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나의 삼촌 브루스 리 나의 삼촌 브루스 리 1
천명관 지음 / 예담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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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라는 소설로 알게 된 천명관님의 <나의 삼촌 브루스 리>는 읽으면서 내내 머리속에는 영상이 함께 흐르고 있었다.

 

- 너는 아직 꿈을 꾸고 있니?

 책을 읽는 동안 이런 질문을 계속 나에게 던지고 있었다.

어릴적 영화를 보며 혹은 책을 읽으며 가졌던 그러한 꿈들......

이제 그것이 어떤 꿈이었는지도 기억나지 않을만큼 희미해져버린 그런 꿈들이 생각나는 책이었다.

주인공은 이소룡이 되고자하는 아니 짝퉁이소룡이 되어도 좋은 꿈을 가지고 사는 사람이다.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무모했지만 너무나 간절하고 순수한 꿈을 가지고 사는.

하지만 세상에 자신이 마음먹은대로 꿈을 이루고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 사람들은 돈이 아주 많은 사람들일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꿈으로만 가지고 있다. 오죽하면 깨고나면 아무런 실상없이 사라지는 꿈이라고 말하겠는가? 그래서 어쩌면 꿈은 그것을 간직하고 있는 동안에만 행복한지도 모른다. 우리가 꿈을 꾸면서 미소짓듯이.

 

 우리는 꿈을 꾸고 있지만 우리의 생은 그것이 무엇이 됐든 우리가 감당하기에 늘 너무 벅차다. 그래서 눈물이 나고 그 눈물이 마를 즈음에야 겨우 우리가 애초에 그것을 감당할 수 없는 존재였음을 깨닫게 되리라는 것을 안다.

 

 작가는 책 뒤에 붙이는 말로 "어떤 의미에서 소설은 실패담"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실패에 대해서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이들, 아직도 부자가 될 희망에 들떠있는 이들은 소설을 읽지 않는다고 한다. 소설을 읽는 이유는 실패에도 불구하고 계속 살아가야하기 때문이라고......

 

 난 어느정도는 맞다고 생각한다. 실패라는 경험이 없다면 책에 공감할 수 없다. 이 책의 주인공이 좌절하고 그저 살아가기위해 하는 일들을 가슴으로 받아들이면서 읽을 수는 없다. 그저 황당하고 이해안가는 시츄에이션일 뿐이다. 그러나 우리의 실패의 경험이 투영될 때 주인공은 내가 되고 우리는 좌절도 하고 견디기도 하고 그리고 또 작지만 꿈을 꾸어보기도 한다. 우리은 계속 살아가야 하니까.

 

 소설가는 말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걸 들어준다. 하지만 우리는 그럴 기회가 없다. 다들 그냥 산다. 말도 못하고, 되새길 것도 없고, 부끄러워할 것도 없이. 그래서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도 제대로 말을 해야한다. 뻔뻔스럽게 그리고 영악하게.... 우리는 그 말들속에서 위로받고 또 삶의 여정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삼촌 브루스 리>는 웃기고 활극적인 요소가 많아 쉽게 읽히지만 그 속에 담겨있는 이야기는 결코 가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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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보이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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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TV연속극 "신사의 품격"에서 김하늘이 말썽꾸러기 한 학생에게 필사하라고 던져 준 책이 있었다. 김연수의 원더보이. 많이 들어왔던 책이기에 더욱 읽어봐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쉽게 빌려볼 수 없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어제 겨우 내손에 들어온 책. 책장을 넘기는 손이 바쁘다.

 

1. 시대와 타인의 고통을 느끼는 자들의 아픔 

  주인공 김정훈은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는다. 그때 밤하늘의 불빛을 향해 나아가는 아빠의 모습을 본 소년은 느닷없이 간첩을 잡은 영웅의 아들이면서 죽음을 뚫고 살아 난 희망의 마스코트이며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원더보이가 되어있었다. 

