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번호부처럼 맛집만 모아놓은 목록이 한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보다 훨씬 유익하고 재미있다. 그런데, 맛집이란 게 뭔가? 맛집이라는 말이 어디서 유래된 건지 모르겠지만 정의는 애매하다. 맛있으면 맛집인가? 티브이에 나왔으면 맛집인가? 오래된 노포가 맛집인가 ? 블로그 포스트가 많으면 맛집인가? 맛집이던 아니던 먹거리 엑스파일 착한 식당이나 비슷한 류에 뽑혔다면야 가리지 않고 들어가겠지만, 한시간씩 기다릴만한 정성은 없다. 579개의 맛집 정보를 제공하는 이 책이 휴대폰에 있으면 사정은 다르다. 음식을 고르고, 책을 펼치고 몇페이지 남짓한 해당 요리의 맛집 정보를 바탕으로 가까운 집을 찾아가면 된다. 아쉬운 것은 지방의 음식점이 서울 수도권에 비해 현저하게 적다는 거다 579개의 식당 중 광주의 식당은 겨우 서너곳 밖에 없다. 고로 순수하게 가까운 곳 중 맛있는 걸 먹고자 할 때는 무용지물이다. 전남권으로 확장해봐도 그리 많지 않다. 제주도도 다르지 않다.

책을 구입할 때의 기대와는 달리 여행다닐때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그보다 훨씬 값진 정보가 있다. 그리고 재밌다. 저자는 미식가로, 수도 없이 식당을 다니며 맛을 탐구했고 수많은 미식가들과 어울려 정보를 나눴기에 미식가들의 기준에 맞는 진짜 음식점들, 원재료의 맛으로 맛을 내는 식당들을 잘 알고 있다. 거기서도 가장 맛있다고 음 이건 진짜야 하는 집들만 꼽았다. 양념맛이 재료맛을 덮는 그악한 음식들은 아웃이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족발을 먹고 싶다면 이 책을 뒤지면 된다. 진짜 깊은 국물 맛이 뭔지 맛보고 싶다면 이 책을 뒤지면 된다. 음식에 대한 사색적이고 산문적 문체는 덤. 국수가 땡길 때 맛있는 국수의 기준은 다르다. 면빨이 쫄깃쫄깃한지 야들야들한지 국물이 매운지, 맑은지, 담백한지, 식당 주인의 인상에서부터, 그 식당가면 어떤 연령층의 손님들이 어떤 말을 묻는지 까지 메주알고주알 정보가 있다. 한줄 한줄 유익하고 실용적이다. 소개하는 식당 메뉴는 우리가 자주 먹는 서민적 음식들 위주다. 식당들의 요리 특색을 알 수 있어 입맛에 맞는 곳을 찾아가면 되는다.

수도권에 살면 유리하겠다. 춘천 막국수는 한때 메밀이 많이 나는 고장 사람들의 소울 푸드였지만 춘천가면 사먹는 먹거리 음식이 되었다. 그래서 ‘그악한‘ 음식을 찾는 외지인의 입맛에 맞게 강한 양념 범벅이 되었다. 메밀의 순하고 밋밋한 하지만 춘천 사람들은, 그리고 미식가들은 아는 메밀 특유의 구수한 맛은 그 맛을 아직까지도 제공하고 있는 한적한 시골쯤 가야 한다. 그 시골집이 입소문을 타서 며느리에 딸들이 분점을 낸 서울 식당들이 위주이긴 하지만, 서울 사람들에겐 희소식이다. 춘천 가면 막국수 먹을 집을 여기서 골라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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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7-01-05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젠 제 기억력을 믿을 만한게 못되어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 분 글을 읽다가, 어떤 설렁탕 집을 소개하며,
처음엔 소금과 파만 넣어한 반 정도 먹다가,
반을 넘어가는 지점에서 깍두기 국물을 넣어 먹으라고 자상하게 소개해 주셨던 걸 기억하고 있습니다.
글을 참 맛깔나게 쓰셨던 걸로~!^^

CREBBP 2017-01-13 12:58   좋아요 0 | URL
확실히 글재주가 있으신 분이더라구요. 하긴 맛을 언어로 표현해내는 것도 일종의 문학이라고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저는 구냥 맛있다 짜다 말고는 맛을 평가하는 언어가 참으로 빈약하던데, 책한권 가득 맛에 대한 단어로 메울 수 있다는 건 대단한 거 같습니다. 이북을 휴대폰에 넣어다니니 편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