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회화 공부를 시작한 지 어느덧 7개월이 넘어간다.

공부를 시작하면서 다짐했던 굳은 의지가 슬슬 풀어지면서

갈수록 집중도는 떨어지고 시간은 줄어들고 있다.

 

처음 한두 달은 하루에 서너 시간 이상을 했는데

지금은 채 한 시간을 넘기기가 무척 힘이 든다.

어느덧 여행 영어 교재의 끝이 보이는데

정작 영어 실력은 얼마나 늘었는지는 가늠이 안 된다.

 

단순히 반복하여 듣고 따라 하는 기계적인 학습으로

과연 이렇게 해서 영어 실력이 늘까?” 하는 의심이 몽글몽글

일어나기 시작했고, 도대체 교재를 얼마나 더 반복해야 하는지

아니면 다른 새로운 교재를 찾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한창이던 참이었다.

 

그러던 중 영어 관련 유튜브를 시청하다 우연히 만난 영어 회화 공부 앱은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 주었다. 그런 앱이 있다는 것은 진작 알았지만

다소 조잡했던 과거의 기억 때문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었다.

그런데 요즘 나온 앱은 과거의 앱과 차원이 달랐다.

괄목할만한 AI 기술에 기반을 둔 앱은 내게 새로운 세계를 선사했다.

 

반복해서 듣고 따라 하는 방법은 사실 그 지루함과 단순함으로

엄청난 인내력과 노력을 요구하기에

회화 공부의 최대 적이자 가장 큰 포기 요인이었다.

그런데 앱이 이런 영어 공부의 어려움을 단숨에 해결해준다.

 

선생님의 자세한 설명에 이은 다양한 문장의 따라 하기 코스,

마치 사람과 채팅하는 듯한 대화 코스, 발음의 정확도 체킹,

틀린 어휘와 문장만 반복할 수 있는 복습 코너 외

어휘 암기, 문법 설명까지 영어로 말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들이 상다리가 휠 정도의 한식 상처럼 푸짐하게 차려져 있다.

낙오되어 혼자 외롭게 싸우다 백만대군의 아군을 만난 것 같다.

 

무어라 해도 앱의 가장 큰 장점은 피드백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말하기는 의식을 사용하는 읽기와 쓰기와 다르게

마치 자전거 타는 법처럼 무의식의 자동 반사를 사용하는 과정이다.

듣자마자 반사적으로 반응하는 말이란 의식적인 생각의 메카니즘의 작용이 아니다.

그래서 다양한 문장으로 마치 대화하듯이 진행되는 앱의 공부 방식이

혼자 공부 해야 하는 현실에서 가장 근사치의 학습 방법이라 여겨진다.

 

원어민과 편하게 아무 때나 대화할 기회가 얼마나 있겠는가?

무의식에까지 저장될 만큼 반복하여 연습해야 했던 기존의 공부 방법은

소요되는 엄청난 시간만큼 인내 또한 필요했다.

앱은 우리에게 그 만큼의 인내와 노력을 요구하지도 않으면서

효율은 더 높은 아주 인간적이고 자비로운 공부 방법이지 싶다.

 

그래서 앱으로 공부하면서도 공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오히려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우리나라의 교육 시스템에선 인내와 고통이 동반되지 않은 공부란 낯설고 어색한 일이지 않은가?

하지만 의식적으로 공부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이 오히려 진짜 말하기에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말을 한다는 것은 사실 공부가 아니고 그냥 생활이니까.

 

옛날에 이런 앱이 있었다면 훨씬 수월하게 영어를 공부할 수 있었을텐데 

많이 아쉽긴 하지만 지금이라도 만났으니 다행이라 생각해야겠다.

참 좋은 세상이다. 굳이 외국에 나갈 필요도, 원어민이 없어도 공부할 수 있으니...

 

앱으로 영어 회화를 공부할 때의 장점을 다시 한번 정리해보면


첫째, 원어민의 음성을 듣고 반복해서 따라 하는 기존의 기계적인 학습 방법은 상당한 의지와 끈기가 필요한 학습법이다. 이에 반해 앱은 마치 게임을 하는 것 같아  공부를 한다는 느낌을 최대한 줄여 불필요한 고통과 피로감을 줄여 준다.

