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자의 하인
강지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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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도 그렇고 첫장에 펼쳐진 죽음의 왕국의 여왕인 엘자의 이야기에 판타지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1990대쯤 파주 어디쯤에서 일어났을법한 국산 토종 소설이었다.


열 세살이 몇 달 앞둔 하인의 집에는 치매를 앓고 있는 외할머니와 남자같은 성격의 엄마,

여자같은 성격의 아빠, 이렇게 네식구가 살고 있다. 외할아버지가 외양간을 고쳐 만든 사랑채 한 방에 일용직을 전전하는 광섭이 아저씨가 세들어 살고 있고 얼마 후 남은 방 하나에 스텔라라는 여자와 그녀의 딸 엘자가 세를 들어온다.

스텔라도 그렇고 엘자도 그렇고 토종 한국인의 모습은 아니었는데 사람들이 튀기라고 했다.


수퍼를 하던 종선이와 절친이었지만 엘자가 온 후 묘하게 경쟁이 벌어진다. 흰 피부를 가진 엘자는 챙넓은 검은 모자와 선글라스를 낀 해괴한 모습이었지만 종선과 하인은 자꾸 엘자에게 끌린다. 어린시절 수재라고 불렸던 수동이 형이 벌인 과외방에 종선이와 하인, 그리고 엘자까지 합세하게 되고 엘자에게 샘을 부리던 옥자까지 합세하면서 이제 곧 중학교에 들어갈 아이들의 좌충우돌 사건들이 벌어진다.


그러던 중 치매였던 외할머니가 실종되고 스텔라 아주머니를 두고 광섭아저씨와 혼탁아저씨의 피튀기는 경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하인은 엘자가 주문을 외울 때마다 마법이 일어난다고 믿었다.

나중에 엘자의 그 주문이 헝가리어라는 것은 수동이 형이 알려주었다.

엘자는 헝가리에 자작집안에 딸이었고 복통이 일어나거나 수포가 생기는 난치병에 걸려 집밖으로 잘 나와다니지 못했다. 하인은 수동이 형의 부탁으로 엘자의 하인이 되기로 약속한다.



여자같은 아빠에게는 과거의 비밀이 있는 듯하다. 그 것때문에 엄마와 결혼했다고 했다.

실종중이던 외할머니가 우연히 발견되고 아빠의 비밀도 밝혀진다.

읽는 내내 '왕룽일가'의 쿠웨이트박이나 황순원의 소나기가 겹쳐졌다.

고만고만 살아가는 시골 마을의 정취와 갑자기 나타난 소녀를 두고 벌어지는 미묘한 사건들.

그리고 엘자라는 신비한 소녀의 존재가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이승환이나 이문세의 노래가 들리는 듯하고 그 시절 유행하던 '마이마이'카세트가 사과의 선물로 건네지는 장면에서 작가가 지나온 시간들과 공간들이 겹쳐졌다.

아마 작가가 태어난 파주 어디에선가 존재했을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16부의 드라마쯤으로 만들어지면 어떨까.

캐스팅만 절묘하다면 꽤 인기가 있을 드라마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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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나이 드는 기억력의 비밀 - 국내 최고 치매 전문의가 밝히는 슈퍼에이저의 7가지 건강 습관
김희진 지음 / 앵글북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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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반 넘어 살고보니 가장 서글픈게 바로 늙어가는 일인 것 같다.

누군가의 노랫말에서 우리는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라고 했지만 노화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 떨어지고 비참해지는 일이라는 걸 부인할 수는 없다.



그래서일까 '느리게 나이드는'이라는 제목이 내 눈을 멈추게 했다. 사실 나도 요즘 들어 기억력이 떨어지고 행동이 느려지는 현상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한 때는 빠릿하다는 소리도 듣고 머리좋다는 소리도 들었던 나였지만 시간앞에서 장사는 없는 모양이다. 마음 아프다.


겉으로 나이보다 젊어보이는 동안도 퍽 부럽지만 뇌도 실제보다 젊어질 수 있다는 저자의 말에 갑자기 등불을 발견한 느낌이었다. 뇌는 어떤 신체기관보다도 가소성이 높아 노력을 통해

충분히 되살릴 수 있다고 한다. 정말 그럴 수 있다면 당장 실천해보고 싶다.

노화는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자연스런 현상이고 피할 수 없는 재앙이라고만 생각했기 때문에 저자의 이 책이 나처럼 나이들어가는 사람들에게는 구원의 손길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일단 나이가 들어가면 뇌의 위축이 일어나고 그러다보면 자연스레 뇌의 위치에 따른 기능들이 점차 떨어지게 되어 있단다. 우리민족은 손을 잘 쓰는 민족으로 알려졌는데 손으로 하는 일을

많이 하면 뇌의 기능이 좋아진다는 말이 사실임이 증명되었다.

하다못해 호두라도 굴리면 손에 자극이 되어 뇌의 기능을 잘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뇌의 기능을 유지, 혹은 높이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노력이 필요했다.

