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 우산을 펼치다 - 세상으로의 외침, 젊은 부부의 나눔 여행기!
최안희 지음 / 에이지21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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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매력이 가득하다고 소문난 인도라는 나라에 대해 한 권의 여행기를 읽으면서 여러 가지 느낌을 공유하게 된다. '책'이라는 존재가 새삼 고맙다. 지은이와 나는 전혀 안면도 없고 어쩌다 만나도 친구가 되기엔 나이차도 많지만, 이렇게 책을 통해 생각과 느낌, 순간의 감정까지도 공유할 수 있게 되니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몇 번인가 가슴 속으로부터 울컥 치미는 감정을 발견하고 그들이 느꼈던 것에 맞장구를 치면서, 나는 인도에 발 한번 떨어뜨리지 않고도 멋진 간접 체험을 완수할 수 있었다.

젊은 부부 sam과 annie는 무작정 길을 떠났다. 그들이 가기로 예정되어 있던, 그리고 남들도 이미 가고 있는 길인 '하루빨리 돈벌어 큰 아파트 사기'와 '자식 낳아 교육 잘 시키기'를 잠시 뒤로 하고 말이다. 질러가는 길을 두고 잠시 다른 곳에서 한눈 팔다 오겠다는 그들 부부를 주변 사람들은 만류하며 철이 없다고도 했다. 우리 사회의 풍토에서 당연한 반응이고 걱정일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무작정 쉬려고만 여행의 길을 나선 것은 아니다. 먼 길을 돌아가는 것이 결국 빠른 완성에 이르는 축적된 힘을 얻게 된다든가, 아니면 하나의 종교처럼 굳어진 도시인들의 일관된 삶의 방법보다 더 크고 중요한 것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있었을 것이다. 이도 저도 아니었다면 한창때의 귀중한 시간과 돈을 들여가면서 궤도에서 이탈하지는 않았을 테니.

annie는 솔직하다. 자신의 감정을 멋들어지게 포장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약점이 있는 본연의 인간 모습 그대로를 보여준다. 그녀의 글에서 공감을 했다면, 그런 모습에서 내 모습을 봤기 때문이고 나 역시 그녀와 같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annie가 A양의 겉모습을 보고 왠지 싫다고 판단한 것은 대단히 속물적인 근성이다. 그러나, 그런 일들은 주변에서 종종 일어나기도 한다. 어쩌다 만나게 되는 사람들 중에는 마음에 쏙 드는 사람도 있지만 왠지 싫은 사람도 있기 마련인데, 그런 사람에게 정신이 채 자라지 않은 어린 아이처럼 유치한 불친절을 내뿜는 경우가 왜 없을까.
마더 테레사의 봉사활동 며칠 후에 당장 여기를 나가자고  sam을 졸랐던 일 역시 자랑할만한 일은 아니지만, 나라도 그러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그 일들은 매우 힘들어 보였다. 숙식도 제공되지 않는 곳에서 진정한 봉사 활동을 펼치는 이들의 존재는 사람이 아름다운 이유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그리고, 반성하게 된다.
작은 철학자 라지와의 만남도 인상 깊었던 일 중의 하나이다. 지은이에게도 물론 소중한 경험이었겠지만 책을 읽는 내게도 마찬가지였다. 나와 생각이 다른, 그리고 깊은 라지와 같은 사람을 만나고 함께 얘기를 나눈 것은 책이 준 소중한 간접체험이다. 

남들이 다 사는 방식대로의 삶만이 방법의 전부가 아니며, 여러 사는 방법 중의 하나라는 사실에 미처 눈을 뜨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미래를 위해서 현재를 참으며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나, 실로 소중한 가치이지 않은 것에도 이와 같은 자세를 너무 남발하고 있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닌지, 10년 걸려 할 일을 3년만에 해치웠다는 것을 자랑삼느라고 앞당겨진 7년만큼의 행복을 잊고 사는 것은 아닌지 여러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세상을 사는 방법과 '여유'란 것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호쾌하게 웃는 스페인 친구 카를로스와, 부인과 사별하고 캘거타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제임스 정의 삶은 우리의 표준적인 삶에서 많이 벗어나 있지만, 현재에 충실하면서 사랑의 감정을 담아 사는 그들의 모습에서 세상에 한번 태어나 사는 삶이란 그래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감출 수가 없다. 