 세상은 독재와 비리와 거기에 맞서는 처절한 몸부림이 계속되는 희망없는 곳이었고 사람들은 옆에서 사람이 죽어나가는데도 누구하나 괴뢰워하질 않는다. 권력의 무자비한 폭력에 대해서는 경외하면서도 타인의 고통에 대해서는 애써 눈을 감고 있다. 왜냐하면 이 나라에서는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것 자체가 탄압의 대상이고 이적행위니까. 고통받는 사람들은 더욱 고독해질 수 밖에 없다. 가난하고 핍박받는 사람들의 고통에 공감하는 사람들을 이적행위자로 몰 이유는 무엇인가? 시대의 부조리에 의문을 던지고 살아가는 사람들과 이 소년은 공감하고 같이 아파한다. 정훈(원더보이)은 사람의 고통을 온전히 이해하고 또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능력이 있다. 

 

2. 다른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 본다고 해서 그 사람이 뭘 원하는지 알 수 있는 건 아니다.

  주인공은 아직 어리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알 수 있지만 그 사람이 뭘 원하는지 알 수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가 뭘 원하는지 모르고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이 주인공에게 필요한 것은 성장이다. 주인공은 육체적으로도 성장하고 있지만 주변사람들을 통해서 정신적으로도 성장을 하고 있다.

이 책에서 성장의 다른 말로 책을 잘 읽는 법이 나온다. 우선 책을 읽기전에 먼저 자기가 아는 것은 무엇이고, 모르는 것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책을 읽을 때 바보는 자기가 아는 것만 읽고, 모범생은 답이 아니라 질문을 찾아서 자기가 모르는 것까지 읽는다. 천재적인 책 읽기는 작가가 쓰지 않은 글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작가가 썼다가 지웠다거나 쓰려고 했지만 역부족으로 쓰지 못했다거나, 처음부터 아예 쓰지 않으려고 제외시킨 것들을.

 

3. 이제 찾고자 하는 걸 찾자.

  주인공은 자신을 낳아준 엄마를 찾는다. 아버지의 수첩을 매개로. 자신이 알던 아버지와 실제 아버지는 달랐다. 아버지 수첩의 기록의 이면의 사실들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관계와 두 사람이 했던 일들을 알게 해준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얻게 되는 단편적인 지식들로 우리는 상대편을 판단하기도 하고 우리사회의 리더들을 단정짓기도 한다. 심지어는 역사도 평가한다. 우리가 얼마나 책읽기를 잘하고 있는건지 생각해볼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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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그림자 1 잊힌 책들의 묘지 4부작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정동섭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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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뒤표지에 쓰여있는 엄청난 찬사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궁금해 하지 않을 수 없는 이 책! 바람의 그림자! 자가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은 나에게 낯선 인물이었다. 스페인작가인데 이 책은 무려 스페인에서 101주동안 상위에 올라있었다고 한다. 아마존닷컴을 통한 단시일에 백만부! 이런 화려한 글들의 표지안으로 들어가 보는 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의 예의가 아닐런지...... 

 

 이 책은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다. 바람의 그림자는 성장소설이기도 하고 미스테리물이기도 하고 또 고딕소설이라고도 한다. 나에게는 고딕소설이란 말이 어렵고 낯설지만 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을 잘 알기 위해서. 고딕소설은 중세적 배경이 없지만 어둠이나 공포가 깔린 분위기를 자아내고 무시무시하고 섬뜩하며 멜로드라마처럼 격렬한 사건을 묘사한 소설을 말한다. 이상심리상태를 다루는 소설이며 신비하고 잔인하고 무시무시한 사건의 전개와 공포,악몽, 사악한 충동을 일으키는 소설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고딕소설이 맞다. 

 

 아무튼 나는 이 소설을 두가지 관점에서 보았다. 

 이 소설은 10살 꼬마의 성장소설이다. 책과 함께 커가는.

 주인공인 다니엘은 1945년 10세의 나이이다. 아버지는 책을 파는 사람이고 엄마는 다니엘이 4살때 죽었다.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가지고 살아가는 소년이다. 어느 날 새벽,아버지를 따라 "잊혀진 책들의 묘지"로 간다.

