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우리돌의 들녘 - 국외독립운동 이야기 : 러시아, 네덜란드 편 뭉우리돌 2
김동우 지음 / 수오서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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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가슴이 아렸다. 나라 잃은 백성의 서러움이 절절히 느껴졌기 때문이다.

흉년이 들어 먹고 살길이 없어 나라를 떠나거나 식민의 서러움을 피해보고자 보따리를

싸야했던 동포들의 시간들이 아프게 다가왔다.

 

 

누구의 책임인가. 나랏님의 무능때문이었을까. 그저 한 나라의 운명이었을까.

제대로 된 땅도 아닌 곳에 터를 잡고 소를 키우고 볍씨를 뿌리면서 옥토를 만들었다는

우리 동포들의 노고가 어찌나 기특하던지. 불모의 땅을 부의 땅으로 일궈내는 기적같은 일들은 피와 땀과 성실함이 만들이낸 열매였을 것이다.

어찌 어찌 남의 땅으로 살러간 동포들은 조국을 잊지 않았다. 일제에 의해 더럽혀진

땅일지라도.

 


 

남의 집 살이의 고단함과 서러움에도 조국을 잊지 않았고 독립을 위해 쌀과 옥가락지를 내놓던 선량한 동포들이었다. 그들을 이끌고 독립운동을 하던 선각자들의 이름을 우리는 다 기억하고 있는가. 이 책에 소개된 많은 독립운동가의 이름중 겨우 홍범도의 이름만 낯설지 않았으니 우리는 또 얼마나 무심한 후손이었는지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거친 땅에서 피로 일궈낸 열매를 아낌없이 내놓던 동포들의 간절함도 우리는 다 기억하고 있는지.

 


 

그들의 간절함이 때로는 누군가를 일깨워 이렇게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기도 한다.

동토의 땅뿐만 아니라 인도 어디엔가에서도 한국광복근 훈련지가 있었던가.

저자는 전직 기자여서 였을까. 아님 누군가의 부름을 물리치지 못해서였을까.

과거에는 존재했지만 지금은 잊혀진 사람들을, 터를 쫓아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그들의 목소리를 채집한다. 사명감 없이는 해낼 수 없는 일들이었다.

 

 

조국에서도 불러주지 못했던 수많은 독립운동가의 이름을 그가 이렇게 세상에 꺼내놓았으니 지금은 흐릿해진 그들의 비석글이 이제는 좀더 뚜렷해졌을까.

아마도 비석이라도 세운 이들은 그나마 행복한 축에 속할 것이다. 이름도 남기지 못하고 죽어간 이들은 또 얼마나 많았을 것인가.

몇 년전 홍범도의 유해봉환으로 죽은 넋이나마 고향땅으로 모실수 있어 다행이다 싶었는데 이후 벌어진 안타까운 논란을 보면 쓸데없는 정쟁으로 모욕을 주는 일을 서슴이 않는 후손들의 작태에 하늘에서도 울분을 토하지 않았을까 안타까웠다.

 

저자가 찍은 사진을 보면 계절에 상관없이 다소 쓸쓸하고 거칠고 고독했다.

그 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악착같이 살아낸 사람들의 삶 역시 그렇지 아니했겠는가.

지금은 풍요로운 조국에서 이렇게 넋이라도 다시 불러낼 수 있어서 참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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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창창 - 2024 상반기 올해의 청소년 교양도서 우수선정도서
설재인 지음 / 밝은세상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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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는 드라마 작가가 어느 날 사라졌다. 별 볼일 없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막

쓰기 시작한 참이었다. 잘 못나가는 딸인 용호에게 도와달라고 했던 사람이 왜?

 

 

무명이었다가 보조작가였다가 기어이 잘 나가는 작가로 우뚝 선 엄마란 존재는 벽 그 자체였다.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사생아로 태어난 용호는 호랑이와 용이 등장하는 태몽을 꾸고

태어났다는 말을 믿지 않았다. 그런 꿈을 꾸고 태어난 사람이라면 자신처럼 살아갈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공부도 별로고 삼수끝에 겨우 대학에 들어가고 스물 아홉이 될 때까지 취업도 하지 못한 자신에게 어울리는 태몽이 아니었다.

