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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되었습니다만,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고향옥 옮김 / 온다 / 2018년 9월
평점 :
아빠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육아일기
요시타케 신스케의 <있으려나 서점>(2018,온다)을 읽고 나서 단번에 반해 초초신간인 <아빠가 되었습니다만,>을 읽게 되었다. 이전의 책만큼이나 그의 육아기에도 발랄하고 신선한 무엇이 있을까, 하는 호기심이 일었다. 결과적으로 천재작가라고 불리는 그도 초보 아빠의 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여자이다 보니 주변에서 곁다리로 드는 이야기들 대부분이 엄마의 독박육아였다. 아무리 아빠가 많이 도와준다고 해도 일부분이라 엄마가 겪는 고충이 얼마나 극한으로 힘든지 실감하게 되는 반면 아빠의 변(辯)은 들어본 적이 없어 무엇이든 그림이나 글로 표현하는 작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밖에 없다. 한쪽의 이야기가 맞더라도 '아빠'라는 이름이 낯설게 느껴지는 그들의 이야기는 또 다를 것이다.
처음으로 아빠가 되고 엄마가 되는 부모의 육아일기는 그야말로 전쟁터가 따로 없다. 남녀가 만나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한 후에 아이를 갖게 되지만 두 사람이 느끼는 체감의 온도는 틀리다. 엄마는 10달 동안 아이를 품어 안으면서 엄마로서 자각하게 되는 시간들이 많지만 생물학적으로 남자는 그럴 수 없기에 아빠라는 이름이 어색하기만 하다. 스스로 성찰하지 않으면 제 3자의 입장에서 볼 수 밖에 없다. 엄마와 아이가 한 몸이라면, 아빠는 그저 지켜보고 있을 수 밖에 없어 아이를 품어 낸다는 것을 몸으로 자각할 수 없지만 나의 아이라는 테두리 속에서 초보 아빠는 아이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아이에게도 초보 아빠에게도 처음으로 겪는 일이니 서로 낯설 수 밖에. 두 사람의 공간이 어느새 세 사람(네 사람)의 공감이 되면서 엄마와 아빠는 누구누구의 엄마 아빠로 조금씩 성장한다. 누군가는 이르게 성장하는 이가 있고, 누군가는 원하면서도 아이 때문에 겪는 상황들이 자신을 갉아 먹는다고 생각한다. 확실히 육아에 있어서는 엄마의 차지가 되고 말지만, 요즘에는 육아에 대한 시선 또한 엄마의 독박육아가 아니라 함께 하는 육아로 바뀌고 있다는 사실이 기쁠 뿐이다.
<아빠가 되었습니다만,>은 아빠의 시선으로 엄마와 아이, 아이와 나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엄마와 아이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지만 그곳에는 아빠가 담겨있지 않았다. 조금 더 시선을 넓혀보면 아빠는 멀뚱멀뚱 두 사람을 지켜볼 뿐이다. 작가는 그런 점에서 아이에게나 아내에게나 중심축이 자신에게 없음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다. 언젠나 우리의 시선은 엄마와 아이에게 쏟아져 있지만 아빠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육아일기는 또다른 이야기를 선사하고 있다. 함께하고 싶지만 함께 할 수 없는 수줍음과 이질적인 느낌. 관심조차 주지 않는 아빠의 일상이 때로 고달프기도 하고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의 육아일기는 우리가 보지 못한 부분을 기발하게 그려내지 않아도 아이로 인해 겪는 희노애락이 그려져 있다. 자그마한 온기로 인해 겪는 이야기를 통해 아빠가 되는 과정을 그는 아쉽지만 조금은 쓸쓸하고 소외된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남자에서 아빠로 되는 과정의 이야기를 찬찬히 느낄 수 있었던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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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아기 스승
세상은 생각대로 굴러가지 않지.
그러니 스스로 머리를 써서
어떻게든 즐기지 않으면
괴로운 일뿐이라네.
그걸 나를 돌보면서 배워 보게나.
그런고로,
즉각
응가를 했소.
부탁해요-. - p.92~93
42. 육아에 대한 보수
1. 아이 때문에 진심으로 짜증 나는 일이 많은 매일.
2. 그러나 소파 같은 데서 잠들어 버린 아이를 안으면,
3. 잠결에도 반자동적으로 목을 끌어안는 아이의 팔.
4. 이 보상으로 낮 동안의 노고가 얼마간 상쇄된다.
비지니스 세계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이상한 거래다. -p.94~95
4. 육아에서 가장 무서운 건 돈도 사회 구조적인 문제도 아닌 '고마움'의 결여다. - p.101
1. 육아에서 '아버지'라는 존재는 딱히 설명할 수 없는 보조자, 곁다리 같은 느낌,
2. 왠지 모르게 항상 보상받지 못하는 그 느낌은 뭘까.
52. 곁다리 같은...
3. 아빠가 된다는 건, 아빠가 아니고는 알지 못하는 특유의 '행복해서 더 외로움'을 안고 사는 것인지도 모른다.
4. 더구나 너나없이 수줍음이 많은 아빠들은 서로 그 외로움을 공감해 주는 기술도 터득하지 못하고 있다. - p.116~117
55. 아장아장 초보 아빠
1. '아빠로서의 완성'이란 게 있을까?
2. 생각해보면 앞으로도 계속 처음 당하는 일뿐일 테니, 늘 당혹감과 더불어 살게 될 것이다.
3. 아빠로서는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언제까지나 아장아장 걸음마일 것이다.
4. 아장아장 걸어야만 보이는 것, 그걸 즐기는 게 어른이고 아빠이리라. - p.122~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