그곳에서 한권으 책을 골라 그 책이 결코 사라지지 않고 영원히 살아남을 거라 믿으며 그 책을 양자로 삼으며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 그가 고른 책은 <바람의 그림자>, 훌리안 카락스라는 작가가 지은 책이었다.

 다니엘은 이 책을 읽고 단번에 책의 매력에 푹 빠진다. 이 작가의 다른 책도 읽고 싶었으나 이 작가의 다른 책은 물론이고 나머지 책들도 모두 누군가에 의해 불에 타버렸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다니엘에게는 토마스 아길레라라는 학교친구가 있다. 착상은 기발하지만 효용성은 별로 없는 기구 만드는데 시간과 재능을 쓰는 그런 친구이다. 그리고 또 다른 친구인 페르민, 그는 거리의 부랑자이지만 다니엘을 통해 다니엘의 서점에서 일하게 되고 책과 작가를 찾는 일을 도와주며 다니엘의 성장속에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인물이 된다. 다니엘은 아버지의 오랜 동료이며 서점주인이고 중고서적상모임을 이끌고 잇는 바르셀로에게 책을 찾기위해 도움을 구한다. 바르셀로를 통해 바다안개로 만든 천사이며 자기나이의 두배인 슬픈 흰 눈에 도자기인형의 얼굴을 한 바르셀로의 조카 클라라를 만나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토마스의 누나인 베아를 사랑하여 결혼에 이르기도 한다.

 

 이 책은 미스터리 소설이다. <바람의 그림자>라는 책을 둘러 싼 이해할 수 없는 사건들의 이어짐, 책의 작가인 훌리안 카락스의 생애에 대한 미스테리.

 담배냄새와 불에 탄 종이냄새의 흉측한 화상으로 덮인 책에 나오는 악마 쿠베르와 같은 사람의 등장, 악질경찰 푸메로.

 다니엘이 조금씩 성장해 가면서 이러한 미스테리를 풀어나간다.

 

  이 책은 저주받은 책들의 이야기이고 그걸 쓴 사람의 이야기이며 소설을 불태우기 위해서 소설바깥으로 나온 인물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배신과 실종된 우정의 이야기이고 사랑의 이야기이면서 증오의 이야기이다. 또한 바람의 그림자에 살고 있는 꿈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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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슬픔 아시아 문학선 1
바오 닌 지음, 하재홍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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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여름의 열기를 식혀주는 비가 주말내내 내렸다. 비오는 주말 베트남 작가인 바오 닌의 <전쟁의 슬픔>을 읽으면서 나는 베트남의 이름모를 정글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끈적끈적한 피비린내가 물씬나고 뿌연 비안개속에서 나무도 풀도 군인들도 그리고 전쟁의 포화속에 쓰러진 시체들조차도 축축히 젖어있는 그 정글속을 헤매고 있었다.

 

 이 책의 감상을 이야기하기 전에 이 책이 어떻게 지금 여기까지 왔는지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겠다. 이 책은 1991년 '사랑의 숙명'이란 제목으로 세상에 나왔다. 나오자 마자 뜨거운 환영과 찬사를 받았다.그러나 그해 최고 작품상최종심에서 공산당과 행정관료조직의 소동속에 수상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런데 최종심심사위원교체라는 극적 반전을 통해 최고의 작품으로 인정되고 1993년 원래의 제목 <전쟁의 슬픔>으로 다시 책이 나와 불법복사판까지 나오게 된다. 그러나 이 책이 베트남과 베트남 민족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시키고 제국주의 침략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데 이용되고 있다고 판금조치와 함께 불법복사판들도 수거되고 도서관에 소장되었던 책들마저 폐기처분되어 12년동안 베트남 어디서도 책을 찾아볼 수 없게 된다. 2005년 해금이 이루어져 독자들의 입소문으로 이 책은 16개국의 언어로 번역 출판되고 2008년 헐리우드영화계가 판권을 사게 된다. 그러나 제작자측이 바오닌이 요구한 내용수정을 거부하며 바오닌과 결별하고 만다. 영화는 어떤 모습으로 나오게 될까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당황스러웠다. 포탄이 터지는 전쟁속의 상황이 서술되다가 느닷없이 학교다니던 때 이야기로 훌쩍 넘어가버리고 또 과거이야기가 한참을 서술되다가 현재 시점의 이야기가 되곤한다. 순서도 없고, 여기가 글의 시작인가 싶으면 글의 마지막이다 싶기도 하다. 어떤 이야기가 갑자기 끊기기도 하고 깨끗이 사라져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읽다보니 전쟁의 참혹함과 슬픔의 이야기에서 이보다 더 알맞은 방법은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계속 이 이야기에 끌려 결국은 끝까지 끌려와 버렸으니까.