 

둘째, 혼자 하는 전통의 방법은 원어민을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어야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반면에 앱은 AI 기반의 학습 방법으로 

내가 말한 것을 실시간으로 체킹하고 틀린 점을 지적해주어 나도 모르게 

몸에 밴 잘못된 발음 습관을 고칠 수 있다.

물론 기술적으로 아직 미비한 부분은 있지만 차츰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 접근성에서 앱은 어느 때나 어디서든지 스마트폰만 있으면 

공부 할 수 있으니 자투리 시간을 아낄 수 있으며 아울러 영어 공부를 

생활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네 번째, 앱마다 특성이 있다. 리스닝, 어휘, 문법, 독해 등 각자의 특화된 장점을 가진 여러 앱을 서로 보완하여 사용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다만 유료인 관계로 얼마간의 돈을 지불해야 하지만 사용 효과나 학원비에 비하면 그리 비싸다고 할 수는 없다.


정 돈이 아깝다면 광고를 시청해주면 되는 무료 앱을 이용하면 되지만 

공부하는데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면 굳이 공부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다.

영어 공부가 본격화되면서 슬슬 지루해지기 시작하고 의지도 처음 같지 않아 고민스러웠는데 우연히 앱으로 옮기면서 다시 새로운 의욕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영어 공부의 핵심은 지속성이다. 지속에는 흥미가 따라야 한다.

그런 면에서 앱은 최고의 공부 교재가 될 듯하다.

끈기 있게 공부하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자신을 독려할 방법을

계속 찾아야 한다. AI 때문에 외국어를 할 필요가 없지 않나 생각했는데 

다른 한편으로 AI를 이용해 공부하는 걸 보면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참 단점이 빠졌다. 단점은 아직 못 찾았다

좀 더 해보고 발견하면 다시 쓰겠다.

앱으로도 성공하지 못한다면 그게 가장 큰 단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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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반스케치의 소재는 늘 옛 것이거나 허름하거나 투박하거나 한 것들이다.

번쩍 번쩍 빛나는 새것은 잘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도시 외곽의 허름한 주택, 옛날 골목, 시골의 마을 등이 단골이다.

 

이상한 일이다. 새로 지은 아파트, 빌딩, 현대식 카페같이

우리 눈에 좋아 보이는 것은 막상 도화지에 옮기면 멋이 없고 어색한데

다 쓰러져 가는 오두막이나 인적없는 시골길 구석에 외롭게 서 있는

조그마한 카페는 그리다 보면 운치가 있어 보인다.

 

우리 네 인생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남들 보기에 빛나는 삶을 사는 이가 늘 부러워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기만의 삶을 짊어지고 가는 이의

평범하다 못해 구질 구질하게 보이는 모습이 어쩌면

더 가치 있고 멋있는 삶이 아닐까?

 

어느 시골 한적한 곳 허름하게 서 있는 조그만 농가나 카페처럼

눈에 번쩍 뜨이지는 않아도 하늘과 땅과 사람들 사이에서

언제부터 있었는지 가늠도 되지 않는 자연스러움으로

자신만의 고유한 존재감을 은연중에 내뿜고 있는

그런 삶이 나의 삶이어도 괜찮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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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 답안

 

어디에 투표하셨나요?

) 저의 가치관에 부합하고 제가 바라는 정책을 추진하는 정당과 후보자에 

     투표하였습니다.

 

현실 답안

 

어디에 투표하셨나요?

) 정치를 못 하고 국민을 무시하는 당이 하도 괘씸해 반대 당을 찍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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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투자에만 복리의 마법이 있는 게 아니다.

도전의 시간에도 복리의 마법이 적용된다.

처음엔 100m를 뛰어야 도달했던 목표가,

 

두 번째는 70m만 뛰어도 다다른다.

세 번, 네 번째는 절반만 뛰어도 되고

그 뒤에는 조금만 뛰어도 정상에 이를 수 있다.

 

뭐든 최초의 도전이 가장 힘든 법이다.

노력도 자주 하면 내성과 관성이 붙고

생각보다 힘들지 않게 된다.

 

그렇게 도전의 노력을 반복하던 어느 날

스스로 고통을 주는 사디스트가 되어 있는

나를 만날 것이다.

  

도전의 시간에만 복리의 마법이 있는 게 아니다.

