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플갱어 살인사건
애슐리 칼라지언 블런트 지음, 남소현 옮김 / 북플라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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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깅을 하던 레이건은 좁은 골목길에 널브러져 있는 토막 난 시체를 발견하고 경악한다.




당연히 경찰에 신고를 해야 했지만 그럴 수 없었던 그녀, 자신과 너무나도 닮은 시체를 본 순간 공황에 빠지면서  예전 일이 번복될까 봐 두려워하며 그 자리를 빠져나온다.




한때 한국에서 영어 강사로 일한 경험과 호주로 돌아오면서 화원 운영을 하고 있는 그녀는 일상생활에서 이제는 없으면 불편함이 느껴지는 스마트폰조차 사용하지 않는 것은 물론 페북, 별그램, 그 외 일반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모든 것들과는 거리가 동떨어진 삶을 살고 있는 중이다.



과거 그녀에게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는 남긴 그 사건의 여파는 화원 운영마저 위태로울 지경인데, 연이어 벌어진 사건들의 시체가 모두 그녀와 닮았다는 사실은 우연일까? 아니면 그녀가 생각하는 그가 돌아온 것인가?




실화를 바탕으로 그린 이 작품 속에서는 현대인들의 필수가 되어가고 있는 소셜미디어의 모든 것들을 대부분 다룬다.



원치 않은 스팸메일은 물론이고 메일을 통한 협박,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한 가짜 동영상, 여성혐오, 여기에 딸을 믿지 못하는 믿음의 부재로 인한 소통결여까지...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스토커란 존재의 공포감이 일상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사회관계에 이르기까지 믿음과 신뢰를 무너뜨리는지 그  과정은 섬뜩하고  강하게 다가온다.



SNS 매체가 주는 선의의 효과는 분명 있지만 이를 악용하는 자들의 무분별한 한 개인에 대한 공격과 차별적인 폭격은 하나의 작품이란 생각마저 허물수 있을 만큼 강력한 느낌을 불러일으키는데 정말 실화라고 하니 소름이 쫙 끼쳤다.



운이 없었다고 하기엔  정작 인간이 지닌 내면에 대한 것을 가장 가까운 사람들마저 모른다는 진실은  한 개인의 삶이 회복되기엔 너무도 많은 희생이 있었음을 느끼게 한다.



무심코 찍은 한 장의 사진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이 때문에 한 개인의 삶이 어긋난다면?



 무시무시한 세상이란 말이 절로 나오는 작품의 전개는 범인이 누구인가에 초점이 맞춰지는 재미도 있지만 뭣보다 누구를 믿어야 하는가에 대한 현대인이 겪는 상실감이 더 크게 와닿는다.



스멀스멀 피어나는 공포감의 실체가 나만 아니면 된다고 생각하기엔 이 세상이 너무도 무섭게 변화하고 있다는 세태의 경각심을 울린 작품, 주인공의 답답한 행보가 보인 부분들이 있긴 하지만 스토리 전체적으로 볼 때 현대인들이 안고 살아가는 고통과 피해들을  잘 그려낸 작품이다.








*****출판사 도서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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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를 위하여 소설, 잇다 4
김말봉.박솔뫼 지음 / 작가정신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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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잇다'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집인 '기도를 위하여'-



그동안 '잇다'시리즈를 접해오면서 얻은 가장 큰 보람이라면 익숙지 않았던 한국 여성 작가들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단 사실이다.



 단권으로 출간되는 작품으로 만나보기 힘들었던 앞선 시대를 살아갔던 여성 작가들과 현대 여성작가들의 콜라보를 통한 시리즈란 기획은 이번에도 여전히 설렘을 가지게 했다.




왜 소설을 쓰느냐는 질문에 ‘돈 벌려고 쓴다’고 대답했던 김말봉 작가의 솔직함은 자신이 소설가란 직업을 갖고 어떤 자세로 작품을 쓰고 있는가에 대한 자신감과 당당함이 마음에 들었다.




이 작품집에 수록된 세 편의 내용을 통해 당 시대에 여성들의 삶과 사랑, 사회체제 변화에 눈을 뜨는 과정들은 소설적으로도 매우 흥미로웠고 톡톡 튀는 발상이나 유머는 어색함 없이 다가온 점들이 인상 깊었다.




한국 근대 문학의 유명 작가들의 이름만 나열해도 교과서나 단행본으로 만나볼 수 있는 분들이 있는 반면 이번에 작가의 이름과 작품을 처음을 만나봤다는 사실은 동시대를 함께 살았고 창작의 열을 불태웠음에도 우리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은 많은 아쉬움이 들게 한다.








