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덱의 보고서
필립 클로델 지음, 이희수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주말동안 두권의 소설책을 읽었다.

브로덱의 보고서와 남자의 자리.


읽고 나서, 너무 가슴이 아려, 울었다, 아주 조금. 나란 사람은, 이제 깊이 울지는 못한다. 눈물은 어느덧 다른 사람의 것에 불과한 그 무엇이 되었다,그리 오래 산 것도 아닌데.엄마와 아버지와 할머니와 할아버지와, 아저씨와 아주머니들보다, 그리 오래 산 것도 아닌데 말이다.

찬찬히 바람이 불어왔다. 해가 진 것 같은데 여전히 햇빛이 길게 비추인다, 나를  너를, 그리고 그들을. 


좁은 산책로를 따라 좀 걸었다. 그렇게 길을 따라 가다,그 광경들과 마주쳤다. 3년 전 이 세상을 버린 한 사람, 그에 대한 추모전이 열리는 곳. 일군의 사람들이 모여있고, 미공개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고, 단상이 있고, 또 의자에 사람들이 앉아있다. 누군가 추모사를 한다. 힘있고 조리있다. 나는, 만약 누군가 요청한다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여기 모임 우리 동네 사람들은, 다들 나와 비슷한 사람들인가...


그런 것일까?

평화시에 우리는 모두에게 친구가 될 수 있다. 허나, 위기의 순간이 오면, 우리는 너편과 우리편으로 나뉜다. 그것이 우리 인간의 천성이다.두려움이야말로 가장 무서운 것이라고 브로덱은 깨닫지. 두려움 앞에서, 내가 짐승만도 못한 존재가 되지 말란 법이 어디 있을까. 물론, 그런 두려움앞에서 오히려 죽기를 마다하지 않은 사람이 없진 않았다.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지 말도록 하자. 다만, 내가 그런 위기의 순간과 맞닥뜨리지 않도록, 인간이 인간이라면 가져야 할 그 무엇으로 상정해 놓은 어떤 것을,잃을 상황을 만들지 않도록, 하자.하지만 이 생각을 하는 바로 이 순간, 인간의 의지로 되는 게 아니지 않을까하는.


나는 내가 여러 해 전부터 알던 그 모든 사람들이 방금 저지른 일에 대해서 생각해 봤다. 그들은 괴물이 아니라 농부이고 장인이며 소작농, 산림감독, 하급공무원들이었다. 간단히 말해서 당신이나 나 같은 사람들이었다. (책 23쪽)


나, 자신이 없다.

내가 그런 상황이라면, 생과 사가 한마디 말 혹은 하나의 몸짓,한순간의 선택에 의해, 결판나는 그런 상황에서, 내가 과연, 인간이라면 가져야 할 그 무엇으로 상정해 놓은 그것을, 부여잡고 최후로도 놓지 않을, 자신이 사실은 없다.

에멜리아, 푸세트와 페도린 이 세여인들을 안고, 수레를 끌며 다시 먼길을 떠난 브로덱, 그가 과연 정착한 곳은 어디일까?


지금도 가슴이 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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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2-05-21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필립 클로델 참 좋죠, 테레사님?
:)

테레사 2012-05-21 13:35   좋아요 0 | URL
네, 정말 좋은 글이었어요. 회색영혼과 브로덱의 보고서 두개만 읽었지만. 다락방님 덕에 읽었어요^^. 고마워요.진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