우선 저자가 올려둔 뇌 건강 체크리스트부터 시작해보면 좋을 것 같다.


신체 노화를 늦추는 운동과 더불어 섭생에도 주의할 점이 많았다. 일단 가공음식이나 음주,흡연같은 위해요소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자의 조언중에 가장 심각하게 와닿았던 것은 바로 수면문제였다.

내가 겪는 가장 힘든 문제이기도 하고 실제 이 문제를 해결하는게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쉽게 수면유도제같은걸 이용할 수도 있지만 몸에 무리가 없고 내성이 안생기는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수면에 좋은 운동이나 음식 그리고 멘탈관리나 생활습관 같은 것들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실제 내 신체의 나이가 얼마나 되는지 측정해보는 팁은 흥미롭기도 하고 노화정도를 알 수 있어 큰 도움이 되었다. 일단 모든 문제의 시작은 자신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몇 가지 해보았지만 다리 하나를 들고 1분 이상 서있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눈을 감고 해보면 10초도 어렵다. 허리를 굽혀 손을 땅에 닿게 하는 것은 오래전 청소년시기에도 쉽지 않았으니 지금은 말해 무엇하겠는가.

엊그제 TV 프로그램인 '미운우리새끼'에서 이상민과 김승수의 치매검사 상황이 방영되었다.

뇌를 찍은 MRI 사진을 보니 위축된 뇌가 선명하게 드러났고 특히 이상민의 기억력은 현저히

저하된 것이 확인되었다. 나도 따라서 해보니 12단어를 다 떠올려 말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뇌 MRI 사진까지 찍어보면 좋겠지만 치매검사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알츠하이머나 치매를 완전치료하는 것은 어렵지만 늦추거나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다독인다. 똑같은 치매 유전인자를 가진 사람들의 비교 상황을 보니 정말 이해가 잘 되었다.

늙어가면서도 가족들에게 폐가되지 않고 건강하게 잘 살아갈 수 있는 비법이 담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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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행동교정사의 고민상담 대백과 - 10만 반려견과 반려인의 삶을 바꾼 솔루션
스티븐 만 지음, 이주현 옮김 / 동글디자인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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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토리가 내 곁에 온지 어언 7년이 흘렀다. 젖을 뗀지 한 달쯤 된 유기견이었던 강아지가 남편이 들어간 갈비집 옆 컨테이너 박스밑에서 나와 남편을 졸졸 따라왔단다.

어려서 개에 물린 기억때문에 개를 싫어했던 나인지라 집안에 강아지가 들어오자마자 화부터 냈었다. 하지만 결국 토리는 우리 가족이 되었고 저 녀석이 없었다면 내가 지금처럼 행복해졌을까 생각하게 된다.


토리는 까칠한 편이다. 사교성이 없는데다 겁도 많아서 나와 남편외에는 곁을 허락하지 않는다.

더구나 나에 대한 의존성이 높은 편이어서 내 곁을 항상 졸졸 따라다니고 저를 집에 두고 외출을 하려고 준비하면 어떻게 알았는지 안절부절 하곤한다. 이게 분리불안증인걸까.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나면서 우리 아파트단지에도 반려견들이 많아졌다.

녀석들도 다들 성격이 제각각이라 낯선사람을 봐도 꼬리를 흔들면서 친화력을 발휘하는 녀석이 없나 멀리서 보기만 해도 마구 짖어대는 녀석도 있다.

우리 인간처럼 외향적인 아이도 있고 내성적이 아이도 있는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우리 토리가 유일하게 할 줄 아는 특기 '손줘'외에 다양한 교감을 나눌 수 있는 특기를 가르치고 싶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나를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도 좀 고쳐보고 싶고 다른 반려견들과 친하게 지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과연 가능할까.

이 책의 저자 반려견 행동교정사로 전세계를 다니면서 훈련이나 강의를 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엄청난 능력의 소유자라고 생각된다. 그의 조언대로 반려견의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보니 우리 토리도 얼마든지 교정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아하 개는 시각이나 청각보다 후각, 즉 코를 통해 세상을 본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물론 산책을 나가거나 낯선 상대를 보면 코를 킁킁거려서 상대를 감별한달까 그런 행동을 통해 상대를 기억한다고 생각했다. 개의 후각이 이렇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상담의뢰자들의 문제점을 하나씩 교정해주는 과정이 정말 흥미롭다.

너무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보호자들의 행동이 정말 중요했다.

앞으로 이 책의 훈련과정을 도움삼아 우리 토리의 사교성도 높아지고 '엎드려'나 다른 장기도 하나씩 개발하겠다. 토리야 우리 함께 도전해보자 앗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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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지 못하는 새들의 섬
김명진 지음 / 행복우물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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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태초 자연의 모습이다.

키위를 비롯해 날지 못하는 새가 많은 이유는 과거 인간의 발길이 잦지 않았던 시대에 새들을 잡아먹는 포유류가 거의 없다보니 날아오를 이유가 없어서라고 한다.

인간도 너무 편한 삶만 지향하다보면 열정이 식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 같다.


