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1825일의 기록 - 이동근 여행에세이
이동근 지음 / 21세기북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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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란 무엇일까 싶다. 1825일동안의 기록을 사진과 함께 여행 에세이로  써 간 이 동근님의 글에서, 너무 오래 되어 잊었다 생각했던  내  추억과 사연이 조금씩 색을 찾아가며 기억속에서 나오기 시작한다.

    

생각하는 대로 살아가는 사람이고 싶다는 그는 눈에 담긴 모든 것들이 당신이였다며 아홉살 기억부터 지금의 기억과 생각, 그리고 추억을 사진과 함께 풀어놓고있다. 길을 찾아 떠났음에도  때론 뚜렷한 길없음이 마음 가벼워지던  그 날의 내가 생각나듯,  발 닿는대로  눈 보이는대로  가다보니   만나지는 사람과 생기게 된 추억, 담아놓았던 괴로움은  어떻게 잊었는지, 그리고 언제고 생각나는  지워지지 않는  마음이 들어있다.   그가 꺼낸 아홉살 첫사랑의 기억에서는 잊었던 장난꾸러기 내 짝궁이, 친구들과의 기억에선 학창 시절 같은 고민을 하던 내가, 그리고 우연히 만난 인생의 후배를 위하는  따뜻한 마음에선 조금이라도 다른 이에게, 특히나 나이가 어리다면  더 더욱 알지 못하면서도  따뜻한 세상을 느끼게 하고 싶고, 희망을 주고 싶어하는 나를 보게도 된다. 

  

설렘을 가슴에 품고 떠난 길에서 만나게 되는 낯선 이,낯선 풍경에게 느끼게 되는 익숙한 냄새, 그러면서도 색다른 느낌이 여행을 떠난 이들에게 생각거리와 희망을 주지않나 싶다. 내 마음대로 잘 풀리지않으면 언제나  쉽게들 떠올리는 '여행' 이란 두 글자, 하지만 떠나고 싶다는 마음은 여행이라는 글자에 묶이게 되면 필요한 게 왜 이리도 많은지, 그러고도  뭔가 맞추고 끝낼 것들이 있다는 생각에 늘상 미뤄지기만 했었는데,  이 동근님의 사진에서    보게 되는 하나 하나가   그냥 훌쩍 가다 보게 되는 편안함이고, 내 기억을 불러오는  추억임을 알려주고 있다.

 

유난히 많은 골목을 찾는 모습을 보게되서인가, 거기 누군가가    열심히 뛰어다니다 어디선가 튀어나오던 그 때 그 친구 녀석들, 저녁 무렵   아이들 이름을 부르며 기다리던 어른들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골목에 대한 생각을 얼마만에 하게 된 건지 모르겠다. 골목길을 돌아 나오던 그 집, 그 아이, 그리고 나.그리고 지금...

  

가끔은 날 떠나게 만들기도 , 그러다가도 날 붙잡는 너 혹은 그것에게서 벗어나 가벼워지는 것은 무작정 걷는 것만으로도, 그러다 꺼내는 가방 속 작은 막대사탕 하나가 나에게 줄 수 있는 가장   달콤한 선물이 되기도 하는 여행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야기에서  혼자 떠나는 여행의 가벼움, 그래도  남아있는 그리움에 대한  이야기가   훌쩍 나를 떠나게 한다.

 

 

저 모퉁이를 돌아가면

어떤 아름다운 풍경이 나를 기다릴까 하는

기대감이 나를 걷게 만든 원동력이었다.

그 희망을 가지고 한 발을 내딛으면

그때부터 십 리, 이십 리를 걸어갈 수 있다.(p.248) -- 나는 걸어가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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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만 있어줘
조창인 지음 / 밝은세상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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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산다면 사는 거고, 내가 죽는다면 죽는 거지."

 

지금이면 '아이고, 무시라...' 할 그 소리를 예전에는 나도  하지 않았을까,  지금보다 쬐금 어렸던 그 땐 왜 이리 고민이 많았을까 싶다. 차라리 지금이라면   삶이란 내가 살아가는 것이기도 하지만  살아지는 것이라는 것도 알기에 ,  시간날 때마다  천천히 나누어 고민하느라 그다지 아프지 않았을텐데 말이다.