 

 1965년 이제 겨우 열일곱의 그의 생이 시작되는 봄. 끼엔은 그 어두운 시대 그 차가운 봄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다. 프엉, 순결한 영혼으로 항상 밝게 빛나고 진실되고 열정적이었던 그녀와 끼엔은 끼엔이 전쟁에 참가하면서 헤어지게 된다.이해할 수 없는 선택이지만 피할 수 없는 전쟁의 참여. 그 전쟁으로 인해 둘 사이에서 무언가를 잃어버렸고, 무언가가 바뀌었다. 또렷하고 심각했지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제 침묵으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것이 생겼다. 프엉은 미련없이 벼랑에서 뛰어내려버린 여자였다. 경멸적이고 담담하고 냉소적이 태도로 새로운 삶을 시작해버린. 구원할 방법도 없이 순식간에 낯선 여자로 다른 여자로 변해버린 여인이 되어버렸다.

 길잃은 시대에 표류하는 세상의 딸이 되어버린 프엉과 시대에 걸맞는 아들이 된 끼엔의 사랑은 서로 다시는 이어질 수 없는 침묵으로 표현될 수 밖에 없는 사랑이 되어버렸다.

 전쟁때에는 분명히 알았던 것이 이제는 전혀 모르는 일이 되어버린 끼엔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몰라 글을 쓴다. 잊기위해 쓰고, 기억하기 위해 쓴다. 의지하고 구원받기 위해,견디기 위해, 간직하기 위해, 그리고 살기 위해 글을 쓴다.

 

  전쟁은 정의가 승리했고, 인간애가 승리했다. 그러나 악의 죽음과 비인간적이 폭력도 승리했다. 손실된 것, 잃은 것은 보상할 수 있고, 상처는 아물고 고통은 누그러지지만, 전쟁에 대한 슬픔은 나날이 깊어지고 절대로 나아지지 않는다. 생활수준은 예전으로 회복되지만 정신적 재산,내면적 삶의 가치는 한 번 무너지거나 부서지고 나면 누구도 처음의 순수한 시절로 되돌리지 못한다.

 

  전쟁이 끝나고 분도도 잊혀지고 단지 슬픔, 거대한 슬픔, 살아남은 자의 슬픔만이 남아있다. 좋은 전쟁이든 나쁜 전쟁이든 전쟁은 슬픔을 남긴다. 그래서 우리는 평화를 갈구한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한동안 책속의 연인과 베트남의 전쟁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베트남 여행의 기회가 있다면 하노이와 정글을 보고 싶다. 그리고 베트남어로 된 <전쟁의 슬픔>도 한권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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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는 서른한 가지 핑계
여행자들 지음 / 북인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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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도 더운 올 여름!  집과 사무실을 오가며 에어컨과 선풍기에 의지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어디론가 다들 떠나는데 쉽게 떠날 수도 원하는 곳까지 갈 수도 없는 신세가 처량하기만 하다. 이런 나를 달래보고자 고른 책!  제목부터 마음을 끌었다. 그런데 작가가 여행자들이다. 이건 뭐지? 하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여행으로 행복해지는 사람들, 여행의 추억을 기록하고 간직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쓴 책이었다. 그래서 저자가 여행자들인거다. 이름도 직업도 나이도 모두 다른 사람들이 저마다 여행의 기록들을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것이었다. 

