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도덕을 말하다 - 좋은 삶을 향한 공공철학 논쟁
마이클 샌델 지음, 안진환 옮김, 김선욱 해제 / 와이즈베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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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싶은 주제만 읽어도 좋다

국가의 복권사업
광고와 상업주의의 학교 점령
역사적 인물의 개인적인 물품이 매매되는 것에 대해
낙태와 동성애
롤스와 칸트의 철학

이번에 읽은 마이클 샌델의 <정치와 도덕을 말하다>는 마이클 샌델의 기고문을 모아 놓은 책이다. 이 책에는 다양한 논란거리를 다루며 정치와 도덕의 관계, 그 속에서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 왜 우리는 발전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으면서도 상실감을 느끼고 있는가? 등에 대해 말하고 있다.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길지 않은 글에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어 좋다. 특히 한 주제를 읽고 바로 다음의 글을 읽지 않고 관심이 가는 주제만 읽어도 좋은 책이다. 물론 모든 주제가 흥미롭기는 하다.

이 책은 지금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미국의 대선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우리나라 신문과 방송에서도 많이 다루고 있는 샌더스와 트럼프의 선전이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지에 대해 마이클 샌델은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에 대한 대중적 저항" 이라고 진단한다. 다른 이들은 이 현상을 좌경화다 우경화다 우려를 하고 있다. 하지만 샌델은 양당이 기득권층이 수용하는 있는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가 상류층만 부유하게 만들고 다른 이들의 삶은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는 것에 대한 저항이라고 말한다.

이런 이야기는 이 책의 66페이지에서 다시 언급된다.

최근 몇 십 년 사이 개인의 권리와 자격이 확대되고 참정권이 증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은 자신의 이해와 통제를 넘어선 비인간적인 권력구조 속에 갇혀 있음을 더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 10년간의 인플레이션과 실질임금 하락은 스스로 운명을 개척할 수 있다는 미국인들의 자신감을 무너뜨렸다.


이런 문제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이고 특히 우리나라에서도 심각한 문제다. 샌델은 이 과정에서 정의가 정치에서 소멸되고 있음을 우려한다.

20세기 중후반에 이르자 국가 공화국은 소멸했다. 전쟁처럼 지극히 예외적인 순간을 제외하면 국가는 그 전반에 걸쳐 형성적 또는 구성적 공동체에 필수적인 공통적 자기이해를 배양하기에 너무 광대한 규모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하여 우리의 관행과 제도에서는 공동의 목적을 지향하는 공공철학에서 공정한 절차를 지향하는 공공철학으로, 선의 정치에서 권리의 정치로, 국가 공화국에서 절차적 공화국으로 옮아가는 점진적 변이가 일어났다.  절차적 공화정 관행에서 그 철학이 예시한 광범위한 경향 두 가지를 찾을 수 있다. 첫 번째는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밀어내는 경향이고, 두 번째는 그것이 의존하는 특정 공동체 형태의 토대를 약화시키는 경향이다. 공공생활에서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서로 많이 연루되어 있는 동시에 그 어느 때보다도 서로 분리되어 있다. 자유롭기보다는 무력하고, 의지와 행동과는 전적으로 무관한 관계와 의무의 그물에 뒤얽혀 있으며, 그러면서도 그런 것들을 허용 가능한 것으로 만들어주는 관대한 자기정의나 공통의 귀속 의식에 구애받지 않는 무연고적 자아 말이다.
무연고적 자아: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상태, 연고가 없는 고립적이고 유리된 자아.

공적 문제와 관련된 도덕의 영역을 다루는 정치 의제가 존재하지 않을 경우 사람들의 관심은 공무원의 개인적 악덕으로 옮겨가게 된다.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사건들의 이면을 살펴보려 하지도 않고(아니 어쩌면 살펴보고 들여다보는 것을 두려워해서 못 보게 의도적으로 의제를 그렇게 설정하는지도 모르겠다) 대부분의 문제를 '개인의 부도덕한 행위'로 몰아가 그 개인만을 처벌하고만 있는 것을 우리는 보고 있다. 우리는 끊임없이 공적 문제와 관련된 영역에서 '도덕'의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답을 얻기는 힘들었다. 오히려 많은 질문들이 이어진다. 과연 정치적인 의제로 '도덕'을 상기시키는 것이 가능할까? 여전히 개인의 '성공'만을 부르짖는 사람들이 많은데 '공공'의 이익을 주장하는 것이 힘을 얻을 수 있을까? 처음에만 크고 요란한 소리를 내다가 사그라지는 목소리가 되지는 않을까? 그저 말하기만 좋은, 행동으로 연결되기 힘든 주제가 되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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