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시간을 쓸 수 있는 주말이라 신나서 다섯시반에 깼다. 어제 잠들기 전 그 정도로 설레지는 않았는데? 요즘 들어 특히 의식과 무의식이 따로 노는 기분이다. 목요일 밤은 오랜만에 악몽세트를 꿨는데 아마 Y샘 퇴사 때문일 거다. 무의식이 3분기가 걱정돼서 미칠듯이 요동쳤겠지. 의식세계에서는 생각보다 괜찮았는데. 지난주 월급인상 얘기를 하고 해결됐다고 생각한 다음날 Y샘이 한달 뒤 퇴사하기로 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Y샘 직전에 다녔던 T샘이 다음날부터 안 나올거라는 전화를 받았을 때는 그날 밤 이석증이 왔다. 외출중이었는데 당장 눈앞이 캄캄하고 입맛이 소멸하는 게 느껴져서 집으로 바로 돌아갔었다. 이번 전화를 받았을 때는 놀랐지만 담담했고, 상황을 거리를 두고 판단할 수 있었다. 그래서 올해 상반기에 내가 이만큼 자랐군! 하기도 했고, 지금 내 중요한 일들도 많고 바빠 이제 인사관리는 사장님이 신경써야지 할 수 있었고 분명 괜찮았는데. 아닌 모양. 일단 무의식이 주는 경고 같아 무리*무리로 계획한 주말은 포기해본다. 


 갑자기 할 일을 다 없애고 나니 아침부터 멍-했다. 오늘은 뭐하고 내일은 뭘할까 고민하다 순식간에 멍하기를 반복. 몸을 움직이려고 차타고 가야되는 맛집 D도서관에 다녀오기로. 집 근처 H도서관은 장서는 많은데 아무 책을 빌리러 가면 고를 수가 없다. 큐레이팅도 신간 코너도 언제나 내 취향과 다르다.


 다음주 모임책 한권을 꼭 오늘 빌려야해서 갔다가 대출한도를 꽉 채워 고를 수 있었다. 다행히 상태는 괜찮은 것 같다. 맛이 갔을 때는 D도서관에 가도 빌리고 싶은 책이 없다. 읽고 안 읽고를 떠나서 빌리고 싶은 책마저도.   










 어디에 꽂혀있는지 뭐가 있는지 알 수가 없지만 늘 책을 읽기 시작하는 타이밍에 찾아 헤매는 만화책. 맘에 들길 바라면서 우선 빌리고 본다. 



 생각보다 가만가만 아주 마음에 들었다. 내가 항상 부족한 건 시간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 창문을 여는 건 잘 하는데. 청소기부터 돌리는 게 힘든듯. 그냥 정신적으로 고요한 자리로 들어가는 게 더 쉽다. 



 중압감 그림이 너무 찰떡이었다! 중압감이 몸뚱아리에 끈덕지게 달라붙은 거랑 저 불안한 표정! 세상 철푸덕 앉아있는 모양도 그렇고. 그림 그리는 사람들은 참 대단해~ 나는 예전에 중압감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30대를 살아보면서 아니라는 걸 늦게 알게 됐다. 그냥 20대까지는 진심으로 중압감을 느낄 정도로 잘해보고 싶은 일이나 나한테 중요하도 느끼는 일이 없었던 거였다. 실제로는 엄청 중압감을 느끼는 편 같다. 최근 가장 업데이트된 나는 다행히 짐의 크기는 언제나 그대로라는 걸 알고 있다. 











 표지 그림 때문에 데려오지 않을 수 없었다. 시답잖은 이야기를 부끄러워하거나 포장하지 않고 마음먹고 기록했다는 서문. 나도 소소하고 하찮은 행복과 감사를 하루에 한 장면이라도 남기려고 노력중이다. 꽃잎만 모아보고자 하는 취지는 다르지만 매일 조금 기록한다는 점에서는 같지. '3장 계속 이렇게 살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부터 봤는데 잘못된 선택이었다. 노란색, 주황색으로 가득한 여름날에 보기는 약간 눅눅했던 챕터. 덮으면서 이 정도 워밍업이면 괜찮지. 또 너무 재밌는거 가져왔으면 글씨책까지 못 보지. 싶으면서도 내가 보고싶었던 만화는 뭐였을까? 싶다. 생각을 너무 많이 안 해도 되는데 멍하니 보다보면 슬그머니 영혼도 따뜻해지고 자 이제 나도 내 삶을 살러 다시 가자! 싶은거. 순순하게 귀엽고 재밌는거? 



 나는 주로 된일 위주로 기억하는 편이고 대부분 일의 결과는 두려워하지 않는다. 기보다는 신경쓰지 않는다. 는 대부분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서 그렇다. 나에게 아주 중요한 일일 때는 안된 일도 잘 기억하는 편이고, 일의 결과는 원하는 방향대로 맞추기 위해 무척 애쓴다. 만약 안 된 경우에는 이미 그 당시에 가능한 애란 애는 다 썼을 거라 그냥 어쩔 수 없지 생각한다. 