 

- 자연속에 어리석음과 욕심을 묻어두기도(p.30~)

 

 시험에 떨어지고 난 후 제주도 한라산을 오르는 한 여성. 몸을 가눌 수 없는 강한 바람에 자세를 낮추고,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멈출 줄도 모르는 자신을 본다. 우리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자연의 힘을 깨닫는 순간을 여행을 통해 만나고 허황된 꿈을 꾸는 자신을 좌절했던 나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도망가버리는 어리석은 자신을 그런 현실을 마주한다. 그런 욕심을 백록담에 묻어버리고 가벼운 걸음으로 내려온다.

 

 

- 길에서 이름없는 철학자를 만나 삶의 이정표를 찾기도(p.176~)

 

 대학을 졸업하고 이런저런 일을 하면서 방황과 상실감으로 살던 한 청년이 도망치듯 티벳으로 간다. 티벳인이 중국인을 미워할 거라고 생각하고 던진 질문에 할아버지는 "지금의 사회는 돈과 힘을 최사의 가치로 여기고 있어 돈도 힘도 없는 티벳은 침략을 당했다. 하지만 인류는 점점 선을 최상의 가치로 여기는 사회로 변해갈 거다. 돈과 권력을 최상의 가치로 여기는 나라는 스스로 불행한 길을 걷게 된다. 인간이 점점 탐욕스러워지니까. 결국 인간은 모든 걸 깨닫고 살아남기 위해 행복해지는 방향으로 진화할거다. 그런 사회가 올러라 믿기에 그들을 미워하지도 않고 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친구라고 생각한다."

 

- 사랑하는 아들,딸에게 넓은 세상과 엄마의 사랑을 보여주다(p.209~)

 

 마흔다섯의 엄마, 걸어서 피렌체를 여행한다. 여행지에서 아들,딸에게 여행을 통해 삶의 지혜를 전한다. "아들, 딸아. 아직은 어리지만 너희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너무도 많단다. 너희들을 필요로 하는 사람도 많단다. 꿈을 잃지 말거라. 아니 너무 일찍 포기하지 말거라. 자신을 믿어라. 피렌테두오모의 돔이 지금의 모습으로 완성될 수 있다고 믿고 기다려서 실현한 사람은 브르넬레스키가 유일했단다. 모두가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일을 가능하다고 믿는 의지를 가져라. 너희들 마음속에 있는 강인함을 깨워보거라."

 

  내가 살고 있는 지금의 이 일상들은 때론 수월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만만치 않은 힘듦의 연속이다. 탈출구도 없이 정거장도 없이 달리는 기차같은 이 생활에서 여행이 주는 여유와 비움은 우리에게 힘을 실어줄 게 분명하다. 그리고 친한 사람 혹은 무덤덤해진 가족과 지금까지의 휴가와 같은 여행이 아니라조용한 걷기와 같은 여행은 맘에 담아두었던 이야기도 하고 싶은 말도 서로 깊은 이해로 다가올 것 같다.

 여행에서 던지는 메세지는 일상에서 하는 잔소리와는 다를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들과 여행을 떠나보고 싶어진다. 일상의 삶이 간이 되지 않은 음식처럼 맹숭맹숭할 때 이유도 없이 계획도 없이 떠나보면 삶과 나와 여유공간이 생겨 좀 더 잘 견뎌지지 않을까? 그리고 이제는 느끼고 기록하는 여행을 해보고 싶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이 책을 쓴 사람들이 무척이나 부러웠던 시간이었다.  이제부터의 여행은 지금까지와는 많이 다를 것이다. 사람을 만나고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다시한번 나를 돌아보는 마음의 여행을 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와 다른 깊이있는 여행을 해보고자하는 여행객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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