 


 

강남에 우뚝 서있는 하리팰에 입주한 것도 엄마의 수입덕이었고 백수로 엄마 카드를 쓰는

혜택역시 자신의 노력이 아니었다. 그래서 삐딱해진 것일까. 글 쓰는 일 외에는 모두 젬병인

엄마와는 그저 데면데면을 넘어서 앙숙같은 사이였다.

그런데 엄마가 갑자기 사라지고 엄마를 보필하던 오혜진에게서 만나자는 전화가 오고 난 후

용호의 인생은 갑자기 달라진다. 엄마가 쓰기 시작한 작품을 완성해달라니.

백일장에서조차 상을 타본적도 없는 자신에게 말이다.

 


 

그래서 같은 대학을 다녔던 예전의 연인 장현에게 도움을 청했다. 문학동아리에서 가장

글 잘쓰던 아이였다. 치매인 엄마를 간병하느라 휴학이 길어진 장현에게 돈은 유용할 터였다.

그렇게 시작된 작품은 쓰는 족족 통과되었고 돈은 입금되었다.

혹시 내가 모르는 재능이 있었던걸까. 용호는 슬슬 자신의 무능이 의심스러워졌다.

실제 나는 태몽처럼 날아오를 재능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어줍지 않은 생각이 들 무렵

엄마의 실종에 대한 단서가 나왔다.

 

 

사이비 종교집단같은 이상한 곳에서 엄마의 과거가 있었고 아마 실종에도 그 이상한 절이

연관이 있는것 같았다. '광혜암'. 이상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

엄마는 그 곳을 오래전부터 알았었고 꽤 많은 돈을 기부하고 있었다. 수상한 스님 전성은

자신의 지나온 과거를 소설처럼 말해주었지만 정작 용호 엄마의 행방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는다.

 

오래전 독자들을 감동으로 이끌었던 소설 '엄마를 부탁해'같은 실종된 엄마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소설처럼 시작했지만 정작 '몰래카메라'같은 반전이 숨어 있는 소설이다.

잘 못나가는 못난이 딸에 치매엄마에게 발이 붙들려 휴학생으로 살아가는 장현에

역시 잘 못나가는 대역배우까지 그야말로 마이너들의 신세한탄같은 소설같지만

잔잔하게 흐르는 따뜻한 감동으로 잘 마무리된 소설이다. 다만 앞서 활기찬 전개에

비해 뒤로 갈수록 힘이 빠지는 느낌은 퍽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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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 문장의 기억 (양장본) -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하여
박예진 엮음, 버지니아 울프 원작 / 센텐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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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버지니아를 만난 것은 그녀의 작품이 아니고 박인환의 시 '목마와 숙녀'에서 였다.

그 때는 그 시가 퍽 유행하였고 외우는 것만으로도 멋지게 보이던 시절이었다.

그렇게 만난 버지니아 울프, 왜 시인은 자신의 시에서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고 했을까.

 

 

20세기 최고의 모더니즘 작가로 평가받는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있었나.

1882년 영국은 여전히 여성에게 냉대적이었다. 당시 규범으로 제대로 된 학교 교육조차 받지 못했지만 그녀의 지성은 빛이 났고 이후 걸작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너무 세심하고 병약했던 그녀의 영혼은 결국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간다.

 


 

가부장적 사회에 대한 모순과 그 억압으로 고통받았던 그녀의 영혼은 이런 문장을 남긴다.  그녀가 100년 쯤 늦게 태어났더라면 그녀의 인생은 달라졌을까.

 

 

자신은 살아있다는 것을 문장에 투영하면서 버텼던 것은 아닐까.

 

 

당시 버지니아는 당대 지식인들의 모임에 회원일 만큼 지성있고 개성있는 여성이었지만 규범을 넘지못하는 한계에 대해 많이 고통스러웠던 것 같다.

