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설전

설전 - 법정이 묻고 성철이 답하다
성철.법정 지음 / 책읽는섬 / 2016년 2월

우리나라 불교계의 두 거장, 성철 스님과 법정 스님의 문답으로 이루어진 '설전'. 종교에 뜻이 있는 것이 아니어서 기독교나 불교계통의 서적을 즐겨 읽는 편은 아니지만, 종교적인 의미를 떠나 이 두 분의 대화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종교를 갖고 있지 않음에도 나는 불교의 진리를 좋아하는 편이다. 누군가에게 믿음을 기대거나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의 내면에 부처가 있음을 깨닫고 마음 속의 진리를 추구하는 것, 그것이 불교 교리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청년 시절의 법정스님이 성철스님을 찾아뵙고 질문을 던지면 성철스님이 그에 대한 대답을 주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불교수행과 정진에 대한 질문들이 많지만, 그 외에도 삶의 자세라든가 진리의 추구에 대한 자세 등에 대한 이야기도 다루어진다.

두 스님의 대담이라고는 하지만 질문을 하는 쪽은 법정스님이고 성철스님께서 대답을 하는 식이라 성철 스님의 생각이 더 많이 와닿았다. 하지만 어떤 질문을 내던지느냐에 법정스님의 성격이나 사상도 어느 정도 배어있는 것 같아서 두 분의 생각을 잘 알 수 있었다. 삶에 대한 고민과 성찰, 수행에 대한 이야기, 삶의 자세 등 두 스님에게서는 배울 점이 참 많았다.

'살아가는 것이 곧 해탈이다'

'성불이란 부처가 되는 것이 아니라 본디 부처임을 깨닫는 것이다.'

성철 스님은 이 책에서 '본성을 깨닫는 것'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사람은 모두가 부처이며 맑은 거울과 같다는 것이다. 다만 살아가면서 자신의 본성을 잃고 거울이 더러워질 뿐이라는 것인데, 그렇다고 하여 거울을 내다버릴 필요가 없이 갈고 닦기만 하면 원래의 빛을 되찾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기 위해서 끊임없이 수행을 하는 것이며 세속적인 욕심을 버리라고 한다.

불교 뿐만이 아니고 사람으로서 살면서 배워나가야 할 자세인 것 같다. 욕심을 버리고 내 안의 가능성과 평화를 찾으면 고민도 없고 다툼도 없을 것인데, 그것이 잘 되지 않아 서로들 이렇게 미워하고 다투며 힘들게 사는 것이 아닐까. 성철스님의 말씀은 그런 현대인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말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이 책을 읽는 내내 하였다.

또 하나 이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점은, 좋은 말씀과 함께 아름다운 사진과 일러스트가 곁들여져, 읽는 내내 마음을 맑게 해주었다는 점이다. 사는 게 지치고 고민에 대한 해답을 얻고자 할 때,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고 성철스님의 말씀을 곱씹어보면 마음이 한결 편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서평] 셜록홈즈와 엉킨 실타래

셜록 홈즈와 엉킨 실타래 ㅣ 셜록 홈즈 미공개 사건 파일 3
데이비드 스튜어트 데이비스 지음, 하현길 옮김 / 책에이름 / 2016년 2월

추리소설을 좋아한다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랑해 마지 않는 것이 바로 '셜록홈즈'일 것이다. 그런 만큼 세계적으로 수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고, 그를 등장시킨 새로운 소설들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코난 도일의 뒤를 이어 셜록홈즈와 왓슨의 모험담을 새롭게 쓰고자 한 사람 중 한 명이 바로 데이비드 스튜어트 데이비스이다. 소설 '셜록홈즈와 엉킨 실타래'는 아서 코난도일의 '바스커빌 가의 사냥개' 의 뒷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원작에서 늪에 빠져 죽는 것으로 되어 있는 스태플턴이 이 이야기에서는 살아 남아 셜록홈즈에게 복수하기 위해 음모를 꾸미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그 음모를 알려주기 위해 왓슨을 찾아온 스태플턴의 애인인 리드게이트양이 실종되었다가 흡혈귀가 되어 나타나면서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은 바스커빌 가의 사냥개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여기에 등장하게 되는 것이 드라큐라 백작과 그를 쫓는 반 헬싱 교수. 초자연적인 존재의 등장으로 지극히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추리를 해왔던 셜록홈즈의 모험은 그 성격이 호러로 변한다. 사실 이 부분이 셜록홈즈의 팬들에게는 다소 어리둥절하고 받아들이기 힘들 수 있다. 나도 그랬으니까. 추리소설, 탐정의 대명사인 '셜록홈즈'이기에 정통 추리소설을 기대했지만 이 소설은 드라큐라가 적으로 등장하게 되면서 오히려 판타지호러 느낌이 더욱 강해진다. 그것이 이야기에 박진감을 주고 짜임새 있었더라면 좋았을 뻔했지만 드라큐라의 이야기가 너무 뜬금없는 데다가 탐정콤비의 모험의 성격 자체가 변해버린 것 같아서 조금 아쉬웠다. 다만 셜록홈즈의 골수팬이 아니라 단순히 장르소설로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고자 한다면 이 소설이 그런 욕구를 다소 만족시켜줄 수는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셜록홈즈를 등장시킨 새로운 이야기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나와주기를 바란다. 그래서 데이비드 스튜어트 데이비스라는 작가가 매우 반갑고 주목된다. 그의 다음 이야기는 좀 더 '홈즈'스러운 이야기이기를 바래본다.  

