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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에 겐자부로 - 사육 외 22편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21
오에 겐자부로 지음, 박승애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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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에 겐자부르고가 자신의 작품 중에서 스스로 선택한 중단편 및 연작들이 초기 중기 후기로 나뉘어서 실려 있다. 오에를 이야기할 때, 재미있다는 표현은 아마도 초기 작품에 한정된 말이 아닐까 싶다. 적어도 국내 독자들에게는 그렇지 않을까 생각된다. 초기 작품들은 탱글탱글하고 편안한 문학적 테두리 안에서 전후 세대의 불안과 생존을 처절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려낸 작품들이 하나하나 모두 매력적으로 읽힌다.  깊이를 알 수 없는 관념적 개인의 독백들로 채워지는 작품은 중기 이후부터 쭉 후기까지 이어진다. 중기 작품들은 이것이 소설인지 일기장인지 혹은 작가의 인생에 있어서 어떤 특별한(혹은 별로 특별하지도 않은) 시간의 횡단면을 잘라서 앞뒤 문맥 없이 일상과 대화와 그 너머에 있는 상념의 면들을 펼쳐놓은 것인지 알 수 없다. 


특히 중기 작품들은 모두 작가가 국제적인 작가로서의 자신의 위치에서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졌다는 사실이 명백하게 곳곳에서 드러나는데, 그 때문에 겐자부로의 문학은 겐자부르 자신, 즉, 자신의 삶, 기억, 의식, 사고, 가치관 등 개인의 모든 것을 지배하는 정신적인 활동과 동떨어져서 생각할 수 없다. 그렇기에 문학 작품 자체가 그의 삶이 되고, 그의 삶은 문학 작품 속에서 들이다볼 수 있다. 초기 작품들을 너무 재미있게 읽다가 갑자기 180도 태도를 바꾼 중기 이후의 소설들 읽는 일에 힘겹게 읽어나가는 동안 그의 작품을 어떤 문학적인 틀로 평가할 때 '사소설'이라는 범주의 경계를 드나든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그게 무언가 궁금해졌다. 그것은 작가 개인의 체험을 사실 그대로 문학 작품으로 재현하는 일본 근대 소설의 한 장르라고 한다.(살림 지식 총서에서 <일본의 사소설>(안영희 지음) 이라는 나온 책에 대한 상세한 리뷰가 알라딘 서재에 첨부되어 있는데, 서구 자연주의 문학이 일본에 왜곡 도입된 한 형태라는 인식도 있는 모양이다. 그렇다고 겐자부로의 중기 소설이 장르적으로 사소설로 분류되지는 않는 것 같으나,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사소설이 지향하는 요소의 일부는 충분히 가진다고 판단되는 이유가 몇가지 있다. 


중기 소설의 대부분이 나 라는 화자에 의해 쓰여있고, 그 나가 겐자부로 자신의 도플갱어라고 할 수 있는 또다른 자아, 혹은 그냥 작가 자신이라는 자연스러운 판단을 유보시킬 어떠한 모순도 발견하지 못한다. 고목에 대한 애착이나 익사에 대한 경험, 장애아들과 치르는 일상의 배열, 작가로서의 위치와 가치관 등이 모든 소설에서 등장하는 '나'에 어떤 동질성이 존재하는데, 이것들과 더불어, 동일한 인물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떠받쳐주는 같은 심성의 소유자로 전 작품의 화자에게 부여된 캐릭터에 의해 더욱 강화된다. 불쑥 불쑥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인물들은 작품 속에서 화자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고 독백처럼 작품에 서사를 부여하는 자신의 이야기들, 혹은 자신의 생각들을 아주 길게 말을 하고, 화자는 그 말을 그저 독자들에게 전할 뿐이다. 게다가 그 등장인물들은 연작 소설 뿐만 아니라 다른 작품 소설 속에서도 기억이나 혹은 대화들 속에서 나타나는 경향을 보인다.  그 중에서 이오, 혹은 히카리로 부르는 실제 자신의 아들인 장애아는 중기의 거의 전작품에 걸쳐 계속 가족과의 관계 속에서 등장하고, 작품 속에서 어떤 지속적인 관계를 보여주는 것은 장애아를 둔 가족 내에서의 관계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자기 자신의 실제 작품에 대한 언급과 집필 과정에 관련된 일 등도 끊임없이 환기되고, 그의 주요 관심사와 실제로 심도 있게 연구해온 특정 문학 작품과 문학가에 대한 문학적 내용도 중기 소설 내에 거의 아들과 같은 비중으로 함께 등장한다.  


그런 와중에서 초기 소설에 속하는 <공중괴물 아구이>와 중기 작품들을 함께 살펴본다면 겐자부로의 관념 속에서 뭔가 구체적인 실체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중기 작품 속에서 설명하는 이오는 진단명으로는 뇌분리증이라는 기형을 가지고 태어났고, 이로 인해 장애를 갖게 되는데, 이것은 자신의 아들 히카리의 실제 이야기이기도 하다.  반면 초기 작품에 속하는 <공중 괴물 아구이>에서는 뇌 기형을 가진 아이는 태어나자 마자 죽는다. 아기의 죽음은 의도된 것이었다. 작품의 화자인 학생은 환영을 본다는 D라는 남자의 외출을 돕기 위해 고용된 학생인데, 그가 결혼해서 낳은 아기는 실제  중기 작품 속에서 계속 등장하는 이오와 같은 상태로 머리에 커다란 혹을 달은 상태로 태어났고, 의사의 오진과 부부의 이기심으로 아기를 죽인 것인데, 그 이후, 캥거루 크기만한 아기가 공중에서 부유하다가 어깨에 내려 앉아 이야기를 하다가 간다는 것이다.  중기 작품들과는 다르고, 대학생때 쓰였던 초기의 현실적이면서도 어둡지만 사회적 이슈들을 담아내던 초기 작품들과도 다른 이 작품은 아름답고 몽환적이면서도 인간적 죄의식과 고뇌를 유려한 문체로 그리고 있다. 이후 중기 소설 <분노의 대기에 차가운 갓난아이가 솟아올라>에 등장하는 이오가 기형의 모습으로 막 태어났을 때의 상황이 구체적으로 그려지는데, 그 때 혹으로 생각해서 제거했던 하나의 머리가 또다른 하나의 뇌였다는 것이 후에, 수술을 집도했던 M 의사의 퇴직을 계기로 확인된다. 


그렇습니다. 나에게는 뇌가 두 개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하나입니다. 엄마, 나의 또 하나의 뇌, 어디로 간 것일까요? (p489)


이 부분은 명확하지 않지만, 아이는 두 개의 뇌로 인한 결손이었고, 그 쓸모없는 기능하지 않는 뇌 절제에 대한 댓가를 장애와 간질 같은 것으로 치르고 있었던 것인 모양이다. 초기 마지막 작품에 소개된 <공중괴물 아구이>는 장애아를 둔 부모의 죄책감을 작품속에 녹여낸 듯하다. 소설 속의 주인공처럼 죽는 선택을 하는 대신 살아남아 계속 해서 아이에 대한 글을 썼던 이유 역시 이미 결손된 뇌로 인한 희생을 온몸으로 치르고 있는 아이에 대한 죄책감과 속죄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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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02 20: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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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02 20: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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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02 20: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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