 그런데 이상한 게 나는 늘 난 되지 라는 생각이 무의식에 새겨져 있었는데 최근 들여다보면 그게 좀 희미해져 있는 것 같다. 왜지? 이건 다시 시간을 들여 각인시켜야지.



 만화책을 좀 보다가 점심에 지난 주에 갔던 식당에 갔다. 지난번에 음식을 받았을 때 빈 그릇이 있어서 이건 뭔가 싶었는데 돈가스 소스를 따르는 그릇이었다. 테이블에 돈가스 소스가 없었기도 하고, 머스타드, 와사비, 소금이 같이 나와서 몰랐네. 오늘도 모를 뻔 했는데 언니가 찾았다. 언니는 뉴스나 이슈거리를 매일 챙겨보는 편이다. 한국인이 이탈리아에서 파스타를 가위로 잘라먹다가 쫓겨났다는 얘기를 해서 반대로 한국에서 잘못 먹으면 식당에서 쫓겨날 수 있는 경우를 얘기했다. 김치를 씻어서 먹으면? 이건 한국인도 그런 경우가 있잖아. 간장게장을 시켜서 게장딱지를 안먹고 버리면? 이건.. 알려주긴 하는데 쫓아내진 않을듯. 비빔밥을 시켜서 안 비비고 밥이랑 반찬을 집어먹으면? 외국인들이 좀 그렇긴 하지. 쌈을 한 입에 안 먹고 끊어먹으면? 그러네. 한국인들은 굳이 한입에 욱여넣어서 먹긴 해. 아무리 그래도 쫓겨날만한 건 생각해내기 어려웠다. 새삼 올해 4월에 셰익스피어 읽기를 건너뛰었다는 깨달음. 여름에 생맥을 시켰는데 미지근하게 나오면? 아 이건 반대. 반대로 가게를 박차고 나갈 상황이지.


 









 밥 먹고 들어와서 체력보충을 위해 책을 들고 침대로 갔다. 5시에 염색하러 가야되니까 그 전에 자고 일어나야된다. <환상통>에서 받은 충격은 연애소설과 연애실용서로 옮겨갔다. <환상통은> 100% 공감할수도, 100% 공감할 수 없기도 없어서. 책을 집어들기 전 외쳤던 덕질이 왜 사랑이 아니란 말이야! 는 슬그머니 입에 도로 쏙 들어가서. 원래 사랑은 연애는 무엇인가 싶어 연애소설에서 다른 사랑과 연애를 보고 싶어졌고, 내가 연애에 대해 잘못 생각하는 부분이 있나 싶어 연애실용서를 보고 싶어졌다. 

 

 내가 뭘 보고 싶은건지 정확히 모르겠어서 아무튼 연애소설이 대략적으로 정리된 가이드북같은 게 필요했는데 예를 들면 00은 이루어지지 않는 짝사랑 소설, 00은 완전 다른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내용, 대충 이런 것. 제목은 딱 내가 찾는 책 같았지만 별로 아니었다.. 그래도 작가들 글이 모인 책이라 읽기는 좋았다. 


 박준의 글에서 '그 남자는 인근 부대에서 군 생활을 하던 여자의 애인이었다.'는 문장을 보고 몇번을 다시 읽는다. 여자를 군인으로 생각해서 앞뒤가 맞지 않음.. '문제는 혼자가 아니라 한 남자와 함께 나왔다는 것이다. 그 남자는 인근 부대에서 군 생활을 하던 여자의 애인이었다. 외출을 나왔다가 부대로 복귀하지 않고 애인이 얻은 여관방에서 그도 역시 이십사일을 머무른 것이다.' 여자에 대해 얘기하고 있어서 여자를 군인으로 착각. 누가봐도 남자가 군인인데 멀쩡한 문장에서 왜 여자를 군인으로 만들었을까? 나는 확률이 희박한 경우의 수를 하나의 경우의 수로 봐주는 성향이 너무 강하다.


 김보통이 쓴 <속 깊은 이성 친구>, 박준이 쓴 <상실의 시대>, 안은별이 쓴 <산시로>, 정세랑이 쓴 <제인 오스틴 북 클럽> 꼭지를 읽고 고민한다. 작가가 달라 스포가 제각각이다. 읽지 않은 책까지 읽을 것인가, 읽지 않은 책을 읽기 위해 에세이를 읽을 것인가.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 읽기로. 


 작가들이 쓴 연애소설과 사랑 이야기는 각자 스타일로 좋아서 충격을 받는다. <속 깊은 이성친구>는 작가와 제목을 빼면 전혀 기억이 나질 않아서. <상실의 시대>는 세련되게 잘 써서. <산시로>는 이 책이 이런 책이었던가! 싶어서. <제인 오스틴 북 클럽>은 이게 책이랑 무슨 연관있는 내용인가 하다가 다정한 글에 쏙 빨려들어가서. 여러모로 다시 읽고 싶게 하는 매직핸드들.


