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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물처럼
셸리 리드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1월
평점 :
과거에 여러농장이 있던 아이올라라는 동네를 집어삼킨 거니슨강앞에 선 느낌이다.
가본적은 없지만 콜로라도의 거대한 자연이 그대로 전해지는 소설이었다.
열 일곱의 빅토리아는 엄마와 칼 오빠, 그리고 이모를 한꺼번에 잃고 아버지가 물려받은 농장에 안주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한 살 아래 남동생 세스는 태어난 이후 계속 말썽꾼이었고 엄격한 아버지와 세스 사이를 중재하는 여린 딸처럼 보였다.
어느 날 도박중인 세스를 찾으러 마을 입구를 지나다가 마주친 남자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토리(빅토리아의 애칭)의 삶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윌슨 문이란 남자는 백인이 아니었고 멕시코인이나 원주민처럼 보였다.
당시 미국에서 두 인종은 차별의 대상이었고 경멸당했다. 토리는 그 남자에 끌렸고
사랑하게 되었다. 윌은 단지 원주민이란 이유로 억울한 도망자 신세가 되어 도망중이다. 그런 윌을 숨겨주고 도와준 여자 역시 마을에서 마녀취급을 받는 루비-앨리스였다.
과거에 심각한 사고가 있었고 그 충격으로 미쳤다고 소문난 여자였지만 그건 그냥 소문이었고 그녀는 단지 상처받은 불쌍한 여자였다. 그 여자의 집에 숨어있던 윌을 찾아내고 그와의 사랑을 쟁취한 토리는 결코 연약한 여자가 아니었다. 하지만 폭력적인 세스는 윌을 죽이고 만다.
토리의 몸에는 윌의 아이가 자라고 있었고 배가 너무 불러지기 전까지 토리는 임신 사실을 숨긴채 농장일을 하면서 몰래 도망칠 준비를 했다.
출산이 임박하자 토리는 농장을 떠나 멀리 산막으로 향한다. 그 곳에서 최소한의 식량으로 버티면서 아이를 출산한다. 윌을 꼭 닮은 아들을.
하지만 그 곳에서 아이를 키울 수는 없었다. 토리는 산을 내려오다가 우연히 소풍을 나온 부부와 마주친다. 곁에 갓난아이가 있는 부부. 토리는 그들의 차에 아들을 넣어두고 다시 농장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윌과 토리의 아들은 낯선 부부의 양아들이 되었다.
자신들의 차에 있던 갓난아기를 친아들처럼 키워준 잉가와 폴은 아이들은 쌍동이로 키운다.
친아들 맥스는 폴을 닮아 유쾌했지만 즉흥적이고 진지한 면이 없었다.
루카스로 불려진 토리의 아들은 상대를 살피고 존중해주는 따뜻한 아이였다.
상처받은 동물들은 물론 사람들도 그에게 위안을 느끼곤 했다. 아마 윌의 피에 그런 인자가 존재했을 것이다. 그런 능력을 토리는 알아봤고 위안받았고 사랑했던 것이다.
농장으로 돌아온 토리는 사랑했던 사람들을 하나 둘 떠나보냈고 거대한 저수지를 만들기 위해 동네가 수몰되는 와중에도 달콤하고 귀한 복숭아 나무를 이주시키고 살려낸다.
세스가 농장의 지분을 차지하려고 했지만 결국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만다.
아마도 무슨 범죄를 저질러 수감되었거나 도주했을 것이다.
많은 시간이 흘러갔고 토리는 여전히 홀로 농장을 이끈다. 아들을 보내고 많은 시간동안 토리는 아들을 보냈던 그 장소로 매 년 찾아가 돌을 하나씩 올려두었다.
우연히 그 장소를 다시 찾아간 잉가는 그 돌이 바로 루카스의 친모가 올려둔 것이라고
확신한다.
잉가와 토리는 사랑스런 루카스의 두 엄마였다.
잉가가 돌무더기 곁에 남긴 편지를 들고 토리는 아들을 향해 한 걸음을 내딛는다.
토리가 늘 믿었던 것처럼 인생은 흐르는 강물처럼 루카스에게 흘러갈 것임을 받아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