-2008. 8. 19. sam과 annie의 인도여행에 동승하여 즐거웠던 마음 속 여행을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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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 - 신달자 에세이
신달자 지음 / 민음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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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달자 님은 80년대 후반에 전성기의 인기를 누렸던 분으로 기억된다. 그당시 에세이집이 한창 인기를 끌면서 신달자님 외에도 몇 분의 책이 많이 회자되던 때였다. 친구들 중에도 '백치애인'을 끼고 다니던 아이들이 있었는데, 타인의 인생을 통해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에세이의 매력 중의 하나인 것 같다.

 겉으로 보기엔 조용한 호수같은 신달자님이건만, 책의 광고를 보니 꽤나 힘든 일을 겪으며 사신 듯 했다. 이 책은 신달자님의 지나온 과거를 특유의 여유있는 감성적 필체로 묵묵히 회고하고 있다. 여러 권의 시집을 내셨던 만큼 단락마다 당시의 심경을 시로 표현해 실었는데, 수필보다 집약적인 한의 응축덩어리가 한숨과 함께 내뱉어진 것처럼 와닿는다.

뇌출혈을 일으킨 남편은 23일간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기적적으로 깨어나지만 식물인간 상태에 불과했다. 정성어린 간호로 몸의 반쪽은 되살아났더라도 말을 듣지 않는 것은 몸뿐만이 아니었다. 철부지 어린애의 모습을 보이며 정리되지 못한 말을 하는 그는 이미 예전의 속깊은 남편이 아니었다.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멀리 하자 남편은 우울증에 걸려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시어머니를 모시면서 몸이 불편한 남편을 돌보고 세 아이를 길러 내기까지 잠잘 시간도 부족했던 그때, 시어머니마저 쓰러져 꼬박 9년을 일어서지 못하고 사셨으니 어머니 보살핌의 몫 역시 신달자님의 것이어서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답답하고 절망만이 가득했던 시절, 하늘에 원망이 절로 쌓여나갈 만큼 한탄만 나오던 시절, 고통은 여러 겹으로 둘러싸인 채 다가와 펴고 펴도 끝이 없을 것으로만 보였다. 교수였던 남편이 제역할을 못하게 되자 당장 먹고 사는 문제를 직접 감당해야 했던 신달자 님은 남성 양복기지를 지인들에게 판매하는 보따리 장수 노릇을 하는데, 어느 까칠한 친지로부터 당한 모멸감에 이 일을 그만둔다. 

신달자 님이 새롭게 도전한 것은 대학원 진학이었다. 중학교 시절부터 꿈꿔 온 문학인의 길을 가기 위한 작업을 차근차근 진행하던 때가 마흔이니, 엄마와 아내와 며느리를 떠나 한 인간으로서 스스로의 삶을 추구해 나간 것이 걸음마와 다름없는 일이다. 뒤이어 엄청난 베스트셀러의 작가가 되며 더이상 경제적 문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부자의 반열에 오른다.

만약 신달자 님에게 이런 고난이 닥치지 않았다면 예전처럼 가정만 돌보며 살았을 것이다. 아마 그것도 나쁘진 않았을 거다. 어쩌면 고통 후의 베스트셀러 작가보다 고통없는 작은 평범함이 더 나은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막혀있던 논길이 시원하게 뚫리듯이 이후 신달자님의 인생에는 개인적으로 명예로운 일들이 많이 생기게 된다. 인생의 커다란 고개를 앞에 두고 힘들어 울던 신달자님은 어느덧 그 고개를 훌쩍 넘어 있었던 거다.

뭔가를 시작할 나이이기보단 주저앉기 쉬웠던 마흔이란 나이에 다시 출발하여 작가이자 교수로서 제 2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이 나이 또래로 뭔가 힘든 일을 겪고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의 빛을 전해줄 것이다. 신달자 님이 표현한 '온몸으로 흘리던 통통한 눈물'은 걸음마의 양분이 되었던 셈이다. 인생은 아무리 힘들어도 어지간하면 살아지고, 노력 여하에 따라 훌륭한 열매을 맺을 수도 있다는 가르침을 준다. 힘들 땐 이 책을 뒤적이며 용기를 얻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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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꺼이 길을 잃어라 - 시각장애인 마이크 메이의 빛을 향한 모험과 도전
로버트 커슨 지음, 김희진 옮김 / 열음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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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정신력을 가진 경탄할 만한 사람들을 한 권의 책에서 만나며, 나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슬쩍 되돌아보게 된다. 교훈과 재미, 존경의 감정을 골고루 느끼게 하는 이 책은 실화를 소설처럼 꾸몄고, 현재와 과거가 교차되는 구성을 택해 오늘의 마이크 메이를 있게 한 원동력이 무엇이었는지 알게 한다.