 정세랑의 글은 제목부터 사랑스러운데 '연애소설 애호가를 애호하는 이유'.

'연애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은 친절한 사람이다.' ... 연애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타인의 감정에 스스로를 아끼지 않고 이입하며, 쉽게 증오에 빠지지 않고, 공동체적이며, 약자를 배려하고, 문화상품에 온당한 대가를 치르길 주저하지 않고, 관심사가 다양하며, 삶을 즐기려는 건강함이 돋보이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니까 이 사람들은 동네의 조그만 낙서, 길가에서 만난 귀여운 동물들을 알아보고 예뻐하는 사람들이라서 연애소설도 좋아하는 것이었다. 아무렇지도 않은 것들, 사랑스러운 것들을 알아보는 센서라 해야 할지 안테나라 해야 할지 하여튼 감각 수용체가 고도로 발달한 이 특별한 사람들을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남녀를 불문하고 참 세계에 이로운, 반할 만한 이들이었다. - 283p 

 오.. 맞는 것 같다. 나도 연애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자. 


 ... 물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좀처럼 책을 읽지 않는 이공계 남자랑 소개팅으로 만나 결혼해 버렸다. 독서가들끼리 서재를 합칠 때 그렇게 고생스럽다는데, 나는 그런 고민 없이 책꽂이를 독식할 수 있었다. -285p

 이런 재밌는 이야기도 있었다. 어떻게 정세랑같은 사람이 책을 읽지 않는 사람과 결혼했을까? 싶어 신기했는데, 책장 이야기에는 납득이 간다. 이 부분에 대한 박준의 설명은


나와 당신이 서로 다른 사람이라는 것이 우리의 사랑을 어렵게 만든다. 그 수많은 다름을 견주어 보는 동시에 그 다름을 감내해 내야 한다는 점이 우리의 사랑을 아프게 만든다. 누군가를 사랑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우리는 평소 자신에게조차 내색하지 않던 스스로의 속마음과 마주치게 되는데, 그것은 대개 오랜 상처나 열등감 같은 것이라는 사실이 우리의 사랑을 외롭게 한다.

 하지만 나와 당신이 다르지 않다면 사랑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는다. 당신의 외모와 성격과 목소리와 자라 온 환경과 어떤 것에 대해 품고 있는 마음이 나와 다르다는 점에서 사랑이 탄생한다. 자신과 비슷한 수준, 환경, 생각을 가진 사람만을 찾아 사랑이나 결혼을 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을 나는 긍정하지 않는다. - 182p 

 오.. 역시 이 책은 취지에는 맞지 않는데 잘 쓰는 사람들이 쓴 건 역시 좋아.










 저녁까지 모임 발제문도 올려야 돼서 미용실에는 모임책을 가져갔다.


스스로 열심히 준비하는 사람은 언제나 천하의 쓰임새가 기다리고 있는 법이니, 너무 좋은 것만 찾아주지 않아도 됩니다. - 125p [절제를 물려줘라]

 찾아보니 일독 때도 밑줄을 그어뒀다. 몇 번이나 다시 읽어본다. 어릴 때는 스스로 재밌어서 열심히 하는 것으로 행복하고 충만했다. 요즘은 내가 스스로 좋아서 열심히 한 것이지만 그것들이 그 과정 자체로 혹은 이후에 언젠가 세상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면 좋지 생각한다. 어릴 때는 단순한게 좋고 복잡한 것은 굳이 싫어했다. 요즘은 기꺼이 복잡해지는 것이 가치있고 귀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내가 올린 발제는

책에서는 인생을 절제해서 운을 만들어가는 걸 중요하게 말하고, 그 중에서도 음식 절제를 몇번이나 강조해요. 저같은 경우는 식습관은 규칙적인 편인데, 가끔 육체적으로 무리한 날은 너무 힘들어서 과식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때마다 조화가 깨져서 뭔가를 채우기 위해 평소보다 더 먹었구나 하고 이해를 해주거든요. 정신적 허기가 과식으로 이어진거야 할 때도 있고요. 육체적, 정신적으로 과로했을 때 먹게 되는 음식이나 식습관이 있는지 궁금해요. 먹고나면 나를 달래주는 음식이라던가 에너지를 한방에 쭉 올려주는 매직푸드라던가..?

 

 저녁은 둥지냉면..! 실은 비빔면이랑 둥지냉면 면을 찬물로 헹굴 때마다 기후위기를 걱정한다. 나중에 물이 부족해져서 면을 찬물에 헹궈먹는 게 금지되는 법이 생기면 어쩌나 하고. 헹궈먹는 면에 사치세가 엄청 붙는다던가. 그러다 자유 둥지냉면 자유 비빔면 시대를 살아서 얼마나 다행이야~ 급 행복하게 호로록. 찌는 여름이 주는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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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먹은 에너지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아무래도 내 뇌 중 언어 영역은 특히 가소성이 너무 높은 것 같다. 


 올해 연초에 1년 반만에 복직했을 때는 언어를 하나 잃어버린 것 같았다. 말문이 터지질 않아서 답답하고 힘들었다. 11년이나 매주 50시간 이상씩이나 매일같이 했던 일인데도 1년 반만에 까맣게 잊었다. 