[서평] 쓰바키야마 과장의 7일간

쓰바키야마 과장의 7일간
아사다 지로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16년 2월

'돌아와요 아저씨'라는 이름으로 SBS 드라마가 방영되기 이전에 일본드라마 '쓰바키야마 과장의 7일간'이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내가 읽게 된 책이 바로 이 두 드라마의 원작인 아사다 지로의 소설 '쓰바키야마 과장의 7일간'이다.

이미 '지하철'을 통해 아사다 지로의 가족 코드를 경험한 나로서는 죽은 사람이 돌아와 자신의 신변정리를 한다는 내용에서 가족 코드를 읽었다. 그리고 그런 기대감은 어긋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기대감 이상이었다. 생각지 못한 '가족의 비밀'이랄까 반전이 있었기 때문이고, 나의 죽음이나 가족의 죽음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무게감도 있었기 때문이다.

고졸 출신으로서 백화점의 꽃이라고 불리는 여성복 매장의 과장직을 맡고 있는 쓰바키야마는 백화점 세일행사에서 매출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리하게 일을 하다가 거래처 접대식사 자리에서 쓰러지고는 그대로 죽음을 맞이한다. 가족을 위해,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일만 하다가 아무런 준비도 없이 갑자기 죽음을 맞이한 그는 죽어서도 자신의 일과 가족이 걱정될 뿐이다. 더군다나 죽어서 향하게 된 저승에서는 자신에게 기억에도 없는 음행의 죄까지 얹어준다. 이대로는 도저히 죽을 수 없다. 결국 쓰바키야마는 자신의 죽음에 이의를 제기하고 7일간 이승으로 환생하여 신변정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단, 전혀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자신의 정체를 알려서도 안되고 복수를 해서도 안되는 제약을 받고서.

그리고 쓰바키야마 과장과 함께 이승으로 돌아오는 두 명의 인물이 있다. 이승에 두고 온 자신들의 고붕이 걱정이 되어 승천할 수 없는 야쿠자 두목 다케다. 그리고 교통사고로 사망하였으나 낳아준 친부모를 찾아 고맙다는 말이라도 꼭 전하고 싶은 렌짱.

각각의 이유가 모두 그들 자신에게는 승천할 수 없는 합당한 사정이다. 생각해보면, 억울하지 않고 이승에 미련이 남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싶다. 쓰바키야마 과장의 모습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아버지들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자나깨나 일 걱정, 회사 걱정, 가족 걱정인 가장의 모습. 언제부터 우리는 자신의 행복과 여유를 포기한 채 일과 스트레스에 자신의 인생을 저당잡혀 사는 것일까.

이 책의 주인공들은 자신이 아닌 전혀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이승에 돌아오기 때문에 죽은 뒤에 남겨진 사람들의 반응, 그리고 자신의 죽음을 한 걸음 물러서서 객관적으로 담담하게 바라보게 된다. 이런 주인공들을 보면서 나의 죽음, 또는 나와 가까운 사람의 죽음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된다. 과연 나는, 갑작스러운 죽음이 찾아왔을 때 아무 미련 없이 승천할 수 있을까. 또는 이 책의 주인공들처럼 '상응하는 이유'를 찾아 어떻게든 되돌아오려고 할까.

재미있게 읽었지만 읽고 나서 가슴 한쪽이 다소 무거워지는 소설이었다.

[서평] 단테의 신곡

단테의 신곡 - 영원의 구원을 노래한 불멸의 고전
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다니구치 에리야 엮음, 양억관 옮김, 구스타브 도레 그림 / 황금부엉이 / 2016년 1월

고전 중의 고전이라고 불리는 단테의 신곡. 유명한 작품이니만큼 여러 가지 판본으로 출간이 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이번에 내가 읽은 책은 고흐가 ' 최고의 민중화가'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던 천재 화가,
구스타브 도레의 삽화 121점이 함께 수록된 책이었다.

여러 화가들가 조각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는 단테의 신곡은 이탈리아의 시인인 단테가 시인이자 스승이라 칭하는 베르길리우스를 따라 영혼의 여행을 하면서 본 것을 쓴 시이다. 원작의 양이 방대한 만큼 다양한 판본이 있는데, 이 책은 지옥편, 연옥편, 천국편을 한 권의 책에 요약해서 삽화와 함께 담았다.

