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용의 날개 - 뉴베리 아너 상 수상작
로렌스 옙 지음, 김연수 옮김 / 소년한길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로렌스 옙의 <용의 날개>는 쉽고 재미있었다. 어린아이의 눈에 보이는 대로 혹은 들은 대로, 아는 대로 이야기는 이어진다. 만약 어른의 눈과 입으로 전달했다면 상당히 다른 이야기가 되었을 것이다.
주인공 월영의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양귀(바다를 건너온 귀신, 서양 사람)의 나라로 돈을 벌러 떠났다. 월영도 아버지를 만나러 양귀의 나라, 황금산의 나라 미국으로 떠난다. 무사히 만난 두 사람은 미국인들이 사는 곳과 떨어진 중국인 마을에서 살지만, 아버지가 일하는 세탁소 삼촌의 아들과 다툼으로 중국인 동료들의 배척을 받아 양귀들(미스 휘틀로와 조카 로빈)의 사회로 들어간다. 아버지는 예전부터 연을 잘 만들었고, 바람을 타는 사람이라는 의미의 '풍기'로 불린다. 아버지 '풍기'는 자신이 전생에 '용'이었다고 생각하고 용처럼 나는 것을 꿈꾼다. 그러던 중 샌프란시스코에 대지진이 발생하고 이들의 터전은 사라진다. 하지만 아버지 풍기와 월영은 아버지의 꿈, 용이 되어 나는 것, 이 책에서는 라이트 형제의 도움을 살짝 받으며 비행기를 만들어 날고자 한다.
이 이야기의 이면에는 미국의 이민 배척 주의, 그 당시에는 '중국인 배척법'이 있다. 중국인들은 1840년대 캘리포니아 금 채굴과 1860년대 대륙 간 횡단철도 건설 때 미국으로 이민 왔다. 이 당시에는 중국인에 대해 우호적이던 미국은 금맥이 끊기고 경쟁이 치열해지자 반감이 커지기 시작했다. 결국 중국인들은 광산과 철도건설에서 쫓겨나 식당이나 세탁소에서 저임금으로 일할 수밖에 없었다. 급기야는 1882년 중국인 이민을 중단하고 중국인을 배척하는 중국인 배척법이 의회를 통과했다. (네이버 검색으로 )
이 책에도 이러한 이야기가 배경으로 나온다. 게다가 중국인 내부의 문제도 심각하다. 아편과 도박, 그리고 자신들끼리 세력을 나눠 싸우는 일도 흔했다.
그 속에서 월영의 아버지 풍기는 독특한 인물이다. 적극적으로 양귀의 언어를 배우고 양귀의 사회로 뛰어들어가 동화된다. 하지만 또한 자신이 고향에서부터 가지고 있던 '연'에 대한 꿈은 더 커져서 '비행기'로 변한다.
황금산을 찾아서 고향을 떠나 양귀의 나라로 온 아버지와 아들은 자신들만의 '황금산'을 발견한다.
그제야 나는 나만의 황금산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황금으로 만든 산. 그건 황금처럼 값비싼 물건으로 이뤄진 산이 아니라 사람들로 이뤄진 산이었다. 가게 사람들이나 미스 휘틀로 같은 사람들로 이뤄진
산.
그 산을 떠나오고 나서야 나는 내가 머물렀던 곳이 바로 황금으로 만든 산이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산동네에 살기 시작한 뒤에야 나는 그 사실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아버지의 꿈을 이루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하면서 더 많은 자유와 더 많은 순수를 느낄 수 있었다. 지날 날의 모든 걱정과 두려움은 이제 하찮고 사소한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