 1년만에 다시 일기를 쓰려고 하니 또 언어를 잃은 기분. 갑갑한데 손가락이 움직이질 않는다. 그래서 매일 한줄씩만 쓰다보니 어떤 날은 두줄도 쓰고 어제는 몇줄 쓰고. 책도 하나씩 하나씩 읽고 싶은데 읽히질 않아 가벼운 책들부터 한줄씩 다시 읽어나가는 중. 
















나는 그들이 얼마나 완벽한지, 얼굴의 좌우대칭은 얼마나 정확한지, 잡티가 하나도 없는 피부는 얼마나 윤기가 흐르는지에 대해 중세의 기사처럼 혈관 하나하나를 풀어헤쳐 길게 노래하길 원했다. 끊임없이 성벽을 타고 올라가 끝내는 정복하고 마는 담쟁이처럼, 온 힘을 다해 그 아름다움을 설명할 말을 찾고 싶어했다. 17p

 

 요즘은 나에 대해 설명할 말도 못 찾고 헤매는 중이다. 설명하지 못하는 건 아는 게 아니라던데.. 빠니보틀에 빠져서 덕질을 시작했고, 작년에 본 최애 타오르다에 이어 덕질 2부작 환상통을 봤다. 음악 소비량이 급격하게 늘었다. 유튜버 팬이라 유튜브에 빠져있는 시간도 급격하게 늘었다. 덕질하려고 인스타도 다운받고 계정도 만들었다. 


나는 내가 알 정도로 유명한 연애소설들, 여기에 다 적을 수는 없지만 누구나 알고 있는 그런 고전을 읽었고, 눈에 띄거나 인상깊은 구절을 기록했다. 어떤 것은 문맥 파악을 위해 문단 전체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나는 지금도 욀 수 있는 몇 개의 좋은 문장을 건졌지만, 당시 내가 강하게 느꼈던 건 '사랑하는 이들'이라는 이름 아래 나와 근친성을 주장하는 화자들이 대부분 거짓된 인물이거나 혹은 이해 불가능한 변태라는 사실이었다. 독자인 내가 화자와 동일시될 수 없으니 독서가 제대로 될 리 없었다. -40p


 작가는-뒤에서 경험에 기반한 소설이라고 나온다- 덕심을 이해하고자 각종 연애소설을 탐독하고 분류했다고 한다. 이렇게 창조적인 방법이 있었던가? 당장 따라해보고 싶다.


만옥을 만나기 전, 마음속에 사랑이 넘쳐 담아둘 길이 없을 때면 나는 귀중한 이 얘기를 사람들에게 했었다 -10p


 무심코 자기전에 영상을 보다 하나마나한 얘기를 했다. 

 빠니보틀 잘생겼지 않아? 

 그건 아닌것 같다 

 잘생겼는데 이거 봐봐

 아 근데 인터넷에 이런 얘기가 있더라 사주에서 연애운이 들어올때 연애를 안하면 덕질에 빠진다 하던데

 오 그래? 

 덕질도 사랑이 맞긴 하지

 듣고보니 맞는 말 같기도 했다. 아무튼 빠져있는 00 00하지 않아? 라는 질문은 묘한 데가 있는데. 물어보는 사람은 돌아오는 답이 예든 아니오든 즐겁고 행복하다. 예면 예~~! 진짜 00하지? 진짜 진짜~~ 라서 신나고, 아니오면 그래? 그렇군 진짜 00한데~~? 입꼬리 올라가면서 행복하다. 나는 덕질하는 사람을 별로 못 만나봐서 나한테 물어보는 사람은 없었던 거 같아서 답해본 기억이 없어서 몰랐는데.. 답하는 사람은 예든 아니오든 귀찮고 의미없는 것 같다. 


 사랑의 힘으로 뭔가 괜찮은 걸 쓸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별로 아닌 것 같다. 참고문헌이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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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부터 옷장 정리를 했다. 이번 주 계획이 한참 틀어진 김에 또 그동안 여러 우연이 쌓인 김에. 어제 집에 도착했을 때 책도 같이 도착하게끔 주문해둔 책과 굿즈들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오늘 아침에야 뜯어봤다. 책을 사서 가까운 곳에 던져둬야 차근차근 따라하면서 정리가 될 것 같아서 같이 시켜둔 '주말엔 옷장 정리'. 아침에 놀이방타임으로 가벼운 책 한시간 정도 보고 지역분석하려고 했는데, 잘못 골라서 이 시간까지 옷장 정리. 
















 작가 소개를 보고 찾아보니 옷 정리와 스타일 코칭까지 같이 하시는 분이어서 설득력이 있었다. 책은 주말에 하는 옷장 정리 컨셉에 충실하다. 나는 옷장 정리가 주말 이틀로 된다고? 힘들어서 못한다 는 생각으로 가득했는데 직접 해보니 가능했다! 함정은 내가 일요일에 시작했다는 거. 토요일에 옷장을 비우고 남길 옷 남기기. 일요일에 있는 옷으로 매치해보고 채울 템 정하기 구성이다. 


