사건의 원인이 된 것은 김규리에 대한 하지원의 집착이었고, 사건을 만든 것은 유지태를 향한 최정윤의 집착이었다. 음, 후자의 경우에는 집착이라기보다는 짝사랑이라고 봐야할까? 어떻게 보면 '내가 갖지 못한 걸 가진 네가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워'라는 감정이 바탕에 깔려있으니까……. 사랑을 빼앗긴 질투라고 봐야할 지, 내가 갖지 못하면 다른 사람도 안 된다는 집착인지 명확히 규정짓기 어렵다.

 

  그런데 김규리에 대한 하지원의 집착은,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릴 적에 한두 번 친절히 대해줬다는 이유만으로 죽어서까지 주위를 맴돌다니……. 게다가 자신을 방해하는 다른 사람들을 처참하게 죽이면서까지 그녀의 옆에 있고 싶어 한다. 이건 우정이나 사랑을 넘어선, 병 아닐까? 왜 그렇게까지 집착을 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았다. 애초부터 미친년이라서 그렇다고 보기에는, 살아생전 보여줬던 행동거지가 너무도 멀쩡했다. 막말로 미친년이 어떻게 대학교에 버젓이 입학을 할 수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그것도 대충 시험 성적으로 온 것이 아니라, 김규리가 다니는 대학으로 노리고 들어왔을 정도니까.

 

  뭔가 설명이 부족했다. 역순으로 생각해보면 그 점을 확실히 알 수 있다. 친구들을 기괴하게 죽이는 대상이 필요했고, 그 대상이 왜 그들을 죽이는지 이유가 있어야 했고, 그래서 그 대상이 왜 그런 일을 당해야했는지 상황까지는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는데, 마지막 하나가 부족했다. 왜 그 대상은 그들에게 접근했을까? 어린 시절의 인연 때문에? 어린 시절 자신의 잘못을 용서받기 위해서? 그게 제일 타당해보이지만, 영화에서는 그 부분에 대한 설명을 얼버무렸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이 좀 억지스러웠다. 굳이 그렇게까지 할 이유가 없었는데 말이다. 설마 자신이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집착일까? 어미 오리에 대한 새끼 오리의 각인도 아니고, 왜 그리 졸졸 따라다니는지 모르겠다. 그 부분에서 영화는 설득력을 잃었다.

 

  영화를 보면서 제일 황당하고 짜증이 난 부분은 최정윤이 하는 말이었다. 2년 전에 자기가 한 행동은 생각도 못하고, 김규리에게 말한다. '너만이라도 그 애를 용서했어야 했어. 한번이라도 그 애의 마음을 알아줬어야했다고' 와, 내가 김규리였다면 당장에 주먹을 날렸을 것이다. 어릴 적 친구라고 뒤처리까지 다 해줬더니, 사람을 아주 호구로 안다. 알아주긴 뭘 알아줘? 용서하긴 뭘? 왜 자기가 못한 용서와 이해를 남에게 강요하지? 내 참 어이가 없어서. 그래놓고 연약한 척, 상처받은 척 피해자 코스프레 하기는.

 

  영화는 다른 공포 영화나 소설에서 나왔던 여러 가지 상징이나 소품들이 잘 버무려져있었다. 검은 고양이나, 얼굴 없는 여인의 그림, 비닐이 드리워진 벽, 으슥한 다리 밑, 건물 옥상, 번개 치는 밤, 어두운 밤의 놀이터, 그리고 차 뒤에 숨은 검은 그림자 등등. 적절하게 튀어나오고 숨겨지고 그랬다. 하지만 공포와 광기에 휩싸인 연기를 하고 있다는 게 보이는 유준상의 연기나, 착한 척하는 것처럼 보이려는 김규리의 연기가 조금은 어색했다.

 

  그나저나 제발 귀신이 나올 것 같아서 무서우면, 불을 켜자. 왜 불도 안 키고 어두컴컴한 곳에서 비명이나 지르고 있는데? 없던 귀신도 나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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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은 너무 작다는 의견이 있어서 글자 크기를 11로 바꿔봤는데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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