더구나 심약하게 타고난 신경증으로 인해 정신적으로도 많이 아팠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작품들은 자신만의 성안에서는 아주 자유롭고 다양한 삶을 투영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문장은 아름답고 섬세하지만 당대에서는 평가가 엇갈렸던 것 같다.

오늘 tv에서 경제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의 일생을 좌우하는 것은 노력보다는 운이라고. 그 운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어느 나라에 태어났느냐와 환경이라고.

그런점에서 버지니아 울프는 참으로 운이 없었던 여성이었고 문학가였다.

하지만 꿈틀거리면서 밖으로 뛰쳐 나오는 빛나는 문장만은 어쩌지 못하고 세상에 남겨졌다.

조금쯤은 아프지만 아름답고 섬세한 그녀만의 문장에서 그녀를 만나 잠시 행복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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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 괴물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하드코어 심리학
야오야오 지음, 권소현 옮김 / 더페이지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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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선한 존재인가 악한 존재인가. 오래전 배웠던 성선설과 성악설에 대해 떠올려본다.  그 때 내가 내린 결론은 성악설쪽에 더 가깝다 였다.

인간은 본래 악한 존재이지만 오랜 정화와 교육, 관습등에 의해 조금 교화된 정도라고 할까.

 

 

인간의 본성에 관한 정의는 어떤 걸로도 증명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최근 이어지는 범죄들은 예전에 비해 더욱 잔혹해지고 지능화되었으며 때로는 너무 어이없는 경우가 많아진 느낌이다. 과거 치정이나 돈같은 이유로 범죄가 일어났다면 요즘음 '묻지마' 범죄가 더 많아졌다고 느껴지지 않은가. 분명 예전에 비해 풍요로워졌는데 범죄는 더 악랄해지고 무특정 다수에 대한 알 수없는 이유로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인간들이 늘어났다.

 


 

저자는 악(惡)은 어떻게 탄생되는지 여러방면으로 서술하고 있다.

심리상담을 필요로하는 환자들에게 심리상담사의 정당하지 못한 처치로 인해 죽음으로 몰고간 여러 사례에서 보면 상대의 마음을 부정적으로 움직이게 하거나 오랜 기간동안 가스라이팅을 당하면 얼마나 비참한 결과로 이어지는지 확인하게 된다.

 


 

언젠가 유명한 뇌과학자가 자신의 뇌를 스캔하고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흔히 말하는 '사이코패스'인자의 뇌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자신의 가계도를

따라가보니 몇 명의 연쇄살인마가 있었음을 확인하게 된다.

사이코패스 성향은 확실히 유전적인 요인이 있다고 증명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두려워하는 사이코패스 성향의 사람들 중에는 성공한 사람도 많다는 사실은 그런 유전인자를 가진 사람들이 어떤 방향으로 발현이 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아닐지 추정해본다.

 

 

원시 인간의 진화에 따른 본성에서도 악의 기운이 느껴진다. 자신의 유전자를 이어갈 본능에 의해 질투와 공격같은 것들이 이어져왔고 실제 범죄인들중 많은 수가 공격인자가 더 많은 남자인 것을 참고한다면 이 가설은 꽤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여리고 선할 것만 같은 여성이나 아이들이 의외로 심리적으로 더 잔인하고 실제 더 정교한 범죄를 일으킨다는 점은 의아스럽기도 하다.

 

저자가 예시한 수많은 악의 요소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된 것은 바로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부모의 과도한 집착이나 무시, 방임같은 양육방법이나 부정하거나 부당한 생활방식에 잘못된 사고로 자란 아이들이 커서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확실히 높아진다는 것을 당연하다.

아이를 낳는 것이 당연하던 시절도 이제는 서서히 옛이야기가 될 지경이지만 부모가 될 자격이 없는 사람에게 태어난 아이가 어떤 인물로 성장할지를 생각하면 부모고시라고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지 씁쓸해진다. 어떻게 괴물이 되는지 들여다본 악의 심리학, 참 흥미로운 책이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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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물처럼
셸리 리드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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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여러농장이 있던 아이올라라는 동네를 집어삼킨 거니슨강앞에 선 느낌이다.