 

아마도 그건 살아갈수록 가진 것도, 가질 것도 많다는 걸 알게되기때문이 아닐까 싶다. 물론 더 나이드신 분이 "그런게 아니야. 아직 멀었구먼..."이라며 공수레 공수거라는  말씀을 하신다면이야 어쩔 수 없지만 나이들었다는 건 또 무언가, 쓸데없는 고집을 매번 시시한 이유로 꺽다가도 또 중요할땐 끝까지 남의 말이 안 들린척하기도 하는 센스를 보여주기도 하는 게 아니련가~~

 

살아갈수록   좋은 건 내 옆에 있어주는 사람, 그리고 내 말을 들어주고 어려운 순간에 나를 믿어주는 사람을 가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랑하는 사람들 중  특히나 아이가 있다면 예전에는 그리도 싫어하던  상대방의 말을 들어준다는 게 내가 말을 하는 것보다 더 큰 기쁨이라는  걸 알아가면서 ... 이런 것들은 시간이 가야지만 보이고, 가져지는 소중한 것들이기에 시간이 가면서 하나씩 나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되어준다,


그런 소중한 아이, 다른 건 사랑하는 이쁜 인희를 닮아 더 이쁘고, 그래도 딱 하나, 짧고 못생긴 개구리 발가락 같은 내 손가락을 닮아서 더 소중한 아이,혜나가 방황을 하기에  , 얼마 남지 않은 생에 미련없어하던  그가 마지막 순간까지 힘을 내서 딸 혜나에게 가슴에 남겨줄 사랑을 보여주게된다. 사랑이란  운명에 단 한사람만  넣어놓은 이 선우는 혜나 나이보다 어렸던 그 시절, 나누어진 운명으로 죽음까지 함께  할꺼라 막연히 여겼던 인희와 헤어지게 되고, 지워지지 않는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나중에 알게 된 건 멀리 있었지만 끝까지 함께 하고 있었던  그들의 운명이다. 하지만 그 운명은 딸 혜나가  엄마 인희를 오해하고  예전 친구였던  기호를 아빠로 더 사랑하면서 슬픔을 더하게 된다.  

 

"제아무리  사소해도  마음에 담아 두었다면, 그것으로 삶의 의미를 삼을 만하다. 살아가는 이유가 반드시 거창할 필요는 없다."(P.116)

때로는 아침에 마신  달달한 커피가 마음에 들어  내일도 이 맛이 날까 싶은 시시한 순간이 주는 재미가 있다. 물론 그 다음날은 잊어먹고, 우아하게 블랙이 주는 쓴 맛에 '이 맛이야'를 연발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인희가 있는 그 곳으로  기쁘게 갈 수 있겠다 싶었지만 흔들리는 딸 혜나를 위해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그는 끝까지 생에 의미를 두는 것으로 혜나와 우리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어 준다.

 

"널 울게 만든 이유가  네 눈물을 멈추게 할  이유도 된단다. 넘어진 자리가 바로 일어 설 자리인 것처럼 말이다."(P.203)

지나보면  날 울게 한 것이 날 웃게 하는 때도 있다. 왜 그랬을까 싶기도 하고,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 말이다.그래서 알게되는 건 산다는 건 알다가도 모를 일이고 살아봐야 바뀌어가는 자신을 보며 웃게도 된다는 것이다.  죽음보다 더 깊은 사랑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가시고기'로 우리의 마음을 울렸던 조 창인님의 "살아만 있어줘" 역시 끝까지 딸을 지켜주고 싶어하는 부정(父情)으로 우리에게 삶의 소중함을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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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욕망하는 냉장고
KBS <과학카페> 냉장 / 애플북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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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림을  해 갈수록 '냉장고가 조금만 더 크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하게 될때가 종종 있다. 더군다나  이 시기, 김장으로 여러 가지 새 김치가 들어가며, 김치 냉장고에서 이젠 그냥 냉장고쪽으로 자리를 옮겨야 하는 애들이 생기게 되자, 사용한지  꽤 되어 지금 나오는 것보다 크기가 영 마땅치않은  김치 냉장고나   그냥 냉장고 중 하나만이래도 바꿔야 하는 거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정리를 위해 안을 들여다보니, 버려야 할 것이 하나도(?) 없기에 (단지 오래 보관하고 있는 것들뿐이고...)  역시 가전제품은 큰 게 좋아라는 생각이 들고, 가전제품이 있는 곳으로 갈 때마다 '이번 기회에' 라는 생각이 드는 건 당연하지 싶다. 그러다보니 전자 제품 파는 곳에 가면  최신 휴대폰이 있는 쪽으로 눈이 가는 다른 가족들과는 달리 내 눈은 냉장고쪽으로 가게된다.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전에는  보지 못했던 냉장고의  기품과 우아함, 그리고 몰라보게 커진 키와 넓이로  너무도 당당하게 모습을 뽐내고 있어서 언제 이렇게 커졌지 하고 놀라게 된다. 

