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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부자들이 전쟁을 일으키면, 아무런 이유도 없이 개처럼 죽는 건 가난한 젊은이들이다.

(후버 + 사르트르 + 훼밍웨이)


http://www.huffingtonpost.kr/2015/08/24/story_n_8029570.html?utm_hp_ref=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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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 시간에 이러고 있냐면 이러고 있을 수 있는 게 이 시간뿐이기 때문이다.

24시간중에 온전히 내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게 몇 시간일까?

나는 자유의지를 의심하며
내게 주어진 시간들이 사실은 나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미리 그어진 타임라인 주변을 맴돌다 다시 이 시간에 도착하여 있음을 알고 있다.

잠시 후 잠들 것이다.

그러고 나면 이 시간을 갖기 위해 다시 24시간을 분투하여야만 한다.

나는 다시 되돌아 가고 싶은 시절이 없다.
되돌아 가서 제대로 돌려 놓아여 할 일 도 없고
설사 되돌려 놓는다고 해서 정말 좋아 질 것인지 확신도 없고
되돌아 간데도 지금 보다 확실히 더 좋은 시절도 없었고 
설사 더 좋은 시절이 있었다 해도 좋은 일 못지 않게 안 좋은 일도 많았고
무엇 보다도 되돌아 가면 언젠간 여기로 다시 와야 하니 말이다.
...
진정 되돌아 가고 싶지 않은 것은 그때 그 얼굴을 다시 대한다면 내 심장이 온전히 버텨내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제 정신으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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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벌레를 싫어한다.  벌레를 무서워 한다. 벌레와 마주치면 패닉에 빠진다.

나는 대부분의 벌레에 아무 관심이 없고 아무 반응도 하지 않는다.
옆에서 바퀴가 기어가든, 거미가 머리에 내려 앉든, 거대 사마귀가 옷에 들러 붙던 멀뚱멀뚱 보고만 있는다.

그녀와 마딱드려 그녀에게 공포감을 준 벌레들은 치명적으로 재수가 없다.
내가 처리해 주어야 하니 말이다.

벌레의 가슴 가운데쯤을 손끝으로 더듬어 신경절을 찾은 뒤 단번에 손톱으로 눌러 죽이는 테크닉은 열살때 생물선생에게 전수 받은 것이다.
풍뎅이류나 메뚜기, 매미, 바퀴처럼 덩치가 크고 끈질긴 놈들을 잠 재울때 유용하다.
생물선생은 표본에 손상이 가는 것을 싫어 해 클로로폼 대신 이렇게 하였다.
그러나 공개적으로 이 기술을 보이면 대개들 더 심한 패닉에 빠지는 경향이 있어 자제하고 살충제를 사용한다.

벌레를 죽이는 건 참 불편하다.
빨리 어디론가 사라져 주기를 바라지만 눈치 없는 벌레들은 결단코 현 위치를 사수하니 어쩔 수가 없다.
살충제에 샤워 당해 오랫동안 발버둥치며 다리가 오그라들며 검게 변색되면서 죽어 가는 걸 보는 것은 참 불편하다.
손톱을 사용하면 순간에 죽일 수가 있어 그나마 좀 덜 불편하여 남들에게 보이지 않으면 그렇게 한다.
무감정하게 간단히 처리해 버리니 잔혹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스트레스가 못한 게 아님은 잘 이해 되지 않을 것이다.

살아 있는 걸 죽인 다는 건, 내겐, 어디선가 깊숙한 곳에서 부터 거부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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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정부의 최악의 실정은 IMF로 몰고 간 것이라고들 하지만 

임기 막판에 가서 무더기로 사형을 집행 한 짓이야 말로 가장 악랄한 만행으로 여겨진다.


아마 같은 의견을 가졌을 것이라 생각되는 엠네스티의 활동에 전적인 지지를(주로 서명) 보내고 있다.

http://amnesty.or.kr/


최근에 서명한 탄원서는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 캠페인이었다.

http://amnesty.or.kr/ai-action/11134/


매우 아쉬운점은 도네이션이 액티브엑스에서만 된다는 것.

나는 액티브엑스를 사용하는 모든 홈페이지를 거부한다.


미치겠다. 아프가니스탄 지부에서도 액티브엑스 없이 할 수 있는 도네이션을 한국지부에서 할 수 없다니.

조만간 이 상황에서 벗어나 얼마 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하여간, 모든 엠네스티 활동에 지지를 보내고 있었는데, 당혹스런 사건이 발생했다.

한다 한다 하더니 드디어 공식발표가 올라 왔다.

https://www.amnesty.org/en/latest/news/2015/08/global-movement-votes-to-adopt-policy-to-protect-human-rights-of-sex-workers/


한국지부에도 번역본이 올라와 있다.

http://amnesty.or.kr/11646/


골자는 이건데,

The resolution recommends that Amnesty International develop a policy that supports the full decriminalization of all aspects of consensual sex work.

