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강 소설
한강 지음, 차미혜 사진 / 난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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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고 어두운 공간에서 10개월이라는 미지의 시간을 보내며 자라난 하얀 아이는 자신처럼 새하얀 조명을 받고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는 부모 앞에서 하얀 속살을 드러낸다. 배내옷을 입고 하얀 강보에 둘러싸여 낮에는 하얀 햇살을, 밤에는 반짝이는 새하얀 달과 별이 존재하는 새로운 공간에서 살아간다.

 

눈처럼 하얗고 반듯한 아이는 자라면서 조금씩 그 색깔, 그 모양을 잃어간다. 투명할 정도로 하야기 때문에 어떤 색으로도 물들어 버린다. 절망과 슬픔, 역경과 두려움으로 구겨지고 조금씩 찢겨져 원래의 모양이 사라진다. 하얀 페인트로 덧칠을 하고 하얀 연고를 발라도 잠시 감추어질 뿐 색과 상처는 다시 복구되지 않는다. 시간의 흐름은 더욱 흰 것을 무너뜨려 마지막에는 원래 흰 것이 왔던 어두운 것으로 되돌려 보낸다. 어둠에서 나와 어둠으로 들어가고 흰 것으로 태어나서 흰 것으로 마감하는 운명임을 알지만 우리는 오늘도 한 걸음을 내디딘다.

 

그렇게 날카로운 시간의 모서리 시시각각 갱신되는 투명한 벼랑의 가장자리에서 우리는 앞으로 나아간다. 살아온 만큼의 시간 끝에 아슬아슬하게 한 발을 디디고, 의지가 개입할 겨를 없이, 서슴없이 남은 한 발을 허공으로 내딛는다. 특별히 우리가 용감해서가 아니라 그것밖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도 그 위태로움을 나는 느낀다.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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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의 노래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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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은 자연의 것이다. 열을 가하고 방망이질을 수차례 가한 이후에 인간에게 필요한 쇠가 된다. 그렇기에 쇠는 누구의 것도 아니다. 만든 사람의 것이기도 하고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것이기도 하며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의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쇠는 담을 수 없다. 오히려 담기 보다는 담은 것을 부순다. 사람의 손을 거치게 되면서 더욱 그 쇠는 날카로워져서 부수고 또 부수어 더욱 견고해진다. 그렇기에 너무나 세속적이다. 사람의 욕망과 욕구 그리고 야망은 쇠를 통해 날카롭게 표현되어져 왔다. 따라서 쇠는 사람을 뿐만 아니라 자연도 담을 수 없다.

 

소리는 다르다. 소리는 모양과 형태가 존재하지 않는다. 소리는 살아있는 생명체의 것이다. 살아서 숨 쉬는 모든 존재는 소리를 만들어 낸다. 그렇기에 소리는 모든 것을 담는다. 베고 쓰러뜨리는 쇠와는 달리 소리는 울려 퍼져 살아있음을 증명한다. 소리는 아름답지도 추하지도 않다. 단지 그것을 표현하는 이와 그것을 듣는 이의 마음에 따라 다르게 들릴 뿐이다. 그렇기에 소리는 살아있는 자를 위한 것이다. 죽은 자를 위해 만들어내는 소리조차 산 자를 위해 만들어진 소리이다. 소리는 무한히 퍼져나가고 무한히 담으며 무한히 살아 숨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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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 - 김훈 장편소설
김훈 지음 / 학고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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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는 양방향의 도구이다. 말하는 사람이 있으면 듣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어느 한 쪽으로만 흘러가는 언어는 본래의 그 의미를 퇴색시킬 수밖에 없다.

 

언어를 개인적 의미로서의 언어’, ‘사회적 의미로서의 언어’ ,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서 생각해 볼 수 있다.

개인적 의미로서의 언어는 언어 간의 소통이 단조롭다. 많아야 손으로 꼽을 수 있는 정도의 사람들이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다. 물론 서로 간의 의견충돌은 있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듣고 말하는 구조 속에서 대화가 이루어진다.

그에 반해 사회적 의미로의 언어는 다르다. 무리와 무리의 대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무리의 힘에 따라 언어의 방향성이 결정된다.

 

소설의 무대인 조선 순조 신유박해 당시에 언어는 이런 언어였다. 정순왕후를 중심으로 한 지배층의 언어는 언제나 귀를 틀어막은 채 위에서 아래로만 향하는 언어였다. 언어의 기본적인 속성을 무시한 채 가진 재력과 권력만이 언어의 방향성을 결정했다. 나를 낳아준 부모와 나에게서 나온 자식과 함께 살고자 하는 기본적 욕구는 언어의 횡포에 의해 무참히 짓밟힌다. 백성들의 언어는 권력자들의 막힌 귀에 전달되지 못하고 언제나 공허한 메아리로 되돌아온다. 그들의 언어, 그들의 논리만이 백성들에게 전달되며 귀를 열고 듣기만을 강요한다.