 9시 반에 시작해서 중간에 밥도 먹고 힘들면 쉬고 4시까지 비우고 남기기 끝. 비밀은 이번 계절의 옷만 정리하는 것. 옷장 정리 하면 엄청 거대 프로젝트 같아서 언제나 손댈 수 없었는데 한 계절은 생각보다 할만 했다. 모든 변화는 현 상태 파악으로 시작하니까 이번 계절 모든 옷을 바닥에 꺼내기로 시작한다. 코칭 경험상 모든 템 개수 40~80개가 대한민국 평균이라고 한다. 옷, 속옷, 양말, 가방, 신발, 액세서리까지. 오늘 요근래 받은 충격 중 상당히 큰 충격을 받았는데 옷만 꺼냈는데 80개였다. 120개 이상은 연예인 혹은 쇼퍼홀릭 등급. 난 둘다 아닌데. 옷 좋아하지 않는데. 옷 입는것도 좋아하지도 않는데. 새삼 시간과 누적의 힘이 무섭다. 꺼내다보니 나머지 기타템까지 하려고 하면 오늘 다 못 끝내고 온갖 짐이 다 나와있는 정신없는 상태로 일요일 밤을 맞이하고 싶지 않아서 빠르게 포기. 옷만 먼저 정리하기로 한 선택이 정확했다. 

 

지금 나는 사람들에게 어떤 이미지로 비춰지고 있나요? 나는 어떤 이미지를 가진 사람이 되길 원하나요? 내 신체 부위 중에서 강조하면 좋을 매력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내가 좋아하는 옷 컬러는 무엇인가요? 내가 일하는 곳에서는 어떤 옷차림이 적절한가요? 나는 어떤 옷을 입었을 때 몸과 마음이 편안한가요?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부터 찾은 다음에 '그런 걸 표현해줄 수 있는 옷이 무엇일까'를 생각해야 하는 것이죠. 사람은 스스로를 더 잘 알게 될수록 자신감이 생기고 자존감도 커져요. 나를 잘 알고, 나에게 맞는 옷을 당당하게 고를 때의 만족감은 생각보다 정말 크답니다. - 68p


 나는 옷은 몇 개 정해놓고 생각없이 그 중에서 꺼내입는 게 좋은데. 대체 무슨 옷이 80개나 있을까? 기가 막혔는데. 집에서 입는 옷 16개, 운동용 옷이 18개, 외출용 옷이 45개였다. (세다보니 왜인지 개수가 계속 달랐다.) 의아했던 건 나는 출근하고, 먹이를 포장해오고, 도서관에 다녀오고, 분기에 한번쯤 나들이 가는거 말고 외출이 없는데 왠 외출용 옷이 이렇게나 많을까? 비율이 잘못 됐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다음은 운동용 옷은 한번 입고 세탁하니까 많이 필요하긴 한데 저렇게나 많이 있었나? 싶고. 집에서 입는 옷도 야금야금 저렇게나 많아졌었나 싶고. 근데 이건 솔직히 외출용 옷들이 슬금슬금 전환되었겠지 싶긴 하지. 


 버리기는 

1. 딱봐도 버릴 것 

2. 사이즈가 안 맞는 것 

3. 입었을 때 불편한 것 

4. 최근 2년동안 한 번도 입지 않은 것 

5. 비싸서 못 버렸던 것 

6. 입었을 때 왠지 자신감이 떨어지는 옷 

순서대로 버린다. 


 딱 봐도 버릴 옷 9개. 

 사이즈가 안 맞는 것 2개. 

 입었을 때 불편한 것 3개. 

 최근 2년동안 한 번도 입지 않은 것 18개. 

 비싸서 못 버린 것 0개. 

 입었을 때 왠지 자신감이 떨어지는 것 1개. 


 버릴 옷이 총 33개였다. 딱 봐도 버릴 옷을 9개 들고 있었다는 것도 충격. 의외로 사이즈가 안 맞거나 불편한 옷이 5개라서 그동안 몸에 맞고 편한 옷 중심으로 들고 있었구나 안도했다. 최근 2년간 한 번도 입지 않은 옷은 더 있지만 그 중에서 버려야될 옷이 18개로 가장 많았다. 최근에 생활이 극단적으로 너무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2년으로 잡으면 대부분 옷을 다 버려야 한다. 다시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야 되니까 다 버릴 수는 없지. 18개 중 대부분은 나이대가 변하면서 입는 옷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제는 안 입을 옷들. 비싸서 못 버리고 있는 옷이 하나도 없어서 기분 좋았다. 버린 옷 중에는 오래된 티셔츠가 가장 많았다.  


 비우기 다음은 남기기. 바닥에 남아있는 옷들 중 옷장으로 다시 들어갈 옷을 고른다. 옷장정리에도 4분면이! 정리가 안 될 때는 4분면 사이언스로.

