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 하이웨이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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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시작과 끝


 책을 볼 때 제일 먼저 보게 되는 것이 표지인데 이 책은 단번에 표지 때문에 반했다. 푸르른 하늘에 똘망한 소년 한 명과 펭귄이 서 있는 표지가 어찌나 눈에 사로잡히던지. 한참을 눈에 담고서야 책의 저자가 누구인지 살펴보았다. <밤이 짧아 걸어 아가씨야>(2008, 작가정신)로 유명한 모리미 도미히코의 작품으로 2011년에 작가정신에서 출간되었던 것을 올해 10월 애니메이션이 개봉되면서 책도 애니메이면 표지로 바뀌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바뀐 표지가 훨씬 더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펭귄 하이웨이>는 초등학교 4학년 소년인 아오야마의 시선으로 그려진다. 당돌하면서도 똘망한 소년의 이야기는 진지한 과학자 같은 면모를 느끼게 하고, 때로는 그 나이의 아이와 같이 아이의 순수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아기자기한 교외의 한적한 마을에 어느날 갑자기 펭귄의 무리가 어마어마한 떼로 출현하더니 갑작스럽게 사라져 버리는 사건이 발생한다. 아오야마는 치과누나와 함께 친구인 스즈키, 우치다와의 힘겨루기 혹은 치기어린 장난을 하면서도 아버지께 배운 노트정리법에 따라 차근차근 이 거대한 수수께끼를 풀어나간다.


4학년 남자아이의 조숙함인지 아니면 자연적인 현상인지 모르지만 아오야마는 치과 누나의 가슴이 이상하게도 눈에 들어온다. 누나의 모습을 보든 사물을 보든 둥그런 것이 보이면 누나의 가슴을 대입하기도 하고, 펭귄이 만들어지는 순간과 사라지는 순간, 치과 누나가 만들어내는 생물들을 발견하게 된다. 도무지 현실 속에서는 상상 할 수 없는 판타지의 세계가 모리미 도미히코의 소설 속에서 펼쳐지고 있다. 우산에서 망고가 열리기도 하고 흰긴수염고래가 수로에서 헤엄치고, 바다가 작아졌다가, 넓어졌다 하는 사태도 벌어진다.


상상 속에서 일어난 일이 실제로 한 소년의 세계 속에서 일어난다. 아이는 그런 세계 속에서 당돌하게 노트에 모든 것을 기록하고, 살피며 그 세계 속으로 녹아든다. 풋풋한 마음과 호기심의 세계에서 소년은 자연스레 그 세계 속으로 발을 디디고 있고, 현명하게 모르는 세계 속의 이야기를 세밀하게 살피고 있다. 거부감이 없는 묘사와 아이의 시선으로 보여지는 이야기가 만화를 읽듯 상큼하게 느껴진다. 자칫 가볍게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가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고, 때때로 당돌한 소년의 호기심과 대찬 포부에 싱긋 미소를 짓게 만든다.


모든 세계에서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법. 소년이 사랑하는 치과 누나의 비밀을 알게 되고 소년은 동경과 호기심, 설렘을 동시에 안으면서도 시간이 지나 다시 내어준다. 기발한 상상력과 만화적인 상상력이 주는 쾌감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애니메이션은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책은 기대이상으로 재밌게 읽은 작품이다. 동생을 보호하면서도 든든한 오빠의 면모와 4학년 특유의 허세와 침착함, 이성을 보는 설레임 그리고 안녕을 고하는 담백함까지 더해지는 책이었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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