 

과거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현재 우리의 이야기이다. 선거 때만 귀를 여는 그들의 언어는 언제나처럼 우리들의 귀를 따갑게 하고 귀먹게 한다. 먹먹해진 귀는 우리를 둔하게 만들고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익숙하게 만든다.

다시 언어의 기능을 되찾자. 들을 수 있고 말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세상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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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야 나무야 - 국토와 역사의 뒤안에서 띄우는 엽서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199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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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눈이 두 개다. 사각을 되도록 줄여서 안전을 추구하고 먹고 사는 문제를 더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함일 것이다. 귀도 두 개다. 좌 우에서 오는 소리를 잘 감지해 생명을 유지하고 남에게 귀 기울이기 위해서 일 것이다. 그럼 팔은 왜 두 개일까? 그리고 왜 사람의 손은 다른 생명체와 다르게 무언가를 잡기 편하게 되어 있을까? 물론 진화과정에서 생존에 가장 적합하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닐 거라 생각한다.

 

호모사피엔스인 인간만이 믿음을 가지고 있다. 태초부터 자연에서 태어나서 자연에서 죽어갔다. 자연을 두려워하며 그 과정 속에서 다른 인류와 연관지어 살아갔다. , 인간은 한 손에 자연을 다른 한 손에는 다른 손을 맞잡도록 되어 있다. 인간사에서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는 두 손을 맞잡고 기도하며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때에는 손을 내민다. 왼손에는 자연, 오른손에는 다른 사람의 손을 잡았을 때 공감과 교감이 커지고 그 과정 속에서 자연의 일부가 되며, 그 과정 속에서 다른 이의 마음과 나의 마음이 연결된다.

 

그 연결성 속에서는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가 어떤 사회적 지위에 위치해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서로를 연결해 주는 손, 즉 그 끈의 존재만이 중요하고 그 끈이 두꺼워지고 튼실해질수록 사회는 더욱 발전해 갈 것이다. 물론 자연이라는 또 다른 우리와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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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글쓰기
강원국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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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쓰기는 출력의 한 형태이다. 출력은 입력이 있어야 가능한 하나의 결과물이다. 글쓰기를 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콘텐츠의 선택이 중요하다. 입력의 여러 가지 형태 중에서 독서, 사적경험, 그리고 관찰이 가장 대표적인 입력의 한 형태들이다. 평상시 충분한 입력의 자산을 모아두는 것이 글쓰기의 기본적 태도이다.

 

2. 내용물이 정해지면 그 틀을 이룰 형태를 결정해야 되는데 그것을 글의 얼개 짜기라고 한다. 먼저 큰 제목- 그 아래 중간제목 그 아래 소제목을 정한다. 주제와 관련된 명제를 종이에 적는다. 그 이후에 분류작업을 통해 큰 제목, 중간 제목, 소제목으로 나눈다.

 

3. 글의 구조를 짜고 나면 글을 어떻게 전개할 것이냐는 문제가 남는다. 여러 기법이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3가지 정도 된다.

 

공감, 교감 글도 일종의 대화이다. 혼자서 말하는 것이 아닌 독자와 함께 이야기 하는 것이다. 막연하고 이해하기 힘든 것들 보다는 자신의 경험과 같이 쉽게 와 닿고 느낄 수 있는 형태로 글을 쓰는 것이 좋다. 쉽게 읽힐 수 있는 글이 좋다. 공감, 교감은 먼저 이 해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진정성- 거짓이나 꾸밈이 없어서 한다. 거기다 진심이 담겨 있어야 한다. 무조건 사실만 을 적어나간다고 진정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사실임에도 믿음이 가지고 않고 진심이 보이지 않으면 글을 읽는 독자와의 공감, 교감에 실패한 것이다. 글에 진심을 통한 믿음 을 전달해야 신뢰가 쌓인다.

 

신뢰성- 공감, 교감 그리고 진정성으로 이루어진 글을 신뢰가 가기 마련이다. 따라서

신뢰성은 12의 결과물이라고 봐도 될 것이다.

 

글쓰기는 쉽지 않다. 이 책은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을 모시면서 겪은 일화를 중심으로 글을 쓰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차례만을 보고도 큰 줄거리가 잡힌다는 것이다. 책을 다 읽고 목차만 쭉 훑어보면서 관련된 부분을 찾아보면 내용을 쉽게 되짚을 수 있다. 여러 가지 방법들이 나오지만 위와 같이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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