세 살때 사고로 시력을 잃은 마이크 메이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예상하는 시각장애인의 삶과는 달리 일반인들도 누리기 힘든 역동적인 삶을 산다. 자전거와 말을 탈 줄 알고, 활강스키의 세계기록 보유자이며, 직접 회사를 운영하는 경영자이다. 그의 두려움 없는 도전정신은 어디서 나왔을까? 바로 어렸을 때의 교육에서 그 답을 찾는다. 

마이크 메이의 어머니는 그를 일반학교에서 교육시키기 위해 아들을 받아줄 학교를 억척스레 찾아다녔다. 1년 중에서 50주는 앞을 보는 사람들과 지내게 했고, 단 2주만 시각장애인에게 독립심을 심어주는 여름캠프에 보냈다. 메이가 자전거를 타고 시내까지 혼자 다녀와도 되겠냐고 물었을 때, 그녀는 마음 속의 반대를 무릅쓰고 아무렇지 않은 듯 주의사항을 일러줬을 뿐이다. 한 시간, 두 시간이 지나고 세 시간이 지나서야 메이는 별일 없었던 듯이 무심하게 들어왔는데, 그녀는 일반 어머니들의 반응과는 달리 장하다거나 잘 했다는 칭찬조차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이 일이 특별한 사건으로 생각되기를 바라지 않아서이다. 메이의 거리낌없는 추진력은 어머니의 교육방침이 일조한 바가 클 것이다.

그의 아내인 제니퍼 역시 대단한 사람이다. 부부가 결혼 7년만에 갈등을 빚으며, 함께 있는 것이 따로 사는 것보다 불편하다고 느꼈을 때, 이혼을 얘기하는 메이를 계속해서 다잡는다. 아직 끝이 아니고 희망이 있으며 방법이 있을 거라고 메이를 잡는 제니퍼의 말대로 그들은 위기를 넘겼고 지금도 다정한 부부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남편이 세상 모든 것을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다른 여자를 바라보는 것에 질투하지 않으며, 심지어 누드해변에까지 동행하는 마음 넓은 여자이다.

메이는 굿맨박사로부터 줄기세포를 이용해 시력을 되찾을 수 있을 거라는 사실을 듣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수술이 그렇듯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할 부분이 있었다. 시각장애인으로서 별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던 그는 한참 고민하다 수술을 받게 되는데, 그 이유는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보는 것이 어떤 것인지 체험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처음 눈을 뜨게 된 날, 찬란히 빛나는 사물과 색깔, 가족과 자신의 얼굴을 마주대하는 것에서 희열을 느끼지만, 곧이어 문제점이 나타난다. 메이는 얼굴 모습과 공간적 거리감, 사물 인지 능력을 결여하고 있었다. 

메이가 만난 파인 박사는 연구 끝에 거리감과 인지능력을 처리하는 그의 신경단위가 시력을 잃게 되면서 다른 역할을 담당하게 된 것이라 결론을 내린다. 어린 아이라면 다시 제 역할로 돌아올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크나, 이미 43년간을 시각장애인으로 살아온 메이가 본래의 뇌기능을 되찾게 되기란 불가능한 것이었다.
책에선 상당 부분을 파인 박사의 연구를 설명하는 데 할애하고 있는데, 그 이론들이 꽤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우리가 사물을 느끼는 것이 그저 보는 대로 보는 의존적인 것이기보다는 세상에 대한 가설과 확률에 기초한다는 것이다. 착시현상을 느끼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기존의 지식에 기초하여 본 것을 판단하기 때문에 오류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수술을 한 이후에도 계속적인 약물 복용을 해야 했고, 약물로 인한 암 발병도 염두에 두어야 했다. 완벽하지 못한 시력에 실망하여 예전의 시각장애인으로 되돌아갈까 갈등도 했지만, 그는 끊임없이 도전했다. 그만의 방식으로 사물을 이해하기 위해 고심한 끝에 꽤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어냈다.