자신의 숭고한 사랑인 베아트리체를 찾아 천국을 찾아가며 지옥, 연옥을 거치며 경험하는 여행담인 신곡은 기독교적 세계관은 물론 그리스 신화의 영향을 받은 흔적도 보인다. 지옥의 각 관문을 지키고 있는 수문장들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들의 형태인 경우도 있고, 각각의 관문에서 당시 이탈리아의 유명한 실존 인물들의 모습을 보기도 한다. 실존 인물들이 지옥의 구덩이에서 허덕이며 고통받는 모습을 통해 좀더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교훈을 주고자 한 것일지도 모른다.

책을 읽다 보면 나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된다. 탐욕과 죄악을 저지르고 지옥불에 던져져 고통받는 영혼들의 묘사 장면에서 스스로를 반성하게 되고 돌아보게 된다. 지옥의 바닥까지 빠졌다가 천국에 오르기 위해 연옥에서 참회와 정화의 길을 걷는 단테의 모습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되기도 한다.

비교적 원작을 짧은 분량으로 축소한 책이니만큼 읽는 데에 큰 어려움은 없지만 그런만큼 많은 생각을 하며 보게 되는 책인 것 같다. 종교적인 의미를 떠나 문학작품으로서도, 자아성찰의 기회를 주는 철학적 작품으로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서평] 사건 치미교 1960

사건 치미교 1960
문병욱 지음 / 리오북스 / 2016년 1월

온갖 범죄들 중에서도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저지르는 범죄는 특히 악질적이라고 생각을 한다. 그런 악질적인 범죄 중 하나가 바로 사이비 종교 관련된 사건들일 것이다. 그러한 사이비 종교 관련 사건을 다룬 소설이 바로 이 책 '사건 치미교 1960'이다. '사건 치미교 1960'은 1930년대 사이비 종교로 온 세상을 놀라게 했던 '백백교 사건'을 모티프로 한 소설이다. 찾아보니 백백교를 소재로 한 영화까지 나올 정도로 큰 사건이었던 모양이다. 백백교는 교주 전용해가 창시한 종교로 전용운의 백도교를 이어받은 종교이다. 전용운은 동학의 신도였고, 4년 뒤에 세상이 망하니 자기한테 재산받치면 구원받는다며 사람들을 속여 백도교를 창시하였다. 그리고는 교도들을 속여 재산과 자녀를 약탈하였으며, 교주에게 의심을 품는 신도들은 살해도 서슴치 않았다고 한다. 이 책에 나오는 치미교 역시 백백교와 마찬가지로 수많은 교도를 희생시킨 참혹한 범죄의 온상이다.

실제 백백교 사건이 발생한 30년 뒤인 1960년대가 배경이지만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일제 치하에 온갖 수탈을 당하고 괴로움을 겪었던 백성들은 의지할 곳이 없고 배우지 못해 어렵게 살아가고 있고, 해방은 되었다 하나 일제의 잔재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아 나라는 어지럽다. 일본군이 되어 성공하기 위해 나라를 등졌던 주인공 해용은 전쟁이 끝나고 고국으로 돌아오지만 그를 반겨줄 사람은 물론 없다. 남은 것은 일제 앞잡이의 아들이라는 오명 뿐이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초우리라는 산골 마을로 숨어들어간 해용은 배우지 못한 산골 주민들과 아이들의 교육을 맡게 되면서 마을 내에서 귀한 존재로 받들여지게 된다. 간사한 게 사람 마음인지라 처음에 가졌던 자신을 받아들여 준 주민들에 대한 고마움은 점점 오만함과 욕심으로 변하게 되고, 심지어는 그들 위에 군림하고자 한다. 그렇게 탄생하게 된 것이 바로 '치미교'이다.

교묘하게 사람 마음을 현혹시키고 영생을 약속하며 재산을 모두 약탈함은 물론 꽃다운 어린 여식들을  바치게 하여 간음하는 등 교주가 된 해용의 악행은 이루말할 수 없다.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사이비 종교에 대한 무서움에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절대적인 힘을 얻고 싶었던 해용의 악행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일본군에 몸담았던 시절 735부대에서 생체실험을 하던 경험을 토대로 수많은 교도들을 억울하게 희생시켜가며 신종 바이러스를 만들고, 그것을 전국에 퍼뜨려 치료약을 팔아 막대한 돈을 벌 음모까지 꾸민다.

사람이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어디까지 비인간적인 범죄를 저지를 수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희생양이 되었던 교도들은 분명 현실이 힘들어 종교에라도 의지하며 마음을 다스리려는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이용하고 서슴없이 살해하는 해용의 모습은 이미 인간이라고 불리기를 포기한 듯 보였다. 문제는 어느 시대에나 이런 인간같지 않은 인간들이 존재하고, 그로 인해 무지하고 불쌍한 사람들, 혹은 힘없는 사람들이 희생된다는 것이다. 그런 현실이 너무나 씁쓸하게 느껴졌다.

스토리의 전개나 긴박감, 상상력 측면보다는 사실적인 묘사에 좀 더 점수를 주고 싶은 소설이다. 마치 실제 있었던 백백교 사건을 그대로 전해주는 리포트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렇지만 상상력과 재미 보다는 더 중요한 무언가를 읽어낼 수 있을 것 같은 소설이라 나름의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읽고 생각해볼 만한 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