여기에 박솔뫼 작가의 '기도를 위하여란 작품이 김말봉 작가의 '망명녀'의 바통을 이어받아 자연스럽게 이끄는 글이 주는 힘은 서로가 교차하면서도 다른 것과 같은 것들이 오버랩되는 듯한 감상과 함께 김말봉 작가의 본거지였다는 부산을 거닐며 감회를 다룬 글이 참 좋았다.




시대를 넘는 경계를 허무는 시도, 그 시도가 문학 본연의 맛과 느낌을 오롯이 즐기며 읽을 수 있다는데서 '잇다' 시리즈의 남다른 돋보임이 보인다.





 소설가로서 쓴다는 행위에 보람을 느낀 김말봉 작가, 일단 글이란 대중들에게 통속적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재밌게 읽혀야 한다는 것, 눈으로 글만 읽는 것이 아닌 글 속에 내가 빠져들어가는 시간 그 자체의 즐거움을 일찍이 알았던 작가의 만남이 즐거웠던 작품집이다.








*****출판사 도서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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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구를 떠나지 않는다 - 죽어가는 행성에서 에코페미니스트로 살기
에코페미니즘 연구센터 달과나무 지음 / 창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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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기후에 대한 변화를 체감하며 살아가고 있는, 현재도 세계 각국의 이상 기후 때문에 불편과 고통을 겪고 있다는 보도를 접할 때마다 경각심이 든다.




정말로 지구가 유엔이 발표한 것을 넘어 지구 자체 내에 끊고 있는 온도의 변화가 눈앞에 닥친다면 우리 인류들이 설 자리는 과연 어디일지, 상상을 덧붙여보자면 화성으로 간다? 글쎄, 그것이 최선의 방법인지는(?)...



이 모든 자연순환의 연결고리에서 인간이 자신들의 편리함을 가지기 위해 그동안 해왔던 행동의 결실이라면 그 누구를 막론하고 걱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총 4부에 걸쳐 다룬 내용들은 기후위기의 중대한 선언을 시작으로 취약해진 부분들은 무엇이며 이를 보안하기 위해서 어떤 연대가 필요하고 특히 공존하기 위한 실천은 무엇인지에 대해 들려준다.




특히 에코페미니스트의 사유와 실천이 담긴 내용들 하나하나를  읽다 보면 그 맥락에서 오는 진정성은 현재 우리들의 실 생활에서 실천하고 있는 제도를 떠올려보게도 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지구를 벗어나 떠나는 삶이 아닌 그전에 미리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한 더 나은 방안을 적은 글들이라 공생에 대한 생각 자체를 더욱 깊게 할 수가 있다.




아무런 제재도 없었던 지구에서 각기 생존해 살아가던 그 수많은 생물들의 종이 하나둘씩 사라져 가는 것은 누구의 잘못인가? 죽어가는 행성을 누가 만들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들을 되새겨보면서 읽게 되는 내용들은 에코페미니즘이란 개념이란 것이 탄생된 시간을 생각해 볼 때 지구 내에서의 변화는 그다지 큰 변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라도 할 것 없이 이제는 너도나도 발 벗고 나서서 행동으로 지구를 살려야 할 때란 것을 인지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는 여성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 기후위기로 '불타는' 지구에서 누군가는 도피를 꿈꾸고, 누군가는 ‘바로, 여기‘에서 지구 돌봄을 선택한다 - P14








*****출판사 도서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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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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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도에 출간된 [골지에게 보내는 갈채]를 재편집, 이번에 책 표지와 양장본으로 새롭게 만나게 된 에세이집이다.




글 속에 담긴 푸근함과 진솔함이 가장 큰 장점으로 와닿는 저자의 이번 개정판 글들은 세월의 흐름 속에  그 안에서 저자 자신의 삶과 생각들이 오롯이 저자만의 따뜻한 시선으로 와닿는다.




문학 작품 속에서 녹여낸 내용들도 한국의 정서를 느낄 수 있게 그린 점도 좋지만 이렇게 에세이를 통해서 만나는 것이 더 좋은 나로서는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이후 좋아하던 작품이라  예전의 기억과 함께 이번에 미 출간된 작품을 함께 만나니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작가의 성격과 자신만의 스타일이 드러나고 여기에 소탈함이 묻어난 유럽 여행기는 그 뒤의 내용들을 통해  한번쯤 물갈이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보게 된다.




책 제목으로 담긴 세 번째 챕터인 내용은 아이를 키울 때 이야기를 들려주는 부분으로  부모가 바라는 자식에 대한 사랑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는 내용들이라 그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왔다.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글의 냄새는 과거라는 의식을 하지 못할 만큼 지금도 여전한 문제와 고민들, 그 안에서 지혜로운 삶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이 가장 중요한 부분인가에 대해 저마다 느낄 수 있는 글들이 뜻깊게 느껴진다.



