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꺼이 길을 잃어라 - 시각장애인 마이크 메이의 빛을 향한 모험과 도전
로버트 커슨 지음, 김희진 옮김 / 열음사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대단한 정신력을 가진 경탄할 만한 사람들을 한 권의 책에서 만나며, 나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슬쩍 되돌아보게 된다. 교훈과 재미, 존경의 감정을 골고루 느끼게 하는 이 책은 실화를 소설처럼 꾸몄고, 현재와 과거가 교차되는 구성을 택해 오늘의 마이크 메이를 있게 한 원동력이 무엇이었는지 알게 한다.

세 살때 사고로 시력을 잃은 마이크 메이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예상하는 시각장애인의 삶과는 달리 일반인들도 누리기 힘든 역동적인 삶을 산다. 자전거와 말을 탈 줄 알고, 활강스키의 세계기록 보유자이며, 직접 회사를 운영하는 경영자이다. 그의 두려움 없는 도전정신은 어디서 나왔을까? 바로 어렸을 때의 교육에서 그 답을 찾는다. 

마이크 메이의 어머니는 그를 일반학교에서 교육시키기 위해 아들을 받아줄 학교를 억척스레 찾아다녔다. 1년 중에서 50주는 앞을 보는 사람들과 지내게 했고, 단 2주만 시각장애인에게 독립심을 심어주는 여름캠프에 보냈다. 메이가 자전거를 타고 시내까지 혼자 다녀와도 되겠냐고 물었을 때, 그녀는 마음 속의 반대를 무릅쓰고 아무렇지 않은 듯 주의사항을 일러줬을 뿐이다. 한 시간, 두 시간이 지나고 세 시간이 지나서야 메이는 별일 없었던 듯이 무심하게 들어왔는데, 그녀는 일반 어머니들의 반응과는 달리 장하다거나 잘 했다는 칭찬조차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이 일이 특별한 사건으로 생각되기를 바라지 않아서이다. 메이의 거리낌없는 추진력은 어머니의 교육방침이 일조한 바가 클 것이다.

그의 아내인 제니퍼 역시 대단한 사람이다. 부부가 결혼 7년만에 갈등을 빚으며, 함께 있는 것이 따로 사는 것보다 불편하다고 느꼈을 때, 이혼을 얘기하는 메이를 계속해서 다잡는다. 아직 끝이 아니고 희망이 있으며 방법이 있을 거라고 메이를 잡는 제니퍼의 말대로 그들은 위기를 넘겼고 지금도 다정한 부부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남편이 세상 모든 것을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다른 여자를 바라보는 것에 질투하지 않으며, 심지어 누드해변에까지 동행하는 마음 넓은 여자이다.

메이는 굿맨박사로부터 줄기세포를 이용해 시력을 되찾을 수 있을 거라는 사실을 듣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수술이 그렇듯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할 부분이 있었다. 시각장애인으로서 별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던 그는 한참 고민하다 수술을 받게 되는데, 그 이유는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보는 것이 어떤 것인지 체험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처음 눈을 뜨게 된 날, 찬란히 빛나는 사물과 색깔, 가족과 자신의 얼굴을 마주대하는 것에서 희열을 느끼지만, 곧이어 문제점이 나타난다. 메이는 얼굴 모습과 공간적 거리감, 사물 인지 능력을 결여하고 있었다. 

메이가 만난 파인 박사는 연구 끝에 거리감과 인지능력을 처리하는 그의 신경단위가 시력을 잃게 되면서 다른 역할을 담당하게 된 것이라 결론을 내린다. 어린 아이라면 다시 제 역할로 돌아올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크나, 이미 43년간을 시각장애인으로 살아온 메이가 본래의 뇌기능을 되찾게 되기란 불가능한 것이었다.
책에선 상당 부분을 파인 박사의 연구를 설명하는 데 할애하고 있는데, 그 이론들이 꽤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우리가 사물을 느끼는 것이 그저 보는 대로 보는 의존적인 것이기보다는 세상에 대한 가설과 확률에 기초한다는 것이다. 착시현상을 느끼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기존의 지식에 기초하여 본 것을 판단하기 때문에 오류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수술을 한 이후에도 계속적인 약물 복용을 해야 했고, 약물로 인한 암 발병도 염두에 두어야 했다. 완벽하지 못한 시력에 실망하여 예전의 시각장애인으로 되돌아갈까 갈등도 했지만, 그는 끊임없이 도전했다. 그만의 방식으로 사물을 이해하기 위해 고심한 끝에 꽤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어냈다.

더 작은 일에도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메이의 사례는 많은 용기를 준다. 그의 의지는 시각장애인이 느끼는 불편이 더이상 불편함이 아닌 것으로 만들었고, 시력을 되찾은 후의 불완전한 삶 역시 자신만의 보는 방법을 생각하고 개발하여 현실을 뛰어넘었다.
사람들의 희망이 되어주는 사람, 마이크 메이. 그리고 그의 가족들.
그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 행복했다.

--우리가 사람의 마음과 영혼에 대해 어떤 가설을 갖고 있는 것 때문에 정작 많은 것을 보거나 보지 않고 있는 건 아닐까? 반대로 예를 들어 이 숟가락이나 공원 벤치의 오래된 나무들에서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없을 거라고 단정짓고 있는 것 때문에 얼마나 많은 아름다움을 놓치고 있는 걸까?(p337~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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