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바키야마 과장의 7일간
아사다 지로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돌아와요 아저씨'라는 이름으로 SBS 드라마가 방영되기 이전에 일본드라마 '쓰바키야마 과장의 7일간'이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내가 읽게 된 책이 바로 이 두 드라마의 원작인 아사다 지로의 소설 '쓰바키야마 과장의 7일간'이다.

 

 

이미 '지하철'을 통해 아사다 지로의 가족 코드를 경험한 나로서는 죽은 사람이 돌아와 자신의 신변정리를 한다는 내용에서 가족 코드를 읽었다. 그리고 그런 기대감은 어긋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기대감 이상이었다. 생각지 못한 '가족의 비밀'이랄까 반전이 있었기 때문이고, 나의 죽음이나 가족의 죽음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무게감도 있었기 때문이다.

 

고졸 출신으로서 백화점의 꽃이라고 불리는 여성복 매장의 과장직을 맡고 있는 쓰바키야마는 백화점 세일행사에서 매출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리하게 일을 하다가 거래처 접대식사 자리에서 쓰러지고는 그대로 죽음을 맞이한다. 가족을 위해,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일만 하다가 아무런 준비도 없이 갑자기 죽음을 맞이한 그는 죽어서도 자신의 일과 가족이 걱정될 뿐이다. 더군다나 죽어서 향하게 된 저승에서는 자신에게 기억에도 없는 음행의 죄까지 얹어준다. 이대로는 도저히 죽을 수 없다. 결국 쓰바키야마는 자신의 죽음에 이의를 제기하고 7일간 이승으로 환생하여 신변정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단, 전혀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자신의 정체를 알려서도 안되고 복수를 해서도 안되는 제약을 받고서.

그리고 쓰바키야마 과장과 함께 이승으로 돌아오는 두 명의 인물이 있다. 이승에 두고 온 자신들의 고붕이 걱정이 되어 승천할 수 없는 야쿠자 두목 다케다. 그리고 교통사고로 사망하였으나 낳아준 친부모를 찾아 고맙다는 말이라도 꼭 전하고 싶은 렌짱.

 

각각의 이유가 모두 그들 자신에게는 승천할 수 없는 합당한 사정이다. 생각해보면, 억울하지 않고 이승에 미련이 남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싶다. 쓰바키야마 과장의 모습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아버지들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자나깨나 일 걱정, 회사 걱정, 가족 걱정인 가장의 모습. 언제부터 우리는 자신의 행복과 여유를 포기한 채 일과 스트레스에 자신의 인생을 저당잡혀 사는 것일까.

 

이 책의 주인공들은 자신이 아닌 전혀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이승에 돌아오기 때문에 죽은 뒤에 남겨진 사람들의 반응, 그리고 자신의 죽음을 한 걸음 물러서서 객관적으로 담담하게 바라보게 된다. 이런 주인공들을 보면서 나의 죽음, 또는 나와 가까운 사람의 죽음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된다. 과연 나는, 갑작스러운 죽음이 찾아왔을 때 아무 미련 없이 승천할 수 있을까. 또는 이 책의 주인공들처럼 '상응하는 이유'를 찾아 어떻게든 되돌아오려고 할까.

 

재미있게 읽었지만 읽고 나서 가슴 한쪽이 다소 무거워지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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