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숙빈 - 숙종시대 여인천하를 평정한 조선 최고의 신데렐라 숙빈 최씨
김종성 지음 / 부키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김훈의 '남한선성'과 김인숙의 '소현'에 이어서 본 '최숙빈'은 소설이 아니라서 시대별 사건별 자료와 정보가 잘 정리되었다. 하지만 조선의 신데렐라였던 최숙빈의 드라마틱한 삶은 소설보다 더 극적이다. 저자인 김종성은 인터넷 매체에 '김종성의 사극으로 역사읽기' 코너를 연재하는 등 역사와 우리 시대를 이어주는 일에 관심이 크다고 한다. 
 

영조의 어머니 최숙빈은, 숙종의 후궁으로 인현왕후와 장희빈 사이의 여인천하에서 최후의 승자가 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미천한 신분으로 예닐곱 살에 애기항아로 궁에 들어와 인현왕후의 지밀나인이 되었다. 인현왕후가 폐위되고 떠난 후 하급 궁녀가 왕후의 생일을 기념하는 장면을 목격한 숙종은, 크게 감동을 받았는지 가까이 해 승은을 입고 종4품의 숙원에 책봉된다. 장희빈에게 위협을 받으면서도 숙종의 사랑을 받아 둘째 아들 연잉군을 낳았고 정1품의 빈이 되었으니, 그야말로 조선시대의 신데렐라였다고 할만하지 않은가!^^  

인현왕후와 장희빈이 '중전' 자리를 놓고 벌인 대결로 양쪽의 공존을 꾀했다면, 최숙빈과 장희빈의 대결은 목숨을 담보로 한 치열함이었다. 숙종이 '신룡이 땅속에서 나오고자 하되 나오지 못하니 전하, 속히 저를 살려 주십시오!' 하는 꿈을 꾸고 장희빈의 처소를 찾았다가, 결박당한 채 독 속에 갇혀 있던 나인(최숙빈)을 구했다. 실록에 기록된 공식미인이었던 장희빈의 세상에서 숙종의 총애를 입었으니 최숙빈의 미모도 빠지지 않았을거라 짐작해본다.^^  

최숙빈은 서인과 남인의 틈바구니에서 정치구도를 잘 활용했던 지혜롭고 당찬 여인이었고, 숙종은 궁중 여인의 구도로 당파간 힘의 분배와 균형을 이용한 군주였다. 숙종은 '빈어가 후비에 오르게 해서는 안된다'는 하교를 내렸으니 장희빈의 몰락과 더불어 최숙빈도 더 이상의 자리에 오르지 못하고, 숙종은 새 왕후와 빈을 들여 여인구도의 새판을 짰다.
 


소설 '남한산성'과 '소현'까지 한줄로 꿰어진 역사 덕분에 '최숙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인조의 아들 소현세자는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 8년 세월을 지내고 돌아와 두 달만에 죽었고, 그 뒤를 이은 봉림대군(효종)의 아들인 현종의 아들이 바로 숙종이다. 이 책은 조용히 묻혀버린 최숙빈의 삶을 역사적 사료를 바탕으로 재조명했다. 텔레비전 MBC드라마 '동이'가 바로 최숙빈이라는데 이번 월요일 후반부만 조금 봤는데, 역사와 드라마는 결코 똑같지 않다는 걸 알지만 진행되는 이야기에 더 빠져들고 싶지는 않다.^^  




신분 컴플렉스를 가졌던 영조는 왕이 되자 어머니 최숙빈을 숭모하는 일을 재빠르게 진행한다. 당쟁의 틈바구니에서 '탕평'정책으로 줄타기를 잘했던 왕은 눈치를 보면서도, 소신껏 일을 처리했다. 최숙빈을 왕의 후궁에서 왕의 어머니 반열에 올려 소령묘를 '소령원'으로 격상시켰다. 묘는 대군, 군, 공주, 옹주, 후궁이 묻히는 곳이지만, 원은 세자, 세자빈이나 왕의 사친을 모시는 무덤이었다. 왕위에 올라 29년만에 이룬 추숭사업은 단순히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 뿐 아니라, 출신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정치적 기반을 다지는 일이었다.   