더 작은 일에도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메이의 사례는 많은 용기를 준다. 그의 의지는 시각장애인이 느끼는 불편이 더이상 불편함이 아닌 것으로 만들었고, 시력을 되찾은 후의 불완전한 삶 역시 자신만의 보는 방법을 생각하고 개발하여 현실을 뛰어넘었다.
사람들의 희망이 되어주는 사람, 마이크 메이. 그리고 그의 가족들.
그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 행복했다.

--우리가 사람의 마음과 영혼에 대해 어떤 가설을 갖고 있는 것 때문에 정작 많은 것을 보거나 보지 않고 있는 건 아닐까? 반대로 예를 들어 이 숟가락이나 공원 벤치의 오래된 나무들에서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없을 거라고 단정짓고 있는 것 때문에 얼마나 많은 아름다움을 놓치고 있는 걸까?(p337~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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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는 언제나 그 책을 읽었다 - 영화와 책이 있는 내 영혼의 성장기
이하영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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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영화 속 장소를 연결시켜 쓴 책을 재미있게 읽은 적이 있는데, 이 책은 영화 속에 등장한 책으로 시선을 돌려 영화와 책의 만남을 시도했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영화 '러브레터'에 등장했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란 책이었지만, 아쉽게도 이 책엔 그 내용이 빠져 있다. 그래도 다른 23편의 매력적인 영화와 책을 만날 수 있었으니, 내겐 가을걷이처럼 풍성한 수확이었다.

책의 제목은 많은 사랑을 받았던 영화인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조제에서 따왔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조제란 이름은 영화 이전에 사강의 '한 달 후, 일 년 후'라는 책 속에 존재했었다. 난 책을 먼저 읽었지만 별다른 감흥을 얻지는 못했는데, 불륜의 엇갈린 화살표가 쿨한 이별로 전환하는 과정이 썩 개운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별만 쿨하면 다인가?' 하는 심통맞은 생각이 들기도 했었으니.

그 이후에 봤던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구미코는 조제를 거의 동경하다시피 한 나머지 이름까지 조제로 불리길 원한다. 그녀는 왜 조제를 좋아할까? 어렴풋하게 추측했던 내용이 맞다는 걸 이 책의 내용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한 달 후, 일 년 후'는 구미코의 조제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책은 영화에, 영화는 책에 옭아매여 있는 듯 하다.

'유브 갓 메일'의 캐슬린은 '오만과 편견'을 200번도 넘게 읽었다는데, 영화를 봤을 때 슬쩍 넘겨버렸는지 그런 말을 했던 장면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아무래도 채팅으로 만나는 남녀의 얘기여서 컴퓨터나 아기자기한 서점의 내부 모습, 그리고 폭스 서점의 머그컵 따위에 집중했었는지도 모르겠다. 책 '오만과 편견'의 등장은 캐슬린이 상대인 조에게 편견을 갖고 있음을 암시한다. 이처럼 영화에 등장하는 책은 기저에 깔아놓은 은근한 복선인 경우가 많다. 영화 속 책에 조금만 관심을 기울였더라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걸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을 텐데.

영화 속의 책을 탐구하는 여행은 이 세계를 그동안 놓치고 살았다는 것이 억울할 만큼 매력적이었다. 앞으로 영화를 볼 때면 책으로 추정되는 사물이 눈에 보일 때마다 화면을 확대시켜 제목을 알아내고 싶어질지도 모르겠다.
'죄와 벌'과 '데미안'이 이토록 다시 읽고 싶어질지 누가 알았으랴!