 1. 좋아하고 자주 입는 옷

 2. 좋아하지만 자주 안 입는 옷

 3. 좋아하지 않지만 자주 안 입는 옷

 4. 애매한 옷


 남기기를 마치고 남긴 여름 옷은 전부 45개. 집용 16→8개. 운동용 18→10개. 외출용 45→27개로. 남긴 옷은 의외로 원피스가 11개로 가장 많다. 최근 2년간은 대충 한 번도 안 입은 것 같은데도. 현재 상태에서는 버리기, 남기기가 충분하게 된 것 같지는 않은데 이건 라이프스타일이 아직 불안정한 탓 같다. 생활 스타일이 안정되어야 나를 반영하는 옷장도 자연스럽게 안정될 것. 그 전까지는 우선 반반 다이어트로 만족~


 남기기를 해보면서 충격받은 점은

 1. 좋아하고 자주 입는 옷 7개

 2. 좋아하지만 자주 안 입는 옷 13개

 3. 좋아하지 않지만 자주 입는 옷 14개

 4. 애매한 옷 11개

 로 여름 옷 전체 중에 내가 정말 좋아하면서 자주 입는 옷이 7개 밖에 안 된 다는 것. 또 자주 입는 옷 중에 좋아하지 않는 옷이 저렇게나 많다는 것. 자주입는 옷 중 좋아하는 게 적으면 매일 옷을 입을 때마다 만족스러움보다 그저 그런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다행인 건 자주 입는 옷을 좋아하는 옷으로 골라서 채워두면 1번 옷 비중을 올릴 수 있다는 점. 2번의 좋o 자주x 인 옷이 많을수록 옷장은 꽉 차있고 입을 옷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입을 때 기분이 좋긴 한데 일상에서는 잘 입지 않고 특별한 날에만 입는 옷들이라서. 


 좋아하는 옷, 아무거나 꺼내입어도 만족스러운 옷만 가득한 꿈의 옷장도 바라고 노력해야 구현될 것. 책에서는 환절기에 다음 계절 옷장 정리를 하는 걸 추천한다. 세 번 정리하고 한 바퀴 돌고나서 2~3번 반복하다 보면 점점 그런 옷장에 가까워질 것 같다.


 당장 버릴 옷은 버리고, 아직 쓸만한 옷은 다음에 외출할때 아름다운가게로 보낸다. 달아보니 전부 5kg. 분명 매치와 채우기가 더 어려울 것 같은데. 목적에 집중하면서 레버리지를 적당히 쓰면서 가보자.




+이제는 사진으로 가지고 있으면 충분하지~ 싶어 버릴 수 있었던 옷.(=1년 반 전 이사올 때까지만 해도 못 버렸던 옷)

 1번은 타이베이 놀러갔을 때 산 치파오. 입고 돌아다니려고 무난한 디자인으로 샀었다. 여행지에선 재밌었는데 한국에선 입을 일이 없고. 대만 언제나 다시 놀러가고 싶지만 자주 가는 건 아니고. 이제는 간다고 해도 저런 불편한 옷 입고 놀 생각이 없다. 가끔 옷장에서 보면 즐거웠는데 이제는 입을 수 있는 즐거움으로 자리를 바꿔줘야지. 

→체험형, 추억형 옷은 가능하면 대여해서 입자!


 2,3번은 대학생 시절 드라마 굿즈로 산 티셔츠들. 이제 절대 다시는 못산다고!!+이 드라마 너무 최고라고 흐엉헝ㅠㅠ 콜라보된 마음으로 언제나 버릴 수 없었고.. 프린트는 점점 갈라져가서 입고 외출이 어려워졌다. 이제는 왠지 보내줄 수 있게 됐다. 닥터 하우스도 빅뱅 너드들도 영원히 내 마음속에. 

→굿즈 티셔츠는 좋은데 못 입게 되면 버리자!


 4번은 17년 해프닝 콘서트 굿즈. (사실 다른 티셔츠는 덕질 박스에 들어가있는듯. 얜 왜 일반 옷장에 들어와있는지..?) 재질이랑 사이즈가 좋았던 굿즈인데 한 번도 안 입음. 사진이 등 뒤인데 사실 멤버들 눈 한 쪽이 터지는 디자인이 맘에 안 들었음. 처음부터 입을 생각은 없었고 그냥 17 해프닝 기념이니까 갖고 싶어서 샀는데 이제는 보내줄 수 있다. 하면 덕질 박스에 있는 다른 굿즈 티셔츠는 보내줄 수 있는가 하면 그건 아직 아닌 것 같다. 그건 항목이 다르니까. 

→진짜 공연 때 입고 갈 거 아니면 사지 말자!


 4번은 아직 회개가 부족한 것 같지만. 차차 개선되겠지. 일단 하나 버렸으니까 오늘도 참 잘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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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단식 일기 - 서박하

보통 사람의 비범한 실행과 솔직한 기록.

잘 보고 있는 자기만의 방 시리즈X브런치의 콜라보 책. 