정치적 연고가 없던 최숙빈은 외형상으로는 당파와 아무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중요한 고비마다 당쟁에 편승했고 그 과정에서 이익을 챙겼으니 탁월한 정치감각을 지닌 여인이었다. 최숙빈이 서인이 아니면서도 인현왕후를 비롯한 서인과 운명을 함께 했던 것처럼, 영조도 서인 노론의 힘을 빌려 왕위에 올랐으니 어머니 최숙빈의 유전자 영향을 받은 뛰어난 정치적 감각으로 이해되었다.  

 

최숙빈과 왕자 이금(영조)의 대화는 여늬 모자와 다르지 않은 사랑이 담겨 있다. 훗날 영조는 어머니를 생각하며 세누비를 입지 않았다고 하니,  최숙빈 추숭사업과 더불에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엿볼 수 있다. 

왕자 이금; 침방에 계실 때에 무슨 일이 가장 하기 어려우셨습니까?
최숙빈; 중누비,오목누비, 납작누비 다 어렵지만 세누비가 가장 하기 힘들었습니다.  

누비란 것은 두 겹의 천 사이에 솜을 넣고 줄이 죽죽 지게 바느질한 옷으로, 누빈 줄의 간격이 중간 정도로 듬성듬성한 누비를 중누비, 줄을 굵게 잡아 골이 깊은 누비를 오목누비, 누빈 줄이 촘촘하고 고운 누비를 세누비라 한다. (1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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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6-24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최숙빈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무수리에서 저리 도약했으니
보통 미모와 지략을 갖춘 여인은 아닐 것이다 라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됩니다.
영조는 아들을 죽음으로 몰긴 했지만, 사실 훌륭한 왕 이었잖아요.
무지하게 오래 살았고. 어머니가 훌륭하지 않았다면 힘들지 않았을까요?

순오기 2010-06-25 07:18   좋아요 0 | URL
실록이 인정한 장희빈과 겨룰 정도의 미모가 아니었을까....
영조는 아들을 죽이고도 겁나지 않았는지 손자를 왕으로 세웠어요.
인조는 소현의 아들을 싸그리 죽였는데...ㅜㅜ

하늘바람 2010-06-24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동이를 재미있게 보는데 오 숙빈에 관한 책도 읽어보고 싶네요. 순오기님 페이퍼는 항상 마음을 동하게 하디요

순오기 2010-06-25 07:19   좋아요 0 | URL
동이는 월욜에 쬐금 봤어요.
리뷰 쓰려면 한번 봐야지 했는데, 언제 하는지 신경을 못써서...

같은하늘 2010-06-24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방면은 제게 너무나 약한 취약점이라...
쉽게 접근할 수 없다는...

순오기 2010-06-25 07:20   좋아요 0 | URL
아~ 같은하늘님 역사가 취약하다는 거야요?
그래도 책으로 보면 재밌잖아요.^^

꿈꾸는섬 2010-06-25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으로보면 정말 재밌겠어요. 저도 요새 동이 보다말다 하거든요. 재밌겠어요.ㅎㅎ

순오기 2010-06-25 19:41   좋아요 0 | URL
소설이 아니지만, 한 인물을 알아가는 재미는 있어요.^^

사계절출판사 2010-07-07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에 밑줄까지 그어가며 열심히 보신 흔적이 묻어나네요 ^ ^ 소설이 아닌 역사도서는 딱딱한 부분이 있는데 .. ㅠ <최숙빈>은 그림이며 그래프, 표를 활용해 눈에 잘 들어오네요 ㅎ 잘 읽고 갑니다. ^ ^

순오기 2010-07-07 23:33   좋아요 0 | URL
아~ 고맙게도 사계절출판사가 댓글을 달아주셨네요!
좀 한가해지면 사계절 카페에도 가입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