실패의 시간에도 복리의 마법이 적용된다.

처음엔 100m 높이에서 떨어져 죽을 것이다.

 

두 번째는 70m 높이에서 중상이다.

세 번, 네 번째는 그 절반만큼 다치지만

그 뒤에는 그냥 툭툭 털고 일어선다.

 

뭐든 최초의 실패가 가장 고통스러운 법이다.

실패도 자주 하면 항체가 만들어지고

생각보다 별거 아니게 된다.

 

그렇게 실패를 반복하던 어느 날

고통을 희열로 느끼는 마조히스트가 되어 있는

나를 만날 것이다.

 

그렇게 어느 날

도전과 실패가 더는 별개가 아님을

고통과 희열을 굳이 나누지 않는


내가 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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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심리학 - 누가 권력을 쥐고, 권력은 우리를 어떻게 바꾸는가
브라이언 클라스 지음, 서종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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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다 아파트 게시판에 붙은 공고문을 보게 된다.

입주자 대표와 각 동 대표를 뽑는 선거 공고다.

엘리베이터 올라가는 동안 힐끗 한 번 보고 잊어 버렸다.

 

얼마 뒤 다시 공고가 붙었다.

입후보자의 경력이나 출마의 변을 써 놓았다.

후보자의 수는 많지 않았다. 대개 한두 명이다.

경쟁이 그다지 치열한 것 같지는 않다.

 

그들의 경력에 특별한 점은 없어 보인다.

전기기술자, 보험설계사, 회사원, 건축가, 사업가 등 평범하다.

심지어(?) 고졸도 보인다. 이런 일에 반드시 대졸 학력이 

필요하다는 근거는 없다.

다만 1,200세대가 넘는 이 거대한 아파트를 대표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대학을 나온 사람이어야 한다는 편견 가득한 생각도 스쳐 지나간다.

 

다시 얼마 후 당선 공고가 뜬다. 그 사람들이 그대로 당선되었다.

전직 사업가가 입주자 대표가 되었다.

난 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관심도 없었으니 투표도 하지 않았다.

아니 입주자가 투표를 하는 직접 선거인지 아니면 동 대표를 먼저 뽑고

그들 중 입주자대표를 호선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냥 어느 날 그들은 나와 입주자들의 무관심 속에서

실거래가로 약 7,000억의 자산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매달 약 5억원에 달하는 관리비를 5,000여명의 입주자가 납부하고 있는

대단지 아파트의 관리사무소를 통제하고 각종 자치 규약을 만들며,

시설 가치와 입주자의 복지 수준을 올리고 내릴 수 있는

주요 과정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리에 앉게 된다.

단지 그들이 하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아파트 거주자 중에는 아파트 관리에 필요한

행정, 회계, 법률 전문가도 있을 것이고

건물 관리에 필수적인 건축, 전기 설비 전문가도 많을 것이고

교수, 박사, 회사 간부 아니 전직 대기업 CEO도 있을 수 있다.


그런데 결과는 이러한 전문가들과 전혀 경쟁하지 않은

입주자 중 단 1%에 불과한 소수의 무리가 자리를 차지한다.

그들이 그들을 제외한 절대 다수의 아파트 거주자와 다른 점은 딱 하나

아파트 입주자를 위해 열심히 봉사하겠다는 마음과

그 마음을 현실에 구현하겠다는 강한 실천 의지다.

당연히 지금은 그들의 마음과 의지의 진위를 확인할 방법은 없다.

 

과연 그들이 순수한 봉사 정신 만으로 나왔을까?

그렇다면 아파트마다 왜 그리 시끄러운 일이 많을까?

입주자 대표하고 누구하고 싸움이 붙어서 서로 고소하고 난리라더라.

누구는 업자한테 돈 먹고 사업을 줬다더라...등등

 

물론 지금은 과거에 비해 아파트 관리가 많이 개선되었다.

아파트 자치규약과 회계 준칙에 따라 각종 사업에

공개입찰을 하는 것이 원칙이고

중요한 결정은 입주자 총회 같은 데에서 민주적 절차에 따라

결정되고 있는 줄 안다.

 

하지만 그들을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주민의 절대 다수가

그들이 뭘 하고 뭘 결정하는지 관심이 없는 현실에서

밀실에서 어떠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어찌 알 것이며

그들의 청렴과 결백을 어떻게 보장받을 수 있겠는가?

