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 한 마리가 기지개를 켜며 어슬렁어슬렁 강나루로 내려 왔다. 목이 말라 물을 조금 마시자 배가 고팠다. 곰은 꼼짝 않고 물속을 노려봤다. 물고기가 한 마리 헤엄을 치고 있었다.

재빠른 동작으로 곰은 앞발을 들어 물고기를 탁 쳤다. 싱싱한 물고기를 먹으니 배가 불렀다. 곰은 느긋한 기분으로 앞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이 배를 타고 고기를 잡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 다정해 보였다. 갑자기 곰은 외로운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 속에 어울리고 싶었다.

그 날 이후부터 곰은 산에 올라가서 자주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사람과 가까이 하고 싶었지만 곰이 다가가면 사람들은 혼비백산하여 달아나는 것이었다. 어느 날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다는 생각에 강가를 어슬렁거리던 곰은 금강 어귀까지 내려왔다. 한 어부가 혼자서 그물질을 하고 있었다. 곰은 어부를 뒤에서 덮쳐 자기가 사는 동굴로 끌고 갔다. 기절한 어부를 정성껏 간호한 곰은 어부가 깨어나자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당신이 좋아요. 저와 함께 살아주세요.” 어부는 무섭고 놀라서 부들부들 떨면서 말했다. “안됩니다. 가족들이 저를 기다릴 겁니다. 제발 보내 주십시오.

그러나 곰은 어부를 절대로 돌려 보내주지 않았다. 나갈 때면 커다란 바위로 입구를 막고 나가 어부를 도망칠 수 없게 해놓았다. 밖에 나가 돌아올 때면 산속 깊은 곳에 열려 있는 산 열매와 벌꿀, 싱싱한 생선 등을 정성스럽게 준비해다 어부에게 먹게 했다. 어부는 곰의 정성에 감동하여 점점 정이 들었다.

어느덧 삼년의 세월이 흘렀다. 둘 사이에서 새끼곰이 두 마리 태어났다. 곰은 이제는 어부가 도망가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동굴 입구를 막지 않고 나다녔다. 어부는 동굴 밖으로 나갔다. 오랜만에 바깥 세상을 보니 감개가 무량했다. 멀리 강에서 배를 타고 고기를 잡는 사람들이 보였다. 어부는 그 동안 그리웠던 고향집과 부모님이 생각났다. 주위를 살펴보았다. 곰이 보이지 않았다. 어부는 살금살금 동굴을 빠져나와 강나루에 있는 빈 배에 올라탔다. 죽을 힘을 다해 노를 저었다.

곰은 즐거운 마음으로 먹을 것을 마련해 가지고 오다가 어부가 배를 타고 도망가는 것을 보았다. 곰은 동굴로 재빨리 돌아가 새끼곰을 안고 강나루로 왔다. “가지 마세요. 돌아오세요.” 곰이 아무리 소리쳐 불러도 어부는 정신없이 노를 저어 앞으로 갈 뿐이었다. 곰은 너무 허탈했다. 곧이어 분노가 치밀었다. ‘그 동안 그토록 정성을 기울여 보살폈는데, 그리고 새끼까지 낳고 사는 데 도망을 가다니…….

곰은 새끼곰을 껴안고 강물에 몸을 던졌다. 그 이후부터 그곳에는 풍랑이 쉬지 않고 일어 사람들과 배를 집어삼켰다. 마을 사람들은 인간에게 배신당한 곰의 원한이 서려 그런 것이니 곰의 넋을 달래기 위한 사당을 지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사당이 세워지고 난 후에야 물결이 가라앉았고 그 때부터 이곳을 곰나루라고 부르게 되었다. 공주의 옛 이름은 ‘웅진’이다. 이는 곰나루의 한자어이다. 공주박물관에 가보면 돌곰이 전시되어 있는데 1975년 곰나루 사당터에서 발굴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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