과묵하지 않으면서도 이야기를 통해 작가의 속 깊은 뜻을 반추하며 읽어볼 수 있는 에세이, 상대방에게 사랑에 대한 무게가 짐이 되지 않는 태도로  건네는 한마디 말, 행동, 무언의 격려를 줄 수 있는 힘을 깨달으며 읽은 좋은 시간이었다.







*****출판사 도서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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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들의 땅
천쓰홍 지음, 김태성 옮김 / 민음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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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란 울타리에서 문학을 놓고 볼 때 중국, 홍콩, 그리고 타이완 문학으로 나눠볼 수 있다.




이 중에서 중국과 홍콩 문학은 익숙한 면들이 많지만 타이완 문학 쪽을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많이 읽어 볼 기회가 적었다.



같은 중국 문화권이면서도 묘하게 다른 결로 다가서는 이들의 문학들, 특히 타이완 작품이란 점에서 끌린 이 작품은 같은 역사의 한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타이완의 역사를 조금 알고 읽는다면 훨씬 수월하게 다가올 이 작품은 티이완이 갖고 있는 역사와  한국의 역사가 일제 강점기를 가졌다는 점, 그런데 일제 강점기 시대를 받아들이는 부분에서는 조금 다르다고 한다.



아무튼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천 씨 가족인 아홉 명의 목소리들을 통해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는 타이완의 일제 강점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과거와 현재가 오고 가고 함께 어우러지고   혼재해 있으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스며들듯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딸 다섯에 밑으로 아들 둘을 둔 천 아산과 아찬 부부를 중심으로 용징이란 곳에서 나고 자란 그들 자녀들의 성장사와 주변의 이야기는 타이완의 음력 7월 귀월인 귀신들의 달을 중심으로 독일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교도소에서 수감됐던 막내아들 톈홍이 돌아오면서 여정이 이어진다.



귀문이 열린다는 7월 15일 중원절은 귀신들이 많이 출몰하는 날로 각 가정마다 제사상을 차려 귀신들을 위로하고 지전을 태우면서 잘 되길 기원한다.



다시는 고향에 돌아오지 말란 말과 함께 떠났던 텐홍이 베를린에서 T를 만나고 함께 살다 저지른 사건 이후 다시 고향 용징에 발을 딛고 누나들을 만나면서 그들 각자가 지닌 내밀한 비밀과 살아가는 현재의 모습들이 중첩되면서 하나씩 밝혀지는 진실들은 한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들의 교차점과  예상치 못한  부분들이 있어  놀라웠다.




실제 저자 자신의 삶과 비슷한 환경과 성소수자로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가해진 핍박과 싸늘한 시선, 사회적으로 처해진 형벌들은  가부장제 우선으로 아들의 출산 위주로 여성들을 대하는 방식에 이르기까지 타이완의 역사의 궤를 함께 하면서 다루어진 작품이라 흡사 우리나라의 정서와 상당히 비슷한 부분이 있다.




욕망과 탐욕에 주저함이 없는 사람들의 이기심, 현실과 타협할 수 없는 약자의 불리함들, 여기에 토지개혁으로 자신의 모든 재산을 잃어버린 천 씨 일가의 살아가는 모습들은  기억 속에 잠재된 아픔으로 자리 잡는다.




그 어디에도 자신을 받아줄 곳이 없었던 톈홍의 정체성과 서로가 다른 것을 원하고 바라던 일들로 인한 파장은 한 가족사를 통해 타이완이 지닌 역사의 한축을 함께 하고 있기에 그 안에서 나름대로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이들의 산 역사의 현장처럼 다가왔다.




- 나라가 망하거나 추방되어 의지할 데 없이 떠돌아다니게 되는 것, 더 이상 돌아갈 본향이 없는 것이 바로 '집이 없는' 상태였다. 뿌리가 잘려 나가는 단절이자 영원한 이별이었다. 돌아갈 본향이 없어졌다. 집이 없다. _p.340




모든 도처에 귀신들이 있고 그 귀신들이 부르는 소리는 현시대를 살아가는 그들에게도 역시 귀신처럼 보인다는 착각마저 일으키는 설정 구도는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가 서로 연관되어 있는 것처럼 모호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마지막 장을 다 읽고 난 후에 몰려오는 감정은 뭐라 말할 수없었다.




아픔과 연민의 감정들이 한꺼번에 몰려오면서 들었던 생각은 그들 모두에게 더 이상 우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울지 마"로 마무리된 그 말을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출판사 도서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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