 

공고문을 보면서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한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다.

잘 뽑아야 하는데.....내가 하면 잘할 것 같은데...

하지만 난 먹고 살기 바쁘고, 감투에는 관심도 없고, 또 귀찮기도 하고

나 아니어도 할 사람 많은데 굳이 내가 나설 이유도 없고,

또 괜히 하다가 이상한 사람들 만나면 성가신 송사에 휘말릴 수도 있고.....

 

그렇게 똑똑하고 능력이 있는 다수의 우리는

지극히 평범하고 심지어 나보다 못할 수도 있는 사람들에게

내가 가지고 있는 소중한 재산을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을 아주 쉽게 내어 주고 만다.

 

그리고 이 상황은 동문회, 산악회, 동호회 등 큰 이권이 없는 사적 모임부터

마을 공동체, 직장, 정치 단체, 국가 기관까지 그대로 이어진다.

 

규모만 다를 뿐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권력은 늘 탐한 자에게만 돌아가고 그들은 우리의 무관심을 발판 삼아

별다른 경쟁 없이 조직의 장이 되어 시스템을 장악하고 오염시키며

부정부패를 일삼고 아랫사람을 마음껏 지배한다.

 

결국 그들의 정체를 한참 뒤늦게서야 알게 된 우리는

그들을 욕하며 끌어 내리려 하지만 이미 공고하게 자리를 잡은 그들은

그 자리에 올라간 것처럼 쉽게 내려 오지 않는다.

 

온갖 희생을 치르고서야 겨우 바로 잡았지만 다시 과거를 되풀이한다.

개혁을 부르짖고 나온 후보가 다시 똑같은 전철을 밟고 있는 걸

수없이 반복해서 보게 된다. 역사는 늘 그러했다.

그래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의문을 갖게 된다.

 

첫째, 더 악한 사람이 권력을 가지게 되어 있는가?

둘째, 권력은 사람을 나쁘게 만드는가?

셋째, 왜 우리는 우리를 통제할 권리가 전혀 없어 보이는 사람이

         우리를 통제하도록 놔두는가?

넷째, 부패하지 않을 사람에게 권력을 주고 그 권력을 공정하게

         행사할 수 있게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대충 답은 이러하다.

 

첫째, 부패하는 사람들은 권력에 더 이끌린다.

이들은 대개 권력을 얻는데 더 능하다.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따지지 않는 마키아벨리즘

세상을 자신을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나르시시즘

타인을 자신의 목적에 대한 도구로 생각하는 사이코패스

 

지도자로서 가장 적합하지 않은 이러한 세 종류의 사람들이

남을 지배하려는 욕구가 강하고 실제로 성취할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 비극의 시작이다.

 

평범한 사람들은 별로 갖고 있지 않은

이러한 특성들을 가진 소수의 사람이 겉으로 보기엔

오히려 더 진취적이고 능력이 있어 보이고

심지어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둘째, 권력자는 권한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세상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과대망상에 사로잡히기 쉽다.

흔히 하는 말로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것이다.

 

권력은 심지어 사람 내부의 화학적 분비까지 바꾼다고 한다.

개혁을 부르짖었던 사람이 자리에 앉은 뒤 독재자로 변질된 수많은 사례를

우리는 역사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권력은 필연적으로 부패하며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유명한 말은

상당 부분 진실이다.

 

여기에 나쁜 시스템은 날개를 달아 준다. 심지어 좋은 시스템도 망쳐 놓기 일쑤다나쁜 지도자를 법과 제도로 제어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걸 

역시 수많은 사례가 알려 주고 있다.


셋째, 우리는 석기시대적 뇌와 관련된 비이성적 이유로 이들에게 끌린다.

사냥을 잘해서 우리를 배불리 먹게 해줄 것 같은 사람

싸움을 잘해서 우리를 안전하게 보호해 줄 수 있을 것 같은 사람

현대로 바꾸면 잘생긴 사람, 말을 잘하는 사람, 카리스마가 넘치는 사람,

쇼맨십이 탁월한 사람들이다.