The policy will also call on states to ensure that sex workers enjoy full and equal legal protection from exploitation, trafficking and violence. 


원래의 내 주장은 무조건 반대였다.

그러다 내가 무조건 신뢰하는 분이, 그게 왜 나쁜가? 란 화두를 던지는 통에 심각히 재고중이어서 아무런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역시 신뢰하는 엠네스티측 공식 입장이 텍스트가 되어 줄 것 같다.

고정된 생각을 뒤엎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건 참 매력적인 자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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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짐승을 먹다

http://www.huffingtonpost.kr/chanil-park/story_b_7910222.html?utm_hp_ref=korea


할머니는 항상 불만 상태였다.

도시에 사는 아들이 데려 가지 않아서 였을 것이다.

할머니가 진정으로 기뻐하였다는 걸 알 수 있었던 사건은 딱 두번 있었다.

한번은 손자가 학교에 가자마자 글을 읽고 쓸 수 있게 된 때였고, 할머니는 평생 글을 배우지 못했다.

그리고 또 한번은 그 손자가 산 초엽에 있는 양계장까지 25K짜리 닭사료 푸대를 메고 가볍게 올라왔을때 였다.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이 있다는 걸 확실히 가르쳐 준 건 메멘토.

이해하기는 쉽다. 꺼버리면 없어지는게 단기기억, 파일로 만들어 두면 장기기억.

장기기억은 단백질 구조로 단단히 만들어 진다.

지워질 수가 없다. 연결고리가 끊어 질 수는 있지만.


기특한 손자는 산하나 너머 동네에 시집간 할머니 딸네집으로 종종 심부름을 갔다.

두개의 양동이를 양손에 하나씩 들고 갔으니 이걸 그냥 심부름이라고 부르기는 머하지만.

무겁기도 했지만 찌그러진 함석 뚜껑밑에 있는 것들이 산길에다 양동이를 내동댕이 치라고 격렬히 몰아대었다.

정리를 잘하는 할머니는 짤라 낸 다리와 모가지를 가지런히 갯수를 맞추어 양동이 맨 위에 올려 놓았지만,

길로틴에서 짤려 나간 머리가 데굴데굴 굴러 바구니 속으로 떨어져 들어 갔다는 이야기를 어디어디 소년잡지에서 줏어 읽은

손자에겐 고스란히 빙의가 되 버렸다.

깨진 틈으로 줄줄 새나오는 핏물에서 풍기는 역한 비릿내는 단백질 분자 결정체로 화석화 되어 시냅스 사이에 깊숙히 박혀 버렸음이 확실하다.


지극히 낮은 확률이지만 머리가 화석이 되어 수백만년 지난뒤 발굴된다면, 지구인이든지, 외계인이든지,

이 단백질 분자들에서 그 냄새를 충실히 재현해 낼 수 있으리라.  


할머니의 일과는 신통찮아 보이는 닭을 추려 내는 것으로 시작된다.

딸네 보낼 생각이라면 괜찮아 보이는 놈들이 추려지지만.


읍내 대장간에서 벼려온 시커먼 둔중한 칼은, 날이 아니라 순전히 그 자중으로서, 닭 모가지를 자르는게 아니라 뜯어 내었다.

어쩌다 몬도가네적 구경거리도 생기는데 손자에겐 전혀 달갑지 않은 일이다.

고화질 스트리밍으로 기록된 그 장면은 아직도 새벽 꿈결에 등장하곤 하니까.

반쯤 떨어져 나간 머리를 달고 피를 뿜으며 맹렬히 산으로 내 닫는 닭이라니.

쫒아가서 여기서 머리, 저기서 몸뚱아리를 회수 하는 건 온전히 손자 몫.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손자는 나날이 계속되는 공포에 질렸고,  

닭이 모두 죽기전에 혹은 열살이 되기 전에 자기가 먼저 미치거나 죽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정신일도 하사불성 이 이젠 효력이 다 되어 참 다행으로 생각한다.

얼마나 없는 살림이었으면 온갖 핑계를 정신력에다가 끌어 댔는지, 측은하기도 하여 이해해 주고 싶다.

현실은, 정말 어떻게 해 볼 수가 없는게 정신적 문제이다.


정말 어떻게 해 볼 수 없다.

식도는 가히 생활방수 수준으로 돌입하여 물도 넘길 수 없으며 냄새에 대항하기 위해 코점막은 급팽창, 코를 막아 버린다.

그 방어 레벨은 닭의 생시 유지 수준과 비례한다.  


회사에서는 복날 단체 예약을 했다고 공지한 바, 그 날 나는 출근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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