몇 년전 나는 이 책의 저자인 '김명진'의 또 다른 여행기 '오리도 날고 우리도 날고'를 읽었었다. https://blog.naver.com/hjmjkklll/222714037605


오죽하면 노파심이란 말이 다 있을까. 노인이 되면 혼자 중얼거림도 많아지고 잔소리가 많아진다.

가뜩이나 먼 나라의 여행이니 긴장이 되어 더 그러셨을지도 모르겠다.

처음에는 아버지의 잔소리가 불편하고 짜증스러웠지만 언젠가 그 잔소리가 그리운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며 스스로를 다독거리는 모습에 조금 안심이 되었다. 뭐든 마음먹기 나름 아니겠는가.


여행경험자답게 꼼꼼하게 준비를 잘했지만 여행중 부딪히는 문제들이 없을 수가 없다.

그래서 인생을 닮았다고 하지 않던가. 태풍이 몰려와 타려던 배가 뜨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 노후된 배를 때리는 거친 파도에 아직 하지 못한 일들이 많은데 죽는건 아닌지 조마조마했던 일. 그것이 무서워 여행을 멀리하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가 잠시 흔들리는

순간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살아내야 하는 인생처럼 잘 이겨내야지.


비싼 물가때문에 돈내고 펭귄보는 곳을 피해 기다리는 모습이며 혹시 아들이 돈을 많이 쓸까싶어 싸고 양많은 음식만 주문하시던 아버지의 모습에서 역시 부전자전이다 싶었다. 그럼에도 계속 손자만 챙기시려는 모습에서 속이 상했다는 아들의 마음 역시

아버지를 사랑하고 챙기고 싶어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우리나라 남자들은 서로의 마음을 열어놓는게 이렇게 어색하다.

책의 말미에 저자의 아버지가 쓰신 후기가 감동스럽다.

손주를 돌보느라 함께 하지못한 아내에 대한 미안함과 혹시라도 아들과 손주에게 폐가 될까 미리 체력을 키워놓으려고 애쓰셨던 모습이며 손주를 알뜰히 챙기시는 모습까지 정말 다정한 할아버지의 모습이셨다.

거대한 자연에 대한 경외로움과 나이가 많음에도 운전을 하면서 여행을 하는 것이 너무 좋았다는 말에 코끝이 찡했다.

속상하는 순간들이 왜 없었을까마는 그래도 이 여행이 남은 시간을 살아내는 멋진 양분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건강 잘 유지하셔서 남자 3대 여행 또 도전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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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의 의미
임주혜 지음 / 행복우물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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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다는게 왜 좋았을까. 책도 귀하던 시절인데 읽을거리도 많지 않았는데 어쩌다 읽게 된 책속에 멋진 세상이 있었다. 내가 상상하던, 혹은 상상도 못하던 세상이 그 책속에 있었다. 책을 읽는동안 나는 현실이 아니라 책속 세상에 머물 수 있었다.


여기 나처럼 읽기에 행복해하고 쓰는 것을 사명으로 여기는 작가가 있다.

작가 박범신은 말했었다. '쓰지 않으면 옆구리에서 뭔가 튀어나올 것 같은, 마치 무명을 앓는 사람처럼 쓸 수밖에 없었다'고. 작가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아예 그렇게 태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어찌 쓰지 않을 수 있겠는가.


글쓰기 재능을 타고난 사람이라 하더라도 책읽기를 잘한다면 더욱 좋은 글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여기 이 산문집의 작가는 자신이 읽은 책중 마음을 두드린 책들을 등장시킨다. 게중에는 내가 읽은 것도 몇 권 있었는데 나는 그 책을 읽었을 때 작가처럼

심쿵했던 기억이 있었나? 가물하다. 감성이 예민한 누구에겐 책 한권, 글 한줄에도 영혼이 반짝거리고 결국 자신도 글을 쓸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글쓰기란 누구에겐가 음악일 수도 있고 그림일 수도 있겠다. 자신의 내면을 흔드는 그 어떤 자극을 표현하는 방법만 다를 뿐.

작가는 마음의 넓이는 눈동자 크기와 같다고 했지만 나는 또 다른 비유를 하고 싶다.

책을 읽는 크기만큼 마음의 넓이가 넓어지고 글을 쓸 수 있는 능력치도 커진다고.

그런점에서 나는 '읽기의 의미'라는 제목이 아주 가깝게 다가왔다.


누군가에게 삶을 지탱해주는 힘의 원천이 돈일 수도 있겠고 명예일 수도 있지만 글을 써서 밥을 버는 작가들에게 글이란 생계의 수단이면서 운명 그 자체일 것이다.

그렇게 쓰여진 글들은 민들레 꽃씨처럼 사방으로 날아가 살고자 하는 힘이 되기도 하고 지친 일상을 위안하는 벗이 되기도 한다.

그러니 '글쓰기의 힘'은 위대하다. 그런점에서 이 한 권의 산문집도 꽃이고 열매이다.

'임주혜'라는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자. 아마 다음 작품은 더 풍성하고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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