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애달픈 개비거리

 

엄정면 추평리「가래산」서쪽에「개비거리」라고 불리는 곳이 있다. 이조말엽 이곳 가래올」마을에 방씨성을 가진 농부가 살고 있었는데 이 농부의 집에서는 유난히 짐승을 많이 기르고 있었다. 

그래서 그 집에는 소는 물론 개, 닭 같은 동물들이 우글대고 있었다. 

특히 검은 개는 방씨를 잘 따르고 방씨는 그 개를 유난히 사랑했다

 

그래서 주인이 들에서 돌아올 시간이면 동구밖 까지 마중도 나오고 아침에 들로 나 갈 때면 밭까지 배웅까지도 하는 개였다.

어느해 봄날 방씨는 이웃마을 잔치집에 갔다가 술을 잔뜩 마시고 기분 좋게 고갯길을 돌아오고 있었는데 주인을 마중이나 나온 듯이 검은 개가 어디서 보고 쫓아왔다

 

방씨는 술김에 하도 반가와서 개와 같이 앉아서 쓰다듬어 주며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그러더니 방씨는 술이 좀 과했던지 누워서 눈을 감자 마자 가벼운 코를 골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개도 주인 옆에서 눈을 감고 앉아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산 기슭에 바싹 마른 잔디밭에 어디서부터 번진 불길이 방씨쪽으로 봄바람을 타고 치닫고 있었다. 

개는 앞발로 방씨를 깨우며 짖어댔으나 술이 워낙 과한듯 아무것도 모르고 여전히 코만 골고 있었다.

 

그러자 불길은 달아오고 있었는데 개는 산을 내려가「원곡천」냇물로 뛰어들어 털을 적시더니 산으로 뛰어가서 방씨 옆으로 오는 불길을 막느라고 대골대골 굴러댔다. 

물기가 마르자 또 다시 적시어 가지고 올라와서 같은 행동으로 불을 끄고 있었다. 

취중에도 불길에 잠이 깨인듯 눈을 뜬 방씨는 깜짝 놀랐다. 

사방은 불꽃이요, 검은 개는 자기 옷에 엉겨 붙은 불을 끄느라 위험을 무릅쓰고 몸을 부벼대고 있는 것이었다.

 

방씨는 옷에 불 붇기 직전 그 장소를 뛰쳐 나왔다. 그리고 개를 불렀으나 개는 불 속에서 보이지 않았다. 

그제서야 개가 자기를 위해서 목숨을 바친것을 안 방씨는 개를 껴안고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명주 한필을 준비하고 석수를 찾아 비석에다 방씨네 충견의 무덤이라는 글씨를 새겨서「가래산」기슭에다 무덤을 만들어 주고 비석도 세워 주었 다고 한다.

 

지금은 세월이 흘러 그 무덤도 비도 없어졌으나 충견의 이야기와「개비거리」란 지명은 영원히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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