또하나의 매력은 라디오 프로그램의 방송작가로 일하고 있는 이하영 작가의 글솜씨이다. 저자의 주관적 생각과 경험이 여기저기에 녹아나오고 있는데, 조금도 거부감이 들지 않았고 글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가까운 사람이 들려주는 얘기처럼 편안해서, 모처럼 내가 좋아하는 삼박자인 영화, 도서, 글이 딱 맞아 떨어지는 이상적 배합의 경험을 취할 수 있었다. 기지개를 잔뜩 켠 듯한 나른한 만족감이 밀려오는 것은 이 책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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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도서관 - 세계 오지에 3천 개의 도서관, 백만 권의 희망을 전한 한 사나이 이야기
존 우드 지음, 이명혜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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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 전에 광고문구를 보고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인지에 대해 의아함과 감탄이 실려 나왔다. 자선사업만으로 3천 개의 도서관, 백만 권의 책을 모았다니! 그것도 히말라야와 같은 오지에.
도서관을 짓고 책을 전하는 이 사람은 참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리고, 그 일을 추진하기 위해서 그가 버려야 했던 것들, 과정의 힘듦, 그를 도운 많은 사람들의 얘기는 책을 찬찬히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호주 마이크로소프트와 중국지사 이사를 담당하며 스톡옵션과 집, 운전사를 제공받는 보장된 생활을 영위하던 그가 단 한 번의 히말라야 트레킹에서 만난 교육환경의 부재 현상을 보고 진로를 바꾸게 된다. 그를 오른팔로 믿던 상사와 여자친구와의 헤어짐까지 고려한 결정이었으니, 그로서는 이 일이 자신의 나머지 인생을 걸 만한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음이 틀림없다. 

자선사업의 기업화.
존 우드는 마이크로소프트를 퇴직하고 도서관 사업을 하며 살아갈 방법을 생각하다 낮에는 자선을, 밤에는 바텐더를 하는 상상까지도 했다. 무엇을 하건 자선과 직업을 겸하는 것은 무척이나 힘든 일일 것이라는 건 누구라도 짐작할 수 있다. 그는 현명하게도 자선사업을 하는 재단 설립을 생각해냈다. 그 덕분에 낮에도 밤에도 사업에 전념할 수 있었고, 자선의 영역을 확대하여 많은 아이들이 기다리지 않도록 빨리 혜택을 제공할 수 있었다. 그는 현재 룸투리드(room to read) 재단의 CEO이지만, 결코 화려한 타이틀은 아니다. 저축액은 반으로 줄었고, 자신을 돌보지 못한 탓으로 자동차 트렁크 안은 교통경찰도 놀랄 정도로 엉망이다. 그러면 어떤가! 좋은 일을 전파하며 더 많은 사람을 자선의 대열에 끌어들이고 있으니, 존 우드는 자선을 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가운데에 서서 양쪽으로 좋은 일을 하는 셈이다.

 그가 이 일을 역동적으로 추진하게 된 것은 마이크로소프트에서의 경험과 인맥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이 책에 간접적으로 등장하는 빌 게이츠와 스티브 볼머는 평소와 다른 관문을 통해 그들을 보는 즐거움을 느끼게 했다. 특히 저돌적이고 씩씩한 탱크를 연상시키는 스티브 볼머의 모습이란! 주변의 반대를 물리치고 많은 돈을 들여 빌 게이츠가 그를 스카웃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존 우드가 네팔에서 베트남에서, 또 스리랑카로, 인도로 자선의 폭을 확장하는 과정은 마치 소설처럼 전개된다. 유머감각 없는 사람은 직원으로 채용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그의 글에도 군데군데 웃음이 번질 수밖에 없는 장치를 심어놓고 있다. 또, 책의 한가운데에 자리잡은 사진에서 존 우드의 선한 웃음과 아이들의 얼굴을 볼 수 있는데, 새로 지은 학교에서 똑같은 교복과 가방을 맞춰 차려입은 아이들의 얼굴은 하나하나 다르지만 개구진 웃음과 즐거움, 그리고 고마움을 담고 있었다. 

 믿어지지 않는 일을 가능하게 한 존 우드와 '룸투리드'는 지금도, 앞으로도 배우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반짝거리는 눈을 찾아다닐 것이다. 그들이 쓰나미의 위기상황에 대처했던 행동처럼 새로운 나라로 진출함에 있어 여건의 미성숙과 세금 등의 절차를 따지지 않고 먼저 행동으로 나설 것이다. 자선을 하고는 싶지만, 실제로 이 돈이 어디에 쓰일지 의구심을 나타내는 많은 사람들에게 존 우드는 그들의 돈이 좋은 곳에 바로 쓰였음을 확인시켜주어, 생각만 하던 자선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사업과 자선의 양 측면을 생각하게 한 '히말라야 도서관', 청소년들에게도 꼭 강추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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