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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의 노래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월
평점 :
철은 자연의 것이다. 열을 가하고 방망이질을 수차례 가한 이후에 인간에게 필요한 쇠가 된다. 그렇기에 쇠는 누구의 것도 아니다. 만든 사람의 것이기도 하고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것이기도 하며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의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쇠는 담을 수 없다. 오히려 담기 보다는 담은 것을 부순다. 사람의 손을 거치게 되면서 더욱 그 쇠는 날카로워져서 부수고 또 부수어 더욱 견고해진다. 그렇기에 너무나 세속적이다. 사람의 욕망과 욕구 그리고 야망은 쇠를 통해 날카롭게 표현되어져 왔다. 따라서 쇠는 사람을 뿐만 아니라 자연도 담을 수 없다.
소리는 다르다. 소리는 모양과 형태가 존재하지 않는다. 소리는 살아있는 생명체의 것이다. 살아서 숨 쉬는 모든 존재는 소리를 만들어 낸다. 그렇기에 소리는 모든 것을 담는다. 베고 쓰러뜨리는 쇠와는 달리 소리는 울려 퍼져 살아있음을 증명한다. 소리는 아름답지도 추하지도 않다. 단지 그것을 표현하는 이와 그것을 듣는 이의 마음에 따라 다르게 들릴 뿐이다. 그렇기에 소리는 살아있는 자를 위한 것이다. 죽은 자를 위해 만들어내는 소리조차 산 자를 위해 만들어진 소리이다. 소리는 무한히 퍼져나가고 무한히 담으며 무한히 살아 숨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