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벌레를 싫어한다.  벌레를 무서워 한다. 벌레와 마주치면 패닉에 빠진다.

나는 대부분의 벌레에 아무 관심이 없고 아무 반응도 하지 않는다.
옆에서 바퀴가 기어가든, 거미가 머리에 내려 앉든, 거대 사마귀가 옷에 들러 붙던 멀뚱멀뚱 보고만 있는다.

그녀와 마딱드려 그녀에게 공포감을 준 벌레들은 치명적으로 재수가 없다.
내가 처리해 주어야 하니 말이다.

벌레의 가슴 가운데쯤을 손끝으로 더듬어 신경절을 찾은 뒤 단번에 손톱으로 눌러 죽이는 테크닉은 열살때 생물선생에게 전수 받은 것이다.
풍뎅이류나 메뚜기, 매미, 바퀴처럼 덩치가 크고 끈질긴 놈들을 잠 재울때 유용하다.
생물선생은 표본에 손상이 가는 것을 싫어 해 클로로폼 대신 이렇게 하였다.
그러나 공개적으로 이 기술을 보이면 대개들 더 심한 패닉에 빠지는 경향이 있어 자제하고 살충제를 사용한다.

벌레를 죽이는 건 참 불편하다.
빨리 어디론가 사라져 주기를 바라지만 눈치 없는 벌레들은 결단코 현 위치를 사수하니 어쩔 수가 없다.
살충제에 샤워 당해 오랫동안 발버둥치며 다리가 오그라들며 검게 변색되면서 죽어 가는 걸 보는 것은 참 불편하다.
손톱을 사용하면 순간에 죽일 수가 있어 그나마 좀 덜 불편하여 남들에게 보이지 않으면 그렇게 한다.
무감정하게 간단히 처리해 버리니 잔혹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스트레스가 못한 게 아님은 잘 이해 되지 않을 것이다.

살아 있는 걸 죽인 다는 건, 내겐, 어디선가 깊숙한 곳에서 부터 거부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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