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많이 꾸는 편이다. 잠에서 깨어 나면 어딘가 먼 곳을 다녀 온 기분이 들 때도 있다. 소설에 나오는 것과 같은 마을에 다녀오는 걸까? 사람은 자면서 얕은 잠과 깊은 잠을 반복하는데 얕은 잠 상태에서 꿈을 꾼단다. 내가 잠 자는 모습을 본적이 없으니 알 수는 없지만 잠을 얕게 자는 거 같기도 하다. 절대 수면 시간도 늘 부족하고 얕은 잠을 자니까 자고 일어나도 개운치 못 할 때가 많다. 달러구트를 만날 기회가 있다면 숙면 캔디나 한 움큼 얻고 싶구나.

이 소설은 동생이 재미있다고 권해서 읽었다. 표지가 바뀌었네. 나는 구표지가 더 따뜻한 느낌이 든다.

"다들 자신의 최종 목적지를 궁금해하시던데 손님은 그렇지않다는 말씀인가요?"
이번에는 웨더 아주머니가 질문했다. 페니가 보기에 웨더 아주머니와 달러구트는 지금 굉장히 들떠있는 상태였다.
‘목적지요? 사람은 최종 목적지만 보고 달리는 자율주행 자동차 따위가 아니잖아요. 직접 시동을 걸고 엑셀을 밟고 가끔 브레이크를 걸면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해야 제맛이죠. 유명 작가가 되는 게 전부가 아닌걸요. 전 시나리오를 쓰면서 사는 게좋아요. 그러다가 해안가에 도착하는 사막에 도착하든 그건 그때 가서 납득하겠죠."
달러구트는 그녀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저 대답이 너무 장황했죠?"
나림은 민망해서 콧등을 슬쩍 긁었다.
"전혀요. 아주 인상적인 이야기예요. 그러니까, 손님은 현재에 집중하면 그에 걸맞은 미래가 자연스럽게 올 거라고 생각하시는군요.
"그럼요! 제 말이 그 말이에요" - P114

"맞아요. 손님들 마음대로 하셔도 좋아요. 그런데 이왕 시작한거 효과를 보실 때까지 조금 기다려보시는 건 어떨까요?"
사람들이 더 따질 기색이 없어 보이자, 페니가 눈치를 보다가한마디 거들었다.
꿈속에서 싫은 일을 다시 겪는 게 얼마나 불쾌한지 아세요?
꿈에서라도 좋은 일만 일어나면 좋겠다구요."
진절머리가 나는 듯 몸을 부르르 떨며 얘기하는 여자 손님을달러구트가 나서서 부드럽게 달래기 시작했다.
"정말 싫은 기억이기만 할까요?"
손님들이 일제히 달러구트를 바라봤다. 또 무슨 얘기를 하나어디 한 번 두고 보자는 표정이었다.
"가장 힘들었던 시절은, 거꾸로 생각하면 온 힘을 다해 어려움을 헤쳐 나가던 때일지도 모르죠. 이미 지나온 이상, 어떻게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랍니다. 그런 시간을 지나 이렇게 건재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야말로 손님들께서 강하다는 증거 아니겠습니까?"
사람들은 찻잔에 남아 있는 차를 마시며 달러구트의 말을 곱씹었다.
페니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심신 안정용 쿠키‘를 손님들에게하나씩 건넸다. 지하에 마련된 비밀 공간에는 바삭바삭 쿠키가바스러지는 소리와 찻잔이 달그락거리는 소리만이 가득했다. -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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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09-30 09: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달러구트 책 있어요.
딸이 사 달래서 사다 줬는데 아직 아무도 읽진 않고 있더라는...ㅜㅜ
숙면 캔디가 있다면 넘 좋을 것 같네요?
요즘 한 번씩 불면이 오면 무척 피곤하고 힘들더라구요. 그때 숙면 캔디를^^
저는 신경 쓰이는 일들이 많음 꿈을 자주 꾸곤 하는데 호우님도 혹시 이것 저것 신경 쓰이는 일들이??ㅜㅜ
저는 요즘 낮에 걷기를 좀 하니까 밤엔 떡실신이 되어 자게 되더라구요^^

호우 2022-09-30 11:04   좋아요 2 | URL
십대들이 대부분 읽는 책인가 봐요. 조카가 중학생이라 동생은 조카랑 같이 읽는 책이 많더라구요.

나이가 들면서 불면증도 좀 있고 근무 시간이 불규칙한 것도 원인이 있는 거 같아요. 나는 못 느끼지만 내 몸은 피곤하고 긴장 상태인가 봐요. 😐
 

엄마가 요새 계속 나에게 사과를 한다. 미안하다. 그 때 너에게 화를 내서 미안하다. 이제 보니 너도 어린 애였는데 나는 니가 아주 큰 앤 줄 알았다. 요즘 같으면 뉴스에나 나올 법한 일도 겪은 적이 있어서 그런 기억 때문에 많이 힘들었었던 건 사실이다. 꼭 사과를 받고 싶다고, 그 때 왜 그랬냐고 따지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 내가 엄마가 되어보니 이렇게 작고 약하고 만지기도 아까운 게 자식이라 더욱 내 엄마를 이해 할 수 없었다.