 작년에 담아두고 안 봄 - 연초 책모임 투표때 밀어넣음 - 최재천의 공부에 밀림 - 재선정으로 결국 같이 보게 된 책. 


 책은 빚 공개로 시작한다. 카드빚이나 각종 대출 종류가 여러가지라는 면에서는 비범. 금액 규모는 소소해서 평범하게 느껴지는 기묘한 빚이었다. 초중고에 경제 금융교육이 필수가 되어야겠다는 생각도 다시 들고. 공감이 안되는 빚에 기대와 책이 좀 다르다는 느낌이었지만 꾸준하고 솔직하게 성찰하고 기록하는 모습이 멋있었다.


 목표하는 방향으로 인생을 180도 바꿔나가는 것도 멋있었다. 역시 보통 사람이 일정 경지에 이르는 방법은 한 가지인 것 같다.

 모든 단계가 하나하나 혼자서 해나가기 참 어려운 일이다. 스스로 세운 목표를 두고 이 모든 과정을 1년 동안 실행하고 기록하면서 이뤄가는 과정이 얇은 책 한권에 담겨있다. 

 내가 약한 건 매일 기록하고 복기하는 것. 휴식하는 것. 그래서 성장이 느리고, 그래서 이 부분에 신경쓰면 레벨업할 수 있다. 


 책에서 내가 적용해보고 싶었던 건 

1. 바로 성취를 느낄 수 있는 작은 행동 리스트 만들기

2. 내 옷으로 계절별 착장 파워포인트로 만들어두기

 읽은지 일주일쯤 됐는데 둘다 아직. 미뤄둔 작년 갭이어 가계부 결산과 옷장정리도 덤으로 숙제. 이사오면서 옷을 상당히 버리고 왔는데도 작년 한해 안 입은 옷이 많다. 대인관계 외출을 안해서기도 하지만. 


 내가 같이 읽으며 궁금했던 건

1. 다들 어떻게 읽었는지

2. 지출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3. 지금 하고 있는 지출 관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ex 만족한다라거나 많이 쓰고 있는거 같다면 왜 그렇게 느끼는지. 조절이 안되는거 같다면 주로 어떤 항목이나 어떤 상황에서 그런지 등등 이 질문에서 각자 떠오른 모든 다양한 방면에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4-1. 책처럼 어느 날 갑자기 충격으로 다가온 자기 일상, 그 사건에서 이어진 목표나 변화, 목표를 한단계씩 이뤄가본 경험, 그 변화가 가져온 새로운 삶

4-2. 또는 어떤 모든 변화의 시도의 실패, 흐지부지했던 경험. 왜 그렇게 됐을까(스스로)와 보완할 수 있는 아이디어 떠올려보기(모여서 같이)

 였는데 뜻밖에 요즘 책 추천이 뜸했던 M언니에게 주제선정이 넘어가서 아쉽고 좋았다. 멤버 중 대부분은 돈공부를 같이 하며 지출 관리 정리를 해본 경험이 있는데 M언니와는 처음이라 어떻게 받아들일지 어떤 주제가 나올지 궁금했다. 무지출데이도 같이 가볍게 1주일에 하루를 제안했는데 지출 관리도 잘하고 의욕도 충만한 이 사람들이 또 더 할 수 있다고 해가지고ㅋㅋ 할수 있는 만큼 하고 모이는걸로.   


 M언니의 주제는

1. 28쪽 "다 정리하고 보니 사야 할 이유거 없는 물건들이 참 많았다"

사고 나서 후회했던 물건은 무엇이었나요? 돈 낭비를 줄여줄 후기를 공유해 주세요

2. 소비를 통해 본 나는 어떤 사람인가요? 여러분의 정체성을 들려주세요

3. 나에게 경제적 자유란 무엇인가요?

 언제나처럼 M스러운 주제.


 1. 돈낭비에 도움이 안되는 후기. 상반기에 사고 나서 후회했던 물건은 딱 하나인데 출근용으로 샀던 티셔츠. 뭔가 스포츠용 재질이지만 스포츠웨어 느낌이 아니면서 시원하고 땀 흡수도 잘되면서 베이지 계열인 티가 필요해서 인터넷에서 급하게 사봤는데 왕 실패였다. 총장이 너무 짧고 옷이 땀에 바로 젖음. 외부용으로 전혀 쓸모없는 걸 사게 됐다. 집에서도 기존에 편한 옷을 두고 저걸 굳이? 옷 인쇼 똥손.. 급하게 대충 보고 산 잘못+패션 이해도 떨어짐 콜라보의 결과.

 기본적으로 구매한 물건에 대해 후회하는 일은 거의 없다. 내가 소비했을 때는 당연히 필요해서 샀다는 생각만 당연하게 있다.+어떤 일에 대해 돌아보지 않는 성향.이 합쳐진 결과.. 소비에 대해 자존감이 높은 건 좋은 일인데 복기하지 않는 건 늘 부족한 부분. 작년 한해 스페셜 복기의 해-이 악물고 복기-를 보냈는데도 습관이 안 돼있다. 

