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치미교 1960
문병욱 지음 / 리오북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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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범죄들 중에서도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저지르는 범죄는 특히 악질적이라고 생각을 한다. 그런 악질적인 범죄 중 하나가 바로 사이비 종교 관련된 사건들일 것이다. 그러한 사이비 종교 관련 사건을 다룬 소설이 바로 이 책 '사건 치미교 1960'이다. '사건 치미교 1960'은 1930년대 사이비 종교로 온 세상을 놀라게 했던 '백백교 사건'을 모티프로 한 소설이다. 찾아보니 백백교를 소재로 한 영화까지 나올 정도로 큰 사건이었던 모양이다. 백백교는 교주 전용해가 창시한 종교로 전용운의 백도교를 이어받은 종교이다. 전용운은 동학의 신도였고, 4년 뒤에 세상이 망하니 자기한테 재산받치면 구원받는다며 사람들을 속여 백도교를 창시하였다. 그리고는 교도들을 속여 재산과 자녀를 약탈하였으며, 교주에게 의심을 품는 신도들은 살해도 서슴치 않았다고 한다. 이 책에 나오는 치미교 역시 백백교와 마찬가지로 수많은 교도를 희생시킨 참혹한 범죄의 온상이다.


실제 백백교 사건이 발생한 30년 뒤인 1960년대가 배경이지만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일제 치하에 온갖 수탈을 당하고 괴로움을 겪었던 백성들은 의지할 곳이 없고 배우지 못해 어렵게 살아가고 있고, 해방은 되었다 하나 일제의 잔재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아 나라는 어지럽다. 일본군이 되어 성공하기 위해 나라를 등졌던 주인공 해용은 전쟁이 끝나고 고국으로 돌아오지만 그를 반겨줄 사람은 물론 없다. 남은 것은 일제 앞잡이의 아들이라는 오명 뿐이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초우리라는 산골 마을로 숨어들어간 해용은 배우지 못한 산골 주민들과 아이들의 교육을 맡게 되면서 마을 내에서 귀한 존재로 받들여지게 된다. 간사한 게 사람 마음인지라 처음에 가졌던 자신을 받아들여 준 주민들에 대한 고마움은 점점 오만함과 욕심으로 변하게 되고, 심지어는 그들 위에 군림하고자 한다. 그렇게 탄생하게 된 것이 바로 '치미교'이다.

교묘하게 사람 마음을 현혹시키고 영생을 약속하며 재산을 모두 약탈함은 물론 꽃다운 어린 여식들을  바치게 하여 간음하는 등 교주가 된 해용의 악행은 이루말할 수 없다.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사이비 종교에 대한 무서움에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절대적인 힘을 얻고 싶었던 해용의 악행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일본군에 몸담았던 시절 735부대에서 생체실험을 하던 경험을 토대로 수많은 교도들을 억울하게 희생시켜가며 신종 바이러스를 만들고, 그것을 전국에 퍼뜨려 치료약을 팔아 막대한 돈을 벌 음모까지 꾸민다.


사람이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어디까지 비인간적인 범죄를 저지를 수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희생양이 되었던 교도들은 분명 현실이 힘들어 종교에라도 의지하며 마음을 다스리려는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이용하고 서슴없이 살해하는 해용의 모습은 이미 인간이라고 불리기를 포기한 듯 보였다. 문제는 어느 시대에나 이런 인간같지 않은 인간들이 존재하고, 그로 인해 무지하고 불쌍한 사람들, 혹은 힘없는 사람들이 희생된다는 것이다. 그런 현실이 너무나 씁쓸하게 느껴졌다.


스토리의 전개나 긴박감, 상상력 측면보다는 사실적인 묘사에 좀 더 점수를 주고 싶은 소설이다. 마치 실제 있었던 백백교 사건을 그대로 전해주는 리포트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렇지만 상상력과 재미 보다는 더 중요한 무언가를 읽어낼 수 있을 것 같은 소설이라 나름의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읽고 생각해볼 만한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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