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방한담 법정 스님 전집 5
법정 지음 / 샘터사 / 2001년 10월
절판


《삼국유사》권5에는 혜통惠通 스님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그가 출가하기 전 그의 집은 서라벌 남산의 서쪽 은천銀川골짜기 어귀에 있었다. 하루는 동쪽 시냇가에서 놀다가 한 마리의 수달을 잡아 고기는 해 먹고 뼈는 집 뒤 동산에 버렸다. 그런데 이튿날 아침 동산에 버린 그 뼈가 어디론지 사라지고 없었다. 이상하게 여긴 그는 핏방울이 떨어진 자취를 따라가보았다. 수달의 뼈는 그 전에 살던 구멍으로 되돌아가 낳은 지 얼마 안 된 다섯 마리의 새끼를 안고 있었다. 몸뚱이에서 해체되어 이미 생명이 끊어진 앙상한 뼈가 새끼를 안고 있다니! 어린 새끼들을 두고 죽은 한이 얼마나 모질게 맺혔으면 죽은 뼈마디가 핏방울을 뚝뚝 흘리며 제 집으로 돌아가 새끼를 안고 있었을까. 그는 이 광경을 보고 큰 충격을 받는다. 짐승의 지극한 모성애를 보고 크게 깨달은 바 있어 그 길로 세상을 등지고 출가하여 이름을 혜통이라 고쳤다.-150~151쪽

요즘 삼복 더위 속에서 아마 보신탕집과 뱀탕집을 성업중일 것이다.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현대의 사내들은 정력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세계 속의 한국을 내세우는 판국에 특별시, 광역시, 보통시를 가릴 것 없이 보신탕집과 뱀탕집이 버젓이 문을 열고 있는 걸 볼 때마다 이 나라의 행정은 어디까지나 남성중심이구나 싶다.
사람을 믿고 따르면서 집을 지켜주다가 그 사람에게 잡혀 먹히게 된 것을 개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아무리 보신도 좋고 정력도 좋지만, 짐승과 사람 사이일지라도 최소한의 의리는 지켜야 하지 않을까. 하기야 개만도 못한 사람들이 수두룩한 판이니 견공도 이해할 법은 하지만.
뱀을 즐겨 먹는 사람들한테서는 아주 역겨운 냄새가 난다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이것은 내가 아는 사람들을 직접 보고 확인한 것인데, 그들의 눈을 보면 번질번질 징그러운 뱀눈을 닮아가고 있다. 이 몸이 업보신業報身이라는 말은 결코 빈말이 아니다.-151~152쪽

불타 석가모니는 《법구경 法句經》에서 이렇게 말한다.
"모든 생명은 폭력을 두려워한다. 모든 생명은 죽음을 두려워한다. 이런 도리를 자기 몸에 견주어 남을 죽이거나 죽게 하지 말라."-1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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