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 연극으로 인간의 본성을 해부하다 인문고전 깊이읽기 20
권오숙 지음 / 한길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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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셰익스피어에 대한 가장 유명한 말은 바로 토머스 칼라일의 이 말일 것이다.
'셰익스피어는 인도제국과도 바꾸지 않겠다.'

물론 인도 사람들의 입장은 다를 것이지만, 그만큼 셰익스피어에 대한 영국인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오직 그들만의 자부심과 애정은 아닌 듯싶다. 수많은 문학가와 학자들이 셰익스피어에 대해 수많은 명문장을 남기고 있으니.
아마 나의 경우는 조지 버나드 쇼가 말한 이 경우에 가깝다고 할 것이다.
'셰익스피어를 즐길 수 없는 사람은 불쌍하다는 것이다.'
나에게 셰익스피어는 '알아야 할 것 같은 작가'지만 그의 문장이 낯설어 접근이 쉽지 않은 그런 작가였다. 소설을 좋아해서 많이 읽는 편이지만, 희곡은 낯설고 멀다. 더구나 지금은 쓰이지 않는 이상한 어투의 희곡은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아 힘들다. 그러다 보니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들어만 본' 게 대부분이었다.

이런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다가갈 수 있는 징검다리는 한길사의 인문고전 깊이 읽기 시리즈의 <셰익스피어 연극으로 인간의 본성을 해부하다>가 되어 줄 듯하다. 셰익스피어와 나 사이에 흐르는 깊고 긴 강을 건널 수 있는 다리가 되어 줄 수 있도록 이 책은 셰익스피어의 각 작품을 그 시대적 배경과 함께 자세히 해설하고 있다. 엘리엇이 '문학계의 모나리자'라고 평한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와 같은 요소가 많고 해석이 애매한 <햄릿>의 신비로움을  햄릿의 문장과 함께 여러 해석들을 알려주어 우리가 모나리자에 감동하듯 햄릿에 감동받게 한다.
우리는 흔히 희곡을 비극과 희극으로 분명히 나누곤 하는데, 새뮤얼 존슨의 평가처럼 셰익스피어의 희곡들은 희극도 비극도 아닌 독특함이 있다. 새뮤얼 존슨은 이 세상이 그러하듯이 선도 악도 기쁨도 슬픔도 다 들어있어 세상의 이치를 보여준다고 말한다.
눈물이 줄줄 흐르게 만드는 상황에 느닷없이 등장하는 광대의 농담을 배치하는 '희극적 긴장완화'는 셰익스피어의 비극에 종종 등장한다.

왜 지금도 여전히 셰익스피어는 읽히는가? 하는 물음에 대한 답을 이 책에서 구했다. 셰익스피어의 생각처럼 이 세상은 모두가 연극 무대이며 절대 권력을 누리는 왕도 그 이면에는 인간적인 고뇌와 실수 운명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면이 존재하며, 여성과 남성을 둘러싼 욕망과 인간이기에 가질 수밖에 없는 성격적 결함으로 우리는 얼마든지 희극과 비극을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셰익스피어는 말하고 있다.
셰익스피어에 대한 숱한 오해(베니스의 상인의 경우 반유대주의 신화를 강화한다거나, 절대왕정을 옹호하는 입장이었다거나)에도 불구하고 불멸의 신화가 된 데에는 이런 탐색이 있어서 일 것이다.

여성과 픽션에 대해 '자기만의 방'과 연 500파운드의 돈이 필요하다면서 셰익스피어의 누이를 상상하며 재능이 있는 여성이라도 그런 시대에 여성은 글을 쓰며 살 수 없었다고 강조하던 버지니아 울프도 셰익스피어에 대해 이렇게 감동한다.
'나는 글쓰기를 끝내자마자 셰익스피어를 읽는다.'
'실로 셰익스피어는 문학 전체를 뛰어넘었다.'

이제 나도 셰익스피어에 감동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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