내가 느끼기에 엄마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희생적인 엄마도 아니었고,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를 뒤집는 자식 이기는 부모였다. 안 보고 산건 아니지만, 결혼하고서도 엄마와는 여전히 조금씩 불편하고 삐걱댔다. 시간은 흘러갔고, 나는 억울하다고 투정하는 딸만이 아니라, 남편 땜에 속 썩는 아내도 되고 자식 땜에 밤을 새는 엄마도 되고 먹고 사느라 바쁜 생활인도 되었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돌아보니, 그 때의 젊은 엄마보다 더 많은 나이가 되어 있었다.

신의진, 정혜신의 책들을 읽었다. 똑똑하고 솜씨 좋고 꿈도 많았던 엄마. 고된 시집 살이를 견디면서도 무너지지 않은 엄마. 남편도 자식도 성에 차지 않아 속 상했을 엄마. 세상이 내 맘대로 안 되서 어디에든 분노를 쏟아내고 싶었을 엄마의 손을 잡아 주었다. 더 이상 엄마가 밉지 않았다.

여든을 넘기면서 엄마는 크게 두 번 병원 신세를 졌다. 나도 중년에 들어섰고 엄마의 늙은 몸을 어느 정도 공감할만한 나이가 되었다. 엄마는 전신 마취를 두번 하고는 섬망이 와서 감정 통제가
되지 않았다. 잠을 자지 않고 공격적이 된 엄마가 감당이 안 될 적도 있었다. 그 때는 가족 모두가 힘들었다. 다들 일을 해야 하니 아버지가 엄마를 돌봤다. 아버지 전화를 받고 야간 퇴근 한 날 잠도 못 자고 엄마를 보러 갔다.

엄마의 증세가 곧바로 중증 치매로 진행된 건 아니지만 확실히 예전 같진 않다. 자존심 강한 엄마는 실수 할 까봐 겁내고 눈치 보는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자꾸만, 나에게 사과를 한다. 그런데, 사과를 받는 내 마음이 불편하다. 늙고 아픈 엄마의 끊임 없는 사과는 뭔가 이생의 짐을 털어놓고 가려는 느낌을 준다. 그래서 좀,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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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09-26 12: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아프시겠습니다.
이젠 자식들이 부모님을 돌봐드려야 하는 상황들이 닥쳐 저도 지인들 또는 친구들과 연세 드신 부모님 돌봄 이야기들을 자주 하게 되더군요.
모쪼록 힘 내세요~^^

호우 2022-09-26 12:46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강건하던 부모님이 돌봄이 필요한 존재가 되는 건 역시 서글픈 일인 거 같아요. 이게 삶인가, 싶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기도 하고요~

거리의화가 2022-09-26 12: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애증(!)의 관계라고 해야 할까요. 저도 어머니가 꽤 오랜동안 미웠던 적이 있어요. 하지만 애정이 없다면 그렇게 못견디게 싫은 감정이 생길 수도 없지요. 이제는 그만큼 제가 나이를 먹었고 어머니가 처했던 환경을 일면 이해하게 된 것 같아요. 함께할 시간이 조금 더 오래 유지되길 바라는 마음이 크지요.

호우 2022-09-26 13:03   좋아요 2 | URL
애증의 관계!! 맞는 말씀인 거 같아요. 미운 마음만큼 엄마를 사랑하고 이해하려는 마음도 큰 거 같아요. 요즘은 좋은 기억을 만들 시간이 더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어요.

바람돌이 2022-09-26 16: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늘 아침에 친정엄마가 전화를 하셧어요. 아침 일찍 전화하는 적이 없어서 또 어디 아프신가 가슴이 살짝 쿵 햇는데 용건은 절에 가려고 집앞에서 택시를 기다리는데 택시가 15분을 기다려도 한대도 안지나간다는 얘기였네요. 일단 살짝 안심하고 카카오 택시 불러드렸습니다.
일상의 작은 곳에서도 부모님들이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짠해집니다. 그런데 저렇게 자꾸 옛 일을 사과하시는건 진짜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마음의 짐을 터는게 아닌가 싶어 한편으로 짠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무섭기도 하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나이가 든다는건 이래 저래 걱정이 또 많아진다는 다른 말인 것 같기도 해요. 힘내세요.

호우 2022-09-26 21:55   좋아요 0 | URL
그러네요. 저도 어느 순간부터 부모님 전화가 오면 일단 마음이 덜컹합니다. 바람돌이님 말씀처럼 ‘짠하고‘ 안타까운 마음도 들어요.

blanca 2022-09-26 16: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슬픈데...어머니 모습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아픈데 그렇게 사과하시고 받아들이는 이 과정이 참 특별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자식에게 사과할 필요 없다고 생각하며 자기 행위를 합리화하는 부모들보다 어쩌면 더 성숙하신 모습 같기도 하고요.