 

 하지만 너무 커져서 은근 부담스럽기도 하고, 그 안을 너무 비워두게 되는 건  아닌가 싶지만, 새로 바꾼 이들은 걱정하지 말란다. 어느 새 다 차게 된다고 말이다. 그런 냉장고 안에 있는 것만으로 먹어보는 실험을 했다니,  얼마동안 장 안보고 먹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된다. 아마 길어야  보름이지 않을까 했지만.. 무려 40일이나 먹었음에도 여전히 식탁은 풍성했다는 이야기에는 아마 살림 좀 한다는 분들의 입이 좀 넓어지지않았을까 한다. 물론 청소하다보면 '어, 이게 아직도...', ' 이게 여기 있었네...'라는 것들이 있다는 것도 사실이고 그런 날은 앞 부분에 빼놓고 반찬으로 쓰거나 혹은 냉동실에서 너무도 오랫동안 장렬히 싸웠기에 이제 그만 편한 곳으로 보내주자 싶거나 하는게 있다는 것도 사실이긴 하지만서도 말이다.

 

이렇게  점점 커지고 있는 냉장고 안을 채우고 있는 음식 이야기는, 그들이 우리 집에 오기까지 얼마나 먼 길을 돌아 온 것인지, 오는 동안 그들이 일으킨 문제나 아직도 잠재해 있는 문제들, 그렇게   단지 지금 배를 좀  싸게 채우기 위해  우리의 미래를 내놓고 있음에도 모르고 있었던 이야기들을 하나씩 꺼내놓고 있다. 언제 어떤 형태로 모습을 드러낼지 아무도 모르는 식중독균부터 다른 질병들까지, 문명화되면서 단일화,대량화에 오히려 늘고 있다는 전염병들, 그리고 더 이상 유기농이 아닌 유기농 농산물들, 놀라운 건 '농자천하지대본'이라 하던 우리나라가 어느새 1인당 식품 수입량이 세계 최대라는 자리에 떡하니 올라와 있다는 사실이다.요리사에게 '오, 제발 이것만은..' 싶은 재료가 있냐는 질문과 답속에서.  언제부턴가 사철 내내 보이는 농산물들이 많아진것이 세계화에 따른 빨라지고 편한 세상뿐 아니라   한국에 오기까지 비행기와 배, 트럭등의 커다란 냉장고안에서  돌고 돌아 도착한 음식들로 '신토불이가 최고'라던 그 좋다는 미각이나 멋을 잃어가고  있는 우리의 현재 모습을 만들고 있구나 싶고, 어제 오늘 먹었던 것중에 우리 땅에서 나는 제철 음식은 뭐가 있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왠지 손님앞에서 냉장고 열기가 꺼려지는 건 단지 청소가 안 되어서가 아니라 우리 집. 혹은 내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는 생각때문일것이다. 냉장고 사진을 찍는다는 마크 멘지버라는 이는 3년이라는 시간동안 냉장고를 찍었지만 아직도 냉장고 안에 있는 것을 보고 주인을 찾아낼 수는 없다고 한다. 그가 내 냉장고 안을 들여다 본다면  나를 어떻게 판단했을까 싶어  부끄러워지기도 하고, 다시 열어보게 되는 건 나 역시나 냉장고에 정확히 뭐가 있는지 알 자신이 없기때문일것이다.


반소비주의, 프리건을 불러 온 냉장고는  해녀 김곤순씨에게는 겨울 바닷물에 성게를 잡으러 가지않아도 되게 해준 고마운 존재이기도 하다.  나에게 냉장고는 소비를 불러왔을까, 생활의 편리함을 가지고 온 것일까. 늘상 뭔가가 부족하고 비게 될까봐  채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냉장고는   커진 마트와 선택폭이 넓어진 음식들, 그리고 연이은 상점들의 세일로 언제나 채워지기만 했던 게 사실일것이다. 

 

"어머니, 지금 버릴까요?  냉장고에  넣었다 버릴까요?"(p.16) 

이런 우스운 이야기의 주인공은 아니였을까, 그랬다 하더라도 이젠 우리집 냉장고의 원래 모습을 찾아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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엣지있는 엄마가 반한 45가지 코칭 가이드
데이비드 미스키민, 잭 스튜어트 지음, 이소희.방성은 옮김 / 북허브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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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땅히 행할 일을 아이에게 가르쳐라.