가본적은 없지만 콜로라도의 거대한 자연이 그대로 전해지는 소설이었다.

 

 

열 일곱의 빅토리아는 엄마와 칼 오빠, 그리고 이모를 한꺼번에 잃고 아버지가 물려받은 농장에 안주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한 살 아래 남동생 세스는 태어난 이후 계속 말썽꾼이었고 엄격한 아버지와 세스 사이를 중재하는 여린 딸처럼 보였다.

어느 날 도박중인 세스를 찾으러 마을 입구를 지나다가 마주친 남자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토리(빅토리아의 애칭)의 삶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윌슨 문이란 남자는 백인이 아니었고 멕시코인이나 원주민처럼 보였다.

당시 미국에서 두 인종은 차별의 대상이었고 경멸당했다. 토리는 그 남자에 끌렸고

사랑하게 되었다. 윌은 단지 원주민이란 이유로 억울한 도망자 신세가 되어 도망중이다.  그런 윌을 숨겨주고 도와준 여자 역시 마을에서 마녀취급을 받는 루비-앨리스였다.

 

 

과거에 심각한 사고가 있었고 그 충격으로 미쳤다고 소문난 여자였지만 그건 그냥 소문이었고 그녀는 단지 상처받은 불쌍한 여자였다. 그 여자의 집에 숨어있던 윌을 찾아내고 그와의 사랑을 쟁취한 토리는 결코 연약한 여자가 아니었다. 하지만 폭력적인 세스는 윌을 죽이고 만다.

토리의 몸에는 윌의 아이가 자라고 있었고 배가 너무 불러지기 전까지 토리는 임신 사실을 숨긴채 농장일을 하면서 몰래 도망칠 준비를 했다.

 

출산이 임박하자 토리는 농장을 떠나 멀리 산막으로 향한다. 그 곳에서 최소한의 식량으로 버티면서 아이를 출산한다. 윌을 꼭 닮은 아들을.

하지만 그 곳에서 아이를 키울 수는 없었다. 토리는 산을 내려오다가 우연히 소풍을 나온 부부와 마주친다. 곁에 갓난아이가 있는 부부. 토리는 그들의 차에 아들을 넣어두고 다시 농장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윌과 토리의 아들은 낯선 부부의 양아들이 되었다.

 

 

자신들의 차에 있던 갓난아기를 친아들처럼 키워준 잉가와 폴은 아이들은 쌍동이로 키운다.

친아들 맥스는 폴을 닮아 유쾌했지만 즉흥적이고 진지한 면이 없었다.

루카스로 불려진 토리의 아들은 상대를 살피고 존중해주는 따뜻한 아이였다.

상처받은 동물들은 물론 사람들도 그에게 위안을 느끼곤 했다. 아마 윌의 피에 그런 인자가 존재했을 것이다. 그런 능력을 토리는 알아봤고 위안받았고 사랑했던 것이다.

 

농장으로 돌아온 토리는 사랑했던 사람들을 하나 둘 떠나보냈고 거대한 저수지를 만들기 위해 동네가 수몰되는 와중에도 달콤하고 귀한 복숭아 나무를 이주시키고 살려낸다.

세스가 농장의 지분을 차지하려고 했지만 결국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만다.

아마도 무슨 범죄를 저질러 수감되었거나 도주했을 것이다.

 

많은 시간이 흘러갔고 토리는 여전히 홀로 농장을 이끈다. 아들을 보내고 많은 시간동안 토리는 아들을 보냈던 그 장소로 매 년 찾아가 돌을 하나씩 올려두었다.

우연히 그 장소를 다시 찾아간 잉가는 그 돌이 바로 루카스의 친모가 올려둔 것이라고

확신한다.

 

잉가와 토리는 사랑스런 루카스의 두 엄마였다.

잉가가 돌무더기 곁에 남긴 편지를 들고 토리는 아들을 향해 한 걸음을 내딛는다.

토리가 늘 믿었던 것처럼 인생은 흐르는 강물처럼 루카스에게 흘러갈 것임을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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