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들의 땅
천쓰홍 지음, 김태성 옮김 / 민음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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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란 울타리에서 문학을 놓고 볼 때 중국, 홍콩, 그리고 타이완 문학으로 나눠볼 수 있다.




이 중에서 중국과 홍콩 문학은 익숙한 면들이 많지만 타이완 문학 쪽을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많이 읽어 볼 기회가 적었다.



같은 중국 문화권이면서도 묘하게 다른 결로 다가서는 이들의 문학들, 특히 타이완 작품이란 점에서 끌린 이 작품은 같은 역사의 한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타이완의 역사를 조금 알고 읽는다면 훨씬 수월하게 다가올 이 작품은 티이완이 갖고 있는 역사와  한국의 역사가 일제 강점기를 가졌다는 점, 그런데 일제 강점기 시대를 받아들이는 부분에서는 조금 다르다고 한다.



아무튼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천 씨 가족인 아홉 명의 목소리들을 통해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는 타이완의 일제 강점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과거와 현재가 오고 가고 함께 어우러지고   혼재해 있으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스며들듯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딸 다섯에 밑으로 아들 둘을 둔 천 아산과 아찬 부부를 중심으로 용징이란 곳에서 나고 자란 그들 자녀들의 성장사와 주변의 이야기는 타이완의 음력 7월 귀월인 귀신들의 달을 중심으로 독일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교도소에서 수감됐던 막내아들 톈홍이 돌아오면서 여정이 이어진다.



귀문이 열린다는 7월 15일 중원절은 귀신들이 많이 출몰하는 날로 각 가정마다 제사상을 차려 귀신들을 위로하고 지전을 태우면서 잘 되길 기원한다.



다시는 고향에 돌아오지 말란 말과 함께 떠났던 텐홍이 베를린에서 T를 만나고 함께 살다 저지른 사건 이후 다시 고향 용징에 발을 딛고 누나들을 만나면서 그들 각자가 지닌 내밀한 비밀과 살아가는 현재의 모습들이 중첩되면서 하나씩 밝혀지는 진실들은 한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들의 교차점과  예상치 못한  부분들이 있어  놀라웠다.




실제 저자 자신의 삶과 비슷한 환경과 성소수자로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가해진 핍박과 싸늘한 시선, 사회적으로 처해진 형벌들은  가부장제 우선으로 아들의 출산 위주로 여성들을 대하는 방식에 이르기까지 타이완의 역사의 궤를 함께 하면서 다루어진 작품이라 흡사 우리나라의 정서와 상당히 비슷한 부분이 있다.




욕망과 탐욕에 주저함이 없는 사람들의 이기심, 현실과 타협할 수 없는 약자의 불리함들, 여기에 토지개혁으로 자신의 모든 재산을 잃어버린 천 씨 일가의 살아가는 모습들은  기억 속에 잠재된 아픔으로 자리 잡는다.




그 어디에도 자신을 받아줄 곳이 없었던 톈홍의 정체성과 서로가 다른 것을 원하고 바라던 일들로 인한 파장은 한 가족사를 통해 타이완이 지닌 역사의 한축을 함께 하고 있기에 그 안에서 나름대로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이들의 산 역사의 현장처럼 다가왔다.




- 나라가 망하거나 추방되어 의지할 데 없이 떠돌아다니게 되는 것, 더 이상 돌아갈 본향이 없는 것이 바로 '집이 없는' 상태였다. 뿌리가 잘려 나가는 단절이자 영원한 이별이었다. 돌아갈 본향이 없어졌다. 집이 없다. _p.340




모든 도처에 귀신들이 있고 그 귀신들이 부르는 소리는 현시대를 살아가는 그들에게도 역시 귀신처럼 보인다는 착각마저 일으키는 설정 구도는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가 서로 연관되어 있는 것처럼 모호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마지막 장을 다 읽고 난 후에 몰려오는 감정은 뭐라 말할 수없었다.




아픔과 연민의 감정들이 한꺼번에 몰려오면서 들었던 생각은 그들 모두에게 더 이상 우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울지 마"로 마무리된 그 말을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출판사 도서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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