그리하면 늙어도 그것을 떠나지 않으리라." 

                                   -- 잠언 22장 6절 --

 

책을 펴자마자 이 구절이 눈에 들어오게 된다. 마땅히 행할 일을 아이에게 가르치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아이와 충돌없이 잘 할 수 있는지, 아이의 이해도가 높아지는 나이가 되어갈수록 오히려 어려운 일이 되어간다.  특히나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는 아이와 아이 스스로 문제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꺼내게 하거나  부모 생각에 이 부분을 짚어줘야겠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이끌어나가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윈-윈이 된다는 코칭45가지에 대한 기대를 갖게된다. 우리에게 상대방에게 힘을 줄 수 있도록 하는 질문을 시작하는 방법부터 시작된 코칭은 우리가 그동안 하면서 몰랐거나 잘못 진행되고 있었던 부분들을 45개의  예시 상황이나 설명이 되어주는 이야기로   라포(아이와 부모 사이에 동시에 일어나는 모든 의사소통의 효과에 관한것으로 언어적, 비언어적 요소를 다 포함), 자신감, 학습, 코칭, 스트레스 조절, 조커(아이에게 옳은 영감을 줄수 있게 하는 방법) 부분으로 나누어  설명해주고 있다.  

 

특히나 3장 '깨닫는 질문과 온전한 경청'편에서는 닫힌 질문, 예리한 질문, 열린 질문으로 나누어 우리가 대화를 시작하는 부분에 적절한 연결고리를 만들어, 지속적인 대화로   아이 스스로 그 다음 해결책을 찾아갈 수 있는 질문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나만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왜"를 사용해 아이의 답을 끌어낸다는 생각이 그다지 좋은 생각이 아니라며,   부모의 의견이 드러나지 않아 질문처럼 여겨지지 않게 하면서  그 다음을 이어가게 하는 질문을 하는 방법이나   4장 '자녀의 성장'에서는  아이의 목표와 현재 상태, 그리고 다른 여러 대안을 보여주고 꾸준히 밀고 나갈수 있는 힘을 주라는 것,   5장 '라포'부분에서는  존중이  신뢰와는 다른,  아이의 행동이 아닌 아이 자체에 대한 존중을 말하면서 내가 먼저  스스로를 존중할 때, 아이도  혹은 다른 누구도 나를, 또 자기 스스로도  존중할 수 있다거나,  말한 내용때문이 아니라 말하는 방식자체가 오히려 더 큰 의미를 담고 있고 있다며 우리가  아이와 생활하는 일상에서 생각해봄직한 이야기들을 알려주고 있다. 

 

읽어가는 내내 부모의 역할이 생각보다 폭 넓게 아이에게 영향을 주고 있으며, 또 아이 또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걸 다시금 알게된다. 부모라는 역할은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내가 지금 잘 하고 있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게 될때가 많아진다. 흔들리는 부모의 역할 자리잡기, 그것은 가치관에 맞는  일관성 있는  정직함을 아이에게 보여 주는 것에서 시작되고, 그런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와 찾아가는  바른 성장보기는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우리에게도 아이에게도  멋진 시간으로 남아있지않을까 한다.  어쩌면 이미 알고 있거나 생각하고 있었던 이야기들일수도 있지만  45개의 코칭 가이드에서 눈에 들어오던  엣지있는 엄마는  멋진 기술이 아닌, 사랑하는 아이와 같이하는 시간속에서 실수나 서투름을 웃어가며  보여주고, 달라지려는 노력을 보여주는  엄마가 아닐까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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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죽음을 맞으려면 의사를 멀리하라
나카무라 진이치 지음, 신유희 옮김 / 위즈덤스타일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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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갈수록 병원에 가야겠구나 하는 일도, 가야만 하는 일도 많아진다. 예전과 다르게 피곤하거나 어딘가 욱신거리는, 개운하지 않은 몸상태로 '옛날 몸이 아니야.', '가는  세월 앞에 장사가 없어.'라는 등의 이야기가 실감이 나게되면서 아무래도 의학의 놀라운 힘을 빌려볼까 하는 일이 많아지게된다.   1년에 한번씩 하라는 건강검진에 조금이라도 수치가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경우에는 더 그 부분이 신경이 쓰이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과정을 거치다 보니, 주변에 연로하신 분들을 보게되면 아마도 나 역시나   다른 이들이 말하는 세월 그대로 진행이 되겠구나 싶고,  그 나이대로 여기, 저기, 그런 부분이 약해지겠구나 하는  공감과 함께 장차의 걱정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렇게 아프다거나 죽음이 가까이 왔음을 이야기하는 분들이 많아지게되면서 사람이 벗어날 수 없는 '생로병사' 중  제일 생각하지 않고 지내는 부분인 '사(死)'라는 부분을 더 생각해보게되는 기회가 생기게된다. 어제까지 괜찮았던 분이 아침에 일어나보니 돌아가셔서 가족들을 놀라게 했다는 경우도 있었고. 오랫동안 앓고 있던 지병으로 혹은 우연히 알게된 병으로 병원에 입원하셨다는 이야기도 들리면서 삶과 죽음이란 고민을 새삼스럽게 하게 된다.

