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명승 금강산은 그 기묘함과 웅장함, 변화무쌍하고 신비스러운 아름다움으로 하여 일찍부터 중국, 일본 등 다른 나라에도 널리 알려졌다. 금강산이 세계적인 명산으로 어떻게나 소문이 났던지 다른 나라의 한 시인은 "원컨대 고려국에 태어나서 한번만이라도 금강산을 보았으면" 하는 글을 지어 자기의 평생소원이 풀리지 않은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하는데 까지 이르렀다. 이처럼 금강산이 세상 사람들의 동경의 대상으로 되고 있었기에 조선에 일이 있어 왔다가 금강산을 구경한 사람들은 자기를 행운아로 여기었다. 어느 해인가 정동이라는 이름을 가진 외국사신이 우리나라에 온 일이 있었다. 사신을 수행해온 두목(벼슬이름)들 가운데는 일찍이 조선의 금강산에 대한 소문을 듣고 "죽기 전에 금강산을 구경했으면 원이 없겠다." 고 입버릇처럼 외우던 사람이 있었다. 그러던 그는 사신일행의 한 성원으로 임명되자 자기의 평생소원을 풀 기회가 생겼다고 기뻐 어쩔 줄 몰라 하였고 조선을 방문하면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금강산을 꼭 보고야 말리라고 굳게 속다짐을 하였다. 마침 그는 운이 좋았다. 외국사신일행이 조선에 온 것과 때를 같이하여 금강산의 유점사에서 큰 불교행사가 진행되었는데 그도 여기에 참석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는 자기의 소원이 성취된 무한한 기쁨을 안고 사신일행과 함께 금강산을 찾았다. 외금강의 초입인 온정동에 들어선 그는 천태만상의 기암괴석을 떠이고 기치창검마냥 거세차게 솟아오른 봉우리들을 쳐다보며 "!" 하는 외마디 탄성을 올렸을 뿐 자기의 감개무량함을 표현할 적당한 말을 고르지 못하였다. 동료들이 저만치 앞서갔으나 떠날 생각을 않는 그를 지켜보던 우리나라 역관(통역원) "금강산 구경은 이제 시작에 불과한데 벌써부터 정신을 잃으면 어떻게 다 돌아보시겠소이까. 자 어서 가십시다." 하고 손을 이끌어서야 그는 발걸음을 옮겼다. 이렇게 시작된 그의 금강산 구경은 걸음마다 찬탄과 놀라움, 경탄과 부러움 속에서 계속되었다. 그는 금강산의 유명한 명소들을 찾거나 전망이 좋은 곳에 올라 한 폭의 그림 같은 주변경치를 바라볼 때마다 동행한 우리나라 관리들에게 "금강산은 명산중의 명산이다." 라고 하면서 엄지손가락을 펴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외국사신일행이 내금강의 만폭동에 들어서서 금강대와 백룡, 흑룡, 비파, 벽파담을 지나 보덕암에 이르렀을 때였다. 구리기둥 하나에 의지하여 합각지붕, 배집지붕, 사가지붕을 차례차례 보기 좋게 머리에 얹고 아슬아슬한 벼랑 턱에 붙어있는 보덕암은 금강산의 경치를 더해주며 조신민족의 슬기와 재능을 자랑하고 있었다. 사람의 힘으로써는 도저히 이룰 수 없다고만 생각되는 이 창조물 앞에서 사신일행의 그 사람은 꿈을 꾸는 듯한 환각에 사로잡혔다. 원래 독실한 불교도였던 그는 제정신 없이 보덕암에 올랐다. 구리 기둥뒤로 쇠사슬을 비끄러 매였을 뿐이므로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흔들거리는 암자에 들어선 그는 마치 얇은 살얼음을 밟는 것만 같아 가슴이 서늘해졌다. 그는 암자 안을 돌아보고 완전히 자기를 잊을 정도로 무아경에 빠졌다. 보덕암의 문을 열고 사슬난간에 의지해 선 그는 "이곳이야말로 진짜 부처의 경지임에 틀림없다. 원컨대 여기에서 죽어서 조선 사람이 되어 오래오래 부처세계를 보았으면 한다." 는 말을 남기고 보덕암에서 내려와 서슬 푸른 흑룡담에 훌쩍 뛰어들었다. 누구도 예기치 못했던 뜻밖의 일에 깜짝 놀란 일행은 "!" 비명을 지르면 방금 그가 뛰어든 담소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검푸른 흑룡담의 물결만이 소용돌이칠 뿐 그는 다시 솟구쳐 오르지 않았다. 이렇게 금강산을 보기가 원이였던 그는 금강산의 절경에 황홀한 나머지 자기의 목숨까지 바쳤다. 그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나라들에도 전해져 금강산은 더욱 유명해졌다. 그리하여 조선에 오지 못하는 사람들은 금강산의 그림이라도 볼 것을 열망하여 자기 나라에 온 조선사신 일행을 앞을 다투어 찾아왔다고 한다. 근세 이후 금강산은 더 널리 세상에 알려져 아시아는 물론 멀리 구라파의 여행가, 탐험가, 학자들도 금강산으로 찾아왔다. 그 가운데는 세계적인 여행가로 이름난 영국의 이자벨라 비쇼프 여사도 있었다. 그는 금강산을 돌아본 것은 자기 일생에서 가장 큰 행운이었다고 하면서 이런 말을 남기었다. "금강산의 아름다움은 세계의 어느 명산의 아름다움도 초월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쓴 글은 한갖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 미의 모든 요소들로 가득찬 이 대규모의 협곡은 너무나도 황홀하여 사람들을 마비시킬 정도이다." 그와 같은 시기에 온 도이칠란드의 한 탐험가의 심정 역시 다를 바 없었다. 그는 "금강산의 웅대한 전경, 산체의 대담한 구성, 매달린 절벽, 아직 도끼질한일이 없는 처녀림, 순결한 폭포, 빨리 흐르는 여울 가 깊은 소에서 나타나는 광선과 색채의 변화... 아아! 이 세상 그 어디에 이것과 비교할만한 것이 있겠는가." 라고 극구 찬양해마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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