호우 2022-09-26 21:58   좋아요 0 | URL
그렇네요. 자식한테는 사과 할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부모들도 많지요. 끝끝내 화해하지 못 하고 떠나는 안타까운 사연들도 많더라구요. 그래서 이 특별한 과정을 잘 겪어야 겠어요. 자식이지만 부모이기도 한 저에게도 성숙해지는 경험이 되겠지요.

프레이야 2022-09-28 19: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호우 님 힘드시겠어요. 가족 모두 힘내시고 어머니도 잘 회복되시길 바랍니다. 섬망이 오면 본인도 그렇지만 가족이 힘들어요. ㅠ 잘 관리하셔서 오래 곁에 계시길 바랍니다. 이제는 돌봄이 필요한 엄마!

호우 2022-09-28 20:26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프레이야님. 댓글 감사합니다. 섬망은 괜찮아지셨지만 예전같진 않으시네요. 자식이 나이가 드니 부모도 돌봄이 필요해집니다. 이게 삶인가 싶기도 합니다.
 

시 치료. 1925년의 영국 잡지에 실린 새로운 치료법. 완전히 지쳤을 때 시 한 줄이나 한 절을 곰곰이 생각하면 마음이 평안해진다. 하루에 시를 한 편씩 읽자. 마음에 드는 시구를 카드에 쓴 다음 외워보자. 직접 시를 쓰자. 너무 늙었다는 말일랑 하지 말자. 아무도 당신의 나이에 신경쓰지 않는다. 1983년 에이미 클램핏은 첫 시집 <<물총새>>로 전례 없이 큰 주목을 받으며 문단에 데뷔했다. 그때 그녀의 나이 63세였다. 물론 클램핏은 평생 시를 썼지만 50대에 접어들어서야 진정한 자아의 목소리를 발견했다. 당신이 평생 마음속에서 또 다른 목소리를 들었다면 이제는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가 왔다. [행복의 발견 365 7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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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사람들의 보리심 기도문
청전 편역 / 불광출판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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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발원문♡

오늘 잠에서 깨어나
이렇게 살아 있는 것은 행운입니다.
나는 귀하고 얻기 어려운
인간의 몸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를 낭비하지 않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나를 영적으로 발달시키고
남들에게 나의 마음을 열고
모든 중생을 위해서 해탈을 이루겠습니다.
나는 남들에 대해 좋은 생각을 가질 것이며,
오늘 화를 내거나
남들에 대해서 안 좋게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할 수 있는 만큼 힘껏 남을 돕겠습니다.

●세첸코리아 기도집에서 발췌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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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책을 부른다. <빨간 머리 앤>을 좋아해서 <초록 지붕 집의 마릴라>를 읽었다. 세라 맥코이가 쓴 <초록 지붕 집의 마릴라>는 <빨간 머리 앤>의 조연이었던 마릴라의 젊은 시절을 그리는 소설이다. 강단 있고 책임감 있고 마음도 따뜻한 미스 마릴라. <초록 지붕집의 마릴라>에는 그 시절의 캐나다의 정치 사회적 상황을 함께 다루는데, 이 소설에 ˝언더그라운드 레일 로드˝라는 게 나온다. 지하 철도. 노예였던 미국 남부 흑인들의 탈출을 돕는 비밀 조직이 있었다. 그리고, 그걸 소재로 한 소설이 있었다.

콜슨 화이트헤드의 소설 <언더 그라운드 레일 로드>. 상상이 되서 더 끔찍한 장면들을 어린 흑인 소녀의 탈출기 속에 숨긴 이 소설을 읽은 후 작가의 다른 소설이 궁금해서 읽은 게 <할렘 셔플>이다. <할렘 셔플>은 1960년대의 할렘이 배경이다. 남북 전쟁 이후 백년이 지났지만 흑인에 대한 차별은 여전한 뉴욕 할렘에서 가구점을 운영하는 레이 카니. 평범한 가구 판매상인 카니의 꿈은 사업에 성공하여 흑인이 누릴 수 있는 한에서 부자가 되고 상류층에 이르는 거였다. 어느 날, 사촌 프레디가 그를 호텔 강도 사건에 끌어들이면서 평범한 삶에 균열이 일기 시작한다. 콜슨 화이트헤드는 읽는 사람의 상상력을 불러 일으키는 묘사를 잘 하는 작가인 것 같다. 이 소설도 할렘이 배경인 미국 영화들을 연상 시킨다. 영화로 보면 더 재밌을까? 하는 생각을 좀 해 봤다. 사실, <언더 그라운드 레일로드>보다 몰입도가 떨어졌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한참 읽다가 좀 던져 놨다가 다시 봐서 그런 거 같기도 하고. 할렘이 나에게 그렇게까지 와 닿는 배경이 아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번역가가 다르던데 나는 원문을 모르니 번역이 문제인지도 함부로 판단 할 일은 아닌 거 같고. 그냥, 혼자 내린 결론은, 문화적 배경을 잘 모르는 외국 소설은 이해하기 쉽지 않다는 거다. 암튼, 책꽂이 한켠에 숙제처럼 꽂혀있던 책을 다 읽어서 마음이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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