 내가 떠올렸던 주제도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는 것이 문제지 늘리는 것으로 고민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대부분의 문제는 사실 그 문제가 포함된 더 상위 문제를 해결하면 저절로 해결된다. 일한지 1년되가는 동생에게도, 3개월된 Y샘에게도 지출로 고민하는 사람에게 내가 해줬던 말은 "돈쓸 시간은 없애버려요" 풀어서 말하면 "재밌는 걸 찾아봐요. 아님 운동이나 새로운 공부나 취미. 아님 전공 공부. 아님 투잡. 바쁘게 지내면 돈쓸 시간이 없어요. 사는 게 재밌고 만족스러우면 불필요한 소비를 할 필요가 없어지고. 지출 문제로 스트레스 받을 일 자체가 사라져요. 바쁘니까." 이 솔루션으로 해결되지 않는 지출 문제는 아까 위의 프로세스 중 1.현상태 파악과 5.내탓 남탓을 치밀하게 해야한다.


 2. 작년 지출을 보면 한달 지출 중 가장 높은 비율은 당연히 투자 관련 항목. 강의를 듣고 돈공부 책을 사고, 임장을 가는데 30~40% 정도를 쓴다. 쉬다 하다 반복하긴 했지만 투자 공부를 시작한지 햇수로는 3년 반이 되어가니 당연한 일. 

 소비로 내 정체성을 가늠할 수 있겠다니 신선했는데 책 소개에도 내가 소비한 것이 나를 보여주는 사회라는 표현이 나온다. 낯선 개념이라고 생각했는데 점점 당연한가? 싶다. 내가 먹은 게 내 몸이 되고, 내가 읽은 게 내 정신이 되니까. 자본이 제한된 상황에서 원하는 만큼 소비할 수 없다면 어떤 것은 포기하고 어떤 것은 살 테니까. 결국에 산 것들의 모임이 현재 내 상태를 의미할 수 있겠다. 하지만 역시 반쪽인 것 같다. 원하는 만큼 소비할 수 있다면 샀을 것. 지금은 사지 못하는 것도 자기 정체성에는 반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실은 더. 8할쯤?

 ㅋㅋ 왜냐면 나는 투자공부에 집중하고 있을 때 돈공부책 외에 다른 책은 제한하고 있는데 숨겨둔 마음속에 항상 문학책, 뇌과학책을 안고 제한식이에 괴로워한다. 반반도 아주 후하지.  


 3. 이 책에 경제적 자유까지 언급이 됐던가? 하고 다시 들춰보니 정말 있었다. 내가 목표로 하는 경제적 자유는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 시간의 자유, 지적인 자유를 누리는 것. 구체화해서 흥미로운 것을 충분히 가지고 놀면서, 원하는 만큼 책을 읽고, 쓰고싶은 글을 쓰고, 소소하고 재밌는 이벤트를 만들면서 행복을 지으며 사는 것. 내 일상과 삶 자체가 인연이 닿은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이 될 수 있는 것.


 마지막 화상모임때 잡음도 있고, 끊기기도 하고 해서 이대로는 애매하다고 생각했는데 2안도 괜찮은 것 같다. 최근 몇 년간 모임 기록이 안 남아서 아쉬웠고, 개인적으로도 모임책을 간단하게라도 기록하고 싶었는데 늘 추가 시간은 내기 어렵고. 당분간은 모임시간에 이렇게 간단하게라도 남겨보는 걸로. 장점은 같은 시간을 쓰면서 책에 대한 느낌이나 모임 주제나 주제에 대한 내 생각이 대충 남는 것. 단점은 모임 참여가 안되고 다른 멤버 얘기가 남지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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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9일. 18개월만에 갑자기 복직했다. 너무 오랜만이라 5일부터 8일까지 예비 근무를 했다. 피곤한데 불안해서 잠을 잘 못 잤다. 쉬어야 되니까 일찍 자려고 누워있으면 잠이 안 오고, 겨우 잠들면 새벽에 확 깼지만 눈감고 누워있다 일어났다. 평생 자신만만하게 살아온 나한테도 이런 모습이 있는 걸 알았다. 그러던 게 연초였는데 오늘이 22일. 돌아볼 새 없이 보름이 순삭. 





 저 날 뭔가 중간정리를 하고 싶었는데 겨우 저만큼 써보고는 더 쓸 수 없던 기억이 난다. 23년 1월 22일과 7월 15일 사이에 뜻하지 않은 일들이 나를 성장시켰다. 오늘 깨달은 새로운 사실은 [마르지않고] 폴더에 최근 몇 년간 사사로운 글이 조금 쌓여있는데 그게 꼭 장마~늦여름 사이라는 것. 쓰기가 나에게 꼭 필요했던 시기가 반복되는 게 신기했다. 덕분에 그래서 글도 조금 남고. 아무튼 그래서 다시 손에 익을만 하면 회복되거나 현세로 돌아가야해서 늘 용두사미로 스르르 소멸하는 일기 시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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