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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범죄조직의 시나리오 작가다
린팅이 지음, 허유영 옮김 / 반타 / 2025년 1월
평점 :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밤이 오면 범죄조직의 시나리오 작가가 되는 허징청.
어둠의 고사리란 뜻을 가진 '다크펀'은 빼앗긴 재산을 찾아 주는 일, 기밀 정보를 빼내 전달하는 일, 심지어 법으로 처벌할 수 없는 없는 악당을 응징하는 일등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일들을 의뢰받아 처리해주는 조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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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 작은 이자카야 후보쿠가 다크펀의 작업실이다.
서른 다섯의 우팅강이 주인이지만 식당 위 다락에 감독이 있고 허징청이 쓴 시나리오를 완성해주는 샤오후이는 스물 여덟살로 다크펀조직에서는 미술감독을 맡고 있다.
미국 MIT 대학에 진학했던 수재 청년 케빈역시 같은 조직원으로 촬영감독을 맡고 있다.
이렇게 각자의 역할을 맡아 의뢰인의 요청을 들어주는 다크펀은 세 가지 원칙을 지켜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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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의뢰인은 자신의 전재산을 의뢰비로 지불해야 한다.
둘째, 새로운 인생 시나리오를 쓸 때 참고할 대상이 있어야 한다.
셋째, 남의 인생을 어느 정도 훔치는 것이므로 그 인생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모두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 원칙을 약속하고 감독이 있는 다락방으로 들어가는 의뢰인들.
절친의 삶을 동경하던 여자는 친구의 삶처럼 살기를 원하지만 원치 않은 삶을 맞닥뜨리고 품위있게 보이는 영어교사인 남자 역시 어린시절 겪었던 가난과 왕따의 기억을 지우고 동경하던 사람의 삶을 살아보겠다고 하지만 원한 것을 얻는 대신 끔찍한 댓가가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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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징청에게는 가슴아픈 과거가 있었다. 사랑하던 연인과 어머니를 교통사고로 잃은 것이다.
연기에 재능이 있었던 연인 징즈의 죽음은 그에게 깊은 상처가 되었고 그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한 허징청은 펀즈조직의 감독에게 시나리오 작가가 되어달라는 부탁을 받은 것이다.
그렇게 밤에는 인터넷에 소설을 연재하고 다크펀의 의뢰인들에게 부여될 새로운 삶을 시나리오로 쓰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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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깊숙한 내면을 알지 못하면서도 타인의 삶을 동경하고 그의 삶을 뺏어 살고 싶어하는 경우도 있다.
이 소설은 바로 그런 사람들의 소망을 이루어주는 조직의 이야기이다.
자신의 모든 재산을 내어놓을만큼 간절한 새삶에 대한 소망. 하지만 누군가는 새로운 삶으로 인해 또 다른 불행을 맞게 된다. 어쩌면 내 삶은 누군가가 동경하는 그런 삶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곁에 있는 파랑새를 찾아 헤매는 틸틸과 미틸남매의 방황처럼 어리석은 꿈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환상으로만 존재할 것 같은 다크펀하우스가 실제한다면 나는 그곳을 찾아가 새 삶을 살아보겠다고 의뢰했을까.
아니면 꽃길만은 아니었던 내 삶을 조금 더 사랑하려고 노력할까.
잠깐이지만 꿈같은 환상여행에 몰입되었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