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보의 푸른 책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27
마논 스테판 로스 지음, 강나은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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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종말의 조짐은 이미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몇 번의 시도가 있었고 다행히 살아남았을 뿐.

인간은 종말을 맞을 준비를 급진적으로 해왔다. 탄소를 너무 낭비했고 환경을 파괴했고 자연을 거스렸다. 그래서 결국 종말이 왔다.



36의 로웨나는 미용사로 일하던 어느 날, 종말을 맞았다. 아니 종말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차를 빌려서 수퍼마켓을 돌며 먹을 것을 살 수 있을만큼 샀고 철물점에서는 잡다한 공구를 사들인 다음 아들인 덜란을 데리러 학교로 향했다.

로웨나는 외롭게 자란 여자였다. 아마 지나온 모든 삶이 희망보다는 절망에 가까워 종말의 조짐을 가장 먼저 눈치챘는지도 모르겠다.



미용실의 주인인 게이노르가 아니었다면 미혼모였던 자신을 고용해주고 돌봐주지 않았을 것이다. 종말 이후 덜란과 함께 견디어냈던 외딴집도 게이노르의 주선으로 얻은 집이었다. 네보의 다른 집들은 파괴되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사라져버렸다.

로웨나와 덜란은 온실을 짓고 식물의 씨를 심고 길러 종말 이후를 살아갔다.



로웨나의 외딴집 앞에 유일한 이웃이었던 소프부부도 떠나버렸다. 로웨나는 종말 이후 생긴 딸 모나를 낳았는데 덜란에게 아이들의 아버지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해주지 않았다.

덜란은 궁금해서 물어본 적이 있었지만 엄마의 굳은 얼굴을 보고 답을 얻지 못할 것임을 알아챘다. 두 모자는 소피의 창고에서 공구를 빌려오고 네보의 다른 집에서 쓸만한 것들을 찾아내 생활했다. 도둑질을 하는게 괴로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로웨나는 종말 이후 자신이 다니던 미용실을 찾아갔다가 친하지는 않았지만 학교를 같이 다녔던 남자와 자전거를 타고 다니던 남자, 이렇게 둘을 만난적이 있었다. 그중 모나 아버지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핵발전소의 폭발, 혹은 어디선가 날아온 핵폭탄이 터져 종말이 왔을수도 있다.

이상한 구름이 네보를 휩쓸고 지나가고 사람들이 사라지고 로웨나와 덜란 역시 죽을 고비를 넘기지만 살아남는다. 모나가 태어나기도 했다. 그리고 세상은 조용해진다.

로웨나의 기억속 과거는 사람들이 너무 바빴고 넘치도록 많은 것들을 가졌었다.

덜란은 사람들이 대화를 어떻게 나누는지, 어떻게 인사를 하는지 알지 못한다.

종말이라는것은 모든 것을 멈추게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어딘가에는, 로웨나와 덜란처럼 살아남은 사람들이 존재할 것이다. 그래서 기어이 다시 인류의 역사가 이어지는 그런 미래가 올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어떤 형태의 종말이 오든 난 로웨나나 덜란처럼 살아남기를 거부하고 싶다.

그냥 사라지고 싶다. 홀로 남겨져, 더구나 자식까지 딸린 채 살아가야 한다는 건 정말 최악이기 때문이다. 로웨나와 덜란이 '네보의 책'에 자신들의 이야기를 남긴 것은 정말 잘한 일이다.

그리고 결국 어떤 종말이든, 가장 위대한 승리자는 자연임을 다시 깨닫게 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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