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책을 부른다. <빨간 머리 앤>을 좋아해서 <초록 지붕 집의 마릴라>를 읽었다. 세라 맥코이가 쓴 <초록 지붕 집의 마릴라>는 <빨간 머리 앤>의 조연이었던 마릴라의 젊은 시절을 그리는 소설이다. 강단 있고 책임감 있고 마음도 따뜻한 미스 마릴라. <초록 지붕집의 마릴라>에는 그 시절의 캐나다의 정치 사회적 상황을 함께 다루는데, 이 소설에 ˝언더그라운드 레일 로드˝라는 게 나온다. 지하 철도. 노예였던 미국 남부 흑인들의 탈출을 돕는 비밀 조직이 있었다. 그리고, 그걸 소재로 한 소설이 있었다.

콜슨 화이트헤드의 소설 <언더 그라운드 레일 로드>. 상상이 되서 더 끔찍한 장면들을 어린 흑인 소녀의 탈출기 속에 숨긴 이 소설을 읽은 후 작가의 다른 소설이 궁금해서 읽은 게 <할렘 셔플>이다. <할렘 셔플>은 1960년대의 할렘이 배경이다. 남북 전쟁 이후 백년이 지났지만 흑인에 대한 차별은 여전한 뉴욕 할렘에서 가구점을 운영하는 레이 카니. 평범한 가구 판매상인 카니의 꿈은 사업에 성공하여 흑인이 누릴 수 있는 한에서 부자가 되고 상류층에 이르는 거였다. 어느 날, 사촌 프레디가 그를 호텔 강도 사건에 끌어들이면서 평범한 삶에 균열이 일기 시작한다. 콜슨 화이트헤드는 읽는 사람의 상상력을 불러 일으키는 묘사를 잘 하는 작가인 것 같다. 이 소설도 할렘이 배경인 미국 영화들을 연상 시킨다. 영화로 보면 더 재밌을까? 하는 생각을 좀 해 봤다. 사실, <언더 그라운드 레일로드>보다 몰입도가 떨어졌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한참 읽다가 좀 던져 놨다가 다시 봐서 그런 거 같기도 하고. 할렘이 나에게 그렇게까지 와 닿는 배경이 아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번역가가 다르던데 나는 원문을 모르니 번역이 문제인지도 함부로 판단 할 일은 아닌 거 같고. 그냥, 혼자 내린 결론은, 문화적 배경을 잘 모르는 외국 소설은 이해하기 쉽지 않다는 거다. 암튼, 책꽂이 한켠에 숙제처럼 꽂혀있던 책을 다 읽어서 마음이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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