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손톱과 밤
마치다 나오코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고양이들의 특별한 밤


"슬슬 때가 된 건지도 몰라."


이야기가 짧아도 한방에 훅 치고 들어오는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두터운 두께의 페이지를 모두 소진해야만 비로소 느낄 수 있는 책이 있다. 마치다 나오코의 <고양이 손톱과 밤>은 전자의 이야기다.  짧은 이야기임에도 한방에 훅 치고 들어오더니 머릿속에서 나갈지 모른다. 표지 만큼이나 강렬한 이야기가 사로잡고 있으며, 처음부터 끝까지 고양이의 매력에 푹 빠져 어디론가 데려갈 이야기 속으로 속수무책으로 끌려 들어간다.


어딘가 모르게 도도하고, 날큼한 눈과 언제 어퍼컷을 날릴지 모르는 날렵함을 가진 앞발을 혀로 핥고 있다. 늦은 밤 옥탑의 창문을 통해 밤 마실을 나서는 고양이들. 마치 야합이라도 하는 듯, 약속을 정하고 발길을 옮기는 것처럼 삼삼오오 집고양이, 길고양이등 고양이란 고양이는 다 모이는 듯 하다. 무엇이 고양이들을 불러모으는지 궁금해 나도 모르게 그들의 뒤를 뒤쫓아 따라갔다. 수 많은 고양이가 무엇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뭐지? 뭐가 있는거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고양이들을 관찰하지만 고양이는 무엇이 나오기만을 고대하고 있다가 나온 그것을 보며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눈을 크게 벌리고, 앞발을 세우며 마치 그것에 올라타는 듯 쳐다보고 있다.


고양이만의 특성과 밤하늘에 떠 있는 변덕스런 그것이 만나는 조화는 그 어떤 이야기보다 신비롭다. 밤하늘에 떠있는 것은 뭐든지 좋아해 여러번 별과 달을 봤지만 마치다 나오코가 표현한 달의 이야기는 상상 이상이다. 짧은 이야기가 아쉬울 정도로 매력적이어서 자꾸만 책을 쓰다듬으며, 구간반복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다. 언제부턴가 고양이를 좋아하게 되면서 그들의 눈빛과 몸짓, 그들의 언어를 들으려 노력하고 있다보니 마치다 나오코의 <고양이 손톱과 밤>은 어린 아이들이 보는 동화책 이상으로 고양이와 달에 상상력을 품게 만든다. 아마도 나는 이 짧은 이야기가 좋아 그 이상의 이야기를 덧붙일지도 모르겠다. 이제부터는 늦은 밤, 고양이와 길에서 마주친다면 고양이들이 그토록 기다린 밤을 함께 기다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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