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낚시 - 제30회 눈높이아동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고학년 책장
키키유 지음, 유경화 그림 / 오늘책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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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의 나라면 그랬겠지. 근데 그림자 덕분인지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쑥 솟아올라서 솔직하게 다 말할 수 있었어. 이미 쓴 돈은 용서해줄 테니까 나머지 돈이라도 돌려 달라고 했어. 유치하게 부모님께 이르지는 않겠지만, 돌려주지 않으면 평생 나한테 언니로 인정받는 일은 없을 거라고. 

당황하는 것 같더니 날 밀치면서 당장 나가라고 소리치더라. 근데 잠시 뒤에 내 방에 들어와서 돼지 저금통을 돌려주는 거야. 내가 바보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면서. (p.112) 

 

 

만약 당신의 그림자가 어느 날 다른 모습이 된다면? 아마 그것을 눈치채는 순간부터는 놀라 까무러치게 될 것이다. 그런데 그 그림자가, 나를 그림자처럼 바꾸기 위해 나를 제어하기까지 한다면? 이때부터는 일상이 공포영화가 될지도 모른다. 이 설정은 눈높이아동문학상에서 동화우수상을 수상한 『그림자낚시』에서 만날 수 있는 것으로, 책의 시작부터 끝까지 아이들을 붙잡아둘 만큼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어른인 나 역시 너무 재미있어서, 그 자리에서 몽땅 읽어버린 것은 안 비밀! 심지어 재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굵직한 깨달음과 잔잔한 감동도 함께 하니, 초등 고학년 자녀를 키우는 부모님들이라면 일단 시선 집중 하셔라!

 

『그림자낚시』는 하늘 위에서 조각배를 타고 낚시를 하는 이상한 아저씨로부터 시작된다. 악명높은 도둑이었다는 이 아저씨가 훔치는 것은 그림자이며, 그림자를 도둑맞게 되는 아이는 먹성 좋은 '방소유'다. 어느 날 소유는 친구에게 빼앗기지 않기 위해 화장실에서 도넛을 먹다가(!) 친구들이 자신을 두고 “게걸스러운 돼지”라고 표현하는 소리에 상처를 입는다. 그렇게 약해진 마음에 찾아든 낚시꾼은 소유의 그림자를 날씬한 아이로 바꿔주는데, 생각 없이 시작된 교환은 엄청난 일들을 연결하게 된다. 하지만 자신이 변하지 않으면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아이들은 자신의 그림자를 되찾고, 스스로를 더욱 소중히 하게 된다. 

 

사실 『그림자낚시』를 읽는 동안에는 다른 생각이 들 겨를조차 없었다. 스토리가 무척 탄탄하기도 했고, 동화책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긴박함도 있었기에 그저 내용에만 집중했던 것. 또 그림자를 바꾼다는 설정 자체가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소기도 했고. 하지만 『그림자낚시』를 덮고 나서 생각해보니, 이 책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어쩌면- 우리가 현실에서 만나는 거의 모든 아이의 모습이었다. 소아비만으로 고민하는 소유, 재혼가정에서 만나게 된 언니와의 갈등으로 더욱 소심하고 나약해진 자신의 모습에 답답함을 느끼는 채윤이, 집단행동으로 친구에게 상처를 입히는 민서, 성적에 집착하는 민성이 등을 보며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마음 아파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슬퍼졌다. 그러다 『그림자낚시』는 그림자뿐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모습조차 바꾸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작아진 자존감을 이야기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너무 아팠다. 어쩌면 어른들 모두가 “자존감 도둑”은 아니었나 반성의 마음이 들기도 했고. 

 

아이들이 하나둘 스스로의 본모습에 대해 생각하고, 자신의 그림자(내면)와 화해하는 모습을 보며,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도 자신의 콤플렉스나 불만을 미워하기보다 나아지는 방법을 고민하고, 자신을 더 소중한 존재로 인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면 어른들이 아이들의 자존감도둑이 되지 않도록 더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도 함께 말이다. 

 

그래서 『그림자낚시』는 어른과 아이 모두가 읽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은 자신이 가장 존재라는 것을 깨닫고, 자신의 그림자를- 내면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되면 좋겠고, 어른들은 아이들이 그런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지하고 응원하면 좋겠다. 오래도록 잔상을 남기는 동화, 『그림자낚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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