 

그렇게 방문한 병원은 역시나 이런 저런 기계와 치료로 환자의 몸을 지탱시켜주기에, 우선은 안심이라는 생각이였는데, '목숨 걸고 찾아가는 곳이 병원이다'(p.21)라는 말부터 '암 때문이 아니라 암 치료때문에 죽는다.'(p.137),'의료는 너무 쉬운 선택을 하고 있다.'(p.97) 등  병원과 의사가 내놓은 처방에 대한 우리의 맹신을 재고해보라는 이야기에, 우리에게 병원이란  어떤 곳일까 라는 생각을 다시 해보게된다. 평생을 의사로 지금은 임종을 앞둔 노인을 돌보는 의사로 살아가고 있다는 저자 '나카무라 진이치'씨는 아무래도 노인들의 임종을 많이 보게된 탓인지, 다가 온 죽음을 억지로 삶으로  연장하는 것이나 고령자의 암은 방치가 낫다, 때로는 늦은 진단이 편안한 죽음을 불러올 수 있다는 말로, 어쩌면 매일  죽음을 염두에 두고 살아가야 하는 이의   낯선 감정으로  우리에게는 의구심을 불러오기도 하지만   죽음과 삶중 지나치게 삶쪽으로 기울어진 채로 살아가는 우리에  대한 비판이나  지나친 건강검진이나 건강 염려증, 그리고 요즘  전 세계를 뚫고 있는 동안과 몸짱 열풍으로 세월을 어떻게든 잡아보려하는 지나침에 대한 경고에선 내가 혹시나 그런 점이 있는 것은 아니였을까 싶고, 자신의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의 면역력을 키우며 자연스레 다가오는 노화도 받아들이라는 이야기에는 한동안 유행이었던 유언장이나 쓰러진 후   병원에서 어디까지 치료를 받을 것인가 생각해볼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렇게 죽음을 바라 본다는 것이 어둡고 우울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남아 있는 삶을 더 훌륭히 살아낼 것인가 라는 것이기도 하다는  말처럼 지금 나는 생의 어디쯤 와있는건가 하는 시간이 되어준다. '나카무라 진이치'씨가 16년전부터 하고 있다는 '자신의 죽음을 생각하는 모임'에서 했었다는 생전 장례식까지는 아니더래도  이제까지의 삶에서 하지 못한다면  후회할 버킷 리스트 실천, 그리고 앞으로는 어떤 삶을 살아가고 싶은지에 대한 정리를 해보는 건  좋지않을까 싶다.

 

"떫은 감의 떫은 맛도 그대로 달콤하다."(p.263)

많이 살아본 사람만이 떫은 것도 그 채로 즐기게 되는 것일까. 그가 뒷장에 적여놓은 인생 고별파티 초대장이나 엔딩노트에서 그가 살아온 인생이나 바라는 죽음을 보면서 이제 일흔을 넘긴  그의 나이만큼 담담해진 죽음에 대한 생각을 다시 알게되니  앞에서 말한 편안한 죽음, 그리고 의사를 멀리해야 할 때 등에 관한 이야기들을 이해하게된다. 삶이라는 길을 걷다 보면 만나지게 되는 죽음, 사람은 살아온 것처럼 죽는다는 말에  뜨끔하게  되는 건,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일들이  많이 있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다르게  살아가야 한다는 것일것이다. 이렇게 죽음을 준비한 채로 살아가는 누군가의 솔직한 고백이 나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눈에 병이 나고 보니, 지금까지 볼 수 있었다는 게 신기하다."(p.213)

--   마음에 몸을 맞추지 말고, 몸에 마음을 맞춰라 中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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