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란은 궁금해서 물어본 적이 있었지만 엄마의 굳은 얼굴을 보고 답을 얻지 못할 것임을 알아챘다. 두 모자는 소피의 창고에서 공구를 빌려오고 네보의 다른 집에서 쓸만한 것들을 찾아내 생활했다. 도둑질을 하는게 괴로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로웨나는 종말 이후 자신이 다니던 미용실을 찾아갔다가 친하지는 않았지만 학교를 같이 다녔던 남자와 자전거를 타고 다니던 남자, 이렇게 둘을 만난적이 있었다. 그중 모나 아버지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핵발전소의 폭발, 혹은 어디선가 날아온 핵폭탄이 터져 종말이 왔을수도 있다.
이상한 구름이 네보를 휩쓸고 지나가고 사람들이 사라지고 로웨나와 덜란 역시 죽을 고비를 넘기지만 살아남는다. 모나가 태어나기도 했다. 그리고 세상은 조용해진다.
로웨나의 기억속 과거는 사람들이 너무 바빴고 넘치도록 많은 것들을 가졌었다.
덜란은 사람들이 대화를 어떻게 나누는지, 어떻게 인사를 하는지 알지 못한다.
종말이라는것은 모든 것을 멈추게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어딘가에는, 로웨나와 덜란처럼 살아남은 사람들이 존재할 것이다. 그래서 기어이 다시 인류의 역사가 이어지는 그런 미래가 올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어떤 형태의 종말이 오든 난 로웨나나 덜란처럼 살아남기를 거부하고 싶다.
그냥 사라지고 싶다. 홀로 남겨져, 더구나 자식까지 딸린 채 살아가야 한다는 건 정말 최악이기 때문이다. 로웨나와 덜란이 '네보의 책'에 자신들의 이야기를 남긴 것은 정말 잘한 일이다.
그리고 결국 어떤 종말이든, 가장 위대한 승리자는 자연임을 다시 깨닫게 된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