 

우리는 지도자를 뽑는 것을 좋아하는 배우나 짝을 선택하는 것과 혼동하는 경향이 있다이성과 지성으로 세밀하게 따지는 대신 그럴싸한 이미지의 

포장에 잘 넘어간다.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막상 손은 비이성적 호감도에 현혹되곤 한다.

 

넷째, 그러면 이것을 막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원인에 대한 분석은 명확하고 탁월하지만 그에 대한 해결은 어렵고 모호하기 일쑤다.

사람을 속이는데 우리보다 한 수 위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이코패스를 우리가 어찌 쉽게 알겠는가?

 

그렇다고 그러한 사람들이 내 삶을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도록

놔두는 것은 너무나 억울한 일이니 두 눈을 똑바로 뜨고

항상 의심의 눈초리로 살펴보는 수밖에 없다.

 

처음부터 가장 훌륭한 사람을 뽑는 시스템이 이상적이지만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현실에서 그런 이상을 구현하기란 쉽지 않다.

 

어쩌면 현대 민주주의는 뽑혀서는 안 되는 최악의 사람을 최대한 거르거나

아니면 불가피하게 지도자가 되었더라도 최소한의 희생으로

시스템을 유지하도록 하는 현실적인 방향 외 더 나은 선택지가 없다는 게

한계일 수 있다.

 

어찌 되었든 오랜 시간 동안 민주주의는 각종 법과 제도를 만들어

권력을 감시하고 제어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물론 독재자들은 헌법과 삼권분립, 국민의 주권을

아주 쉽게 종이처럼 구겨 내팽개치곤 했다.

그러나 결국 그들을 쫓아낸 명분도 헌법이고 국민의 주권이고 자유였다.

 

지도자가 시스템을 제멋대로 운영하고 있다면

겉모습이나 말과 상관없이 그는 이미 독재자다.

잘못된 지도자를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잘 작동되는지 감시하는 마지막 보루는 어쩔 수 없이 그들을 뽑은

국민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원인자 부담, 결자해지다.

 

석기시대처럼 가족 단위의 무리가 사냥과 채집으로

생을 영위하던 시대에는 지도자가 별로 할 일이 없었다.

그러나 인류의 문명이 시작되면서 집단으로 모여 살게 되었고

집단의 질서를 효율적으로 유지할 대규모의 관료조직이 필요해졌고

당연히 그 조직을 지휘할 강력한 리더의 존재가 필수가 되어 버렸다.

 

그런데 정작 리더가 꼭 되어야 할 착하고 능력 있는 사람들은

정작 권력에 관심이 없고 절대 지도자가 되어서는 안 되는

인간들이 쉽게 권력을 얻는 아니러니는

문명의 역사가 이어지는 동안 꾸준히 그리고

변함없이 존재하는 딜레마이기도 하다.

 

다수의 착하면서 권력의지가 없는 국민은 어쩔 수 없이

민주주의 성패의 관건인 소수의 능력도 없고 착하지도 않으면서 권력욕만 엄청난 후보자들을 어떻게 가려내고, 솎아 내고, 이미 늦었다면 쫓아낼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의무를 원치 않아도 떠안고 있는 것이다.

 

어느 북유럽의 지방의원이 우리나라에 출장 오면서 받은 출장비를

막상 쓸 일이 없자 귀국해서 그대로 반납하는 장면을 TV에서 본 적이 있다.

그 의원이 그렇게 한 것은 그 사람이 착해서 그런 게 아닐 것이다.

시스템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지도자가 법과 질서, 시스템에 따라 행동하는지를 늘 감시하고

그래서 따르지 않은 죄에 대해 확실히 책임질 수 있도록 해서

지도자 스스로 늘 감시받고 있다는 느낌을 명확하게 주지시키는 것

 

선하며 능력이 있지만 권력의지가 부족한 사람이

지도자를 꿈꾸고 다가설 수 있는 다양한 유인책과 선출 방법을 모색하는 것

결국 늘 지배받고 있는 우리 다수의 몫이다.


우리의 희망과 선한 의도를 늘 한결같이 배신하는

소수의 그들을 우리 삶에서 제거할 수 있고 없고는

다시 한번 강조하건데,


그들을 뽑고 지배를 받는 우리의 관심과 실천 외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

그들은 늘 우리의 게으른 무관심의 약점을 파고 들 궁리만 하고 있다는 걸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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