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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내 ㅣ 옛이야기 그림책 3
이수진 그림, 김장성 지음 / 사계절 / 2006년 1월
평점 :
여자아이들은 무조건적으로 공주 이야기를 좋아한다. 왕자가 나와서 공주를 구해주고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 굳이 이를 나쁘게만 볼 것은 아니지만 모든 이야기들이 남성 위주로 되어 있고, 여성은 수동적인 입장에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우리 딸도 마찬가지였다. 무슨 공주를 글도 좋아하는지. 디즈니 공주시리즈부터 시작해서 바비인형까지. 그런데 요즘 갑자기 공주에 대해 시들하다. 파워레인져나 로봇태권브이 같은 로봇에 관한 이야기나 액션 위주의 이야기들을 좋아한다.
몸으로 부딪히는 걸 좋아한다. 요즘 아이들이 예전처럼 공터나 놀이터에서 몸으로 하는 놀이를 할 수 없고 전부 유치원이나 아니면 학원에서 아이들이랑 밀폐된 공간에서 놀다 보니 자연을 접할 수도 없고 몸으로 부딪히는 놀이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조금은 안타깝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여자 아이는 남자 아이들보다 더 개구지다. 온갖 놀이를 하며 옷은 거의 흙투성이다. 일반적으로 보아온 이쁜 공주나 여자들과는 거리가 먼 캐릭터다. 거기다가 그림 자체도 토속적인 면을 부각시켜서 그리다보니 자연히 이쁜 것과는 상관이 없다. 하지만 오히려 정감은 더 간다.
못된 이웃 나라가 침략해 오자 주인공 여자아이는 맞서 싸우고 싶지만 장군은 여자라서 안된다고 한다. 적군은 밀려 내려오고 우리 군사들은 계속 밀리기만 하고 이때 갓을 쓰고 나타나 전쟁을 승리로 이끈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장군이 거부한 그 여자아이였다.
적을 무찌른 아이를 칭송하는 "갓 쓴 애!" "갓 쓴 애!" 소리는 '가스내, 가스내'가 되었다가 이후 '가시내'로 변했다고 한다. 이야기 내용도 재미있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가시내라는 말이 어떠한 연원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책이어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가질 수 있다.
이제 여자아이라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이쁘고 아기자기한 내용의 이야기만 들려줄 것이 아니다. 적극적인 모습과 능동적인 면을 부각시킨 이야기들을 많이 들려 주어야 할 것 같다. 어느새 우리도 모르게 여자아이들에게는 이쁜 공주 이야기만 들려주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빠져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